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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열도 영유권 둘러싼 중·일 분쟁
중·일 모두 잇단 강경조치로 갈등 재점화 조짐
2010년 11월 02일 (화) 13:27:06 안상호 기자 press83@newsmaker.or.kr

중·일 양국 간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계기로 동아시아 영토 분쟁에 ‘힘의 외교’가 지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와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치며 국제법상 실효지배가 인정돼 왔던 지역이 앞으로는 철저하게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아시아 역내에서 최근 부쩍 늘어난 영토 분쟁은 미국ㆍ유럽에 맞서 단일 경제권 논의가 진행 중인 아시아 역내 경제·시장 통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최근 가열되고 있는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증폭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분쟁은 일본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미국과 대규모 합동 해상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어선의 저인망 조업 단속하면서 시작된 분쟁
중국에서 댜오위다오(釣魚島)라고 부르는 센카쿠열도는 다섯 개의 작은 섬과 세 개의 암초로 이뤄진 무인도다.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지만 거리상으로는 일본 오키나와보다 대만에서 더 가깝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중·일 갈등의 화근이 돼왔다. 작은 섬을 놓고 대립이 심각한 이유는 이 섬들이 동중국해 항로의 요충에 위치한 데다 주변에 풍부한 석유자원이 매장돼 있다는 조사 결과 때문이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이긴 직후인 1895년 무주지 선점(無主地先占) 원칙에 따라 자국 영토에 편입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과 대만은 원래 중국령이었던 곳을 불법적으로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실효적 지배 중인 일본 정부의 입장은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 점은 독도에 관한 한국의 입장과 똑같다). 섬 내 등대 등의 시설물도 일본에 의해 설치되어 있다. 반면 중국은 1992년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자국 영토로 명문화했다. 중국과 홍콩의 어민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곳에 상륙을 시도하다 일본 순시선에 저지당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일본과 중국 간의 센카쿠(尖閣) 열도 영유권 분쟁은 당초 중국 어선의 사소한 조업 문제에서 양국 간 전면 대결로까지 번졌다가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됐다. 센카쿠 열도는 청일전쟁 와중인 1895년 일본이 자국 영토로 편입했으나 중국은 불평등한 시모노세키조약 때문에 일본에 뺏겼다고 맞서 왔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이 센카쿠 열도에 상륙해 영유권을 주장하면 일본 당국이 체포해 추방하는 등 과거에도 여러 차례 영유권 다툼이 빚어졌지만 이번처럼 큰 충돌은 없었다. 이번 중-일 ‘외교전쟁’은 9월 7일 센카쿠 열도 부근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이 중국 어선의 저인망 조업을 단속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어선은 순시선을 들이받으며 달아났지만 추격한 순시선에 붙잡혔다. 일본은 중국 선원들을 조사한 뒤 선장을 구속했다. 일본은 9월 19일 선장의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등 ‘법대로’ 방침을 분명히 했다. 중국 정부는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를 수차례 새벽에 불러 항의하는 등 노골적으로 반발하며 선장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경제적 보복조치도 이어졌다. 이에 중국은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협상도 연기했다.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가지려던 중-일 정상회담도 불발됐다. 특히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일본 관방장관이 9월 13일에 “선장은 국내법에 따라 범죄 사건으로 다룰 것”이라고 공언하자 중국은 대응 강도를 더욱 높였다. 9월 18일엔 중국인들이 ‘반일의 날’을 선포하면서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일 시위를 벌였다. 유명 건강제품 업체인 바오젠(寶健)사는 직원 1만 명을 일본에 관광 보내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9월 21일엔 베이징(北京) 관광 당국이 여행사 관계자들을 불러 일본 관광을 자제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중국인 관광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하면서 관광특수를 기대해온 일본으로선 뼈아픈 조치였다. 지난 10월 열릴 예정이던 일본 인기그룹 ‘스마프(SMAP)’의 콘서트도 취소되는 등 중국의 반발은 전방위로 확산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들로 알려진 일본인 4명이 중국 허베이(河北) 성의 군사지역에서 군사시설을 촬영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알려진 것도 이 즈음이다. 결국 일본은 9월 21일 고위급 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중국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까지 직접 나서 “선장을 무조건 즉각 석방하라”고 외쳤다. 결정적 조치는 희토류 수출 중단이다. 중국이 아이팟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미사일 등 첨단제품의 필수 재료인 희토류 금속의 일본 수출을 중단한 사실이 23일 알려지자 일본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일본 수출기업의 생명줄인 희토류는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9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침체에 허덕이는 일본으로선 KO 펀치를 맞은 셈이다. 일본은 9월 24일 선장을 석방하겠다고 발표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센카쿠 열도에 대한 분쟁 자체는 여전히 끝나지 않아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 일본은 중국 선원들을 조사한 뒤 선장을 구속했다. 일본은 9월 19일 선장의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등 ‘법대로’ 방침을 분명히 했다.

중·일 모두 센카쿠 열도에 대한 강경입장 고수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 사태와 관련해 잇따라 강경조치를 내놔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중국이 최근 센카쿠 열도를 자국의 핵심국가이익으로 분류하고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데 대해 일본은 센카쿠 부근에서 대규모 미일 합동군사훈련 실시라는 ‘강수’로 맞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우익 신문인 산케이신문은 지난 10월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일하는 이번달 미 제7함대의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열린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부정기적으로 이뤄지는 미일 합동 군사훈련의 일정이 갑작스레 잡힌 것은 최근 벌어진 중일간 센카쿠 열도 분쟁을 염두에 두고 성사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센카쿠 탈환작전'으로 명명된 이번 훈련은 중국군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센카쿠 열도를 불법 점거할 가능성을 상정하고서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점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국민의 감정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에서는 지난 9월 7일 센카쿠 열도 부근에서 조업 중에 일본 순시선과 마찰을 빚어 일본에 나포됐던 중국인 선장 잔치슝(詹其雄.41) 씨가 18일 만에 석방된 것을 계기로 대일 비난이 다소 가라앉았으나 센카쿠 열도에 대한 강경입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미일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향후 중국내 여론의 향배가 주목된다. 중국 정부가 센카쿠 열도를 대만, 티베트 및 신장, 남중국해에 이어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규정하고서 대처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핵심이익은 외교적으로 절대 타협하지 않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센카쿠 열도에서의 중국의 강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아직 센카쿠 열도를 공개적으로 핵심이익이라고 선언하지 않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기존의 국가이익에서 핵심이익으로 격상시켰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3월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 및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간의 회담에서 중국 측은 남중국해가 자국의 핵심이익에 속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통보한 바 있다. 중국의 이런 통보는 지난 7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 국익과 연결돼 있다는 발언을 초래하는 등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갈등을 불렀다는 점에서 센카쿠 열도에 대한 중국의 핵심이익 규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이날 인터넷사이트인 인민망을 통해 ‘국제법 시각에서 본 댜오위다오 분쟁의 발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센카쿠 열도에 대한 자국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이 기사에서 대만 북동 쪽에 위치한 센카쿠 열도는 명·청조 이래 500여년 간 어업기지는 물론 항해와 풍랑 피난지로서 활용돼온 중국의 영토로 이미 여러 문헌에도 그런 사실이 명기돼 있을뿐더러 중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일본이 청일전쟁의 와중인 1895년에 센카쿠 열도를 불법 점유하고서 무인도를 먼저 선점했기 때문에 센카쿠 열도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로 영토와 관련한 국제법 규정에 위배된다고 날을 세웠다. 인민일보는 그러면서 미국에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세계 제2차 대전에서 일본의 패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센카쿠 열도를 한동안 지배하다가 1972년에 미일협정을 통해 일본에 센카쿠 열도를 실효 지배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승전국이라는 점에서 센카쿠 열도를 일본으로부터 당연히 돌려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센카쿠 열도 갈등과 관련해 미국은 시종일관 일본의 편을 들고 있다. 센카쿠 열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일 외교장관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상에게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 5조의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최근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댜오위다오에서 미일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될 경우 다시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중국이 최근 센카쿠 열도를 자국의 핵심국가이익으로 분류하고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데 대해 일본은 센카쿠 부근에서 대규모 미일 합동군사훈련 실시라는 ‘강수’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잇단 도발은 아시아국과 미국의 관계 강화 계기
영유권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잇따른 도발은 아시아 인접국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0월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최근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분쟁을 겪기 전에도 아시아 국가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켜왔으며, 이는 외교 문제에 대한 중국의 달라진 태도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일본과 마찰을 일으키기에 앞서 지난해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중국 어선과 미 해군 조사선이 실랑이를 벌였고 지난 5~6월에는 중국 어선들이 인도네시아 해상에 불법 진입한 바 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중국의 태도는 한국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중국은 당시 한국에 가해자 측을 옹호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작 조사가 완료되자 북한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엔의 비난을 방어했다. 과거 덩샤오핑은 경제발전을 위해 이웃국가들과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일으키는 걸 두려워했지만 현재는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의 입장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지난 7월 남중국해 관련 문제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베트남 편을 들었다. 그러자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이를 ‘중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했으며 “중국은 큰 나라이고, 다른 나라들은 작다. 그것이 사실이다”라고 반격했다. 변화된 정책 기조는 중국 내 소비를 위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2012년 정권 이양을 위한 사전 작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지역 내 중국의 입지를 좁힐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앞서 “아시아 국가들을 더 미국에 이끌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WSJ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동남아 국가 지도자들과의 회담 자체는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됐지만 공동성명에서 중국에 압박을 주는 내용을 발표했다면서, 이미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간 동맹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중국 지도부가 이전 정책 기조로 선회할 시간도 아직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강대국간 제해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남중국해 남사군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동남아 일부 국가들간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개입선언에 이어 러시아까지 가세하면서 남중국해 문제가 미중간 다툼에서 미중러 주요 강대국들간의 다툼으로 확대되었다

남중국해 둘러싼 제해권 다툼 치열해져
중국과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주무 장관이 이번에는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북방 4개섬(러시아 명 쿠릴열도)을 전격 시찰했다. 중국 관영신화통신은 일본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 마부치 스미오(馬淵澄夫)장관이 10월 4일 오전 내리는 비를 무릅쓰고 러시아와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북방 4개섬’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마부치 장관은 지난 9월 17일 일본 각료인사를 통해 부대신에서 국토교통상 겸 오키나와·북방영토담당상으로 승격됐다. “마부치 장관은 이날 북해도 네무로(根室)시에서 하보마이(齒舞) 제도 등 바다 건너편 북방 4개섬을 바라보았으며, 네무로시 일대에는 당일 비가 오는 바람에 '북방4개섬'의 윤곽만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마부치 장관은 언론에게 “(자신이) 원래 북방영토에 거주하던 주민들과 만났으며 그들이 (러시아)북방영토를 돌려받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마부치장관의 이번 북방 4개섬 시찰은 메드베데프 러시아대통령이 곧 북방 4개섬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에 따른 것이라고 일본 공동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1월 일본 요코하마시에서 열리는 APEC회의에 참석한 뒤 쿠릴열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일본은 러시아 대통령의 북방 4개섬 방문계획에 대해 “러시아 대통령이 섬을 방문하면 일-러 관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될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북방 4개섬은 일본 북해도 북쪽, 러시아 캄차카반도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에 이어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고이즈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총리가 북방 4개섬을 해상시찰함으로써 일본의 북방영토 회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러시아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편 러시아가 베트남 남부 해군기지 사용을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남중국해를 둘러싼 강대국간 제해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남중국해 남사군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동남아 일부 국가들간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개입선언에 이어 러시아까지 가세하면서 남중국해 문제가 미중간 다툼에서 미중러 주요 강대국들간의 다툼으로 확대되게 됐다. 특히 지난 10월 1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 국방장관확대회의(ADM)를 앞두고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의 국제이슈화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중, 아세안 국가들 간들의 신경전이 계속돼 왔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9월 24일(현지시각) 뉴욕에서 10개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에서 특정국가의 무력사용이나 위협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해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추진중인 중국을 겨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베트남 캄란만 해군기지의 사용 재개가 남중국해의 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중국 언론들이 전망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일간지 동방조보(東方朝報)는 “베트남과 미국과의 관계가 날로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다시 캄란만으로 돌아오면 남중국해지역의 형세가 더욱 복잡하게 될 것”이라며 “현지정세를 더욱 긴장시킬 뿐 완화시키지는 않을 것인 만큼 러시아의 캄란만 복귀는 옳은 결정이 아니다”라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10월 8일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러시아의 베트남 캄란만 해군기지의 사용 재개와 관련해 “러시아 외에 미국도 베트남과 필리핀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베트남 기지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유력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는 러시아가 남중국해에 접한 베트남 남부 캄란만(灣) 해군기지를 25년 이상 장기 사용하기로 베트남과 곧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러시아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캄란만 기지는 옛 소련시대에 러시아 해군의 유일한 동남아시아 거점이었지만 2002년 군함과 잠수함 등을 철수했었다.

중국의 공세에 미·일 관계 다시 돈독해져
중국과 미국, 일본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미국과 그 우방세력인 일본 대 중국이라는 전통적인 대립 틀에는 큰 변함이 없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전과는 확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과거의 중국이 미국과 일본의 공세에 소극적인 외면으로 일관했다면 지금의 중국은 힘을 앞세운 압박이 먼저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처럼 칼날을 안으로 감추는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명실상부한 ‘G2’로서의 힘의 논리가 우선이다. 최근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간 갈등에서 이 같은 압박 외교가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이 자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장을 억류하자 중국은 고위급 접촉 중단과 자국 주재 일본 대사 초치, 희토류 수출 중단 움직임(양국 정부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과 여행 제한, 스파이 혐의 일본인 체포 등 전방위적으로 일본을 압박했다. 결국 일본이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중국은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일본 정부로선 사실상 수용 불가능한 요구다. 도발에 가까운 중국의 요구에 일본 열도도 들끓기 시작했다. 중국 영사관에 신호탄이 날아들 정도로 반중감정은 달아올랐고 자민당 등 야당은 ‘굴욕외교’ 또는 ‘외교적 완패’를 성토하며 중국에 백기를 든 간 나오토 내각의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의 강공에 미국과 일본은 기존 동맹 강화로 맞섰다. 일본 정부의 환시 개입으로 잠시 서먹해졌던 미·일 관계가 중국의 공세에 양국이 공동보조를 맞추면서 자연스레 봉합되고 중국의 목소리 확대와 함께 이념이 아닌 경제논리가 원인이 된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일 안보동맹이 세계 안보의 주춧돌(cornerstone)일 뿐 아니라 양국 안보에도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고 논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일본 정부는 즉각 센카쿠열도도 미일 안보동맹에 포함되는 지역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환시 개입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고 위안화 절상에 대한 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애써 일본의 환율 중재를 모른 체한 셈이다. 미국은 이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저평가 문제가 집중 논의되길 희망하고 있다. 반중 감정을 결집시켜 위안화 절상 공조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미국이 중국과 주변국간의 영토분쟁에서 평화적인 중재자를 자처하며 다자적 해결을 지지해 중국을 간접적으로 포위하며 아시아 영향력 재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일간 갈등은 중국의 사과 및 보상 요구로 다음 라운드로 접어들었다. 2라운드는 더 이상 내몰릴 곳 없는 데까지 밀린 일본의 벼랑 끝 반격과 힘을 확인한 중국의 불도저식 밀어 부치기가 맞부딪히며 이전 라운드보다 훨씬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간 위안화 전쟁 역시 서울 G20회의와 요코하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을 앞두고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미국은 G20과 APEC이 발판이 돼 1980년대 엔화 절상을 이끌어냈던 ‘플라자 합의’가 재현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직접 목격한 중국이다. 급격한 통화 절상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섣불리 위안화 국제화나 공조에 나서기보다 환율과 경제 안정이 먼저라는 것쯤은 이미 충분히 통감하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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