다도, 다법, 다예, 다학, 다례, 선차, 차선 등등 때로는 구별이 되지 않아서 혼란스럽다. 한·중·일 3국은 같은 한자문화권이고, 고대에서 세 나라 사이에 이주나 교류에 의해 문화를 공유해왔기 때문이다. 3국의 차 문화는 표층적으로는 같은 것 같으면서도 심층에서 보면 현저하게 다르다. 이제는 ‘한국 다도’에 대한 새로운 명칭 정립과 함께 그것에 걸맞은 행다(行茶)의 모습, ‘차’ 철학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다도문화의 보급이 절실한 때
한 차인이 공손히 앉아 차선을 잡더니 일도양단의 자세로 차를 우려내자 순간 다완 사이로 푸른 빛깔의 거품이 일어나더니 이내 사라져갔다. 그 다완을 공손히 두 손으로 잡고 물끄러미 텅 빈 우주를 바라다봤다. 이 장면은 고려시대 유행한 말차 행다의 참모습이다. 일본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린 말차는 우리 차문화의 하나로 조선을 건국하면서 사라져갔다. 그러나 일본이 국보로 정해버린 기자에몬오이도(喜左衛門 大井戶)는 조선 서민의 막사발로 때론 차를 마셨던 차완으로 익히 알려졌다. 그 다완에 감격한 일본은 도자기 전쟁이라고 불리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 반증으로 야나기 무네요시는 “일본의 수많은 명공들이 위로는 고에쓰 다기부터 아래로는 리쿠(樂)다완까지 이도의 운치를 좇았으나 대명문인 기자에몬이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통곡한 바 있다. 선조의 숨결이 살아 있는 조선의 혼이 담긴 다완에 말차 한 잔이야말로 조선을 깨우는 것 같았다. 이제 차인들의 노력으로 다시 말차 다도가 부활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차 문화를 통해 문화와 전통을 계승시키자
(사)한국명선차인회의 이사장인 혜성스님은 “차를 단순히 마시는 음료에 그치지 않고 각기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며 차를 마시면서 마음의 여유로움, 즉 풍류를 즐기며 차를 마시고 심신을 수련하는 멋 속에서 맑고 깨끗한 마음씨를 기르고 한없는 깨달음을 가져오게 됐다”고 말한다. 한국명선차인회는 차의 보급과 다도교육을 통하여 지역 생활문화 발전을 도모하고 넓게는 조상들의 아름다운 몸가짐, 여유 있는 삶을 통하여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차문화인 다도(茶道)에는 ‘차는 인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차 한 잔으로서 높고 낮음(위계질서)을 지켜주며 차 한 잔으로 남녀노소의 평등사상’을 일깨워주며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덕이 갖추어져 있다. 최근 들어 전통 차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각종 차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전통차가 대중에게 가까워진 것.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음미하는 차’가 아니라 ‘생수 대용으로 마시는 음료’로 인식되어 전통적인 차문화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혜성스님은 “컴퓨터가 세계를 지배할 시대인 21세기는 건강을 지키고,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는 다도문화의 보급이 더욱 절실히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화(和)’로서의 다도문화 진행
흔히 “차를 마시면 몸이 건강해지고 다도를 하면 가정이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다도가 있는 가정에는 예절과 질서와 대화가 있고, 사랑이 넘친다는 의미다. 이에 혜성스님은 “물질만능주의로 윤리와 도덕이 메말라 가는 요즘 다도를 국민적 생활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5년까지 대한불교조계종 강화백련사 주지를 역임했던 혜성스님은 현재 (사)한국명선차인회의 이사장이자 한국녹차 심사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전통 차문화의 보급을 위해 성균관대, 부산여대 다도교육, 동국불교대학원 차문화컨텐츠학과 강의, 강화 용흥궁 다도교육 강의, 송탄지부 다도교육 강의 등을 출강하고 있는 그는 “우리 차문화 발전에 정부를 포함한 모두가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차는 사람과 사람을 더욱 긴밀하게 해주는 매개체로서 이기적인 사회에 사교의 도구이다. 혜성스님은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고, 예절을 배우고, 마음을 닦고, 조급해진 현대인들에게 여유로운 멋을 즐길 수 있도록 하며 ‘화(和)’로서 뭉치는 정신을 기르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차 문화가 각기 다른 문화가 아니라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면서도 함께 발전하는 ‘화(和)’로서의 다도문화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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