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과 같은 최첨단 과학정보사회에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왕조국가’를 지향하는 국가가 있으니, 바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가지고 있는 북한이다. 이 북한은 2천 4백만명에 이르는 인민을 담보로 하여 그들의 고혈(膏血)을 짜내는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지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날이 갈수록 ‘비정상적인 미친 놀음’에 광분하고 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날조하거나 왜곡, 조작하는 선전선동놀음을 통해 인민들을 “우물속의 개구리”처럼 외부세계에 완전히 고립시키는 가운데 각종 상징술을 활용하여 3대에 걸친 권력세습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 경기대 국제대학 유영옥 학장

이런 북한을 만든 장본인은 바로 ‘김일성’인데, 자신은 ‘불귀의 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이나 손자를 통해 ‘영원한 수령 내지 주석’으로 추앙받으면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대대손손(代代孫孫)’ ‘김일성조선’을 통치하게 하고 있다.
 지난 30년대부터 40년대에 이르기까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북한땅을 영구집권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왔던 김일성은 미국의 원폭(原爆)으로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자, 바로 이 틈을 노려 소련군 ‘대위’ 계급장을 달고 북한 땅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은 동북항일연군 88여단에서 조국해방을 위해 청춘을 불사른 “위대한 불세출의 영웅”이라 자화자찬하면서 측근세력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선전선동을 벌이는 가운데 자신의 과거를 아는 정적(政敵)들을 무참하게 숙청하면서 권좌(權座)에 앉았다.
 그가 주창하던 ‘타도제국주의동맹’ 결성이나 ‘보천보전투’ 등 “말도 되지 않는 공(功)”을 내세우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김일성은 차츰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의 아들인 ‘김정일’에게 권력을 세습하기 위한 후계체제 구축에 진력해 왔다.
 이런 와중에서도 김일성은 ‘공산주의 교양’과 함께 자신과 자신의 가계(家系)에 대한 우상화를 위해 이른바 사상교육을 간단없이 실시하였다. 즉 자신의 선조들이 ‘위대한 혁명전통’을 가진 가문의 후예라는 것을 강조하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 이른바 ‘혁명전적지’를 조성하는가 하면 만경대 등에 ‘혁명사적지’를 조성하기 시작하였다.
 즉 자신의 아버지인 김형직은 “인민의 어버이로서 3.1독립운동을 주도한 인물”로, 할아버지인 김보현은 “나라와 인민을 사랑하는 애국심과 봉건관료배들과 외제침략자들을 반대하는 정신이 남달랐던 인물”로, 증조부인 김응우는 “대동강을 침범한 제너럴 셔면호를 격침한 주인공” 등으로 날조하는 가운데 그 가계가 “혁명의 가족이자 조국의 해방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가문”으로 주장하였다.
 또한 만수대언덕에 있는 자신의 거대한 동상을 비롯하여 전국 100여곳에 동상을 건립하여 주요 계기시 마다 인민들이 의무적으로 이 곳에서 충성맹세를 하도록 강요하였는가 하면, 가가호호(家家戶戶) 마다 자신의 초상화를 걸고 숭배하도록 하였으며, 자신의 생일(4.15)과 아들인 김정일의 생일(2.16)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기리게 하였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어록을 ‘하느님의 말씀’처럼 떠받들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뱃지’를 가슴에 부착하게 하였으며, 친필비나 각종 우상물을 거리거리마다, 심지어 큰 바위에 음각(陰刻)을 하여 무조건적으로 숭배토록 하였다.
 심지어 죽어서까지도 금수산기념궁전에 누워 수많은 외국인사나 인민들이 의례적으로 참관토록 하였으며, 그의 아들에 의해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로 숭배토록 우상화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이런 각종 상징물을 통한 우상화놀음은 그의 아들 김정일에 의해 ‘한 술 더 뜨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데, “21세기를 이끄실 영도자, 희세의 위인, 천리혜안의 비범한 예지를 가진 지도자동지” 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수식어로 표현되고 있다.
 특히 김정일은 자신을 “인민의 운명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수령이 인민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모든 정치를 실시하는 통치방식을 가진 영도자”라고 규정하면서 인덕정치, 광폭정치, 음악정치, 과학기술정치, 선군정치 등 기기묘묘(奇奇妙妙)한 표현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정치를 통해 김정일은 환갑이나 70, 80, 90, 100돌 생일상을 인민들에게 수여하여 자신에 대한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충성을 다짐케 하는 수단으로 원용하는가 하면, ‘전설집’ 등을 통해 상징조작을 일상화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자신이 태어난 곳을 소련에서 ‘백두산 밀영’으로 날조하면서 이 지역을 대대적으로 성역(聖域)화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배움의 천리길’ 등과 같은 답사행군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가 하면, 각종 문예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다.
 즉 그가 태어날 때 천둥과 번개가 치고 천기가 붉은 기운으로 뒤덮히더니 백두산 밀영 주변에 전에 없었던 ‘마가목’이 자생하기 시작하였다고 하는 ‘미가목 전설’과 옥황상제의 분부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지를 만들었는데, 그 성지가 바로 백두밀영 고향집이 자리잡고 있는 ‘소백수골’이며, 그 때 빚은 장수봉이 오늘의 ‘정일봉’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각종 선전선동물에는 김정일이 비범한 “천지조화술을 가지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가 “손을 번쩍 들면 조화를 부리던 자연도 머리를 숙이고, 손길이 닿으면 바다가 옥토로 변하며, 발길이 한 번 미치면 심산계곡도 낙원으로 변한다”라는 것들이다.
 건전한 이성과 상식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런 우상화놀음 지속해 오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은 자신의 아버지 생일을 ‘태양절’로, 태어난 해를 기점으로 ‘주체연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김일성화·김정일화라는 꽃을 만들어 배포, 숭상케 하고 있다.
 더욱이 자신과 김일성, 김정숙을 ‘백두산 3대장군’으로 지정하였는가 하면, 아버지인 김일성이 그러했던 것처럼 90년대 후반에는 이른바 ‘심화조사건’을 조작하여 수만명의 정적들을 숙청하는 피비린내나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북한당국은 이제 제3대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일성의 손주인 ‘김정은’을 “혜성처럼 나타난 풍모조차도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빼어닮은 인물”로 묘사하면서 당 고위간부인 양형섭(정치국 후보위원)을 통해서는 “우리 인민들은 이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에 이에 청년대장 김정은동지를 갖는 영예를 누리고 있다”고 규정하게 이르고 있다.
 즉 이제 겨우 27살에 불과한 애송이 철부지인 김정은에 대해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과학대학을 졸업했으며, 아버지를 닮아 통이 크고 배짱이 두둑한 인물로부터 시작하여 세계최초로 컴퓨터제어장치인 CNC를 개발하였으며, 3살 때부터 총(銃)을 잡고 사격하였고, 자동보총으로 초당 3발씩 사격하여 100m 앞의 전등과 병을 명중시켰다”고 선전하고 있다.
 또한 김정은은 “10대 때에 이미 동서고금의 명장(名將)을 다 파악했으며, 육해공전 분야에 정통하고 기술자도 미처 해내지 못하는 축포발사 자동프로그램을 며칠 만에 완성시켰다”고 선전하는가 하면 “2년여의 유학기간 동안에 정치, 경제, 역사, 군사 등에 정통하였을 뿐 아니라 영어를 비롯하여 독일어, 프랑스, 이탈리아어 등 4개 국어를 완전히 습득한 천재이며, 앞으로 7개 언어를 정복하기 위해 짬짬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부연하여 주장하고 있다.
 이런 김정은의 비범성에 대한 선전과 주장은 그가 3살 때 이미 어려운 한시(漢詩)를 붓으로 척척 써내려가 주위사람을 감탄케 하였으며,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도 그가 “핵을 가진 자와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며, 2008년 사리원미곡협동농장을 방문하였을 당시 즉석에서 산성토양을 개량할 수 있는 미생물비료를 생산해 내어 연구사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고 이어지고 있다.
 이런 김정은에 대한 비범성 선전은 일찍이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가랑잎을 타고 강을 건넜다”는 우상화내용처럼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 이를 빗대어 인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대장이 한 번씩만 전국의 농장을 방문하게 되면 식량문제는 저절로 풀릴 것이다. 내년부터 넘쳐나는 식량을 어떻게 처리할지 벌써부터 근심이 된다”고 할 정도로 비웃음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에는 김정은이 군 열병식을 주도했다고 선전하는 가운데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나 중앙TV 등을 통해 그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하였는가 하면, 그가 “총 보다 식량이 더 중요하다”는 언급을 하였다고 선전하면서 인민들에 대해 ‘새로운 지도자’가 인민들의 생활향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연령상으로나 후계준비과정이나 실적, 업적 등 모든 면에서 “그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김정은에 대해 북한의 각급 선전선동기관이나 매체가 아무리 상징적 수법이나 수단을 통해 그를 우상화하여도 “3대 정승 없고, 3대 거지가 없다”는 우리 속담처럼 북한체제가 세습체제, 그것도 3대에 걸친 권력을 제대로 유지하기가 힘들 것임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