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가 칸딘스키는 “예술은 영혼을 향해 호소하는 언어다”고 말했듯 인간은 예술을 통해 낭만성과 이상성을 추구하려 한다. 그것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질적이고 원래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 김수익 화백

인간의 원초적 물음 던지는 상징적 의미 함축
최근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인본주의 작품세계를 추구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수익 화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평론가 신항섭 선생이 “김수익의 그림은 무엇보다도 시각적인 이해가 쉽다. 그의 조형언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이는 선묘(線描)방식의 형상언어가 주는 명료성 때문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김수익 화백은 그림을 통해 우리만이 갖고 있는 정서나 감정을 쉽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분석적인 시각이 필요 없는 순수한 한국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고, 향토적인 정서의 황소 그림이나 과일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가는 여인의 모습에서는 우리 민족의 애틋한 한이 느껴진다. 김 화백에게 있어 어떤 풍경이나 정물은 그 자체로서는 그다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인간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 보다 인간화된 자연으로서 되살아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는 다름 아닌 인간과 자연과의 내면적인 교감을 통해 비로소 가능한 세계이자 본질적으로 정감적인 교감의 세계다. 홍익대 미술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 화백의 작품들은 서양화 1세대들의 작품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향수를 내적 정서로 간직하고 있다. 그 당시의 ‘향수’란 나라와 언어를 상실한 피지배민족으로서의 아픔인 동시에 남북분단으로 인해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그 원천이다. 하지만 김 화백의 그림에는 그런 절절한 슬픔대신 아련한 그리움이라든가 따뜻함, 포근함이 더 짙게 깔려있다. 그가 그려내는 유년과 고향은 그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에 연유한 것이지만, 우리들 역시 공감할 수 있는 정서이기에 더욱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품 속의 밝고 따뜻한 이미지는 그가 애용하는 황갈색, 베이지색, 분홍색, 회색, 보라색 등의 색감에서 비롯된다. 또 그림 속에 등장하는 벌거벗은 아이들은 우리들의 초상화이며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들은 우리들의 누이이자 어머니의 모습인 것이다. 때문에 어머니의 사랑, 가족사랑, 이웃사랑, 동심 등을 테마로 삼고 있는 김 화백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인간의 원초적인 물음을 던지는 상징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미술평론가 故 이일 선생은 그러한 김수익 화백의 작품에 대해 “그의 작품은 대체로 인물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으나 그렇다고 엄격한 의미에서의 인물화 또는 초상화는 아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에는 항상 풍경, 아니면 정물이 곁들여져 있으며 또한 그 인물들(대개의 경우 여성)은 어떤 특정 인물이 아니라, 일종의 전형화(典型化)된 인간상, 그것도 한국적인 인간상들이다. 그리고 그의 인간상과 그 동반자로서의 풍경이나 정물이 서로 교감하며 하나가 되어 은밀한 정감의 세계를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족-사랑이야기

예술 통한 문화전도사 역할 수행
홍익미대, 경희대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 후 신인예술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에 등장한 김수익 화백은 이후 한국미술협회전, 기독교미술협회전, 아세아자유미전, 이형회전 등에서 수상하며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 16회의 개인전을 열었던 그는 일본과 미국, 프랑스, 캐나다, 중국 등지를 누비며 국내외에서 250여 회의 단체전 및 초대전에 출품할 정도로 화단의 거목으로 성장했다. 김 화백의 세계관과 인생관의 편린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은 특히 일본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미국 전람회장에서 미국 화가들의 철저한 직업의식에 감동받아 전업작가의 길을 갈 것을 다짐해 교수직을 내려놓고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를 창립한 뒤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 개최한 전람회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김 화백은 예술을 통한 문화전도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사회적 정서를 순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에 정신문화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을 접하고 배울 수 있는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는 중이다. 김 화백은 “문화행정 차원에서 화가들에 대한 사회적 위상을 정립하고 예술가로서의 권위를 회복하면서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