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2.3 금 15:25 전체기사 l 기사쓰기 l 자유게시판 l 기사제보 l 구독신청 l 광고안내 l 회사소개
> 뉴스 > 국제·통일
     
위키리크스, 美 외교문건 공개
문건 폭로 후 계속되는 여진
2011년 01월 03일 (월) 00:34:55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위키리크스는 ‘대중에 의한 폭로’를 기치로 내건 인터넷 사이트다. 위키리크스의 ‘위키(Wiki)’는 인터넷에서 ‘대중이 알고 있는 것’이란 의미로 통하고, ‘리크스(Leaks)’는 ‘누설’을 뜻한다. 지난 2007년 1월 처음 공개된 위키리크스는 미국의 비밀외교문서들을 공개한 이후 세계적으로 논란이 뜨겁다.

   
▲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문서 폭로 사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문서 폭로 사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와 조직에 대해 ‘간첩법(Espionage Act)’ 뿐만 아니라 다른 법률을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무책임한 행위를 규탄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건 공개 후 테러 위협 가능성 논란
작년 2월 해외 각지 미 공관으로 공문이 날아들었다. 제목은 ‘해외 중요 기반 시설과 핵심 자원들’(Critical infrastructure & key resources).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명의의 ‘2급 비밀’ 전문이었다. 공문은 그해 3월 20일까지 답신하되 “이 주문과 관련해 주재국 정부에 자문을 구할 필요는 없다”고 첨언까지 했다. 공문은 ‘중요 기반 시설’이란 물리적이든 사이버상에서든 미국에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그것이 무력화되거나 파괴될 경우 국가·경제 안보, 국민 보건 혹은 이 모두에 해를 미칠 수 있는 시스템과 자산이라고 규정했다. ‘핵심 자원’은 국가 경제나 정부가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공적·사적 자원들로 정의내렸다. 이들은 다시 세 범주로 구분된다. ①미국과 직접·물리적으로 연결된 시설: 송유관·해저 통신 케이블이나 국경 인근 위험시설(댐·화학설비) ②미 산업에 중요하면서 다른 나라가 독과점 생산하는 광물·화학물, 글로벌 통신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는 허브 ③글로벌 물류 요충지(호르무즈 해협·파나마 운하) 등이다. 전문은 이런 지침과 함께 2008년 목록을 첨부했다. 여기엔 ▲콩고 코발트 광산 등 아프리카·남미 희귀광물 산지 ▲한·중·일 등 주요 지역 해저케이블 ▲중동 원유시설과 송유관 ▲덴마크·독일의 천연두·광견병 백신 생산회사 ▲영국 방위산업체 ▲인도 크롬철광 광산 ▲캐나다 수력발전 시설 ▲호르무즈 해협과 파나마운하 ▲이탈리아·호주 뱀독 항생제 생산회사 등 세계 6개 대륙에 걸쳐 다양한 곳이 포함됐다.

   
▲ 미국 사법당국은 여성 2명에 대한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어샌지를 ‘간첩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독일의 화학기업 BASF의 루드비히샤펜 공장을 ‘세계 최대 복합 화학단지’라 지칭한 것과 같은 경우다. 독일 에어랑엔의 지멘스 AG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핵심 화학물질 생산을 맡고 있다”고 표현됐다. 또 러시아 나딤 가스관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스시설”이라고 묘사됐다. 중동의 경우 “2012년이면 카타르는 미국의 최대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군 관련 시설은 적었다. 이는 미 정부 기관이 관리하는 해외 시설이나 전투부대는 제외하라는 단서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국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시설 세 곳과 이스라엘·캐나다의 무기생산시설 등 일부는 포함됐다. 에든버러의 한 해군 엔지니어링 기업 역시 핵잠수함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며 거명했다. 목록이 공개되자 테러 위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BBC는 “미국이 전 세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한다고 본다면 이 목록은 글로벌 핵심 시설 목록에 해당한다”고 평했다. AFP도 “만약 테러 공격에 놓일 경우 미 안보에 치명적 위협을 야기할 수 있는 리스트”라고 보도했다. 자국 내 해저 통신케이블은 물론 위성시스템과 일부 방위시설까지 노출된 영국 정부는 곧바로 규탄 성명을 냈다. 총리실 대변인은 “미국과 영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국가 안보에 해를 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측은 공개된 전문이 “세계 전역에 걸친 자산의 전략적 중요성을 열거하지만 그곳의 정확한 위치나 안전 조치, 취약점 같은 것들은 알려주지 않는다”며 테러 위협론을 반박했다.

‘위키리크스 외교기밀 폭로’ 거센 후폭풍
“반세기 이상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해 온 양키제국의 급격한 몰락을 보여주는 조곡(弔哭)으로 들린다” 위키리크스의 무차별 정보폭로전이라는 게릴라전에 속절없이 당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서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이 직설적으로 던진 한마디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벌여 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전쟁의 ‘불편한 진실’을 가감 없이 공개하더니 이번에는 전 세계에 파견된 외교공관에서 미국으로 보낸 전문 25만 건 이상을 폭로해 미국 외교를 마비 직전의 상황에 빠뜨리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 ‘제국의 몰락’을 언급할 수 있는 근거는 암호화 방식으로 가장 비밀스럽게 오가는 외교전문이 한두 건도 아니고 수십만 건이 너무 쉽게 유출됐다는 점 때문이다. 슈퍼파워를 지탱하는 신경계가 통째로 무너진 셈이다. 시기적으로도 최근 3년의 내용이어서 미국의 정보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외교안보정책 최우선 순위인 중동과 아프간 정책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노출된 점도 미국에는 대단히 뼈아픈 대목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당시 공약으로 이라크전쟁의 종료 선언과 아프간에서의 명예로운 철군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이기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위키리크스가 밝힌 전쟁의 진실은 사뭇 다른 것이었다.

   
▲ 키리크스 지지자들은 온·오프라인 시위를 통해 국제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스페인 시위대 100여명은 마드리드의 영국 대사관 앞에서 영국 당국이 어샌지를 구금한 것과 스위스 은행이 위키리크스 계좌를 폐쇄한 데 항의시위를 벌였다

위키리크스의 비밀 폭로로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거나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외교관과 정보기관 요원의 교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비판한 사실이 공개된 칼 아이켄베리 대사는 교체 1순위로 꼽힌다. 9·11테러 이후 대대적으로 손질한 정보통합 관리체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 정보당국은 정보 유출의 진원지로 국방부 내부전산망을 꼽고 있다. 테러공격에 대처하겠다며 부처 간 정보공유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시프르넷’ 망이 정보유출의 틈이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우선 부처 간 정보 공유 차단 등 대대적인 수술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는 자칫 테러정보에 대한 대비태세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국가 신뢰도 역시 단기간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외교관들과 아무도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미국의 국익에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손상이 가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샌지, 英 교도소 독방 이송 美, 곧 간첩혐의 기소
   
▲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위키리크스의 불법적인 공표행위는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우리의 친구들과 파트너들을 잠재적인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가 영국 런던의 교도소 독방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샌지 변호인 제니퍼 로빈슨 변호사는 지난 12월 11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샌지가 런던 완즈워스 교도소의 독방으로 옮겨진 것으로 안다”면서 “그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로빈슨은 여성 2명에 대한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어샌지가 미국 사법당국에 의해 곧 ‘간첩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은 온·오프라인 시위를 통해 국제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스페인 시위대 100여명은 마드리드의 영국 대사관 앞에서 영국 당국이 어샌지를 구금한 것과 스위스 은행이 위키리크스 계좌를 폐쇄한 데 항의시위를 벌였다. 스페인어 웹사이트 ‘프리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마드리드 외에도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 스페인 여러 도시에서 전개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브라질 상파울루,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등에서도 시위할 계획이다. 위키리크스 탄압 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시위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보안업체인 임퍼바사는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이 특정 회사의 웹사이트를 공격할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 ‘LOIC(Low Orbit Ion Cannon)’를 최근 4만회 이상 내려받았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적’으로 간주되는 여러 기업에 가해진 사이버공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배후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위키리크스의 미 국무부 외교전문 공개로 인한 파문 진화에 나섰다고 미 백악관이 전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 12월 12일 미 외교전문을 공개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에 대한 간첩죄 기소 가능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WP는 이날 ‘위키리크스를 기소하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위키리크스가 아니라 미국의 기밀을 누출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신문은 어샌지를 간첩죄로 처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나쁜 아이디어”라면서 “미 정부는 스파이가 아닌 사람을, 또 기밀 준수에 대해 법적으로 구속돼 있지 않는 사람을 기소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WP는 “간첩죄는 쉽게 남용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 법은 폐지되거나 (시행이) 엄격히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문은 “미 정부는 공무원이나 기밀 보호를 서약한 사람들에 대해 엄격히 기밀유지를 요구할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번 문건을 유출한 사람으로 알려진 미군 정보요원을 기소할 권리는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장은 어샌지에 대해 간첩혐의로 기소할 것을 주장했고, 미 법무부도 그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의 경우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간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로 여진 언제까지 계속될까
   
▲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전문은 앞으로 긴박해질 한반도 상황을 예측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지난 12월 6일 기자들과 만나 “간첩법이 위키리크스의 폭로사건 관련자를 처벌할 수 있는 주요 법률이 되겠지만 그밖에 다른 법률 및 법적 수단도 있다”며 처벌을 위해 각종 수단을 총동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홀더 장관은 “1917년 제정된 간첩법은 미국을 해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 안보에 관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획득했을 경우에 주로 적용되기 때문에 시대에 맞지 않는 이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정보의 유출 경위를 찾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위키리크스의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메일 성명에서 위키리크스가 각국의 주요 기반시설 목록을 공개한 것과 관련, “알 카에다와 같은 국제테러조직에게 ‘타깃 리스트’를 제공한 셈으로 매우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크롤리 대변인은 “미국 및 다른 국가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정보는 좋은 의미에서 수집돼 왔다”면서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각국의 기반시설 목록은 알 카에다와 같은 조직이 크게 관심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결과에 대한 고려 없이 미국 정부의 기밀을 훔친 행위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장관은 “위키리크스의 불법적인 공표행위는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우리의 친구들과 파트너들을 잠재적인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외교전문 공개로 대통령의 모양새가 우스워진 아프가니스탄은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인해 미국의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잘마이 라술 아프간 외무장관은 수도 카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신뢰 회복은 꼭 필요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문서에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부패하고 극도로 나약한 지도자로 묘사돼 있어 양국 관계에도 불똥을 튀게 했다. 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도 위키리크스의 폭로 사건에 일침을 가했다. 남미의 대표적 저항작가인 요사는 이날 스톡홀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보 공개는 양면성이 존재한다”면서 “투명성은 원칙적으로 좋은 것이지만 모든 기밀과 사생활이 공개된다면 국가 기능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예상밖에 위키리크스를 비판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작가이자 문학평론가로 남미의 정치 부패와 군사독재를 파헤쳐 온 인물로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권력 구조의 도해적 완성, 그리고 개인의 저항과, 봉기, 패배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묘사’를 높이 평가받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호주 출신의 줄리언 어샌지는 일각에서는 영웅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악당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보 및 위기관리 자문회사인 컨트롤리스크스의 분석가인 조너선 우드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더 자유롭게 개방해야 한다는 사람과 이를 우려하면서 정보를 보호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양분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표현의 자유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 미국이 직접 위키리크스의 폭로 문건 막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도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위키리크스에 서버를 제공해 왔던 각국 사이트들의 조치도 제각각이다. 위키리크스에 서버를 제공해왔던 아마존닷컴이 미국 언론과 정치권의 비난 속에 서버 제공을 중단했고, 인터넷 도메인업체인 에브리DNS는 위키리크스 홈페이지(wikileaks.org)가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의 표적이 됐다며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법원은 위키리크스사가 자구책으로 서버를 분산 배치한 OVH사의 서버를 막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리크스에서 드러난 한반도 관련 사실
   
 
미국 국무부 전문(電文)에 드러난 한반도 상황은 향후 북한체제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시간문제이고 김 위원장 사망 후 북한 체제는 급속히 무너질 것이라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이다.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도 한국 주도로 통일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전문은 앞으로 긴박해질 한반도 상황을 예측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난 2009년 7월 24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전문에 따르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7월 20일 방한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5년 이상을 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은 현 장관의 말을 전하는 형태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1월에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뇌수술을 받았다면 생겼을 머리 흉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곧 죽을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2009년 2월 22일자 전문은 천영우 외교부 차관(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2월 17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의 오찬에서 스티븐스 대사에게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김 위원장이 사망한다면 2,3년 내에 정치적으로도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김 위원장을 접견한 중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건강 악화로 김 위원장이 결정을 번복하는 성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2월 캠벨 차관보와 만난 당시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현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의 내부 상황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북한의 북쪽 지역에 소요 사태가 있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며 국가정보원 보고에 따르면 평양에서 베이징(北京)으로 가는 여객 열차에 폭탄이 있는 것을 북한 경찰이 발견했다”고 전했다. 또 주한 미대사관이 2월 28일 미 국무부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같은 달 3일 한국 내 북한전문가 5명과 만났다. 이에 따르면 이날 익명의 한 전문가는 “1990년대에 세 번의 쿠데타 시도가 있은 후 김정일은 매우 엄격한 통제정책을 시행했고 쿠데타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사람은 누구든 처형함으로써 미래의 음모자들에게 단호한 경고를 보냈다”고 말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월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숫자를 특정할 수 없는 해외근무 북한의 고위 관리들이 최근 남한으로 망명했다”며 “북한 정권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유 장관은 “김 위원장이 1월 말이나 2월 초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이전에도 김 위원장은 이 시기에 중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북한 내부에서 점차적으로 커져가는 혼란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의 경제적 원조와 정치적 지원을 모두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체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고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국정원의 공식 입장”이라며 “특히 고위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신병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거나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탈북자 문제를 총괄하는 통일부도 확인을 거부했다. 중국 정부는 북한정권 붕괴 등 유사시에 독자적으로 북한 난민 3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제기구에 파견된 한 미국 외교관이 중국 당국자로부터 들은 사항을 미국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중국 정부는 3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할 수 있지만 북한 주민이 한꺼번에 몰려올 경우 국경 봉쇄를 위해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 당국자는 “북한 난민을 위한 대기 지역을 만들어 인도적인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주변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1월 전문에서는 한중 정상회담 때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계획에 대해 거론했을 때 후 주석은 일부러 못 들은 척했던 것으로 기록했다. 천영우 외교부 차관(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2월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의 오찬 자리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후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중국이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차관은 “중국은 대부분 사람들이 믿는 것보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많지 않다”며 “베이징은 북한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경제적인 힘을 사용할 어떤 의지도 없으며 북한 정권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 차관은 “중국은 진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고 있지만 북한이 현재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바라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 측 6자회담 대표를 지낸 천 차관은 “우다웨이(武大偉)가 중국 6자회담 대표 직책을 다시 갖게 된 것은 아주 고약한 일”이라며 “북한이 우다웨이를 6자회담 중국 대표로 맡도록 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로비를 한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천 차관은 우다웨이에 대해 “중국에서 가장 무능하고 오만한 관리로 북한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며 “영어를 할 줄 몰라 의사소통하기도 아주 어렵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이 북한과 특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북한 내부 사정에는 그리 밝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2월 상하이 주재 미국 영사관 전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09년 5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도 6자회담이 수개월 동안 중단될 것으로만 생각하는 등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농축 우라늄 시설에 대해서도 중국은 이제 시작단계인 것으로 오판했다. 김 위원장이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세습한 것에 대해서도 분명한 정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을 잘 알고 있는 중국 전문가들도 김정은 후계설을 믿지 않았고 김정일의 세 아들보다는 군부집단이 권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훨씬 많았다. 중국 전문가들은 “장남인 김정남은 플레이보이 기질이 너무 강하고 둘째 아들은 비디오게임에 관심이 더 많으며 셋째 김정은은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나중에 바뀐다. 주중 미대사관은 지난 2009년 6월 “우장하오(吳江浩) 외교부 아주사 부사장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북한의 도발행위는 김정일의 건강 악화 때문이며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킨 뒤 김정은이 이를 완화하도록 해 후계 승계를 원활하게 하려는 김정일의 계획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보고했다. 금강산 관광 도중 숨진 박왕자 씨는 금강산 지역 북한 군부대의 군기강화 기간에 피살당한 정황이 나왔다. 2009년 4월 27일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가 한국 측 인사와의 접촉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근거로 보고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한국 측 인사의 말을 인용해 “금강산 지역의 북한 병사 및 감시병들은 남한 관광객들과의 잦은 접촉 이후 과도하게 해이해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 때문에 북한군 당국자들은 주기적으로 군기를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실시하는데 박 씨에 대한 그 총격은 그런 훈련 기간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와 접촉한 한국 측 인사의 신원은 위키리크스 측이 ‘×××’ 표시로 비공개 처리해 드러나지 않았다. NM

 

장정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메이커(http://www.newsmaker.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뉴스메이커About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10-999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오피시아빌딩 14층 뉴스메이커 | 전화 : 02-733-0006 | 팩스 : 02-733-0009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상호
뉴스메이커는 (주)뉴스메이커에서 발행하는 시사종합월간지로서 특정언론과는 전혀 무관한 완전한 자유 독립 언론입니다.
뉴스메이커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뉴스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