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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형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줄줄이 표류
건설업계는 물론 지역사회에도 큰 후유증 낳아
2010년 09월 01일 (수) 00:25:51 윤일우 전문기자 illwoo@newsmaker.or.kr

전국이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늪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 용산역세권개발사업과 경기 판교역 알파돔시티 등 현재 추진 중인 40여개의 공모형 PF사업이 줄줄이 표류하면서 건설업계는 물론 지역사회에도 큰 후유증을 낳고 있다.

공모형 PF사업이 이처럼 파국을 맞고 있는 것은 건설사들의 경우 공모형 PF를 통해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계산이고 땅을 제공한 측은 땅장사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모형 PF사업을 이대로 둘 경우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에 자금수급 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척시키고 필요하면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공모형 PF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는 이유는 수익성만 좇는 건설사도 문제지만 기형적 사업구조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기형적 사업구조가 사태 악화 불러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삼성물산이 코레일이 제시한 7월 16일까지 자금마련안을 제출하지 않아 사업중단 위기에 빠졌다. 삼성물산은 “자금마련안은 사업의 실질적 담당자인 드림허브 프로젝트투자금융회사(PFV)와 최대 주주인 코레일이 마련해야지 지분이 6.4%인 삼성물산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며 코레일과 맞서고 있다. 판교역 알파돔시티 역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5차 토지 중도금 2124억원을 연체한데 이어 자산담보부증권(ABS) 투자자 상환금인 2280억원도 납부하지 않아 사업 무산 위기에 빠졌다. 이처럼 공모형 PF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는 이유는 수익성만 좇는 건설사도 문제지만 기형적 사업구조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시행사의 리스크를 ‘지급보증’ 구조로 시공사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물론 땅을 판 토지주가 출자사로 참여하는 기형적 사업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역세권개발사업에서 총 8조원의 토지대금을 받아야 하는 코레일이 25%, 알파돔시티는 판교역 중심상업지구 개발사업에서 4404억원의 5차 토지 중도금과 ABS 투자 상환금을 받아야 하는 LH가 19%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들인데 최대주주들이 돈을 요구하는 희한한 구조”라고 말했다. 사업의 출자 규모에 따라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가 아니라 건설사에 ‘시공권’ 명목으로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도 문제다. 알파돔시티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PF사업구조는 위험이 닥쳤을 때 건설사에 과도하게 불리하다”면서 “불합리한 구조를 파악한 건설사들이 발을 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표류하는 공모형 PF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한꺼번에 조달하기보다는 단계별, 블록별 사업 속도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공모형 개발사업의 계획을 수립한 후 해당 블록 또는 단계를 전수협약에 따라 출자사들의 합의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투입하면 출자사들의 부담이 훨씬 경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은 대부분의 개발사업자들이 느끼는 부문이다. A사 관계자는 “공모형 PF사업을 필지별로 잘라 개별 사업자가 전체 개발사업과 조화를 이루면서 개별사업을 진행하고 자금조달을 협의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또한 출자사 등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 충돌도 많은 만큼 제3자 입장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조정기구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정부와 민간, 해당 지자체가 포함돼 객관적으로 공모형 PF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계별 자금조달 방안 등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간 이익의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허다
공모형 PF사업은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민간사업자가 사들여 개발하는 방식으로, 보통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한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Project Financing Vehicle)를 만들어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을 시행한다. 이처럼 공모형 PF사업을 시행하게 된 것은 그동안 대규모 공공택지를 쪼개 팔다보니 난개발이 이뤄지고 뒤늦게 상업시설이 들어서 개발지구의 완성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공모형 PF사업을 시행하는 PFV는 전략적 투자자(SI)와 금융기관 등으로 이뤄진 재무적 투자자(FI), 건설사들로 구성된 건설 투자자(CI)로 이뤄진다. 투자자들은 출자를 해 초기 사업비를 대고 분양과 임대 등의 수익이 나면 배당을 받게 된다. 문제는 공모형 PF사업의 경우 초기 사업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토지대금 부담이 일반 부동산 개발사업보다 훨씬 크다.

   
▲ 공모형 PF사업에는 투자자별로 위험과 책임의 분담정도를 정해놓지 않아 사업이 난관에 봉착할 경우 투자자간 이익의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의 경우 땅값만 8조원이다. 토지대금 부담이 큰 이유는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토지를 입찰에 부치기 때문이다. 입찰경쟁 과정에서 토지입찰 금액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발주처인 공공기관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땅값을 높게 써낸 곳을 사업자로 선정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지역별 공모형 PF사업에서 토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서울이 34.2%, 경기가 27.8%이며 전국 평균은 24.7%로 나타났다. 총사업비의 1/4 가량이 땅값으로 나간다는 말이다. 이렇게 비싼 땅값에도 불구하고 건설사 등 투자자들이 뛰어들었던 것은 공모형 PF사업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나 판교 알파돔시티 사업, 인천도화지구 사업 등은 모두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있었던 2006년-2007년에 사업자를 공모했다. 땅값이 비싸더라도 분양가를 올리면 될 것이고, 분양가가 높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이어가 모두 분양될 것으로 투자자들은 전망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부동산 경기는 수직하강했다. PFV에 참여하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들은 신규대출을 대부분 중단하거나 고금리로 대출해주었다. 아니면 대부분 대기업들인 건설사들의 지급보증(PF대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독립된 PFV에 보증을 선 것도 ‘채무’로 잡히기 때문에 PF보증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의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건설사가 자금조달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투자자들의 중지를 모으기도 쉽지 않다. 건설사 중심의 부동산개발사업을 지양하기 위해 공모형 PF사업에는 사업 참여자를 확대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투자자별로 위험과 책임의 분담정도를 정해놓지 않아 사업이 난관에 봉착할 경우 투자자간 이익의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공모형 PF사업은 대부분 10년간 사업이 지속되는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낙관적 전망에 휩싸여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던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이해 당사자간의 조정도 쉽지 않을 경우 제3자의 입장에서 공모형 PF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개발특성을 차별화해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제3의 조정기구는 정부와 민간, 해당 지자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STS개발 김현석 대표도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으로 사업성을 분석해야 한다”며 “공모형 PF사업을 필지별로 잘라 개별 사업자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개별 사업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황금알 낳던 거위에서 금융권 족쇄로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표현되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금융권의 족쇄가 되고 있다. 건설사들의 부동산 개발 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난관에 봉착하면서 투자수익은 커녕 손실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에 일부 은행은 무분별한 PF 대출로 검찰의 수사까지 받는 등 흉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시행사들이 부동산 개발사업 진행을 위해 자금을 끌어 모으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적당히 포장할 토지와 그럴듯한 시공사의 지급보증만 있으면 금융권으로부터 충분히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뿐만아니라 저축은행, 증권사 등 자금조달 창구가 다양해졌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 공모형 PF사업은 가치평가가 쉽지 않다보니 투자과정에서 금융기관 직원들의 비리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증권사 한 PF 담당자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 기본적인 투자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서야 대출이 가능하다”며 “대부분 신용등급이 양호한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서다보니 별다른 의심 없이 대출을 해준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이 유행처럼 진행되던 당시에는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다소 떨어지는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서도 무리 없이 대출을 해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최근 시행사는 물론 지급보증을 선 시공사까지 부도를 맞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권의 PF대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실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양재동물류센터 PF의 경우 지급보증을 선 대우차판매, 성우종합건설, 현대시멘트 등이 줄줄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투자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양재동물류센터 PF는 1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우리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들이 대출 및 펀드 등으로 자금을 쏟아 부었다”며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시행사에 이어 지금보증을 선 시공사까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투자금 손실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사들이 PF 대출을 통해 고전하는 이유에는 사전에 해당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정밀한 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있지만 사후관리가 허술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각 금융업권별 PF 투자현황이 발표되고는 있지만 각 사별로 부동산 개발투자에 따른 평가금액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부동산 특성상 현재 가치가 떨어졌어도 만기시점에 가치가 재상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 더욱이 PF의 경우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보니 현 시점에서의 토지가치 뿐만 아니라 개발 이후 분양, 상권형성 등 다양한 가치를 심사기준에 포함하고 있어 말 그대로 ‘귀에걸면 귀거리고 코에 걸면 코거리’가 되는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 사업은 수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정확한 가치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며 “따라서 개발기간 동안 철저한 리스크가 관리가 없으면 자칫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치평가가 쉽지 않다보니 투자과정에서 금융기관 직원들의 비리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최근 우리은행이 부실 PF 대출 혐의로 경찰로 압수수색을 받고 있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PF를 진행하다보니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돔시티 사업은 공중분해될 가능성도
경기 성남시의 지급유예(모라토리엄) 선언과 관련해 성남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정산하거나 판교신도시 인근 간선시설 설치에 재투자해야 할 액수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알파돔시티’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교신도시의 유명세를 타고 높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했던 알파돔시티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2008년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알파돔시티는 총 2조5천580억원의 토지대금 중 5차 중도금 2천억원을 지난 7월 12일 LH에 내야 했지만 미납했고, LH의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을 담보로 조달한 1~4차 중도금 4천300억원도 갚지 못하고 있다. 알파돔시티 관계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PF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면서 중도금을 전액 미납하게 됐다”고 말했다. LH는 일단 45일간의 중도금 납부 유예기간을 주되 이 기간에도 중도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출자사를 통한 자금조달은 사실상 불가능해 사업이 공중분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한 지급보증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보증을 서더라도 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빌려줄 금융기관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PF자금 시장 분위기와 LH의 부채 등을 감안할 때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 자체가 좌초되거나 사업자 교체 등을 거치며 상당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에 한국판 실리콘 밸리인 ‘판교테크노밸리’ 입주를 포기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판교신도시 도시기반시설 설치 지연과 알파돔시티 조성사업의 무산위기 등으로 입주예정업체들이 대거 빠져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1일 경기도시공사와 LH 등에 따르면 이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판교신도시내 중심상업용지 13만7500㎡에 주거·상업·업무시설 등이 혼합된 복합단지로 조성되는 알파돔시티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업규모 5조원에 달하는 판교 알파돔시티 PF사업은 2조5580억원의 토지대금 가운데 4차 중도금 4300억원에 이어 5차중도금 2000억원도 미납한 상태다. 이로 인해 자족기능을 맞고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사업까지 악화되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인근 도시기반시설 조성이 지연되면서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입주예정업체 중 계약조건에 따라 올해 업무빌딩 등 시설공사를 착공해야할 업체는 필지수 기준 27곳에 달하지만 현재 17곳만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10곳은 입주를 미루거나 입주를 아예 포기한 곳이다. 이가운데 지난 7월 28일 T제약은 올해 안에 시설공사를 마무리하고 입주를 해야 하지만 자금 유동성이 나빠지면서 입주를 아예 포기했다. 이에 앞서 5월에도 F기업도 입주키로 한 계약을 해지했다. 입주를 포기한 업체들은 올해만 모두 7개업체에 달한다. 여기에 총 33개사 모여 결성한 판교실리콘파크조합도 현재는 8개사만이 남아 있고 대부분 기업들은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입주예정업체들의 경제사정이 금융위기를 겪으면 테크노밸리 초기단기인 2006년과 많이 달라졌다”며 “일부 기업들이 입주를 포기했으나 사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판교테크노밸리는 판교신도시의 자족기능을 맡고 있는 곳으로 2013년까지 총 5조2700여억원을 투입해 첨단 IT업체 300여곳을 유치할 계획이다.

국내 대형 건설프로젝트가 크게 위축될 수 있어
지난 8월 10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는 공모형 PF 사업은 총 50여 건으로 전체 사업규모가 120조 원을 넘는다. 이 중 10여 곳은 이미 사업이 중단됐거나 취소됐고 나머지도 대부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은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땅 소유주인 코레일에 땅값의 일부인 7010억 원을 내지 못하면서 촉발됐지만 드림허브에 출자한 17개 건설사가 자금조달을 위한 지급보증을 거부한 게 좌초 위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판교신도시에 주상복합, 호텔 등 복합시설을 짓는 판교알파돔시티 사업도 출자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땅값 중도금 4332억 원을 내지 못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사업에 출자한 17개 회사에서 지급보증을 요구한 3개 건설투자자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PF 사업 자금조달에 건설사의 지급보증을 ‘필수요소’로 요청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리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고 시공사는 공사 자체를 맡지만 시행사는 대체로 영세한 형편이었다. 금융회사는 땅값의 10%인 계약금을 내지 못할 수준인 시행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안전판으로 시공사인 대형 건설사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게 된 것.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는데도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거부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미 미분양 아파트를 잔뜩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에 지급보증이 들어간 상황에서 대형 PF 사업에 추가로 지급보증을 선다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IFRS)도 건설사들을 잔뜩 움츠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의 회계기준은 지급보증을 대차대조표의 주석사항으로 표기하는 우발채무로 보지만 IFRS 아래서는 실제 부채로 기재해야 한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 처리를 최우선 현안으로 삼는 것도 IFRS의 적용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금융권도 부동산 경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기존 대출 잔액도 축소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 PF 대출 부실까지 겹치면서 2분기에 수천억 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됐다.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만 해도 각각 1조 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으면서 2분기에 적자를 냈다. PF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새로 부동산 PF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중단된 지 꽤 됐고 현재는 기존 대출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민석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급보증을 하지 않으려는 건설사와 PF 대출을 중단한 금융회사가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국내 대형 건설프로젝트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PF대란’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많아
장밋빛 청사진을 갖고 출발했던 대형 복합단지개발 사업들이 잿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부동산 호시절에 계산된 사업성과 과감한 개발계획으로 추진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 등과 맞물리면서 예기치 못한 나락의 길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시공사인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을 잇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내몰았던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개발사업이 파산절차를 밟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업계 일각에선 ‘PF대란’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번 파산신청은 사업을 접고 ‘빚잔치’를 하는 유형은 아니다. 오히려 부실한 시공사와 시행사를 바꿈으로써 공사를 재개하려는 ‘기술적 파산’ 성격이 짙어, 상황을 확대 해석해선 곤란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부동산경기침체의 결과이고, 30조원대 용산역세권개발과 판교 알파돔시티, 광명역세권개발 등 초대형 PF 사업들이 현재 줄줄이 좌초위기에 처해있는 만큼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대형PF들은 줄줄이 사업중단사태를 맞고 있다. 건국 이후 최대 개발사업이라 꼽히는 용산역세권개발사업도 이미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공중분해 위기에 몰린 상태. 판교신도시 핵심 상업시설 조성사업인 알파돔시티 역시 자금난으로 사실상 사업중단 상태다. 양재동 복합터미널PF의 경우 청산 아닌 회생을 위한 파산신청인 만큼 그 자체 큰 충격은 없겠지만, 어차피 전체 PF시장이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만큼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모형 PF사업은 40여곳, 금액으론 12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PF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상 추진되는 사업은 거의 없는 상태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PF사업이 첫 삽도 못 뜨고 중단되는 것은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시장 침체와 그에 따른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가 주된 원인”이라며 “부동산 호황기에 짜인 사업일수록 장밋빛 청사진이 강조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사업 위기 관리가 얼마나 잘 대비돼 있느냐가 PF사업 성패와 직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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