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신년맞이

▲ 한울북춤연구원장 황보 영

근하신년(謹賀新年)하시고 2016년 새해의 보석을 희망차게 맞이합시다. 새해 병신년(丙申年)은 원숭이띠 입니다. 붉은 원숭이는 에너지와 재주가 합해진 도약을 의미합니다. 2016년에는 모두 활기찬 에너지로 재주를 한껏 발휘하는 해가 되시기를 빕니다.

우리는 산과 바다, 강과 개울, 들과 주변 환경을 이웃 사람들과 함께 이용하며 삽니다. 이런 ‘함께’ 어우러지는 삶 속에서 공동체 정신이 만들어지고, IT(정보기술) 시대에도 남녀노소(男女老小)가 어우러지는 문화가 살아 숨쉬어야 합니다. 그래야 단군정신을 그대로 전승하는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보여줄 수 있고, 전 세계인이 보고 가장 보고 싶은 보석, 전통문화의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컴퓨터를 개발하지 않았어도 제일 많이 사용하고, 그 기술을 응용해서 최고의 IT 국가로서 전 국민이 스마트한 생활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여전히 타인에 대한 배려나 봉사정신은 선진국이라고 하기엔 미흡하다고 여겨집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가장 많이 보는 외지인은 엿장수와 개장수, 회충약 장수가 대표적이었는데, 그 중에서 엿장수가 최고로 멋져 보였고 지개를 지고 다니는 엿장수 뒤를 따라 다니면 동네에서 한 친구 정도는 엿을 사거나 풍선을 사고, 돌 사탕을 산 경우는 돌아가며 한 번씩 빨아먹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풍선을 샀을 때는 그 풍선으로 동네 친구들과 하늘높이 치고 놀았고, 내 앞에 왔을 때 잘못하여 땅에 떨어지고 가시에 찔려 터지면 수일 동안 왕따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지고 어머니는 뜨는 사회
이렇게 놀든 내가 벌써 60대 중반에서 IT 세상을 바라보니 직장이나 가정에는 아버지가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들이고 딸이고 다들 엄마만큼 고생한 사람이 없다며 ‘우리 엄마, 우리 엄마’ 합니다. 그동안 아버지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까?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느라 묵묵히 집안에 울타리가 되어주고 이른 새벽에 일터로 나가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윗사람 눈치를 보고, 아랫사람에게 치밀리면서 오로지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같은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는 일에 일신을 다 바쳐오지 않으셨습니까?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마냥 흐뭇하고, 여우같은 마누라 곱게 치장시키는 재미에 내 한 몸 부서지는 것은 생각 않고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아오지 않으셨나요? 예전엔 그래도 월급날이 되면 돈 봉투라도 내밀며 마누라 앞에 내놓으며 폼 잡고 위세를 떨 수 있었건만, 이젠 그나마 통장으로 깡그리 입금되니 죽자고 일만 했지 돈은 구경도 못해보고 마누라에게 받는 용돈이 부족해서 갖은 애교를 떨며 삽니다. 세탁기에 밸밸 꼬인 빨래를 꺼내 줄에 너는 일도, 청소기 돌리는 일도, 애들 씻기는 일도. 분리수거하는 날에 맞춰 밖에 내놓는 일도 다 아버지, 당신의 몫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가장으로써 열심히 살았지만, 결혼을 하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돈도 시간도 투자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처럼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옷을 사치스럽게 사 입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일터만 오가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집만 지키는 아버지가 되면, 어머닌 ‘삼식’이라며 힘들어 하고, 자식들은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여행이라도 다니라고 합니다. 여행이나 노는 것도 젊어서 해봤어야 익숙한 것인데, 집을 나오면 갈 곳도 없어 공원만 어슬렁거리게 됩니다. 마누라 눈칫밥이지만 주는 밥 먹고 집에 있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합니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하지만 마음이 아픕니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여! 이제라도 당신 자신을 위해서 삽시다.

새해의 보석, 전통문화를 노래하자
그러니 새해는 멋진 계획과 희망을 가지고 준비합시다. 우리의 생활민속예술을 가슴속에서 끄집어냅시다. 5~60년 전 농사를 지을 때는 정말 힘들고 배고팠으나 서로 의지하고 함께 울고 웃으며 연말연시가 되면 마을마다 풍장소리에 어울려 나와 각자 재주에 맡게 구성하여 열흘 정도 연습을 마치고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마을 공동기금 조성과 1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약간의 섭섭했던 감정과 마음을 풀었고, 집집마다 돌며 개인의 사정에 따라 축원금을 돈과 쌀 등으로 내놓았습니다. 부자(富者)집에서는 귀한 음식과 술을 내놓고 덕담과 고마움으로 흥겹고 명분있는 축제 정서를 키웠습니다. 크고 중요한 역할은 마을에서 가장 덕망있는 해결사가 포수역할을 하며, 공동기금을 받아내기 위해 광대가 되어 웃음과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계획한 금액이 나올 때까지 놀음이 날밤을 새기도 한 기억이 납니다.

이런 세시풍속 놀음이 이제는 많이 변했습니다. 정월대보름 때 간혹 제례시장 주변에서 지신밝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개성이 강한 분이 한 분이라도 있으면 신바람은 사라지고 경찰에 신고해서 생활민속예술을 점점 암석으로 변하게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 축제 때 간혹 풍물놀이를 할 때는 기관장들께서 우리문화에 대한 배려가 좀 더 있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행사가 10시에 시작하면 간혹 풍장놀음을 오프닝으로 할 때가 있는데, 정말 우리 문화를 아끼는 마음만큼 공연을 끝까지 지켜봐주면 참 좋겠습니다. 무대에 공연을 시켜놓고 도중에 시간이 없다고 내려오라고 하면 공연자들은 무시당한 느낌을 받아 얼굴이 일그러지게 마련입니다.

우리 생활민속예술을 우리가 가치를 낮춘다면 누가 좋아 해줄 것이며, 뿌리가 없는 민족이 되면 아무리 좋은 문화가 있다고 해도 외국에서 대중문화문화를 보기 위해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관광객은 없을 것입니다. 기관장이기 때문에 정말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겠지만, 조금만 더 일찍 오셔서 같이 관람하시고, 공연 도중에 풍장놀음이 잘리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합니다. 풍장놀음 오프닝에 함께 박수치고 어울리면 행사는 훨씬 빛날 것이고, 우리 전통문화의 위상도 높아지면서 지역민이 바라보는 기관장의 인격과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풍장놀음은 전통적으로 섣달과 정월달에 많이 해왔으며, 이런 전통이 있기에 우리 국민은 모두 가무악(歌舞樂)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압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경기’ 때 전 세계인 앞에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며 증명한바 있으며, 그 환경을 즐기기 위해 유럽과 선진국에서 예정에 없는 시간을 내어 비행기 타고 오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미국이나 유럽 우리 한인 교포식당에 몰려드는 모습을 TV로 보았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하나가 되어 우리 모두가 즐기면 그것이 흥이 되고, 그 흥은 우리민족 집단무의식에서 나오는 아주 특별한 힘이 됩니다. 그러한 힘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전통생활속에 쌓여온 것입니다.

하나로 시작하는 전통문화를 체험하자
모든 것이 하나부터 시작하기에 하나는 처음이며 꼭짓점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시작이 하나요 죽음으로 돌아가기 전에 둘이 되고 셋이 되면서 계속 발전하지만 죽을 때는 동무도 없고 함께 갈 수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하나가 이처럼 중요한데 나도 가끔은 ‘이번 한 번만, 나 하나면 어떨까?’ 하는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일 때가 많습니다. 새해부터는 우리가 배려하는 문화, 함께하는 축제 속에 능동적으로 적극 참여하는 전통 마당문화를 보석으로 가공해 봅시다. 우리나라에서 크고 작은 축제가 1년에 1,000여 차례나 각 지역 행사로 이루어집니다. 애써 찾지 않아도 풍장소리와 앰프소리 들리는 지역 축제 때는 멀리 가지 말고 우리지역의 축제를 즐기는 생활을 해봅시다. 사람을 모으고 지역을 특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함께하는 공동의식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경제요 일자리가 되고, 생활이 윤택해지면 힘이 생기며 즐거움이 시작됩니다.

우리 국민이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고 해서 스마트하게 산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속에 전 세계의 정보가 태산처럼 들어있지만 생활에 도움되는 정보가 아니면 이제는 조금은 멀리 하도록 합시다. 스마트폰 속의 정보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직장과 가정의 일, 부모와 자녀의 대화시간들이 스마트 폰의 정보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일과 중이나 대화 시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꺼두거나 시간제한을 둡시다. 대한민국이 글로벌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생활이 필요합니다. 손에 든 스마트폰 속의 정보보다 서로 어울려 손뼉 치는 짝짜꿍부터 해봅시다. 지역에서 함께하는 것들이 문화가 되고,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들어 체험하는 생활민속문화를 만들어냅시다. 우리의 보석, 생활민속문화를 다시 가공해냅시다. 우리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냅시다! 만들어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