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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추행’ 고등학교 파문
학교당국과 교육청 등이 수수방관해 피해 키워
2015년 09월 07일 (월) 22:48:00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성추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교사는 5명, 이들 중에는 교장은 물론 전 교무부장 등 주요보직 교사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전 교무부장은 성추행을 하고도 징계는커녕 근무성적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장정미 기자@

학생과 교사 등 130여명이 교사들에 의해 성추행 또는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 서대문구 A고등학교 사건의 경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학교당국과 교육청 등이 수수방관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 당국이 초기 대처만 잘했어도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적주의·온정주의에 빠져 사건 은폐에 급급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들의 잇단 성추행과 관련해 신생학교 교장의 인사권과 그에 따른 ‘제식구 감싸기’가 문제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형태 전 서울시의원은 “신생학교 교장은 교감과 교무부장에 대한 강력한 인사권을 갖는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학교를 조기에 안정시킬 수도 있지만 ‘제식구 감싸기’를 할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새로 생긴 중고등학교는 공모를 통하거나 혹은 시교육청의 인사 발령으로 교장이 선임된다. 이 교장은 일반 학교와 다르게 학교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교감과 교무부장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학교가 새로 만들어진 만큼 기틀을 다져 달라는 의미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이 경우 교장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과 함께 손발을 맞춰 일하며 학교를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A고등학교처럼 비리가 발생했을 때 규정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적주의와 온정주의에 빠져 사건을 쉬쉬하기 급급하다는 분석이다.

또 현재 이뤄지고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성희롱 예방교육은 교육청 보고용 서류에 ‘교육을 받았다’는 의미로 서명만 하거나, 간단한 강의만 듣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어떤 행위가 성추행에 해당되는지부터 교육해야 한다”며 “적발될 경우 어떤 처벌과 불이익을 받는지 알아야 하는데 현재의 교육은 이들 모두가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교사 간 성 관련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경찰 등 관계기관과 교육청 등 상위기관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생이 피해자인 경우, 학교가 교육청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지만 교직원은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이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5명의 이전 근무지 등에서 성폭력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 전 의원은 “이전 근무지를 대상으로 한 피해 조사는 적극적 제보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 중에는 이미 졸업자도 있고 교사들도 5년 마다 순환 근무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리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학생회와 교사회, 학부모회 등 교육 주체간의 상호 견제와 감시, 균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 등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을(乙)’의 견제를 받지 않고 학교 운영을 전적으로 도맡고 있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김 전 의원은 “학부모과 교사들은 불이익을 받을까 목소리를 내지 못해 학교 운영의 선택권이 없다”며 “학생회와 교사회, 학부모회 등으로 구성된 학교자치회가 서로 건강한 감시와 견제를 하는 민주적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 등 교사 5명이 동료 여교사와 여학생 등 130여 명을 성추행·희롱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A고 교장 성추행 의혹 전면 부인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A고등학교 교장이 자신과 관련된 성추행, 성희롱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면서 “학교 내에 나를 쫓아내려는 음해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A고 교장 B(55)씨는은 자신과 관련된 성추행, 성희롱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B 교장은 “자신들의 입맛에 안 맞는 교장을 내쫓으려는 교사들이 있다”며 “학생들의 입장과 학교 명예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B교장은 자신과 관련된 성추행 의혹과 관련, “절대 아니고 해명할 가치도 없다”고 부인했다. 기혼 여교사에게 “애인 있느냐?”고 채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음해”라고 주장했다. 작년 2월 교무부장의 노래방 성추행 사건을 묵인하고 비호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피해교사가 내 건 조건을 이행하는 것으로 합의가 돼 종결됐다.

비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피해교사가 가해교사의 사과와 다른 학교 전출 등을 요구해 병가 등으로 1년 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했고 올해 초 전출 보냈다는 것이다. “나는 할 일을 충분히 했다”는 것이 B 교장의 주장이다. 노래방 성추행 사건 등을 교육청에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다른 학교로 간 교감에게 당시 지역교육청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며 “이후 교감이 서면 보고를 했다고 해서 나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서류가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시 찾아보니 없다. 행정 오류가 아닐까 한다”라고 밝혔다. B 교장은 20분 넘는 통화 내내 의혹 부인과 음해 세력이 있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했다. 학교가 추문에 휘말린 것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전혀 없었다.

한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성희롱·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A고 교장 B씨와 교사 등 4명에 대한 사건을 서울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수사대는 피해 여교사 및 여학생들의 진술을 청취해 성추행·성희롱 사실과 교장이 이를 묵인했는지 여부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학교 성범죄와 관련해 피해 사례를 휴대전화나 인터넷으로 신고하는 ‘온라인 신문고’를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교정 안팎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온라인신문고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처할 것”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 8월6일 관내 공립고교에서 일어난 성추문 관련 기자브리핑을 열고 “서울교육 수장을 맡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또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했다는 데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자괴감을 느끼며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으셨을 피해 선생님들께도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학교에 대해서는 엄격히 징계할 것을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할 것이며 인적 쇄신과 더불어 필요하다면 회계·학사분야 감사와 장학지도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빨리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치유 지원과 법률 지원을 진행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시교육청 교권법률지원단 변호사 한 분과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 두 분으로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피해자들을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 교육감과 시교육청은 교내 성범죄 척결을 위한 학교 문화 개선 대책도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올해부터 촌지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대대적으로 청렴 정책을 펴고 있으며 성범죄에 대해서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성범죄 사실이 확인된 교원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처하고, 바로 교단에서 퇴출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범죄 특별대책기구를 교육청에 설치하는 등 제도를 정비할 계획도 밝혔다. 조 교육감은 “피해자가 신분 노출의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신고를 하거나 고충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신고 시스템인 SOS 센터를 개설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권옹호관 산하에 성범죄 신고와 처리 전담 책임자를 둬 성범죄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성범죄 관련 온라인 신고센터와 모바일 앱도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공무원노조 등에서 제기된 감사관의 자질 논란에 대해서는 “감사관실 내부의 문제는 현재 부교육감 책임 아래 경위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범죄 교사의 절반 이상이 교단에 머물러
서울시교육청이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서대문구 A고등학교의 교장을 우선 발령키로 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8월10일 조희연 교육감 주재로 특별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사항을 결정했다. 우선 시교육청은 빠른 시일 안에 A고등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2학기 개학 전에 교장을 우선 발령키로 했다. 개학과 더불어 학부모, 학생, 교사를 대상으로한 지원과 치유 프로그램도 병행키로 했다. 또 시교육청은 ▲감사관의 음주 감사·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 문제 ▲감사관의 성추행 의혹의 진위 문제 ▲감사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의혹의 진위 문제 등 지금까지 벌어진 감사 관련 내부 논에 대해 박백범 부교육감을 책임자로 특별조사팀을 꾸려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특별조사팀에는 오성숙 시교육청 상근시민감사관,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이지문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소장 등이 조사위원으로 참여한다. 특히 감사관의 성추행 의혹 문제는 시교육청의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에서도 심의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자체조사 결과 필요에 따라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수사기관 등에 의뢰해 시비를 가려 조처를 취하도록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무엇보다 먼저 학교 내 성범죄 감사가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이를 위해 이미 해당학교 감사를 맡고 있는 팀장을 교체하는 등 감사 조직을 정비했고,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의 A고등학교에서 남성 교사들이 상습적으로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행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교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월 1일부터 2015년 6월30일까지 성범죄에 연루된 교사의 수는 231명이고, 53.2%에 해당하는 123명이 여전히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면이나 당연퇴직, 해임 등의 처분으로 학교를 떠난 사람은 46.7%인 108명이었다. 231명의 교사 중 107명은 학생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추행이나 성희롱 같은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나머지 124명은 일반인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거나 성매매, 간통 등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행한 107명 중 17명은 파면, 4명은 당연퇴직, 36명은 해임됐다. 또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 124명 중에는 파면, 당연퇴직, 해인 등의 징계를 받은 인원은 39명에 불과했으며 85명은 경징계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범죄 교사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한 교사 12명 중 해임은 단 1명 뿐이었다. 5명은 견책만 받았다. 특히 올해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성매매 등 성범죄에 연루돼 징계처분을 받은 전국 초중고교 교사는 상반기에만 35명에 달했다. 한선교 위원은 “성범죄는 다른 점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은 만큼 성범죄 위험군에 속하는 교사들이 계속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괜찮은지 의문이며,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에 대해 영원히 교단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교육부가 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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