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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리비아간 외교 마찰 장기화 되나
양국 당사자간 교섭 진행에도 불구 순조롭지 않은 국면
2010년 09월 01일 (수) 00:33:55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최근 국가정보원 직원의 추방사건과 얽힌 한국과 리비아간의 외교마찰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국 당국자간 교섭이 진행되면서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는 정부 소식통들의 전언이지만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는 듯한 양상이 드러나는 등 국면이 복잡하다.

   
▲ 리비아는 리비아는 ‘국정원 직원과 선교사의 활동이 깊은 관련이 있으며, 그 배후엔 미국이 있다’는 주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사진은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
양국의 일부 언론보도가 순조롭지 않게 돌아가는 사태전개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리비아 현지의 ‘트리폴리 포스트’는 지난 8월 3일 “리비아가 한국 정부에 모종의 요구를 했고, 이 요구가 이행되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국내 일부 언론은 리비아가 한국 정부에 10억 달러 또는 그에 상당하는 토목공사를 요구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양국의 갈등 속에서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리비아, 한국 정부에 10억달러 공사 요구  
리비아 현지 신문이 지난 8월 “리비아가 한국 정부에 모종의 요구를 했고, 이 요구가 이행되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외교가에서는 ‘모종의 요구’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관측들이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지난 8월 4일 “리비아가 한국 정보요원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벌칙 차원에서 1000㎞에 달하는 도로를 무상으로 건설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1㎞ 공사 당 100만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0억달러(1조 1680억원)의 공짜 공사를 요구한 셈”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요구를 안 들어주면 리비아는 한국기업들을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처럼 ‘황당한’ 요구를 받은 국정원 협상단이 본국과 상의하기 위해 7월 말 귀국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또 “리비아 정부는 스파이 혐의가 있는 국정원 요원이 접촉한 리비아 측 관계자의 명단을 줄 것과 한국 교과서가 리비아와 카다피 국가원수에 대해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시정해줄 것도 요구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외교가에서는 리비아의 천문학적 보상 요구를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6월 스파이 행위 논란이 불거진 직후 특사 및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며 사태 해결에 공을 들였지만 리비아측은 여전히 의구심을 풀지 않고 있다. 또 때맞춰 터진 한국인 선교사 구금 사태에도 진전이 없는 등 양국간 외교 마찰이 해소되는 뚜렷한 징후를 찾아 볼 수 없다. 한 외교소식통은 “정부가 리비아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요구 자체가 있다는 것이 사태 수습이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리비아 관계 악화 중대 국면 맞이해
   
▲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 7월6일부터 13일까지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하고 돌아왔으나 별다른 변화가 없다
리비아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하던 국정원 요원의 추방 사건으로 불거진 한·리비아 관계 악화가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리비아는 국정원 직원을 추방한 후 주한 대사관 격인 리비아 경제협력 대표부 직원 3명을 지난 6월 말 이미 철수시키고 비자발급을 중단했다. 양국은 현재 추방사건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정당한’ 정보활동의 범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주(駐)리비아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던 국정원 소속 전모 서기관은 지난달 초 리비아 당국에 체포됐다. 리비아는 “전씨가 리비아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되는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외교관 신분이라 구속되진 않았지만 지난 6월 18일 강제 추방됐다. 리비아는 전씨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전씨가 카다피 국가원수와 그의 가족들에 대한 첩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리비아 당국에 “평상시 해오던 북한 관련 정보 수집 활동을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리비아는 국정원 직원 전모씨를 체포해 조사한 직후인 지난 6월 15일엔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구모씨를 불법 선교 혐의로 구속했다. 리비아에서 한국인이 불법 선교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도 선교활동이 문제가 된 일이 있었지만 구속보다는 추방되는 선에서 문제가 마무리됐다. 리비아는 지난 7월 17일엔 선교사 구씨를 금전적으로 도왔다는 혐의로 현지 농장주 전모씨도 구금했다. 당시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국정원 직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직후여서 양국 관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리비아는 구씨와 전씨에 대한 정당한 영사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리비아는 ‘국정원 직원과 선교사의 활동이 깊은 관련이 있으며, 그 배후엔 미국이 있다’는 주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그러나 “아무 관련이 없는 사안들을 억지로 연관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교민들도 이 사건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씨를 추방한 직후 리비아 당국은 전씨는 물론 전씨의 전임이었던 박모(국정원 요원)씨와 친분 관계가 있던 현지 한국인들에 대한 뒷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 대표부가 비자발급을 중단하면서 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교민들은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불편할 뿐 아니라 사업계약이 깨질 위험도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에선 정보활동 이외의 요인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카다피 원수는 반(反)부패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일부 정보 담당자들과 기업인들이 현지인들에게 뒷돈을 주고 정보를 수집하고 사업을 따내는 활동을 하다가 적발돼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리비아와 협상을 했지만, 정보활동에 대한 평가와 해석에서 양국 입장에 차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리비아, 사실상의 외교 전쟁 한창 진행 중
   
▲ 한국과 리비아간의 얽혀있는 문제가 쉽게 타결될 수 있을지 사실상의 외교전쟁중이다
한국과 리비아간의 ‘스파이 파문’으로 불거진 외교문제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원인이 이른바 ‘스파이 파문’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방위적인 외교 총력전이 시작됐다. 지난 6월18일 주 리비아 대사관에 근무하던 서기관급 국정원 요원 전모씨가 리비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사실상 추방당한 사실이 화근이었다. 당시에는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리비아 현지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리비아 언론에 따르면 전씨가 무아마르 알 가다피 리비아 혁명평의회 의장과 그의 가족의 정보를 수집하고 특히 후계 문제에 대한 정보를 캐다가 적발됐다. 아울러 리비아의 무기 정보를 입수해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제3국에 넘긴 혐의도 받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리비아 당국이 한국대사관 정보담당 직원이 리비아 내 북한 근로자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리비아군의 무기 목록 등 군사장비 현황 정보 수집을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국정원 측은 리비아와의 협의에서 국정원 직원의 리비아 무기정보 수집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리비아 당국은 한국이 리비아의 군사정보를 수집해 이 정보를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넘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측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리비아 공관에 우리 측 무관이 주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씨가 가외 업무를 했을 뿐 통상적인 활동에 불과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는 그러나 추방된 직원의 북한 정보 수집 활동 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는 현지에 진출한 현대건설, 대우건설, LG상사 등 우리 기업 직원들까지 ‘스파이 혐의’를 적용하며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아랍어에 서툰 전씨가 한국기업 관계자들에게 번역을 부탁했던 것을 리비아 측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리비아에 급파된 우리 측 정보당국 대표단은 북한 근로자 동향 파악은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불가피한 정보활동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거 아웅산 테러 사건과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 등 북한에 의한 테러 사건을 거론하며 현재 긴장관계인 남북관계를 고려해 정보 수집은 계속 필요한 상황이라고 리비아 측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내 북한 근로자는 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말 업무를 중단하고 휴가를 떠난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 직원들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 7월6일부터 13일까지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특사 자격으로 페루·에콰도르·콜롬비아를 다녀온 뒤 2주 만에 다시 리비아로 급파된 이 의원은 바그다디 마흐무디 리비아 총리를 3번 만났다. 리비아인의 서운한 감정을 풀려면 당사자를 3번은 만나야 한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최대한 설득에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리비아 당국의 태도는 완강했다. 이 의원의 방문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8월 5일 브리핑에서 리비아 한인 선교사 구금 사건과 관련 “선교사와 한인 농장주의 석방 문제는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현재 구금 상태에 있는 선교사와 농장주가 일단 안전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확인이 되고 있지만 석방 문제는 아직 협의 중”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최근 한-리비아 간 현안 문제와 관련해 우리 관계기관 대표들이 리비아를 방문, 진지한 협의를 갖고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며 “가능한 조기에 이 국면을 수습하기 위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리비아의 10억 달러 상당 도로공사 요구 보도와 관련해 “리비아 측으로부터 어떤 요구나 요청을 받은 바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리비아 방문을 통해 진전을 이뤘다는 것은 양측 간 오해가 해소됐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이 하나의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지난번 협의의 후속으로 나머지 문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10일에는 전모씨와 구모씨의 가족 면담이 성사되었다. 이번 면담은 이들이 체포된 뒤 처음으로 성사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리비아 정부에 수차례 이들에 대한 접근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번 면담은 어제 우리 대사관 안내로 현지 가족들이 신청한 가족 면담을 리비아 법원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가족 면담과 별도로 현지 대사관의 영사 면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우리 정보요원의 활동으로 시작된 양국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 국면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구금된 선교사와 교민에 대한 영사 면담이 수일 내 이뤄지는 등 사태 진전 상황에 따라 추가 특사 파견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리비아간의 얽혀있는 문제가 쉽게 타결될 수 있을지 사실상의 외교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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