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우리나라는 또다시 수상에 실패한 반면 일본과 중국은 잔치 분위기다. 중국은 생리의학상을 받아 최초로 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했고, 일본은 생리의학상, 물리학상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

황인상 기자 his@

사실 과학자들은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를 하지 않는다. 상은 연구의 결과로 주어질 뿐이다. 과학 연구는 인간 지성의 경계를 넓히는 일이다. 그 경계를 한 뼘이라도 더 넓히는 것이 과학자의 보람이다. 따라서 경계를 크게 넓힌 연구일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 노벨상은 이런 연구 결과에 수여된다. 노벨상의 과학 분야 수상은 대부분 20~30년 전의 연구 공로로 이뤄진다. 미국은 300년, 일본은 100년 이라는 긴 시간을 기초과학에 투자해왔다. 반면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역사는 50년에 불과하다.

전통 발효식품서 독성 없는 ‘항생물질’ 발견

▲ 강사욱 교수

기초과학은 자연현상의 근본 원리를 규명하여 창조적 지식을 획득, 정립하는 분야다. 공학이나 응용과학의 기초가 되며 기술 발전과 문명 발달의 밑거름이 되는 학문이다.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기술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국가경쟁력 확보와 경제성장을 위해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강사욱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생물물리학 및 미생물학 교수는 생물물리학 및 미생물학에서 손꼽히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특히 지난 2005년에는 김치유산균 배양액의 조류독감에 대한 치료효과를 입증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에 BBC방송에서는 강사욱 교수팀의 실험 결과를 인용해 “한국의 김치 유산균 배양액이 ‘조류독감 치료효과’를 보였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특수(特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05년 방송 이후에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강사욱 교수는 끊임없는 김치 유산균 배양액 연구를 거쳐 2014년 조류독감 치료·예방할 수 있는 유산균 배양액에서 항생물질들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독성이 강한 항생제가 아닌 음식으로 치료하는 ‘항생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김치항생물질은 ‘한국미생물학회지’에 발표되었으며 미국에서도 올해 최고의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강사욱 교수팀은 김치, 된장, 젓갈 등 전통 발효식품에서 찾은 좋은 유산균을 기반으로 바이러스 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번 발견을 통해 인플루엔자와 전염병균, 장티프스, 이질 등의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김치유산균의 배양액에서 항세균, 항균 및 항바이러스성 물질인 사이클로다이펩타이드 등을 다수 발견하여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강사욱 교수는 “한국 식탁에는 이미 3천 년 전부터 조상들이 임상실험한 각종 발효식품인 김치, 간장, 고추장, 젓갈 등이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며 “특이한 것은 비슷한 식품군으로 분류되는 일본 된장에는 항생물질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내 미생물학 발전에 혁혁한 전과 남기다
전통식품에 대한 막연한 유익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강사욱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제4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연구상, 하은생물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강 교수는 “미생물분야, 생물분야 연구에 뛰어 들어,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파스타 집을 비롯해 피자가게 등 외국 음식이 많이 들어와 있는 요즘, 한국의 음식문화가 제대로 된 연구로 체계적으로 서 있지 않으면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문리대 미생물학과를 졸업 후 동대학원 미생물학과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고 독일 기쎈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생물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강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생물물리학 및 이론생물학과 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모교의 자연대 교수로 초빙되어 1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20여 건의 국내외 특허를 획득하는 등 국내 미생물학 발전에 혁혁한 성과를 남기는 중이다. 또 한국생물물리학회 창립에 참여한 바 있는 강사욱 교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자상자성공명학회 한국 대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생물학네트워크 한국 대표, 한국생물물리학회 회장, 한국미생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10여개 국제학회의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강사욱 교수는 “앞으로 김치유산균 연구를 꾸준히 하면서 발효식품 전반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세포분열에 관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의 개인 연구소를 설립하고 싶다”면서 “김치, 된장, 젓갈 등의 발효식품에서 질 높은 건강보조식품의 물질을 찾아내고 항바이러스 약제를 개발하여 백신프리의 날을 앞당기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항생제를 개발한 영국 연구를 보면 항생제는 독성이 강하다. 하지만 항생음식은 독성이 없다”면서 “독성 없는 항생제 개발에 뜻을 두고 있다. 바이러스 퇴치 약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약제를 개발할 계획이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