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손석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2005년 이후 6년째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손 교수는 8년째 진행해 오던 간판 프로그램인 MBC <100분 토론>에서 지난해 11월 하차했다. 그럼에도 현재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손 교수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 손석희교수

‘손석희’라는 인물을 떠올리면 깨끗하고, 공정하고, 예리하고, 날카롭고, 믿을만한 언론인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100분 토론’에서 하차할 때까지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방송토론 프로그램 진행의 묘미를 보여줘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겨져 있다.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방송토론프로그램 진행의 묘미 보여
1956년 서울에서 출생한 손석희 교수는 국민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84년 문화방송에 입사하여 97년까지 뉴스데스크(주말), 뉴스와이드, 뉴스투데이 등 앵커로 활동했다. 89년~92년 문화방송 노조 교육부장, 대외협력위 간사를 하다가 노조파업 후 97년~99년 미국 미네소타大 유학(저널리즘 석사)하고 돌아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과 MBC TV '손석희의 100분 토론'을 진행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한 그는 토론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손석희와 ‘100분 토론’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도 없다. 그는 8년 동안 ‘100분 토론’을 진행했고, 여전히 MBC라디오 ‘시선집중’을 진행하고 있으며, 학교(성신여대)에서도 토론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한 ‘공정’한 진행자다.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그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5년째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그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다. 손석희가 100분 토론을 진행하면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끊을 때 끊고, 제지할 때 제지했다. 토론자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을 줬다. 본인도 ‘100분 토론’ 하차를 앞두고 문화방송 ‘100분 토론’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7년10개월 전에 게시판에 올린 첫 글에 ‘저는 어떠한 정치적 당파성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라고 썼다”면서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100분 토론’을 진행하면서 이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8년 동안 진행하고 물러나면서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다. 그는 “100분토론 마지막 방송에서 유시민 전 장관이 ‘전 진행자인 내게도 밥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다’고 질문했는데 사실 유 전 장관에게 밥을 한 번도 안 샀다. 연락 오면 사겠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를 막론하고 관계를 맺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론을 진행하면서 여야 의원들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 한두 번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세 번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정치권과 밥 한 번 먹으면 친분 얘기부터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 진행자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최초로 아나운서와 기자를 겸했다. 지난 92년 뉴스 앵커를 하면서 파업에 참가해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토론문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역사, 정치·사회적인 배경을 들었다. 학교에서는 ‘정숙’을 강요하고 있고, 사회도 효율성을 위해 ‘침묵’을 강조한다는 것. 민주화 과정을 통해 토론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됐지만, 여전히 상하간, 수평간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 상명여자대학교초청강연

“기회는 남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현재 방송계 파워 1인자인 손석희 교수의 어린 시절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직업군인인 아버지는 6살 무렵 군복을 벗고 재산을 몽땅 투자해서 양수기 사업을 벌인 것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고난이 시작됐다. 때문에 양철담장집에 세 들어 살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3학년 시절 빈부에 따른 선생님의 관심 차이는 어린 손석희에겐 분노와 설움을 안겼고, 이 가난은 성장기 내내 짓누르던 노비문서와도 같았다. 6학년 때엔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도 했다. 전날 내린 비를 머금은 흙더미 지붕이 주저앉아 천장에 구멍이 난 것. 손 교수는 “거기서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을 봤다. 천장이 있어야 할 그곳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어린 시절부터 고집이 있었던 아이가 가난에 눌려 있었지만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천금과 같은 기회가 있었다. 휘문고 시절 방송반에 가입했던 것. 열악한 방송 시설 속에서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그런 환경속에서 쌓은 경험은 결국 그의 평생의 업이 되었다. 이후 1984년 MBC에 수석으로 입사한 그는 2~3년 후에 MBC간판 아나운서로 성장했다. 손석희 교수는 자신에 대해 ‘차분하다’, ‘냉정하다’는 평가에 대해 인상비평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들의 큰 관심과 기대에 대해 부담, 자신의 면모 이상으로 포장되는 것에 대한 경계의 의미기도 하다. “기회는 남이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한 손 교수. 100분 토론에서 그를 볼 수 없지만 강자에 대한 까칠함과 약자에 대한 따뜻함이 있어 인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