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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위기에 봉착한 유럽
내전 장기화로 시리아 난민 더욱 증가할 듯
2015년 10월 11일 (일) 02:21:38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2011년 민중봉기로 시작한 내전으로 시리아 전체 인구의 절반인 1160만명이 국내외에서 피난민이나 난민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 9월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유엔난민기구(UNHCR) 통계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내전의 장기화로 시리아를 떠나는 난민이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UNHCR에 따르면 터키와 레바논을 비롯한 인접 중동 각국으로 피한 시리아인은 지난 7월 시점에 400만명에 이르렀다. 이와는 별도로 최소한 760만명의 시리아인이 이미 국내에서 집을 떠나 떠돌고 있다. 시리아 인구는 2004년 단계에선 23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UNHCR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고등판무관은 시리아 난민 상황에 대해 “한 분쟁으로 인한 피난자 수로는 지난 수십년 사이에 가장 많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구테레스 고등판무관은 “인도적인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는 걸 막기 위해 유럽 각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울린 3살 시리아 꼬마 난민 아일린의 죽음
차디찬 바다에서 목숨을 잃고 해안가로 떠밀려온 세 살배기 시리아 꼬마 난민의 사진 한 장이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아일란 쿠르디는 지난 9월2일 아침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빨간색 티셔츠와 청색 반바지 차림으로 해변의 모래에 얼굴이 파묻힌 모습은 시리아 난민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아일란의 비극적인 죽음에 전 세계가 슬픔과 충격, 분노에 빠졌다. 아일란의 가족은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족 민병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시리아 북부 소도시 출신이다. 이들은 IS를 피해 육로로 터키에 도착한 뒤 다시 그리스로 가려고 밀입국 브로커에게 부탁해 소형보트에 몸을 실었다가 배가 뒤집혔다. 깜깜한 바다 한 가운데서 거친 풍랑이 배를 덮치자 아버지 압둘라는 사력을 다해 가족을 보호하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거친 물살에 두 아이와 아내를 놓쳐버렸다. 5살짜리 형 갈립과 엄마의 시신도 아일란이 발견된 해변에서 발견됐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버지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며 통곡했다. 그의 가족은 올해 초 캐나다 정부에 난민 자격으로 이민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한 바 있다. 이제 겨우 세 살밖에 안된 아일란의 참극에 전 세계 누리꾼들은 SNS에 애도의 그림과 메시지를 올리며 애도하고 있다. 아일란의 이름을 따 개설된 모금 펀드에 하루 만에 수천만원이 걷히는가 하면, 난민 수용에 완강한 태도를 보인 영국에선 난민 수용을 늘릴 것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시민 수십만명이 서명하며, ‘난민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들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다. 한 장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이기주의와 냉정함을 질타하는 동시에 난민의 참담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향후 유럽의 난민 수용 계획
유럽이 난민 문제를 두고 여전히 갈라져 있다.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에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은 난민 추가 수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나 동유럽권 국가들은 인도주의보다는 난민 수용에 따른 ‘손익 계산’이나 아프리카 출신 난민의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이웃 국가 이스라엘에서도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9월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들은 난민 수용 인원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U 회원국의 난민 수용 규모를 당초 4만명에서 12만명 증가한 16만명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독일이 약 3만1000명, 프랑스가 2만4000명, 스페인이 1만5000명을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9월9일 유럽의회 국정연설에서 이 같은 난민 수용 목표를 제시했다. 계획대로라면 독일은 이미 받아들이기로 약속한 난민 1만여명을 합쳐 모두 4만여명을 수용하고 프랑스는 3만명 이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독일 연방정부는 난민 지원을 위해 내년 예산에 30억 유로(약 4조200억원)를 편성하고 지방정부에도 별도로 30억 유로를 지원키로 했다. ‘난민 해결사’로 나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대연정 파트너 2인자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우리가 겪는 일(난민 유입)이 수년간 독일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면서 EU의 모든 국가들이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영국은 지난 7월에 이어 이번에도 EU의 난민 분산 수용 계획을 거부하기로 했다. 다만 영국의 독자적 계획에 따라 향후 5년간 시리아 난민 약 2만명을 수용하겠다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오스트리아도 난민 입국을 허용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입국을 허용했던 것은 긴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 장기적으로 난민을 수용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난민을 “위험에 처한 ‘망명자(refugees)’가 아니라 ‘독일식 삶’을 원하는 ‘이민자(immigrants)’일 뿐”이라고 폄하하며 계속되는 난민 유입이 유럽의 ‘기독교 복지국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EU의 난민 분산 수용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이번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EU가 국경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시리아와 인접해 있는 이스라엘은 난민 수용은커녕 난민들이 오지 못하도록 장벽을 치기 시작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도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요르단과의 국경에 길이 30㎞가량의 장벽 건설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출신 난민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난민 문제는 문명화한 국가들이 공동으로 짊어질 책임”이라면서 미국이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대선 경선후보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같은 당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 등은 미국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난민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독일과 스웨덴
유럽을 전례 없는 혼돈 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난민들이지만 무작정 유럽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중에도 유달리 선호되거나 피하는 호불호가 나뉘기 때문이다. 난민들이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서유럽과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북유럽이다. 이 중에서도 독일과 스웨덴은 유독 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9월7일 덴마크 항구도시 뢰드비 인근 고속도로에서는 150여명의 난민들이 고속도로 위를 걸어서 이동하는 위험천만한 광경을 연출했다. 이들은 덴마크 동부 연안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도착할 수 있는 스웨덴 남부 도시 “말뫼”를 구호처럼 외치며 길을 따라 걸었다. 이들은 바로 전날인 지난 9월6일 덴마크에 들어왔는데 단 이틀만에 덴마크를 벗어나 스웨덴으로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런 일은 앞서 헝가리에서도 일어났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켈레티 기차역에서 발이 묶인 난민 2000여명은 지난 9월4일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로 가겠다며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비록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전격적인 난민 수용 결정으로 인해 중간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독일(Germany)” 연이어 외치면서 행진을 했다. 반면 EU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난민이 유입되고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헝가리에서는 유입되는 난민만큼 유출되는 난민이 많아 서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호불호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독일은 EU의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 격인 나라이며 스웨덴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유로존 위기 속에서도 굳건한 경제를 자랑하고 있으며 EU가 오는 인구와 경제력을 기준으로 9월9일 공개한 난민 배분안에서도 홀로 4만명 이상을 할당받는 모습을 보였다. 정착 후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난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안정된 독일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스웨덴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이다. 아울러 난민 유입을 꺼리는 덴마크와 달리 최근 모든 시리아 난민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면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나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 비해 경제 기반이 취약한 이탈리아나 헝가리는 엄청난 유입 난민수에 비하면 망명 신청자수가 매우 적다. 이런 선호 현상은 통계로도 검증된다. EU 통계청 연감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20만2015명으로부터 망명 신청을 받았다. 이는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만명을 넘긴 수치이다. 2위는 8만1325명이 문을 두드린 스웨덴이다. 독일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이지만 인구대비 망명 신청자수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스웨덴의 인구 100만명당 망명 신청자수는 8365명으로 독일의 2513명보다 3배 이상 높다. 2위인 헝가리의 4337명의 2배에 가깝다. 반면 이탈리아는 100만명당 신청자수가 1060명에 불과했으며 그리스는 10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추이는 올해에도 계속됐다. 1월부터 6월까지 EU로 망명을 신청한 33만9955 중 절반이 넘는 17만1785명은 독일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독일로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의 수는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위는 헝가리로 6만6785명이 망명을 신청했지만 이 수치는 헝가리가 EU로 가는 관문이라는 지리적인 특성을 감안해서 살펴봐야 한다. 헝가리는 EU 회원국 내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솅겐협정’에 가입한 나라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 나라이다. 때문에 터키나 그리스를 거쳐 서유럽이나 북유럽으로 이동하는 난민 대다수는 헝가리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이동한다. 스웨덴은 2만8985명으로 3위에 올랐다. 난민들이 독일과 스웨덴을 선호하는 현상은 경제 상황이나 이민 정책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난민 사태로 유럽의 동서갈등 재점화
유럽 대륙이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위기에 봉착했다. 전쟁과 빈곤을 피해 이민자들이 전후 가장 많은 규모로 물밀듯 몰려들면서 유럽연합(EU)의 근간까지 뒤흔들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들이 이들을 한시적으로 무제한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든 회원국들이 난민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초유의 난민 사태에 유럽의 동서 갈등은 재점화했고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까지 재부각됐다. 반면 초유의 난민 유입이 당장은 위기 상황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늙어가는 대륙을 다시 일깨울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관점도 있다. 출산율 저조, 고령화로 성장이 멈춰선 대륙에 새로운 이민 인구가 유입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향을 떠나는 난민들은 젊은 나이에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이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경을 한시적으로 개방한 독일의 기업가들은 벌써 앞다퉈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9월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산업 총연맹(BDI)의 올리치 그릴로 회장은 “이민자들을 재빨리 노동 시장으로 유입할 수 있다면 이들을 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를 도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이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력풀의 고갈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현지 기업가들은 이민자들이 독일 경제에 새로운 노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경영자총협회(BDA)에 따르면 독일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등 기술 인력 14만명이 부족하고 보건과 레저 부문에서도 손이 부족하다. 올해 독일 전역에서 모든 부문 인력 가운데 4만명의 수습직에서 공백이 예상된다. 씽크탱크 프로그노스는 현재 독일 인구 변화 추세가 이어지면 부족한 숙련공 인력이 2020년 180만명에서 2040년 39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이민 인구의 유입이 노동력 부족의 해법이 될 것이며 다수의 이민자들은 자국에서 비교적 고급 인력에 속해 “좋은 자질을 갖췄다”고 그릴로 BDI 회장은 말했다.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의 도시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이러한 이민자들을 새로운 인력을 키울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 도시의 공예 조합은 다문화 담당자를 임명하고 올해 들어 63명의 난민 청년을 '성공적'으로 훈련시켰다. 이민자들을 노동 시장에 좀 더 빨리 투입시키려면 일단 법적 제한을 풀어야 한다. BDA는 이민자들의 노동 시장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BDA에 따르면 기업들은 고용한 수습 인력이 하루 일하고 다음날 추방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민자의 경제 효과는 신대륙 미국에서 이미 증명됐다. 미국은 헝가리, 폴란드, 러시아, 아일랜드, 이탈리아, 중국, 멕시코 등 전 세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이민자들을 흡수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이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세기 초 미국 인구의 15%는 이민자들이 차지했고 이들은 농업, 건설업, 제조업, 식품가공업, 서비스업 등 미국 경제 전반을 떠받치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값싼 노동력으로 미국인들이 꺼리는 직업들을 마다하지 않는 이민자들이 없어진다면 힘들고(difficult), 더럽고 (dirty), 위험한(dangerous) 이른바 ‘3D’ 업종은 사라질 공산이 높다. 현지 미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의 일자리는 결국 외국으로 아웃소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크 로젠블룸 미국이민정책연구소장은 저임금 일자리에 대해 높은 임금의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민자들 역시 소비자라는 점에서도 내수 진작 효과를 낼 수 있다. 로젠블룸 소장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계층은 바로 이민자들이라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며 “이민자들이 미국 현지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것은 틀린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처럼 전 세계 이민자들을 끌어 모으는 이른바 ‘노동자 수입국’들은 보다 강력하게 이민을 규제하는 유럽 경제에 비해 “내재적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미국 현지인들에 비해 젊고 건강한 편이기 때문에 미국의 사회보장 및 의료 제도가 작동하도록 지지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이 연간 간접적으로 내는 세금 130억달러가 사회보장 및 의료 시스템에 투입되지만 이들이 얻는 관련 혜택은 10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민정책연구소는 2050년이면 미국 인구의 27%가 외국 태생이거나 이민 2세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처럼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이민 정책이 경제적 효과를 발휘한다면 대륙 전체로 온기가 퍼질 수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다. 일단 가장 우려되는 테러, 범죄 증가 등 사회적 불안과 이에 반대하는 극우 보수파들의 반대를 극복하는 일이다. 독일 내의 보수파를 설득해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보수 연정의 파트너인 사회 민주당은 이민자들의 노동 시장 접근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반대한다. 더 큰 문제는 이민자들을 EU 전체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지에 대한 조율이 가능한지 여부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독일의 이번 난민 수용에 대해 낮은 임금으로 “노예”를 고용하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지난 9월6일 남동부의 지중해 항구 도시 마르세유의 유세 현장에서 “독일 인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대규모 이민을 통해 노예들을 계속 채용해 임금을 낮추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EU 전체에 자국의 이민 정책을 적용하려고 시도한다고 힐난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난민을 수용하기 위한 경제적 비용 역시 부담이다. 독일이 모든 난민과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부담을 질 수 없기 때문에 각국에 난민 할당제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EU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다수의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 할당을 거부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서유럽과 갈등을 빚고 있다. 브렉시트 가능성도 점증하면서 EU 와해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난민 신청자는 5년간 100명 중 4명
지난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음에도 국내 난민인정자는 최근 5년 동안 신청자 100명 중 4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아 9월7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최근 5년간 국내 난민신청자는 총 9155명이다. 연도별 난민신청자는 2010년 423건, 2011년 1011건, 2012년 1143건, 2013년 1574건, 2014년 2986건, 2015년 6월 2108건 등이었다. 이 중 난민인정자는 연도별로 2010년 47건, 2011년 42건, 2012년 60건, 2013년 57건, 2014년 94건, 2015년 6월 31건 등 331건이었다. 전체 난민인정률은 3.6%였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 세계 난민인정률은 38%다. 난민신청 사유별로는 기타 3187건(34.8%)을 제외하고는 종교적 이유가 2284건(25.0%)으로 제일 많았다. 이후 정치적 이유 2194건(24.0%), 특정사회집단구성원 663건(7.2%), 인종 440건(4.8%), 가족결합 387건(4.2%) 등 순이었다. 난민신청 나라별로는 파키스탄 1961건, 이집트 1042건, 시리아 740건, 나이지리아 676건, 중국 569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정 나라별로는 미얀마 82건, 에티오피아 60건, 방글라데시 44건, 파키스탄 29건, 이란 18건 등 순이었다. 홍일표 의원은 “난민법에 따라 난민보호제도가 마련됐고 정부도 긴급의료와 생계지원 등 인도주의적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난민인정률은 낮으며 심사과정도 길고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도 지난 9월7일 “우리나라의 ‘아일란’ 2만여명을 위한 법률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송화 부대변인은 이날 “아일란의 비극만 슬퍼하지 말고 우리사회의 이주아동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더불어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제도와 지원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안가 모래에 얼굴을 파묻고 숨진 시리아 꼬마 난민 아일란의 마지막 모습은 전세계에 깊은 슬픔과 충격을 주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부모의 불법체류로 인한 무국적 상태의 아동이 2만여명이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불법체류자인 ‘무국적 아동’으로 복지, 교육,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버려지기까지도 하는 등 기본 인권마저 배제된 채 우리사회의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부대변인은 “국회에 발의된 ‘이주아동 권리보장’을 위한 법률안들은 우리사회의 아일란을 막고자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그러나 현재 법사위 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1991년 비준·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이 세상 어린이 누구나 안전한 주거지에서 살아갈 권리, 기본적인 보건 서비스를 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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