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영화배우로 무대와 스크린을 동시에 장악했던 ‘영원한 오빠’ 남진씨. 그를 가장 최근에 만난 곳은 고 박춘석 49제 장소. 지난 3월에 타계한 작곡가 박춘석 선생과 명콤비이자 속칭 ‘박춘석사단’의 대표주자로 장례위원장과 기념사업회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가슴 아프게’에서 ‘빈잔’까지의 명콤비, ‘박춘석 기념사업회장’ 맡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영원한 오빠’ 남진씨도 스승의 장례식장에서만큼은 엄숙했다. 박춘석 선생과의 인연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수 남진은 처음 열일곱 살 때 작곡가 한동훈음악학원에 들어가 2년간 사사받은 뒤 1965년, ‘서울 플레이보이’를 타이틀로 한 음반을 발표, 데뷔한다.
 본래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그는 이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뒤 66년 작곡가 김영광과 손잡고 ‘울려고 내가 왔나’와 ‘사랑하고 있어요’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스타덤에 오른 뒤 당시 메이저 지구레코드사에 전속가수로 스카우트된다. 이때부터 작곡가 박춘석씨와 손잡고 전속 기념으로 처음 발표한 노래가 ‘가슴 아프게’, ‘너와나’, ‘우수’. 이를 계기로 이들 콤비는 달러박스로 부상한다.
 동시에 본격적으로 남진의 전성시대가 펼쳐진다. 자신의 히트넘버인 ‘울려고 내가 왔나’와 ‘가슴 아프게’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면서 일약 주연을 맡으며 스크린에 진출한다.
 ‘그리움은 가슴마다’, ‘별아 내 가슴에’, ‘지금 그 사람은’, ‘미워도 다시 한 번’, ‘사람 나고 돈 났지’, ‘빗속에서 누가 우나’ 등의 히트곡 퍼레이드를 펼침과 동시에 스크린 데뷔 첫 해만도 영화 ‘울려고 내가 왔나’, ‘가슴 아프게’, ‘형수’, ‘사랑은 파도를 타고’,  ‘그리움은 가슴마다’까지 겹치기 출연, 거리에는 온통 그의 사진이 실린 영화포스터가 나붙었고 라디오에서는 쉴 새 없이 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히트곡은 영화로, 영화는 또 주제가의 히트로 이어졌다. ‘별아 내 가슴에(68년)‘, ‘저 언덕을 넘어서(68)’, ‘지금 그 사람은(68)’, ‘사랑이라는 것은(69)’ ‘사랑하고 있어요(69)’ 등의 영화들에서는 직접 타이틀 롤을 맡아 열연함과 동시에 주제가를 직접 부른 영화들이다.
 그 뿐 아니라 주제가가 크게 히트되어 영화화되거나 음악관련 영화들 대부분이 그의 몫이었다. ‘밤하늘의 트럼펫(68)’, ‘미니아가씨(68)’, ‘울고 넘는 박달재(68)’, ‘고향무정(68)’, ‘멋쟁이 아가씨들(68)’, ‘가요반세기(68)’, ‘푸른 사과(69)’. ‘흑산도 아가씨(69)’, ‘청춘(69)’ 등이 그것. 물론 후시녹음시대라 겹치기 출연이 가능했으리라.
 ‘무대와 스크린 동시 장악’이라는 활약상의 첫 장이 바로 ‘가슴 아프게‘였던 것이다.

‘가슴 아프게’를 가슴 아프게 부른 사연
 출세작이자 대표작 ‘가슴 아프게’를 그야말로 가슴 아프게 불렀던 두 번 째 일화는 69년 7월26일, 월남 파병 환송식 무대에서다.
 당시 인기 절정의 청춘스타이자 대학생 가수라는 1인 다역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남진씨 역시 국방의 의무를 반드시 거쳐야만 했다. 그래서 지원한 곳이 해병대 연예대.
 당시 연예대의 근무조건은 군 위문공연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면 각자의 연예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해준다는 것. 때문에 가수 진송남, 태원, 박일남 등과 함께 연예대에 자원입대했다.
 그러나 얼마 뒤 전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뉴스가 보도된다. 가수 남진을 비롯해 진송남, 태원, 박일남 등이 월남에 파병된다는 것. 정작 당사자들은 전혀 몰랐던 이 뉴스가 보도되는 시각에 남진은 서울역 부근 새서울극장에서 ‘남진쇼’를 공연하던 중이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밖에 나오자 이미 백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이들은 하나둘씩 월남 파병교육대로 입소되었다.
 본인 의사와 전혀 무관한 일방적인 파병 결정 배경은 ‘근무 이탈, 영리 행위를 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 이에 당사자들은 연예대 지원 동기가 연예활동을 허용한다는 조건이었다고 항변해 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사실 이러한 배경에는 인기 절정의 연예인들을 파병시킴으로써 파월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관계 당국의 계산된 전략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필자의 추측이다.
 1969년 7월26일. 결국 가족들에게 인사할 겨를도 없이 3주간의 파월특수교육을 마친 이들은 마침내  베트남으로 가는 군함을 타기 위해 부산항 부두에 선다.
 당시 환송 나온 태극기물결 인파 속에 떡을 싸들고 목포에서 달려온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조국을 위해 떠나는 파월장병들을 위한 환송식은 성대했다. 위문공연도 화려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정작 환송위문공연무대에 마지막으로 불려나온 가수는 바로 파병 당사자, 남진과 진송남씨였다. 이들이 환송식 무대에서 부른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이들의 최고 히트곡이었던 ‘가슴 아프게(남진)’와 ‘바보처럼 울었다(진송남)’였다.
 이후 베트남에서의 이들 활약상은 국내 매스컴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손에는 ‘마이크’ 대신  M16이, 그리고 어깨엔 4개의 수류탄, 허리엔 탄띠를 두르고 방탄조끼에 철모를 쓴 늠름한 모습에 장병들의 사기는 물론 파월장병가족들에도 큰 위안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한국 연예인들이라는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14개월만인 70년 9월, 25일간의 특별휴가를 받아 잠시 귀국해 또다시 이슈메이커로 등장한다. 대한남아의 씩씩한 기상으로 인해 한층 인기가 높아진 터라 음반사는 최고 작곡가를 동원, 짧은 시간 무려 30여 곡을 취입시켰다. ‘너만을 사랑한다/아빠 품에’(이재현 작곡), ‘이별 슬프게’(백영호), ‘사랑이 스쳐간 상처(박춘석)’, ‘철새’(고봉산)... 등 남진 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음반을 무려 다섯 장이나 한꺼번에 쏟아냈다.
 휴가 중에도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했던 인기 절정의 남진씨는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 남은 7개월 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71년 4월에 귀국, 그해 9월 서울 시민회관 남진 귀국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가요계에 복귀, 나훈아와의 숙명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