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시작된 이농현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떠나고 난 곳에는 빈 폐허만이 남는다. 특히 농어촌지역의 학교는 어린 학생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폐교위기에 처한 곳이 늘고 있다.

▲ 박순옥 교장은 “앞으로도 아이들만을 생각하는 참된 교육을 하고 싶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 아이들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사회에 우뚝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학생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했던 전라남도 영광군 묘량면에 위치한 묘량중앙초등학교가 지역주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위기를 넘기고 재도약을 위한 날개짓을 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폐교 위기를 주민들의 노력으로 극복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는 학교가 사라지면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게 된다. 이는 곧 농협, 보건소, 면사무소까지 자연히 사라지는 황폐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묘량중앙초등학교는 전체 학생이 14명에 불과해 ‘전교생 20명 이하인 학교는 인근 학교와 통폐합 및 분교로 전환한다’는 전남도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9월 사실상 폐교가 확정된 상태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역 주민들은 지금껏 인재배출에 힘써온 아이들의 배움의 터전이자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수립해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사회복지법인 여민동락을 중심으로 지역민들은 주도적으로 ‘묘량학교 발전위원회’를 결성해서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획기적인 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전면 지원할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프로젝트에 따라 봄·여름·가을·겨울, 아이·학부모·지역민이 모여 ‘작은 콘서트’를 열고 밤에는 별빛과 달빛을 보며 아이와 함께 마을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는 개별지도를 받다시피 하며, 무상 과외수업을 받은 아이를 실력과 품격을 두루 갖춘 아이로 키우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게 했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지난 1월 말에는 예비학부모, 여민동락공동체 및 주민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살리기 공청회’를 열고 ‘새로운 학교 만들기’라는 주제의 초청강연을 듣기도 했다. 주민들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묘량중앙초등학교는 올해 서울, 강원, 영광읍 등지에서 입학생과 전학생을 유치하는데 성공해 학생수가 23명으로 늘어나 폐교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지역민들의 이러한 관심과 지원 외에도 학교는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의 사랑 나의 고향 영광에 살고지고’라는 주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생태체험학습은 백수갯벌체험, 도예체험, 녹차 따서 덖어 만들기 등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직접적인 체험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소요되는 경비는 학교운영비에서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박순옥 교장은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환경생태 보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교과서외의 지식인 창의력,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 고등정신 기능을 신장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며,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운영으로 학교 교육의 신뢰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학교는 지난 4월 음악회를 개최해 광주 YMCA민트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학생들과 지역민들이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청소년희망재단에서 운영하는 두드림과 난타공연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두드림 공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교육과정 관련 수영체험학습도 추진했다.

▲ 난타공연

‘작은학교 살리기’운동의 좋은 모델로 남아

▲ 생태체험학습(도예체험)

묘량중앙초등학교의 예는 학교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닌 교육의 질이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표면적으로는 행·재정적으로 작은 학교를 큰 학교로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으며, 실제적으로 그렇게 행해져 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대안 없이 폐교를 모면하는 것은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더 큰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 묘량중앙초등학교는 공교육의 대안으로 불리는 ‘새로운 학교 만들기’에서 시작한 ‘작은학교 살리기’운동의 좋은 예다. 묘량중앙초등학교가 학부모와 학생, 지역주민과 교사가 교육공동체로 하나 되는 시스템으로 재도약하는 데에는 지난해 3월 부임한 박순옥 교장이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방과후 미술, 가야금, 바이올린 등 학교에서 지원하는 특기 적성개발로 교사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해 따뜻함과 깊은 유대 속에 이상적인 학습의 장이 펼쳐지도록 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묘량중앙초등학교에는 학습 부진 학생이 단 한명도 없으며, 영광 관내 음악줄넘기 대회에서 묘량초등학교 학생이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학교 위상을 높이고 있다. 박 교장은 “자기가 나고 자란 곳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아이들만을 생각하는 참된 교육을 하고 싶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 아이들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사회에 우뚝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