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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두고 벌이는 치킨게임
‘보육대란’ 최악의 사태는 지자체의 의지에 달려
2015년 12월 07일 (월) 21:58:02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지방 떠넘기기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누리과정 예산 등을 포함한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정부는 올해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지방교육청이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지난 11월11일 지방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에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교육감의 법령상 의무”라고 주장하며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압박했다. 
 
교육재정 바라보는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시각차
누리과정은 우리나라 만 3~5세 어린이라면 누구나 국가가 공정하는 교육기회를 제공받는 교육과정으로 유치원·어린이집의 구분 없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는 것은 물론, 부모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유아에게 유아학비와 보육료를 아동 1인당 월 29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최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교육청들이 앞 다퉈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대열에 서울시교육청도 합류했다. 편성 거부 교육청은 전국 17곳 중 14곳이나 된다. ‘보육대란’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11월10일 내년 예산 8조13억원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하며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3807억원을 전액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보성향 시·도교육감 전원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뺀 것이다. 어린이집 예산을 일부나마 편성한 교육청은 보수 성향 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대구·경북·울산교육청뿐이다. 교육부의 ‘수용 불가’ 입장은 단호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감 의무’로 명시됐다는 이유다.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27%) 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예산 페널티’를 가하겠다고 압박한다. 예컨대 서울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3807억원을 내놓지 않으면 2017년도 교육교부금을 줄 때 3807억원을 빼고 주겠다는 소리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받지 못할까봐 유치원으로 눈을 돌리면 가뜩이나 치열한 유치원 입학전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원아가 줄어든 어린이집은 폐원 수순을 밟게 된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올 상반기에만 어린이집 764곳이 문을 닫아 약 14만명이 안정적인 보육을 받을 권리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똑같은 논쟁이 있었다. 반복의 원인은 교육재정을 바라보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시각차에 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방만하게 쓴다고 지적한다.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면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연간 4조원에 달하는 시·도교육청의 불용·이월액 운용을 개선하면 누리과정 예산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것이란 입장이다. 진보진영이 도입한 무상급식 때문에 재정 압박이 심해졌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반면 일선 교육청은 ‘허리띠를 졸라맬 만큼 졸라맸다’며 일축한다. 박근혜정부가 누리과정을 도입했으니 교육교부금을 건드리지 말고 별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성향 교육감이 대거 등장하면서 교육청 돈줄을 죄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항변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교부금도 세금에서 나오는 돈이므로 누리과정에 쓰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교육교부금이 시·도교육청 전용 예산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정부는 결국 국회가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가 시·도교육청에 우회적으로 지원하면 교육감들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모양새로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가 보육대란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진보성향 시·도교육감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
경북도교육청은 11월10일 내년도 예산안을 전년보다 1432억원 늘어난 3조699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세입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이전수입 등 3조2839억원, 수업료 등 자체수입 353억원, 순세계잉여금 1075억원 등이다. 세입 예산에는 학교 신·증설비와 교육환경개선비, 교부금보전 등 부족재원 충당을 위한 지방교육채 2723억원이 포함됐다. 세출 예산은 명예퇴직수당을 포함한 인건비 2조3099억원, 학교 신설과 증·개축, 교육환경개선비 3129억원 등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인건비와 시설비 등이 올해보다 1925억원 늘어나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6개월분 493억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충청북도교육청의 경우 올해보다 0.76%인 156억 원이 늘어난 2조 608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충청북도의회에 제출했다. 결산상에서 남은 순세계잉여금이 481억 원이나 증가해 전체 예산이 다소 늘었다. 하지만 보통교부금과 지방채 등이 줄며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면 사업비도 전체 9.4%인 1,930억 원에 그치는 등 실제 가용 예산은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열악한 재정 여건을 감안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824억 원 전액과 충청북도가 전출금을 줄인 것에 대한 대응으로 무상급식 예산 91억 원은 반영하지 않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당장 내년 1월부터, 무상급식은 예산이 바닥나는 내년 11월 말부터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각종 예산을 감액하는 상황에서 누리과정 예산이나 무상급식비 도청 미분담금을 교육청 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경남도교육청도 누리과정(3~5세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과 지자체 지원 무상급식 식품비를 뺀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했다. 경남도교육청은 2016년도 경남도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 4조1085억원을 편성했다. 새해 예산안 규모는 세입·세출 각각 4조1085억원으로 전년도 예산액 대비 3.7%인 1453억원이 증액됐다. 세입예산을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의 이전수입 예산액이 3조6588억원으로 89%를 차지했다. 수업료와 재산매각 등 자체수입은 2%인 767억원, 학교신설과 교육환경개선, 교부금 차액의 보전 등을 위해 교육부에서 승인된 지방교육채는 8%인 3135억원, 전년도 이월금은 1%인 595억원이다. 세출예산은 인건비, 학교운영비, 사립학교재정결함보조금, 행정기관운영비 등 경직성 경비가 3조1259억원으로 예산액의 76%를 차지했다. 학생배치시설, 급식소 증개축, 교육환경개선 등 시설비 2666억원(7% 차지), 교육사업비 5919억원(14%), 지방교육채 이자상환, 예비비로 1241억원(3%)을 편성했다. 예산편성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교원 명예퇴직수당은 341억원을 편성해 수요조사 대비 70%를 편성했으며, 교육부가 승인한 지방채 규모인 1076억원 전액을 열악한 교육환경개선 시설사업에 우선적으로 반영했다. 또 행복학교 운영, 학교도서관 주민개방 지원, 자유학기제 운영, 무상급식 식품비 지원, 유아 및 특수교육 지원, 학력향상 지원, 초등 돌봄교실 운영, 교과교실제 운영, 학교폭력 예방, NCS 기반 맞춤식 교육과정을 통한 특성화고 취업 역량강화 등 교육사업에 예산을 반영했다. 이헌락 경남도교육청 정책기획관은 “논란이 된 급식비는 지자체의 지원없이 자체재원으로 100명 이하 소규모학교와 전 초등학교 1학년까지의 무상급식을 위해 식품비 500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누리과정 지원비는 유치원 누리과정 1456억원은 전액 확보했지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1444억원은 재정여건상 재원 확보가 불가능해 편성하지 않았다”면서 “국정과제인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비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되도록 전국 시·도교육청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첨예한 갈등 계속돼
각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할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은 ▲서울 3807억 원 ▲부산 977억 원 ▲대구 765억 원 ▲인천 1232억 원 ▲광주 670억 원 ▲대전 550억 원 ▲울산 465억 원 ▲세종 172억 원 ▲경기 5459억 원 ▲강원 659억 원 ▲충북 824억 원 ▲충남 1073억 원 ▲전북 782억 원 ▲전남 951억 원 ▲경북 986억 원 ▲경남 1444억 원 △제주 458억 원 등이다. 누리과정은 지난 2012년부터 지방교육재정으로 부담해오던 사업이다. 정부는 지난 10월23일 내년 누리과정 소요액 전액을 예정 교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도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내년 지방교육재정 규모는 교부금 및 지방세 전입금은 3조 원 이상 증가하는 반면 학교신설 수요 및 교원 명예퇴직 수요는 1조 4000억 원 이상 감소 재정여건이 호전됐다”면서 “그간 시·도교육청의 예산 중 약 4조 원이 매년 이월 또는 불용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원이 부족해 누리과정 예산편성이 어렵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예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국 14개 시·도 교육감들에게 예산 편성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전국 14개 시도교육감이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거부했지만 전국 12개 시도에서는 교육청의 예산 편성을 염두에 두고 집행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교육청이 있는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대전과 세종, 경기, 충북, 충남을 제외한 12개 시도에서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을 전액 편성했다. 교육청에서는 예산을 일부만 편성했던 울산(9개월분)과 경북(6개월분) 역시 예산을 전액 편성했다. 대전과 세종, 경기, 충북, 충남은 교육청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자체에서도 해당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누리과정 보육료는 교육청에서 예산을 편성하지만 집행은 지자체가 대신한다. 지자체는 교육청에서 지방재정교부금을 받아 집행하며 이 돈은 지자체의 세입으로 잡힌다. 반대로 지자체는 지방교육세와 지방세, 담배소비세의 일정 부분을 법정 전출금으로 교육청에 주게 된다. 실제 집행을 담당하는 지자체에서 예산이 편성된 만큼 교육청들이 당장 예산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시도 재원으로 우선 집행은 가능하다. 당장 내년 초부터 '보육대란'이란 최악의 사태는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학부모들의 혼란과 반발이 거센 상황이라 예산이 편성된 지자체에서는 일단 재정에 여유가 있는 연초에는 예산을 집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자체로서는 세입이 없는 세출이 발생하는 만큼 끝내 교육청들이 예산 편성을 거부하면 다른 곳에 쓸 예산이 그만큼 부족해져 재정에 압박을 받게 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경남도처럼 지자체에서 예산을 집행한 뒤 그만큼을 법정 전출금에서 상계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교육청의 예산 교부를 염두에 두고 집행 예산을 편성한 지자체는 다소 난감한 상황에서 지난해 정부가 목적예비비로 예산을 일부 지원하고 각 교육청이 예산 편성을 했던 것처럼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 집행은 교육청에서 교부금으로 들어온다는 전제 아래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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