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아들’, ‘귀공자풍의 유학파 가수’에서 ‘70년대 원조 아이돌 스타’로 자리매김 되다

지금은 올드 팬들로부터 '70년대 원조 꽃미남 가수'로 일컬어지지만 가수 이현이 처음 등장하던 1970년에는 '장군의 아들'이자 '귀공자풍의 유학파 가수'로 비상한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동시에 당시 청소년들로부터는 '선망의 대상'이자 '우상의 존재'였다.

‘70년대 원조 아이돌 스타’로 스테이지와 스크린을 동시에 장악했던 엔터테이너 이현은 1970년 데뷔 첫 해, '내 사랑 지금 어디'와 '첫사랑의 왈츠'로 TBC 방송가요대상 남자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어 Engelbert Humperdink의 ‘텐 기타즈(Ten guitars)’를 번안한 ‘춤추는 첫사랑’이 공전의 히트, 팝가수로 전향하며 ‘즐거운 일요일’ ‘러브 스토리’ 등의 번안곡을 비롯해 ‘잊지마’, ‘똑같애’, ‘잘 있어요’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1974년 당시 KBS, MBC, TBC 등 3대 방송사 10대가수상을 모조리 휩쓸었다. 그가 40년 만에 돌아왔다. 이제금 무대로 다시 돌아와 팬들과 마주선 이현. 당시 팬이었던 소녀들의 '10대의 꿈'을 '중년문화의 저력'으로 이끄는 이현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첫 번 째.

글ㅣ박성서 (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사진ㅣ음상열 장성하 (사진작가)
 

70년대는 Off Line, 지금은 On Line시대-이현, 40년 만에 컴백하다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다. 개인 컴퓨터와 컴퓨터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컴퓨터 가족시대’다. 모든 정보와 자료는 공유화되어 시간과 장소, 공간을 초월해 사진을 보고 노래를 듣고 예전 방송이나 영화 등을 언제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심지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오프라인’이라고 부르듯 ‘온라인’이라는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그렇듯 70년대 ‘오빠부대’ 성격의 팬클럽이 지금은 온라인 팬카페가 중심이 되어 움직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게 노래다. 그리고 팬과 친구, 노래는 오래될수록 좋다, 는 내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익숙하고 친숙한 것에서 느끼는 편안함... 이랄까. 음반도 그렇다.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음반도 점차 희귀음반 & 명반 대열에 오른다. 숱한 수난을 겪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어느 나라나 예외 없이 자국의 음반들이 최고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자국민들의 시대별 정서를 담고 있음은 물론 자신들의 말을 노래에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온라인 세계에는 제약이 없다. 무한대다.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들, 물론 부작용도 많다. 가령 나처럼 옛날 자료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면 상황에 따라 때로 기피인물이 되기도 한다. 가령 여가수의 경우 타인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성형 전 모습을 재킷으로 한 음반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저런 자료가 쌓여 있는 내 사무실은 그래서 옛 가수들이 자신의 기록을 찾아 가장 와보고 싶은 곳인 동시에 제발 저 사람과 자료는 좀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불편한 존재이기도 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럴 것이다. 나 자신이 기억하기 싫은 내 자료를 누군가 가지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구글링(Googling)과 잊혀질 권리, 과연 당사자는 어떨까?

‘네트워크 속 네트워크’를 지향하며 모든 컴퓨터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한 인터넷은 검색 또한 쉽다. 이른바 ‘구글링(Googling)‘을 통하면 생각지도 않은 개인의 옛 자료들이 속수무책으로 쏟아져 나온다. 단지 기억하는 이의 기억 속에만 존재했던 것들이 이제는 생생한 기록의 형상으로 말이다. 누구나 쉽게, 언제든지 과거의 특정 사건이나 기사에 접근할 수 있고 이를 재활용할 수도 있다. 때문에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에서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에 대한 주장은 한편, 당연하다.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연예인의 경우 더욱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정보를 생산하는 것은 용이하나 이를 삭제·폐기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어찌됐건 ‘잊혀질 권리’의 입법화 움직임에는 개인적으로도 절대 찬성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결국 일을 만들었다. 어느 날 후배 하나가 ‘가수 이현이 발표한 노래들’을 녹음해달라며 찾아왔다. 모든 노래를 찾는다며 어떤 노래든 빼놓지 말아달라고 했다. 가수 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건네질 것이라고도 했다.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나도 한 번쯤은 그 작업이 필요했었는지도 모른다. 녹음을 하면서 새삼 이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알고 있던 이상으로 노래의 맥을 아는 가수다. 힘줄 때 힘을 주고, 올라갈 때 소리를 모으고... 매력적인 미성이기도 했다. 이 노래들의 주인공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대중음악을 연구하고 집대성하려는 내게 있어 ‘가수 이현’은 또 다른 과제이기도 했다.

때마침 사실 나는 ‘작곡가 박춘석 평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현은 박춘석 사단의 주요 멤버다. ‘어느 가수든 그와 손잡으면 스타가 된다.’라는 세간의 공식을 증명해줄 실제 사례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박춘석의 활동을 조명하는데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당시 나는 조선일보에 ‘박성서의 노래 속 Why?’ 칼럼을 연재하고 있었고 그밖에 몇 개의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제는 잊혀져버린 가수들의 발자취를 찾아내고 기록을 발굴해 조합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마치 내 삶의 목적인 양 매달렸다. 발품을 팔고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들을 글로 썼고 방송을 했다. 최종 목표는 단행본 출간으로 이미 최양숙, 금호동씨를 만나 인터뷰하고 손인호, 안다성씨는 물론 권혜경, 박재란씨를 추적, 기록했다. 남진, 나훈아씨는 물론 이미자씨 기록까지 모두 정리해두고 있었다. ‘가수 이현’은 남아있는 내 숙제 중 하나였다. 때문에 그의 기록을 찾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래서 언젠가는 가수 이현을 만나 ‘본인이 모르는 스스로의 이야기’라는 글을 정리해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 속에 잊어지고 묻혀버린 자료들... 그렇게 이현은 왔다.

이현, 그를 찾기 위해 내가 알아낸 것은 인터넷에서 부친의 타계 당시 기사가 전부였다. 2002년,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던 우리나라 군번 1번의 이형근장군의 타계 기사 중 부친의 장례식장을 그가 지키고 있다는 아주 짧은 기사.

▲ 우리나라 군번1번의 이형근장군과 이현. 말 그대로 ‘붕어빵’이다. 가수 이현이 처음 등장하던 1970년에는 '장군의 아들'이자 '귀공자 풍의 유학파 가수'로 비상한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 그의 본명은 이헌(李憲)이었고 ‘장군의 아들’이었다. 부친이 군번 1번이었다는 사실이 또렷이 각인되었다. 아울러 그는 이미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가수였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스스로 대중들로부터 이미 떠난 사람이었다. 각설하고,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는 이현은 어떤 가수였을까? 우선 생각나는 대로 그를 기억해본다.

그때까지 내가 가수 이현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은 아래 글에 담겨있다. 이 글을 소개한다. 이 글은 지난 2013년 10월 경, 문화관광부와 (사)한국음반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대한민국 대중음악 아카이브(archive) 작업'에 가수들의 프로필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작성했던 프로필 위주의 간략한 글이다. 당시 글 중 일부 오류도 있었다. 이 글을 지금 시점에 다시 소개하기 때문에 잘못 기술된 부분을 일부 수정했음을 우선 밝힌다.

아울러 이 글은 내가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 ‘바람새 친구들(http://cafe.daum.net/winbird)’에 올렸었고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의하면 현재까지 ‘가수 이현에 관해 가장 많이 읽은 글’로 집계되어 있다. 글 제목은 '잘 있어요, 춤추는 첫사랑의 가수 이현 프로파일(Pro_file), 그 짧막한 메모’다.

'잘 있어요', '춤추는 첫사랑'의 가수 이현 프로파일(Pro_file), 그 짧막한 메모

지금은 올드 팬들로부터 '70년대 원조 꽃미남 가수'로 일컬어지지만 가수 이현이 처음 등장하던 1970년에는 '장군의 아들'이자 '귀공자 풍의 유학파 가수'로 비상한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동시에 당시 청소년들로부터는 '선망의 대상'이자 '우상의 존재'였다.

본명 이헌.
대한민국 군군의 상징, ‘군번 1번(10001)’인 부친 이형근 장군은 1962년 주 영국 대사관 대사로 부임하며 이현 또한 영국에서 유학시절을 보낸다.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다. 그리고 부친과 경기고 선후배 사이이자 당시 최고의 히트메이커인 작곡가 박춘석과 손잡고 70년 4월, 데뷔음반 '내 사랑 지금 어디'를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한다.

1970년 데뷔 첫 해, '내 사랑 지금 어디'와 '첫사랑의 왈츠'로 TBC 방송가요대상 남자신인상을 수상하는 이현은 이듬해인 1971년 2월에 발표하는 '이별이 주고 간 슬픔'으로 그 해 5월, 일간스포츠 '가요베스트 20'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단숨에 톱스타 대열에 합류한다. 아울러 외모가 출중한 그는 스크린에도 진출, 김영걸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청춘’에 출연. 하이틴 스타로 발돋움한다. 그의 히트곡 ‘이별이 주고 간 슬픔’도 이 영화에 삽입되었다. 아울러 이 무렵 옴니버스 음반 '러브 스토리'를 통해 발표하는 '춤추는 첫사랑(Ten Guitars의 번안곡, 지명길 작사, 홍현걸 편곡)'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 이를 계기로 트로트 가수 이미지에서 벗어나 팝가수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참고로 1971년 6월 25일부터 3일간 시민회관에서 열린 '팝과 포크의 베스트 히트 플레이어쇼’에서 이현은 팝가수를 대표해 무대에 오른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이 무대를 장식한 포크 가수는 서유석, 쉐그린, 라나에로스포, 팝 가수는 이현, 장미리 등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팬 층도 급격히 10대 위주로 확산되자 작곡가 박춘석 역시 이어 발표하는 '슬픈 행복(1971년)'을 타이틀로 한 음반에서 이 노래들을 포함해 '마음은 집시', '고향의 푸른 잔디'까지 직접 편곡해 수록하기에 이른다. 때를 같이해 청소년들 사이에 불기 시작한 '이현 신드롬'은 스크린으로 까지 이어져 영화 '아름다운 청춘(1971년, 김영걸 감독)'에 이어 출연하는 작품마다 10대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어느새 각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마다 빠지면 안 되는 스타로 부상함과 동시에 1971년 동아방송 개국 8돌 인기가수퍼레이드, MBC 개국 10주년 올스타 쇼에 이어 1972년 동아방송 개국 9주년 기념공연까지 주요 행사무대에 올라 인기를 증명해보였다. 1972년과 1973년에 들어서면서 더욱 거침없는 질주는 계속된다. 이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무려 7장의 독집음반을 발표한 것, 아울러 1973년 MBC 10대가수상까지 수상한다.

이때 발표한 독집음반들을 살펴보자면, '모래집/인형의 사랑(1972년)', '먼 여로(1972년)', '임은 어디에/타향등(1972년)'을 비롯해 지구에서 오아시스로 전속을 옮겨 발표하는 '오아시스 전속기념음반/잊지마(1973년)', '잘 있어요/애원(1973년)', '내 너를 만나서(1973년)' 등이다. 이 노래들의 인기가 채 식기도 전인 74년, '똑같애', '불타는 사랑', '불량소년', '라라라', '너를'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당시 3대 방송사인 KBS, MBC, TBC가 시상하는 10대가수상을 모조리 휩쓴다. 보다 상세히 소개하자면, 1974년, 그 해 9월에 열린 '제10회 TBC 방송가요대상'을 시작으로 12월 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MBC 10대가수상', 같은 달 28일 'TBC-TV 7대 가수상' 수상에 이어 12월 30일에 열린 '제3회 KBS 연예대상 남녀10대가수상'까지 모조리 거머쥔 것. 또한 영화배우로써, 하이틴 스타로써 그는 '겹치기 출연'까지 해야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세 편의 영화를 동시에 촬영하고 있다는 보도도 눈에 띌 정도.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스크린 데뷔작인 ‘아름다운 청춘(1971년, 김영걸 감독)’을 시작으로 '별난 장군(1972년, 변장호 감독)', '청춘교사(1972년, 김기덕 감독)', '뜨거운 영광(1973년, 편거영 감독)', '방년 18세(1973년, 이원세 감독)', '처녀시절(1973년, 이성구 감독)' 등 주로 하이틴 물. 각각의 상대역 또한 당시 인기정상의 하이틴 스타들인 임예진, 안인숙, 이영옥, 서미경, 주미 등과 호흡을 맞췄다.

아울러 당시 '문화영화'라는 이름으로 제작되었던 '강산에 노래 싣고 웃음 싣고(1972년)', '웃고 노래하는 팔도유람(1973년)', '노래 실은 금수강산(1974년)' 등등에 출연하는 등, 거리에는 온통 그의 사진이 실린 영화포스터가 나붙었고 라디오와 TV에서는 연일 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거침없이 인기가도를 질주하며 전성기를 구가, 스테이지와 스크린을 동시에 장악하던 1975년. 그러나 '누구일까/언약' 음반을 마지막으로 모든 활동을 접고 지금까지도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수 이현.

이로부터 40년 쯤 시간이 흐른 뒤인 지난 2013년 10월, 우연히 함께 들른 속초의 한 횟집.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긴 '그 이' 임에도 한눈에 알아본 아주머니들이 주위에 몰려들어 기념사진을 찍자며 휴대폰을 들이댔다. 40여 년 전 10대 소녀 팬들이 바로 자신들이었다며... 필자가 놀란 건 이미 어슴프레해졌을 40년 전 기억을 눈앞에서 찾아낸 이들의 '눈썰미'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먼저, 지금도 금세 알아챌 정도로 '예전 그대로의 동안(童顔)'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주위에서 자꾸만 컴백을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같은 세대가 된 올드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돌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게 아니겠느냐...며. -2013년 10월.(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