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에서 사실상 금지됐던 집회·시위를 허용하고 광장 사용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서울시가 즉각 재의를 요구키로 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9월 13일 본회의를 열어 서울광장에서 공익적 행사, 집회 및 시위를 개최할 수 있게 하고 행사를 허가제 대신 신고제로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여가선용과 문화행사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서울광장에서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있고 시의 허가를 얻어야 가능했던 행사들도 신고가 수리되면 열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조례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지난 9월 27일 “서울광장을 열린광장, 시민광장으로 돌리라는 1,000만 시민의 명령에 따라 의장 직권으로 서울광장 조례안을 시의회 게시판을 통해 공포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또 서울광장 등의 사용과 관리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는 '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명칭을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로 바꾸고, 시의회 의장이 위원 과반수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에 서울시는 즉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개정안에 대한 재의(再議)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법절차상 문제가 있는 개정안으로 다수의 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서울광장 정치집회 신고제에 대한 재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집회와 시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음에도 하위법인 조례로 다시 이를 규정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고,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상 허가제인 도로와 하천, 공원 등과 달리 서울광장만 신고제로 변경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시는 또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외부위원 전원을 시의회 의장이 추천하는 것도 의회 권한을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또 이날 시 조직을 기존 ‘1실 5본부 8국’에서 ‘1실 8본부 5국’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조직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새 조례 개정안을 만들어 시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 등 시정 운영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고, 시의회는 지난 9월 10일 조례안을 재의결해 시로 돌려보냈지만, 공포 기한 마지막 날인 9월 19일 시는 결국 조례 공포를 거부했다. 개정 조례가 모든 공유재산의 사용은 허가제로 규정하고 있는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집회나 시위와 관련한 사항을 조례에 명시하는 것이 법리상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용석 시의원(도봉구 제1선거구·민주당)은 9월 20일 “서울시가 서울광장 개방 조례안을 공포하지 않고,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라는 뜻을 밝힌 것은 서울시민과 시의회에 대한 ‘전쟁선포’나 다름없다”며 대법원 제소 방침을 철회하고 조례안을 즉시 공포 할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또 서울시가 주장하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의원은 “공물법 제20조에 따르면 지자체의 장은 행정재산에 대해 그 목적 또는 용도에 장애가 되지 않은 범위에서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서울시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 논리대로라면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모든 문화행사를 허가해 줄 때 일반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허가해야 한다는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고제해도 내년3월 이후나 집회 가능

▲ 서울시는 서울광장 정치집회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개정안’에 대한 ‘재의결 무효 확인소송’을 9월 30일 대법원에 제기해 결국 법정싸움으로 진행됐다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했지만 실제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집회나 시위는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9월 28일 서울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조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내년 3월까지는 사실상 서울광장 사용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가 개정되면서 집회나 시위가 광장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 한 모두 허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11월 중순까지 행사가 모두 잡혀있는 만큼 새로 시위나 집회가 열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원래 가을에 서울광장 수요가 많은데다 오는 11월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으로 인한 관련 행사들이 줄줄이 서울광장 이용 명단을 꽉 채운 탓에 시위나 집회를 위해 서울광장 이용신청을 해도 11월 중순까지는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11월 말에는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이 설치돼 내년 2월 말까지 운영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서울광장에서 대형 시위나 집회가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실제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집회나 시위는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광장 사용 신청이 행사 60일 전부터 가능하다는 규칙을 감안하면 서울광장 신규 사용신청은 내년 1월부터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들이 지난 10월 30~31일 전태일 분신 40주기를 맞아 서울광장에서 ‘전태일 대축제’를 개최하려고 추진, 이례적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앞서 서울시가 10월 30일에는 ‘포천시 농·특산물 대축전’이, 10월 31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G20 홍보관’ 설치 공사가 이미 예정돼 행사 성격과 상관없이 서울광장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당초 전태일위원회는 10월 30~31일 이틀 동안 서울시에 광장사용을 신청했으나 이미 30일은 포천시의 ‘농·특산물 대축전’이, 31일은 방송통신위원회의 ‘G20홍보관’ 설치 공사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서울광장을 허가제로 운영할 때는 중복 신청이 들어오면 서울시가 우선순위를 조율할 수 있었으나 신고제로 바뀐 이후에는 ‘선착순’ 원칙이 적용돼 전태일 축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태일위원회는 포천시와 협의해 서울광장을 함께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가 공동사용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첫 신고제 집회가 성사된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광장 사용 조례가 개정됐어도 이미 많은 행사가 서울광장에 예정돼 있어 실질적으로 개정 조례에 따라 시위나 집회가 서울광장에서 열리기 힘들다”며 “서울시는 서울광장 이용 신청자들을 선착순으로 줄을 세우기보다 적절히 사용을 안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광장 조례로 인해 시와 시의회가 갈등은 세 달째 진행되고 있어 이 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시,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 소송 제기
서울시의회가 예정대로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9월 27일 공포했다. 서울시는 시의회 조치에 반발해 지난 9월 말까지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하고 법률검토에 착수했다.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이날 “서울광장을 열린광장, 시민광장으로 돌리라는 1,000만 시민의 명령에 따라 의장 직권으로 서울광장 조례안을 시의회 게시판을 통해 공포한다”고 밝혔다. 허 의장의 이날 공포는 단체장이 시의회를 통과한 조례안을 공포하지 않을 경우 시의회 의장이 대신 공포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에 따른 조치다. 조례안 효력은 공포 즉시 발생하기 때문에 이날부터 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하고 싶으면 원칙적으로 신고만 하면 된다. 종전에는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하려면 서울시로부터 우선 광장사용 허가를 받아야지만 관할 남대문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서울시와 경찰서에 각각 광장사용 신고와 집회 신고만 하면 가능하다. 허 의장은 “(개정 조례안 때문에) 혹자는 서울광장이 무질서하고 소란스러운 공간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민주시민의식을 우롱하는 닫힌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조례안을 공포하자 법적 대응 방침을 거듭 시사했다. 시 관계자는 “이달(9월) 30일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시의회의 조례안 공포로 서울시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시의회가 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을 지난 8월 13일 본회의에서 의결하자, 시는 9월 6일 재의를 요구했다. 이어 시의회가 9월 10일 오 시장의 요구를 거부하고 재의결하자, 시는 공포를 거부하는 등 양측은 시종일관 평행선을 달려왔다. 양측 모두는 법정에 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시의회들은 “법조인과 교수 등 전문가 집단에게 개정 조례안의 위법성 여부를 문의해 본 결과, 대부분 합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시의회 의뢰를 받은 A법무법인은 “집시법이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는 점에 비춰 신고제 운영이 바람직하다. 다만 신고 불수리 사유를 규정해 무분별한 집회를 방지해야 한다”는 밝혔다. B변호사는 “허가제가 악용될 소지가 큰 만큼 신고제로 운영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다”고 말했다. C교수도 “입법 재량으로 신고제를 전환한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신고제가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으므로 허가제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서울시 자문변호사 및 몇몇 법학교수 등에게 문의해 본 결과, 개정 조례안이 문제가 있다고 한 전문가들이 다수였다”고 주장했다.

市-시의회 “정치적 상징 양보 불가”
6.2 지방선거 이후 여소야대로 구성된 시의회와 야당으로 둘러싸인 서울시는 그동안 주요 정책을 놓고 펼쳐온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사상 첫 시장 재선에 성공했지만 의회석 70%를 차지한 시의회와의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 갈등은 ‘서울광장 조례’를 놓고 절정에 치달아 법정분쟁까지 벌이는 형국까지 오게 됐다. 지난 8월 시의회는 서울광장 조례안을 임시의회에 의결했지만 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9월에도 시의회가 조례안을 재의결하자 시는 조례 공포를 거부했다. 시의회는 시의 거부에 격분해 지난 9월 27일 오전 허광태 시의장이 서울광장 확대개방 공포를 오 시장 대신 공포했다. 시장이 본회의를 통과한 조례를 공포하지 않을 경우 시의장이 공포 권한을 넘겨받는다는 지방자치법의 근거를 내세우며 시의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허 의장은 “서울광장 자유개방을 통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지고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져 평화로운 광장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의회의 갑작스러운 조례 공포에 서울시는 법률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정치집회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개정안’에 대한 ‘재의결 무효 확인소송’을 9월 30일 대법원에 제기해 결국 법정싸움으로 진행됐다. 시의회가 재개정한 조례안이 시 내부 검토 및 법률전문가 자문 결과 법령 위반사항을 다수 담고 있어 서울시가 지방자치법 제172조에 따라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시는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할 경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반된다”며 “관장사용 목적에 집회와 시위를 추가한 것도 시장의 집행권을 침해해 법률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시의회는 “서울광장은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열린광장, 시민광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집회와 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는 헌법에 반하는 위헌 조례를 바로잡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서울광장 조례로 인해 시와 시의회가 갈등은 세 달째 진행되고 있어 이 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