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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2,30대 백수들
이들이 일할 곳은 과연 없는가?
2009년 03월 03일 (화) 14:54:59 김희준 기자 juderow9@

취업대란에 따른 정부의 대책과
구직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

모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재형씨(55)는 대학졸업 후 1년째 직장을 구하지 못한 아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자신이 대학을 졸업한 당시에는 여러 기업에서 자신을 모셔가려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그 당시에는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을 뿐더러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더라도 취업의 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각 기업들은 앞다투어 신입 사원 수를 줄이는 등 취업문턱을 높이고 있고, 매년 취업생들은 몇 만명씩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배출된 고교 및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을 못했다고 해서 그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음해로 이월되고 그들은 걷잡을 수 없이 차근차근 쌓여가고 있다.
   
▲ 구직자를 위한 취업설명회

전국은 지금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주가폭락과 취업대란 소식이 뉴스 메인 페이지를 메우고 있고, 사람들은 주머니를 꽁꽁 여닫은 채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시장의 상인들은 ‘곧 풀리겠지’하는 심정으로 늦은 밤까지 한 명이라도 손님을 더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 이렇게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산다고 떵떵거리던 미국과 일본 역시 경제불황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가 지금 이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꼭 이렇게 그 흐름을 타야 하는 것일까?

좋은 일 나쁜 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정부는 취업대란의 타개책으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효과를 보고 있는 정책은 없다. 한반도 대운하를 운운할 때만 해도 운하를 건설함에 있어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일자리 창출이었다. 하지만 대운하는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이제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대신 4대강 계획이 대운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 계획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운하가 건설된 이후에는 대부분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최근 4대강 살리기 등과 관련해 토목직과 일용직 일자리만 늘어난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자리의 질을 따질 때가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허 차관의 말대로 현재는 좋은 일자리든 나쁜 일자리든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이 늘지 않으면 소득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지출 역시 줄어들어 상품은 창고에서 계속 쌓여만 갈 것이고, 경제성장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 상황을 돌아보면 제자리걸음만 해도 다행인 상황이다. 이것은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으로 지금은 정부의 좀 더 시급하기도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또한 허 차관은 “지난 11월부터 경제 지표들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먼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고 이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고용을 줄이기 시작하면 앞으로 더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대기업과 공기업들은 올해 고용 인원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한 취업 전문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대기업의 신규 채용 인원은 지난해보다 15%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혀 올해 취업대란은 정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LG나 삼성 등의 대기업들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아예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 “일단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
지난해 말 청와대 업무보고에 의하면 올 들어 지난 1월 6일 녹색 뉴딜사업, 13일 17개 신성장동력 선정 등을 통해 일자리를 각각 올해 43만 개, 4년간 96만 개, 10년간 350만 개를 만들어 내겠다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내놓았다. 구직자들에게는 크나큰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만한 일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실업자가 79만 명이라는 초유의 실업률을 기록한 가운데, 이 같은 계획이 어떻게 실행이 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것. 10년간 3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도 그저 17개 신성장동력 산업을 통한 고용창출 효과라는 것이지, 그 신성장동력 산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떤 분야의 일자리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며, 똑 부러지는 설명 없이 그저 일자리 숫자만으로 구직자들의 마음을 혹하게 하고 그저 숫자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흔적을 볼 수 있다. 10년간 350만 개라면 1년에 적어도 35만 개씩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제 관련 한 연구원의 말에 의하면 이만큼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3%보다 훨씬 높은 8% 이상의 성장을 지속해야 가능하다.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매년 창출한다는 일자리 35만개는 취업유발계수로 계산해 산출된 통계상의 일자리에 불과하다는 것. 당장 올 봄부터 고용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적은 경제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부에 와 닿을 만큼 쉽게 알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그저 뜬구름 잡기식의 장기 프로젝트에 열을 올리고 있고 당장 올 2월에 쏟아질 60만 명의 졸업자들을 위한 취업 대책은 어딜 찾아봐도 없다. 기업 구조조정이 구체화되고 있고, 공무원 정원 동결 등으로 취업 문턱은 계속 높아져 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게 될 졸업생은 졸업식이 치뤄지는 2월부터 급증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100대 기업의 신규 채용 인원이 지난해 대비 15%가 줄 전망이고,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 중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 231속의 일자리는 다 합쳐봤자 2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올해 졸업을 하는 서울대학교 이 모씨(27)는 “그래도 서울대학생인데 어줍잖은 일자리로는 가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눈 질끈 감고 대기업을 포기하고 적은 월급이라도 작은 회사로 가려는 친구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또한 적은 등록금으로 학생 신분을 유지해주는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졸업을 뒤로 미루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려는 학생들도 크게 늘고 있다. 취업이 늦더라도 확실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고, 학생 신분이 유지되면 학교 주요 시설들을 더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졸업을 미루고 있는 것이 이들의 이유. 선배들의 이런 모습을 본 후배들도 졸업이 아직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문턱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덩달아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취업 체감온도는 -20℃
젊은 청년들이 이렇게 취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취업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월에는 일자리가 10만 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된 것을 비롯, 청년 실업률은 웬만한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8.2%까지 치솟았다. 특히 일자리 감소폭은 지난 2003년 9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으며 2008년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게 됐다. 또한 40대 이상의 취업자 수는 증가했지만, 30대 이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 8.2%는 지난 2006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됐으며, 실업률 역시 3.6%로 2007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한편 지난달 고용률은 57%로 2001년 2월 56%를 기록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은 무려 12만 7천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에서도 9만 4천 개의 일자리가 공중 분해됐다.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다 보니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5%나 증가해 취업대란이 이제 시작됐음에도 불구, 표면적인 수치로 크게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일단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구축과 인턴제 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방침도 세우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일자리 나누기’로 방향을 돌리는 분위기다. 재정부는 최근 일자리 관련 부처 1급 간부들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하는 기업에 대한 재정 및 세제지원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를 계속 진행하다 보면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빠져나가야 할 일원이 빠지지 않으면 청년층 취업난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보다 더 악화된다면 정부는 과연 어떻게 감당할까? 최악의 경우라고 생각하려 해도 국민들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인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전 세계가 현재 경제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그 흐름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재빠른 위기 극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가 더 중요한 이 시점에서 정부의 효과적인 해결책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졸업 후 3년이 넘도록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윤성민(30, 가명)씨는 “물론 나 자신도 취업에 대한 눈이 낮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직은 구직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설마 나 하나 가서 일할 자리 없겠는가”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한편 오랜 취업준비 끝에 모 기업에 입사한 이지아(28, 가명)씨는 “자기 자신을 믿고 작은 정보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자존심을 버리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취업대란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구직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도 많다. 살펴보면 대기업에 준하는 인사,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우량 중소 기업도 많다. 꼭 대기업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만 버리면 이씨처럼 의외로 취업문은 넓어질 수 있다. 정부의 조속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구직자들 역시 돌아보면 일할 곳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취업대란’이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구직자들의 높은 눈 역시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몇 번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고 쉽게 좌절하거나 조급해하는 구직자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아예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으로 취업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 선후배 등을 통한 취업 정보 습득 등도 중요하지만 직장체험 프로그램, 중소기업 현장체험활동 등 대학 대학 때부터 기업 현장 감각을 익힘으로써 장기적인 취업 준비를 서두르는 것 역시 취업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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