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체형은 모두 제각각 다르다. 때문에 맞춤양복의 생명은 체형을 얼마나 잘 보는가에 달렸다. 체형을 잘 봐야 치수를 정확하게 재고 그리고 재단과 재봉이 순조롭게 이뤄져 몸에 맞는 편안한 옷이 될 수 있다.

▲ 국내 맞춤양복 업계에서 손꼽히는 명장인 김하룡 대표

흔히 맞춤 수트를 보통 손바느질 수트로 오해한다. 하지만 맞춤 수트라고 모두 손바느질 수트는 아니다. 손바느질 전문 숍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재봉틀 수트’를 만든다. 맞춤 수트의 장점은 옷 크기가 몸 크기와 꼭 맞아 수선의 번거로움을 더는 것이고, 손바느질 수트의 장점은 재봉틀로는 불가능한 몸의 아주 미세한 굴곡까지 표현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수트를 입으면 ‘감싸 안는다’는게 어떤 건지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공들인 수트의 매력이다.

380여 공정을 손바느질로 마감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모든 정성을 담아 맞춤양복을 만들고 있는 조흥양복점의 김하룡 대표는 “오늘날 맞춤양복이 사양산업이 되었다지만 저희는 여전히 바쁘죠”면서 “그만큼 희소성이 커졌다는 의미지요. 멀리 강남에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고, 그 손님들이 다른 손님들을 소개해 잠시도 쉴 틈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사)한국맞춤양복기술협회 기술인정업소로 선정, SBS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소개될 정도로 조흥양복점과 김하룡 대표는 맞춤 양복계에서는 유명인사다. 특히 세상에서 하나뿐인 맞춤양복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한 조흥양복점은 한 올 한 올 혼과 정성을 담아 무려 380여 공정을 손바느질로 마감하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가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걸작’을 만드는 김하룡 대표 역시 남다르다. 손수 재단하고 가봉하는데, 이제는 가봉으로 어지간한 손님은 99%까지 맞출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제21회 기능경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을 정도로 그의 솜씨는 단연 최고다. 그를 찾는 주요 고객들도 이름만 대면 다들 알만한 재벌들이다. 온갖 정성을 들이다 보니 손님 옷을 한 달에 10벌 안팎으로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돈보다도 옷이 맘에 쏙 들어 유명 연예인들 그리고 재계 인사들이나 변호사들도 그의 단골 고객이 되었다.

▲ 박보희 총재와 함께

과거 정일권, 차지철 씨 등의 정계 사람들을 비롯해, 최희준, 길옥윤, 강석, 씨름장사 황대웅 선수 등의 인사들도 그의 고객들이다. 김 대표는 “마진은 별로 없지만 정해진 기일과 신용을 철저히 지킨 결과인 것 같아요”면서 “가격 면에서도 싸고 잘해드리니까 손님들이 오시지 제가 어디 예뻐서 오시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가 만드는 양복은 양복 기지 등 소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싸게는 45만원에서 비싼 것으로는 90만원 정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갖추어져 있다. 김 대표는 “기성복을 입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로는 옷이 안 맞는데도 충동구매로 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라면서 “대신에 맞춤 양복을 입는 분들은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든 수작업의 소중함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진정한 명장의 꿈 이루다

▲ 개그맨 이상운씨와 함께

국내 맞춤양복 업계에서는 손꼽히는 명장인 김하룡 대표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1971년 17살이 되던 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조선호텔 하비양복점에서 심부름 일을 하면서 양복과 첫 인연을 맺었다. 김 대표는 “말이 견습공이지 쟁쟁한 선배선임자들 틈바귀에서 숨소리도 못내고 맞춤정장 허드렛일을 도왔어요”라면서 “이 무렵 당시 청와대 경호실장 차지철씨가 찾아와 단추 하나 달아 달라 해서 달아줬는데 거금 5천원을 내놓아 놀랐지요. 그때 제 한달 월급이 5500원 정도였으니 놀랄 만도 했죠”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조선호텔에서 어깨너머로 재단과 가봉일을 접했던 그는 이후 조선호텔 취미양복점에서 당대 양복재단계에서 유명했던 바지부문 전기열 선생, 상의부분 김현명 선생, 재단부문 권태홍선생, 김형철 선생한테 맞춤정장의 깊은 지도를 받으며 기술을 연마했다. 이후 10여년이 넘는 동안 부족한 바느질을 메우기 위해 밤새워 양복재단을 하여 지난 1986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드디어 양복명인으로 인정받았다. 김하룡 대표는 “남자들 몸의 매력은 어깨, 가슴, 허리입니다. 이 세 부분을 자연스런 흐름의 아름다운 선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기술의 차이”라면서 “신체기능의 미세한 굴곡부분을 정확히 분석해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정교하게 처리할 때 저 스스로 행복감에 빠집니다. 그만큼 정성과 기능, 미적인 감각을 많이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는 거죠”라고 맞춤양복의 매력을 설명했다. 여전히 오전 10시에 출근, 새벽 2시에 퇴근하는 그가 맞춤 양복의 장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몸으로 익힌 정직한 기술, 그리고 근면함 때문이었다. 매경TV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소상공 in 아시아”에 방영되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김하룡 대표는 “어릴 적 혼나가면서 배웠던 기억이 있는 호텔 내 양복점을 운영해서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면서 “원단은 영국, 패션은 이탈리아라고 하지만 맞춤 양복 제작에 관한한 각종 세계대회에서는 우리나라가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잘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