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감성의 닫힌 문을 열어 치유할 수 있는 문화적 치료제로서 사회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그리는 대상의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좇는 방법만으로는 작가로서의 삶의 희망, 꿈과 사랑, 고뇌와 좌절 등의 일상이 얽힌 내면세계의 표현을 작품에 투영시키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 홍은앙 작가에게 있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또 하나의 긴 여정이었다

작가 홍은앙씨는 공간과 형상의 절묘한 조화, 풍부한 색채감, 유니크한 작품구성력으로 화단 내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평론가들은 그가 천경자 화백의 뒤를 잇는 한국의 대표적 작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찬 홍은앙 작가를 만나 그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꾸준한 연습과 개인전 통해 주목받는 여류작가로 자리매김
“마음속에 내가 너무 많아 고집과 아집 투성이에 낮추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수많은 날을 방황했고 수많은 날을 그림으로 사랑했습니다. 예술가들의 미친 짓은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고 덕분에 우리가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존경하고 닮고자 했던 선배들이 마련한 뜻 깊은 전시회는 일상에 지쳐있던 저에게는 언제나 많은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때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어쩌면 게으름의 산물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봅니다. 나의 창작실로 안내하고 싶습니다. 저만의 그림 세계를...” 홍은앙 작가의 작품은 사실적 재현과 함께 비교적 정제된 표현의 전달로서 나타나며 이는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작가의 내적인 해방에의 욕구를 진지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우리에게 전달한다. 지난 2008년 가졌던 그의 첫 개인전에서 작가는 포도그림 등에서 나타나는 공간과 형상의 절묘한 조화로 나름의 작가적인 독자적 세계의 발판을 마련했다. 자신의 조형언어를 작품 안에 간직하고 행하고자 하는 작가인 그는 그 삶의 연륜과 경험의 성숙에 비추어 볼 때 늘 기대치 이상의 좋은 작품을 보여주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홍 작가는 결혼 후 남편의 격려로 다시 붓을 들었다. 짧은 기간에 시작한 미술은 그의 열정으로 실력은 점점 늘었고 꾸준한 연습과 개인전을 통해 주목받는 여류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결혼 후 독일에서 7년간 생활하고 가족들과 유럽 등 세계여행을 다니며 보고 듣고 경험했던 다양한 작품과 문화, 그리고 아름다운 시각은 작품활동을 하는데 밑거름이 되어 현재의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홍 작가의 작품은 생명이 있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사실적 재현과 조화롭고 화려한 색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힘이 넘치는 활력소가 된다. 그가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포도시리즈’ 작품에서는 원색의 코발트, 주황과 노란색이 어우러져 싱그럽고 향긋한 내음이 코밑까지 스미는 듯 하며 싱그러운 한여름의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이듬해 그가 선보인 홍콩 야경은 아크릴과 유화물감이 혼재되어 어우러지며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듯한 모습에서 지내온 삶의 흔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아련한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그림 그리는 일은 언제나 또 하나의 즐거운 고통
홍은앙 작가에게 있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또 하나의 긴 여정이었다. 그는 “때로는 예술을 통해 삶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가치관을 느낄 때 더욱 넓은 시야로 관조할 수 있도록 소박한 여유를 가져봅니다”라면서 “독일에서 오랜 생활들에 익숙하듯이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들을 정직하게 받아들이자 했기에 그림을 그린다는 일은 언제나 또 하나의 즐거운 고통이었어요”라고 말한다. 현장사생을 통한 한국의 서정적 풍경을 화폭에 담는 것은 물론 마음가는대로 구상과 추상의 구분 없이 손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작업을 하는 그는 나혜석미술대전, 경향신문미술대전,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등 수많은 공모전에서 입상했으며 지난 2008년 열린 ‘제1회 서울미술관미술대전’ 서양화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최근 분당에 갤러리 앙을 오픈한 홍 작가는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미술계가 크게 위축된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미술시장은 경제상황에 민감해서 경제가 힘들어지면 미술분야는 타격을 크게 입을 수밖에 없어요”라면서 “소수의 애호가들 중심에서 다수의 일반 대중들이 생활의 일부분으로 미술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생활미술, 생활예술, 미술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정부와 미술계가 함께 노력하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이 따라줄 때 선순환 구조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육체의 양식이 빵이라면 정신적 양식은 문화예술일 거예요. 저는 항상 혼자만의 자유로운 영혼을 살찌울 미술세계를 꿈꿔왔어요. 나의 미술에 대한 진정한 목마름이 나의 정체성을 진화시키리라 믿어요”라고 말하는 홍은앙 작가.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작품으로 우리를 감동케 할 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