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을 대신해 척척 수술을 진행하는 로봇은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 속의 얘기가 아니다. 첨단과학 기술과 접목해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수술이 이용되고 있다.

황인상 기자 his@

전세계 수술로봇 시장은 2012년 31억달러(한화 약 3조7800억원)에서 2019년 199억5000만달러(약 23조57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병원에서는 최초로 다빈치 로봇 수술시스템을 도입한 세브란스병원의 최영득 교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최초 ‘로봇 싱글사이트 담당절제술’ 시행

▲ 최영득 교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장인 최영득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 정·관계 유명 인사들의 진료 및 수술을 집도한 국내 전립선암 수술의 대가로 평가받는다. 현재 로봇수술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장, 세브란스 비뇨기암크리닉 팀장, 로봇내시경수술센터장, 세브란스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부장 등을 역임하고 있는 그는 최근 전립선암 로봇 수술 누적 2200례를 기록해 ‘로봇수술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다빈치 수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후 세브란스 병원은 10여개 질환 분야에서 연간 1800여 건의 수술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봇 싱글사이트(단일공) 수술’을 시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720도로 연속 회전이 가능한 로봇 손은 그동안 수많은 암 환자들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이에 국내 환자뿐만 아니라 중동 및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진료를 받으러 오는 외국인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영득 교수는 “예전엔 전립선암에 개복수술을 많이 했지만 최근 로봇수술기가 도입되면서 수술이 훨씬 간편하고 안전해졌다”면서 “로봇수술은 10배 이상 확대된 입체영상을 보면서 조정하기 때문에 핏줄과 신경을 피해가고 암 부위는 더 자르고 암이 없는 남길 수 있는 부위는 남기는 초정밀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복수술에 비해 로봇수술은 수술 후 통증이 덜하고 회복기간이 짧다는 장점 때문에 로봇수술을 선호하는 환자들도 증가하면서 현재 95% 이상의 전립선 수술이 로봇 수술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6월에는 국내에서는 최초이자, 아시아에서는 홍콩에 이어 세브란스병원이 두 번째로 국제 로봇수술 트레이닝센터를 설립해 주목을 받았다. 국제 로봇수술 트레이닝센터는 설립 이후 전 세계 의사들을 대상으로 로봇 시스템의 사용법과 수술기술을 익힐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 연수를 시작한 이후 2014년 현재까지 33개국에서 1042명의 의료진이 교육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도 위상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다빈치 Xi 이용한 표준 수술법 정립 연구

▲ 전립선암 로봇 수술 누적 2200례를 기록해 ‘로봇수술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최영득 교수.

처음에는 전립선암과 담낭절제술 등 비뇨기과 영역에서 사용되었던 로봇 다빈치는 현재 갑상선, 위암, 직장암, 폐암 등의 다양한 암 수술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산부인과까지 확대돼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의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이에 2013년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일병원 로봇수술 1만 건을 돌파한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아시아 최초로 ‘다빈치 Xi’(da Vinci Xi Surgical System)를 이용한 표준 수술법 정립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빈치 Xi는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사가 최근 출시한 새로운 로봇수술 플랫폼으로, 기존 Si모델에 비해 더 정교하고 신속한 수술이 가능해진 것이 특징이다.

현재 세브란스 병원은 40여 명의 의사들이 ▲전립선암 ▲위암 ▲대장암 ▲간암 ▲담도암 ▲방광암 ▲갑상선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두경부암 ▲식도암 ▲폐암 등 주요 암 수술에 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세브란스 병원은 단일기관으로는 가장 많은 수술용 로봇 5대와 트레이닝용 로봇 3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견학 및 실제 동물실험을 통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본, 대만 등 국내외 의료진들이 로봇 수술을 경험할 수 있는 로봇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해 우리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에서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수술로봇(다빈치 S, SI, XI)이 모두 있는 곳은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최영득 교수는 “세브란스 로봇수술센터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Xi 표준 수술법 연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면서 “다빈치 Xi를 이용한 표준 수술법 정립 연구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법을 정립하고 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침습수술 영역 확장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