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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 민주화 주춧돌 놓나
막 내린 ‘무바라크 30년 철권통치’
2011년 03월 03일 (목) 08:28:38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8일간 계속된 역사적인 시민혁명의 힘에 굴복해 결국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것은 이집트와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지형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사퇴한 이후 무바라크의 은닉 재산이 이집트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2월 10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권력을 넘겨주되 오는 9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 100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운집하는 등 민주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퇴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1981년 10월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이 이슬람주의자 장교가 쏜 총탄에 암살되자 부통령으로서 권력을 승계한 뒤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했다. 무바라크의 퇴진 소식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각국 정상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고, 이스라엘은 이집트와의 평화적인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권 퇴진 바람으로 흔들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 예멘, 알제리 등으로 번진 정권 퇴진 바람에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이 흔들리고 있다. 장기 독재정권에 대한 염증이 주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물가와 실업난 등에 따른 민심이반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치솟는 식품 가격과 가중되는 인플레이션 압박, 이로 인한 재정적자는 비단 이들 지역뿐 아니라 사회 안전망이 미비된 개발도상국 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1월 세계 식품가격지수는 전달보다 3.4% 오른 231포인트로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1990년 지수 산정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지수는 55개 식품가격 변동 추이를 분석해 산출한다. 압돌레자 압바시안 FAO 이코노미스트는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품가격지수가 급등했다”며 “식품가격 급등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저소득 국가와 가구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조셋 시런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최근 중동 지역 전반의 사회 불안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치솟는 식량가격에 대한 분노와 식량 확보에 대한 우려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WFP는 최근 식량가격이 이집트와 아이티 등 12개국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던 지난 2008년 수준까지 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WFP는 “식량 공급의 변동성과 불안이 확대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이는 전 세계에 매우 심각한 문제로 모두가 식량의 안정적 공급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WFP는 특히 “식량 비축률이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준으로 낮아졌고 이에 따라 식량 문제에서 안정과 혼돈 사이의 간격이 매우 얇아졌다”며 “시장의 변동성이 거리의 불안정성으로 빠르게 옮겨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 2월 1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식량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저소득국가에 잠재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품가격 상승은 전체 지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전체 인구 가운데 절대 빈곤층이 많은 개발도상국일수록 타격이 심하다. 특히 비산유국으로 재정이 탄탄하지 못하고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이집트 인근 국가들이 취약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집트 인근 국가들은 물가 부담에 따른 사회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각종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요르단 정부는 공무원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한편 쌀과 설탕 등 주요 식품과 연료에 총 1억25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알제리와 리비아는 식료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인하하거나 식품 가격을 낮추는 조치를 단행했다. 시리아 정부는 에너지 보조금 삭감 계획을 뒤집고 공무원들의 난방유 수당을 72% 인상하기로 했다. 이미 대규모 식품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모로코 정부는 일반 국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식품가격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집트는 전체 인구 8000만명 가운데 1420만명에게 빵을 구입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이 보조금 폐지 계획을 보류했다. 석유 부국인 쿠웨이트조차 국민들의 물가 상승 압박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 3월까지 일정량의 식료품을 무상 배급해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각종 보조금 지급 대책이 미봉책일 뿐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을 악화시켜 사회 불안을 더욱 조장할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일 달러로 비교적 재정에 여유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바레인 등 산유국과 달리 비산유국들은 보조금을 늘리려면 외부에서 빚을 내야 하고 이는 대규모 재정적자로 이어진다. 이미 비산유국 중동 국가들의 재정적자는 심각한 상황이다. 레바논은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1%를 넘어설 것으로 우려되며 요르단도 7%를 웃돌 전망이다. 예멘과 모로코도 재정적자 비율이 GDP의 4.8%와 5.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집트 정부는 결국 연료와 식품에 대한 보조금을 늘려 빈곤 문제를 완화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공공부문 적자에 상당히 부정적이며 이집트는 재정 악화에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S&P를 비롯해 피치와 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사는 최근 이집트의 국가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비산유국들의 재정지출 확대는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켜 평화적인 정치개혁의 필수 조건인 경제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다. 결국 사회 불만을 무마하려 보조금을 늘릴수록 경제사회적 충격에 취약해지는 딜레마를 안게 된다. 소시에테 제너럴의 이머징마켓 전략 대표인 브느와 안느는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은 단기적인 해법일 뿐 장기적으로는 정권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독이 된다”며 “하지만 현재 중동 지도자들은 일단 살고 봐야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지적했다.
   

30년간 이집트 통치해온 무바라크 전 대통령 하야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하야로 국가 운영을 넘겨받은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는 2월 12일(현지시각) 권력의 민정이양과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 준수를 약속했다. 18일간 반정부 시위를 통해 무바라크를 몰아낸 시위대는 이틀째 거리에서 성공을 자축하면서 군에 국가 개혁 방안을 내놓을 것을 압박했다. 하지만 시위대 중 일부는 텐트를 접고 귀가한 반면, 일부는 군부가 만족할 만한 민주화 개혁 조치를 내놓을 때까지 시위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시위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군 최고위 대변인은 이날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과 국제사회와 맺은 모든 협정을 지킬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현 정부와 주지사들이 계속 일을 할 것”이라며 현 이집트 정부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선거에 의한 새 민간 정부 선출을 위한 평화적 권력 이양을 관장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직접 통치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요구대로 선거 전까지 과도 정부 체제로 가기 위해 현 의회와 정부를 해산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집트군은 이어 “이집트가 국제사회와 맺은 모든 협정을 준수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을 계속 지키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군부의 민정 이양과 국제 협정 준수 약속에 대해 즉각 환영 의사를 표하고 지원을 다짐했다. 그는 이날 영국 총리, 요르단 국왕, 터키 총리 등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집트 국민의 노력을 치하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집트군 당국의 발표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재정적 지원을 포함, 이집트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오랫동안 지속된 이스라엘-이집트 간 평화 협정은 양국관계에도 큰 기여를 했으며,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춧돌이었다”면서 협정을 준수하겠다는 이집트군의 발표를 환영했다. 이집트 군부는 또 야간통행금지 단축, 타흐리르 광장 통제 완화, 무바라크 정권의 과오에 대한 조사 준비 등 일상 회복을 위한 조치를 잇달아 취했다. 야간 통행금지 시간은 종전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에서 이 날짜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로 4시간 단축됐다. 또 군은 이날 타흐리르 광장으로 진입하는 도로와 국립박물관 주변 등에 설치돼 있던 바리케이드 일부를 철거하고 시위 중 불탄 자동차 잔해 등을 치우는 등 일부 시위대와 함께 광장 청소작업을 벌였다. 일반 시민들에 대한 규제는 완화된 반면 무바라크 정권의 과오에 책임이 있는 전·현직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해외여행 규제 조치가 내려졌다. 이집트 검찰총장은 아흐메드 나지프 전 총리와 하비브 엘-애들리 전 내무장관, 아나스 엘-피키 전 정보부 장관 등 전직 관료 3명에 대해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아흐메드 마그라비, 라시드 모하메드 라시드, 주헤이르 가라나 등 전직 장관 3명과 집권당 인사였던 아흐메드 에즈의 자산을 동결할 것을 유럽 국가에 요청했다고 국영 통신사가 전했다. 시위대 중 일부는 텐트를 접고 귀가했지만, 일부는 권력을 넘겨받은 군부가 만족할 만한 후속 조치를 발표할 때까지 광장에 더 머무르겠다고 밝혔다. 몇몇 청년단체로 구성된 청년조직 연합은 시위 캠프를 철거하는 한편 개혁 조치를 계속 압박하기 위해 금요일마다 대규모 시위를 열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비상조치법 해체, 군 대표와 2명의 위임 인사로 구성된 대통령선거 위원회 구성, 국회 해산, 통합 정부 및 헌법 개정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시위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가 시작된 지난 1월 25일부터 광장을 지켰다고 밝힌 경비원 고마 압델-마쿠소우드는 “사람들이 이렇게 행복에 겨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내가 뭘 더 원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교수인 나달 사크르는 “군부가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분명한 약속을 할 때까지 시위대는 계속 광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까지 시민들의 혁명으로 독재정권이 물러나면서 알제리, 모로코, 리비아,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 주변 국가에선 연일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집트 시위의 핵은 15인 엘리트 결사대
이집트 시위대의 핵은 모두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한 1981년 전후에 태어났다. 카이로대 등 이집트 최고 학부에서 학위를 취득한 엘리트들로서 대부분 전문직인 의사나 변호사 컴퓨터엔지니어이다. 30년간 이어진 독재 속에서 경찰의 폭력과 야만을 경험했고 몇몇은 거듭된 체포와 고문도 겪어냈다. 체포와 납치의 위험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고 시위 소식을 알릴 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든 지난 2월 9일부터 반정부시위 사태 초기부터 비밀리에 시위 계획을 세우고 시위대를 조직하며 경찰을 따돌려 온 그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인터넷과 기민함,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15인의 엘리트 결사대가 반정부시위를 떠받쳐 온 숨은 배후라고 전했다. 최근 정보요원들에게 납치됐다 풀려난 뒤 얼굴이 알려진 와엘 고님 구글 중동·아프리카지역 마케팅담당 이사(31)도 그중 한 명이다. 이들 결사대원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각자의 종교와 정치적 이념이 있지만 자유주의 사회주의 무슬림형제단 등 반정부시위에 참여한 모든 정파와 구분 없이 교류한다. 정신과 의사인 샐리 무어 박사(32)는 이집트 기독교 분파인 콥트 기독교도이며 스스로 사회주의 여성주의자임을 밝힌 아일랜드계 이집트 여성이다. 그는 “나는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고 그들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평가는 냉정하다. 그는 “그들은 매우 잘 조직돼 있고 합법 정당을 원하지만 그들은 (정당을 가져도) 10% 이상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 소속인 이슬람 로트피 변호사는 군소 좌파 정당과 교류한다. 조직과 이념에 대한 지지를 넓히기 위해서다. 자이드 엘 일레미 변호사(30)는 공산주의자이며 4차례 투옥과 고문을 겪어 팔다리가 여러 번 부러졌다. 반정부시위가 시작되면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돕고 있다. 이들은 뛰어난 기지와 민첩함, 조직력으로 시위 첫날 경찰을 따돌렸다. 카이로 중심부의 한 모스크(회교성원)에 시위 군중을 모을 것처럼 경찰에 허위 정보를 흘린 뒤 정작 시위대를 인근 빈민가에 모이게 했다. 특히 일레미 변호사는 지난 1월 28일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면서 그 전날 밤 몇몇 친구와 빈민가의 좁은 골목에서 어떻게 하면 신속하게 사람들을 이동시키고 광장으로 모을 수 있는지 ‘예행연습’을 했다. 실제 빈민들에게 다가가 시위 참여를 권할 때에는 ‘정치와 이념’을 강변하기보단 ‘빵과 일자리’ 탓에 겪는 그들의 설움을 먼저 물었다. 무어 박사는 시위대가 타흐리르 광장을 점거한 뒤 광장 7곳에 응급의료센터를 열었다. 15인 결사대는 기존 야권 세력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로트피 변호사는 “그들(야당 원로들)은 무바라크 체제의 일부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언제고 그들을 길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적으로는 개인차를 존중한다. 로트피 변호사는 “이슬람은 음주를 금하지만 나는 그것이 개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이집트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대로 된 체제를 갖춘 정부라면 원숭이가 대통령이 되어도 난 괜찮다”고 답했다.
   
▲ 지난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8일간 계속된 역사적인 시민혁명의 힘에 굴복해 결국 권좌에서 물러났다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무바라크 은닉재산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사퇴한 이후 무바라크의 은닉 재산이 이집트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할 조짐이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넷판에서 무바라크의 은닉 재산은 7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소문이 널리 퍼진 가운데 미국 관리들은 무바라크 가족의 재산은 20억∼30억 달러로 추산했다. 무바라크 일가족은 재산을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은행에 감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빼돌린 것도 문제지만 이집트 국민들의 관심사는 재산 형성 과정이다. 특히 무바라크의 아들 가말이 재산을 모은 수법에 주목하고 있다. 가말은 이집트 최대 투자 은행인 EFG-헤르메스와 손잡고 석유, 철강, 시멘트, 곡물, 육우 등의 거래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떼돈을 벌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은행 측은 "가말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정치적 특혜를 받은 적 없다"고 천명했고 가말 역시 정치적 영향력을 앞세워 검은 돈을 벌어들인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특히 무바라크에 맞선 야권은 1990년대에 무바라크가 추진한 주요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을 의심쩍게 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민영화 과정에서 무바라크 일가족과 권력층 일가는 국유재산을 헐값에 불하받거나 싼 이자로 은행 융자를 받는가 하면 쉽게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에 손을 대는 등 이권을 챙겼다는 것이다. 카이로 아메리카대학 정치경제학과 사메르 솔리만 교수는 “정부 재정을 횡령하는 (수준 낮은) 수법이 아니라 공공 자산을 개인화하는 방법으로 축재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무바라크의 사돈(둘째 아들 알라의 장인)인 마그디 라세키는 카이로 외곽 사막 지역에 인구 50만명 규모의 신도시 건설을 맡은 부동산개발회사 회장을 맡고 있고 신도시 개발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프린스턴 대학의 아마네이 자말 교수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기 구입을 비롯한 정부 조달 부문에서 많은 부정부패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외국 기업이 이집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도 떡고물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이 이집트에 지사를 세우면 지분 51%를 이집트 현지인이 갖게끔 되어 있는데 이런 지분이 상당수 무바라크의 두 아들 가말과 알리에게 돌아갔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의 ‘변화를 위한 국민연합(NAC)’은 “무바라크 일가뿐 아니라 장관 가족들의 모든 재산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바라크 일가족의 은닉 재산을 찾아내고 재산 형성 과정을 밝혀내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각국에 숨겨 놓은 금융, 부동산 자산은 이집트 정부와 해당 국가 정부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포스트 무바라크’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된 군사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고, 다른 나라 정부나 금융기관도 흔쾌하게 협조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영국 더럼대학 중동학과 크리스토퍼 데이비슨 교수는 “무바라크가 부정축재 혐의로 법정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독재 정권에서 이제 고작 한 사람만 축출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의외로 검소하게 생활해왔다면서 무바라크 자신은 은닉 재산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는 미국 외교관의 말을 전했다.

이슬람 지역 전체
   
▲ 지난 2월 11일 반정부 시위대가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호스니 마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소식을 듣고 축하하고 있다
로 민주화 운동 번져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까지 시민들의 혁명으로 독재정권이 물러나면서 이슬람 지역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알제리, 모로코, 리비아,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 주변 국가에선 연일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월 12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선 2000명의 시위대가 12년간 독재 정치를 펴고 있는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1999년 대통령에 당선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3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부정부패로 국민들의 신망을 잃어 권좌를 위협받고 있다. 알제리 정부는 2월 12일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3만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한 시위 현장 봉쇄, 인터넷 차단 등을 통해 시위 참가를 막았다. 시위를 주도한 알제리 야권은 지난 2월 19일에도 다시 한번 반정부 집회를 시작해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2월 13일 예멘에서도 4000여 명의 시위대가 수도 사나에서 34년째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등 반정부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이 중심이 된 시위대는 사나 시내를 행진하며 살레 대통령 사진을 찢고 “무바라크 다음은 알리의 차례”라는 구호를 외치며 1월부터 계속돼온 반정부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수단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으며 2월 14일엔 바레인과 이란에서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모로코, 리비아, 시리아, 요르단, 쿠웨이트 등도 연일 계속된 반정부 시위로 국가가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집트와 튀니지 혁명 성공에 고무돼 잇달아 반정부 시위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가 현재 처한 상황 및 형편이 모두 달라 튀니지, 이집트와 같은 성공적 시민혁명에 이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르단의 경우 시위대가 압둘라 2세 국왕에게 ‘개혁’을 요구하지만 ‘국왕 퇴위’를 요구하진 않고 있어 반정부 시위가 대규모 혁명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41년째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는 리비아도 산발적 시위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국가의 중앙집권과 통제가 워낙 강해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잇따른 시위로 중동 내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와 함께 대표적인 친미 정부로 알려져 있어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이 교체될 경우 미국은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대부분 상실할 우려에 처해 있다. NM
   
▲ 지난 1월부터 30년간 독재를 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사진은 반정부 시위자들이 2월 4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금요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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