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에도 결선 8만명 관람… F1 진수 ‘만끽’

최고 시속 350㎞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경주선수권대회 포뮬러 원(F1) 월드챔피언십은 17라운드(전체 19라운드)째에 코리아 그랑프리라는 이름으로 22일∼24일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펼쳐졌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12개 F1팀과 24명의 F1드라이버가 출전한 가운데 24일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22일 연습주행과 23일 예선전 등 3일간의 열전을 마쳤다. 대회기간 16만명, 결승전만 8만명의 관람객이 찾아 국내 스포츠 사상 최고의 관람기록을 세우며 모터스포츠의 불모지란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F1 코리아 그랑프리 어떻게 진행되어 왔나?
2010년 10월 세계적인 자동차경주 대회 F1에 대한 진행은 이렇게 되었다.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 개최를 향한 본격적인 착수가 이뤄진 것은 지난 2005년. FOM(Formula One Management, F1과 관련된 모든 상업적 권리를 가진 조직)과 국내 유치 협상을 벌이며 7년 간의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 유치 및 5년 연장 개최권을 확보로 본격적인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 개최의 발판을 마련했다. 초대형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인 포뮬러원을 치러내기 위해 국가적인 지원책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 역시 전개됐다. 2006년 3월부터 석 달에 거쳐 53만 명 규모의 국민 대상 F1 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입법 청원 서명 운동을 벌인 것은 물론, 2006년 12월 F1 지원법을 국회에 상정해 올 9월 국회를 통과시키며 대회 개최에 가속도를 붙였다.

한국인 첫 F1드라이버는?
한국인을 응원하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조건이 안 된다. 한국 드라이버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인 몇몇 유망주 드라이버가 유럽무대에서 F1유학을 떠나거나 교포들이 현지 레이싱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두터운 선수층을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다. F1 드라이버가 되려면 유년 시절 카트 대회 출전부터 시작해 투어링카 대회, F3, GP2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신체로만 하는 야구 축구 피겨스케이팅 보다 넘기 어려운 걸림돌은 막대한 스폰서십과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의 마케팅 후원이다. 많은 팬은 수년 내에 한국인 드라이버가 탄생하길 기원하고 있다.

▲ 24일 베텔의 머신 사고, 결국 이날 엔진 고장으로 탈락했다

글로벌 기업들 “지금은 F1 전쟁 중”
포뮬러원의 지난해 10개팀(올해는 12개팀)이 팀 운영비로 쓴 돈만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가 넘는다. 자동차경주는 스포츠마케팅의 최고봉에 있는 종목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아온 F1경주가 중동과 아시아권에서 빠르게 마케팅을 펼쳐나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스폰서십도 열기가 더해가고 있다. F1에는 한국의 LG를 비롯해 200여개 글로벌 기업이 직접 팀을 운영하거나 메인 혹은 서브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본사에서 마케팅 계획을 짜기 보단 각 국가별 현지법인에서 알아서 운영하는 스포츠마케팅이 일반적이다.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이들이 쏟아 붓는 돈과 현물, 유무형의 서비스만 1년에 2조원에 이를 정도다. 또 BMW, 도요타, 혼다 등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차례로 F1에서 철수했지만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르노 등 세계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은 여전히 엄청난 돈을 투여해 직접 워크스팀을 운영하며 R&D(연구개발)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F1에서 팀을 운영하거나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함과 동시에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돈을 낸 기업은 오스트리아의 음료업체인 레드불사이다.

F1에 레드불 레이싱, 토로 로소 등 2개의 팀을 운영중인 레드불은 지난해 무려 2억5700만달러(약 2967억원)를 쏟아 부었다. 이어 도요타(2억2400만달러), BMW그룹(2억2000만달러), 말보로(2억달러), 메르세데스 벤츠(1억4250만달러), 르노(1억5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말보로(필립모리스)는 워크스팀을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액수를 마케팅비로 내놓고 있다. 물론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팀은 스폰서 기업이 많이 따라붙는다. 팀별로 후원액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전통의 빨간색 머신(F1 레이싱카)을 자랑하는 F1 최고의 인기팀 페라리팀의 경우 지난해 4억400만달러(약 4664억원)을 후원받았고, 맥라렌팀은 3억7745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반면 스파이커팀을 인수해 2007년 창단된 포스인디아팀은 1억1995만달러(약 1385억원)로, 페라리팀 후원액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 마크웨버와 팀코치들

역사적 대한민국 F1 첫 우승자는 페라리의 알론소

▲ 우승 소감 말하는 페르난도 알론소

‘우승청부사’ 페르난도 알론소는 누구?

▲ 페르난도 알론소가 샴페인을 터뜨리며

3일간 16만명 관람… 절반의 성공
포뮬러원(F1)이 모터 스포츠의 불모지인 한국의 전남 영암에서 결승전 8만명 등 3일간 16만여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성공적으로 첫 대회를 마쳤다. 서킷은 대회 개최 10일 전에야 대회 주관기구인 국제자동차연맹(FIA)으로부터 검수를 받는 등 국내외 안팎으로부터 우려를 샀지만 드라이버들은 물론 각팀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F1 서킷 중 가장 긴 직선구간에 이은 급커브와 곡선구간, 영암서킷만의 독특한 코스 등에 대해 드라이버들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F1대회 흥행의 바로미터는 관람객 수다. 결승전 관람객 수는 경찰과 대회주최 측 추산이 같은 8만명. 연습주행과 예선전 등 3일간의 관람객 수를 합하면 16만여명으로 이 정도면 결승전에서 전체 관람석 11만석의 70%를 채우겠다던 주최 측 목표가 달성된 것이다. 모터 스포츠의 불모지에서 국민의 높은 관심과 호응을 확인했다는 점은 이 같은 목표 달성에 더해 큰 성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연습주행에 2만명의 관중이 몰렸으며, 예선전에도 5만2천여명의 관람석이 채워져 다른 나라 대회의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가의 패독클럽 절반 정도가 비워져 있는 상황이나 메인 그랜드스탠드 상단의 VIP 스카이박스 판매가 부진했던 점은 내년 대회 마케팅에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또한, 입장권 강매나 자유이용권 논란 등은 개선해야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회운영 미숙 불만… 편의시설 개선 필요
사상 처음으로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에 속하는 초대형 국제 이벤트를 진행한 탓에 곳곳에서 대회운영 미숙이 드러났다. 주차장에서 메인 그랜드스탠드 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 관람객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 나타났으며, 경주장 내 편의시설이 너무 부족한 점도 내년 대회에서 개선해야할 사항이다. 음료나 간단한 먹을 거리를 사려해도 기다란 줄을 서야 하는 점, 경주장 내 화장실을 찾기 어려운 점, 주차장 내 안전사고 등도 다시 찾고 싶은 F1경주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고쳐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운영지침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대회 운영요원들과 관람객들이 입장권 검표 과정 등 곳곳에서 마찰을 빚거나 대회운영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도 빈축을 샀다. 특히, 개막 일정에 쫓겨 군 병력까지 동원해 가설스탠드 조립에 나섰지만 일부 스탠드는 완성되지 못한 채 대회를 개막한 것이나 관람객이 다녀야 하는 인도에 포장이 되지 않은 흙바닥인 점도 아쉬운 점이다. 교통, 숙박, 편의시설은 우려했던대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드라이버들이 머문 호텔 현대를 제외하면 호텔다운 숙박시설이 1군데도 없어 일부 ‘러브모텔’을 이용한 해외언론으로부터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숙소가 밀집돼 있는 목포에서 경주장으로 가는 진입도로가 6차선 영산강 하구언 하나 뿐인 점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이다. 주차장 관리도 허술해 아수라장 진흙탕으로 변해버렸고, 주변도로는 행사기간 내내 불법 주차장이었다. 관람객 편의를 위해 600여대나 동원한 셔틀버스 운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관람객들의 큰 불만을 샀다. NM
(사진 및 자료제공 : 모터매거진, 모터스포츠닷컴, KA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