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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디폴트 문턱서 구사일생
유럽연합의 균열 몰고 올 유럽의 아킬레스건
2015년 08월 09일 (일) 20:51:43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문턱에 바싹 다가섰다.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유럽 국가 중 최초이면서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 첫 사례다. 그리스의 몰락은 유럽연합(EU)의 균열을 몰고 올 유럽의 아킬레스건이다. 동시에 과도한 복지와 부패가 국가를 어떤 한계상황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지에 대한 반면교사다.

장정미 기자 haiyap@

벼랑 끝 그리스 이야기는 사실 1980년대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스 사회당은 중도 좌파에 속하는 정당으로 1981년에 정권을 잡았다. 당시 사회당을 이끌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그리스 총리는 국가 기간산업을 국유화하는 한편 복지정책을 무분별하게 확장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라고 선언하며 임금 인상 및 의료보험 확대를 추진했다. 그 결과 19070년대 연 4.7%였던 경제성장률은 사회당 8년 집권 사이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1999년 1월에는 유로화 사용을 위해 유럽통화동맹(유로존)을 상대로 참가 신청을 냈지만 자격미달로 거절당했다.

과도한 복지와 부패로 한계상황 직면
1996년 집권한 사회당의 콘스탄티노스 시미티스 정부는 국영기업 사유화 등 개혁정책을 이끌어 2001년 유로존 가입에 성공했으나 기존 정책의 폐해를 모두 고치진 못했다.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 이후 저리의 자금을 유로존에서 빌려 쓰면서 호황을 누렸다. 그리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3년 6.6%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스 경제는 운수 및 관광 같은 3차 산업 중심으로 유럽 경기 침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2007년 3.5%였던 실질 GDP 성장률은 2011년 마이너스(-)8.9%까지 떨어졌다. 불황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묵혀뒀던 병폐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연금이었다. 채권단이 연금 예산을 깎아 재정 적자를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그리스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BBC는 7월 초 보도에서 그리스노동연구소(INS-GESS) 자료를 인용해 그리스 연금 수급자들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833유로(약 103만7659원)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연급수급자의 45%가 최저생계비(월 655유로)에도 못 미치는 연금으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가 집계한 그리스의 평균 은퇴 나이는 61.9세로 프랑스(59.7세)나 벨기에(59.6세)보다 높다. 문제는 연금을 받는 인구 자체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현재 그리스에서 65세 이상의 연금 수급 대상자는 전체 인구의 20.5%에 이른다. 노인 부양 비율 역시 노동인구 100명당 30명꼴이다. 여기에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55~64세 실업률이 5년 전 6%에서 20%까지 늘었다. 이들이 죄다 조기 퇴직으로 연금을 받으려 들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연금을 내 줄 청년들의 45%가 실업상태다 보니 정부가 부족분을 모두 메울 수밖에 없다. 2012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율은 17.5%로 유로존에서 제일 많았다.

결과적으로 그리스 정부는 국민 중 5분의 1 이상이 연금으로 연명하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의 지출 감소 요구에 단골로 꺼낸 대응책은 증세였다. 아직 걷히지 않은 세금만 제대로 걷으면 채권단이 제시한 목표를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지난해 사임한 해리 테오하리스 전 그리스 국세청장은 올해 초 영국 텔레그래프지와 인터뷰에서 그리스 GDP의 6%에 달하는 세금이 걷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리스 내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며 탈세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운업에 종사하는 부유층들이 사업 등록지 이전 등의 방법으로 연 2000억~3000억유로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09년 그리스 재정적자 중 3분의 2에 달하는 금액이다. 2008년 그리스 아테네 북쪽 에칼리 지역에서 자택에 수영장이 있으며 이에 따른 세금을 내겠다고 신고한 사람은 324명이었으나 위성 판독 결과 1만6974개의 수영장이 포착됐다. 이러한 부패 현상은 고위급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그리스 총리의 어머니는 2012년 스위스 비밀계좌에 5억5000만유로를 빼돌린 사실이 밝혀졌지만 특별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앞서 사회당 정권은 1993년 집권 당시 내각 요직에 총리 아들 등 친인척들을 대거 뽑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제 금융시장 일각선 ‘9월 위기설’
국제 금융시장 일각에서 ‘9월 위기설’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환율전문가이자 니혼게이자이 신문 칼럼니스트인 도시마 이쓰요는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중국 증시 급락 등 3가지 리스크가 9월에 한꺼번에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마씨는 7월7일 닛케이 칼럼에서 미국 뉴욕의 헤지펀드 관계자들 사이에서 9월 위기설이 가끔 화제에 오르고 있다면서 3가지 리스크가 9월 쯤 현실화될 것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연준(FED)이 9월에 금리를 인상하거나 몇 달 뒤로 미룬다고 해도 나머지 두 가지는 시장에 ‘서프라이즈’가 된다.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시장의 예상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예상 분포를 나타내는 점도표(dot chart)를 봐도 예측은 반분돼 나타났다. 도시마는 연준이 금리 인상의 지표로 삼는 미국의 고용 통계는 대체로 개선되는 추세이지만 그 밖의 경제 지표들에서는 불투명한 요인들이 남아있어 종합적으로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방향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국민투표 이후 원점으로 돌아갔고 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상환일에 맞춰 합의가 이뤄질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그리스 재무장관이 바뀌었지만 치프라스 정권에 대한 채권단의 불신은 쉽게 불식되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 이 때문에 협상은 당분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으로 협상의 진전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ECB의 긴급유동성 지원(ELA)은 증액될 수 없다. 또한 그리스 국내의 유로는 더욱더 고갈되는 상황이다. 우선 직면한 문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가 7월20일(35억 유로)과 8월20일(32억 유로)에 각각 상환일을 맞는다는 것이다. 도시마는 그리스가 디폴트에 들어간다고 해도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바로 이탈하는 것은 아니지만 9월쯤에는 그 가닥이 드러날지 모른다고 전했다. 최근 급등락을 거듭하는데서 보듯 중국 증시의 취약성이 드러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다. 도시마는 최근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 정부가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이 안고 있는 막대한 부에 메스를 가해 병소를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주식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타이밍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6월29일부터 7월6일까지 자본통제 조치 시행
그리스 정부의 은행 영업중단 등 자본통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 은행이 채무불이행 상태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지원(ELA)이 필요한 상황인데, 담보 인정비율을 낮춰 자금지원 조건을 아예 강화했다. 그리스 은행들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7월6일(현지시간) 그리스의 4개 은행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 정부의 은행 영업중단 등 자본통제 조치가 적어도 7월10일까지 연장될 수 있으며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7월13일에야 영업이 재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6월27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과의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결정한 뒤 예금 대량인출(뱅크런) 사태가 발생하자 6월29일부터 7월6일까지 자본통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은행 소식통들은 그리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들에 긴급유동성지원(ELA)을 해주지 않으면 은행들이 영업을 재개해도 2~3일 만에 현금 고갈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전날 국민투표 이후 ECB에 890억유로 수준이었던 ELA를 상향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ECB의 답은 그리스가 원하는 정답지가 아니었다. 한도 증액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자금지원 조건을 강화했다. ECB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ELA와 연계한 담보 헤어컷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헤어컷은 가치가 하락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유가증권의 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담보 헤어컷을 높이면 추가로 담보를 제공할 능력이 제한된 그리스 은행들이 받을 수 있는 자금지원 규모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현재 그리스 은행권은 주요 4대 은행이 전체자산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그리스 중앙은행의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 시행 후 중소 은행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4개 은행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결국 4대은행이 무너지면 그리스 은행 자체가 마비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담보에 적용되는 헤어컷 비율이 얼마나 상향조정될지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현재 4개 그리스 은행들이 보유한 ELA 적격 추가담보 규모는 헤어컷을 감안했을 때 270억유로 정도로 예금잔액의 21% 수준이다. 그리스 은행권에서 5월 40억유로, 6월 90억유로의 예금인출이 발생한 속도를 봤을 때 예금인출 제한이 풀리면 5주만에 그리스 은행권이 보유한 담보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바클레이스는 현재 48% 정도로 추정되는 ELA 담보에 적용되는 헤어컷 비율이 60%로 상향조정되면 그리스 은행들이 보유한 잔여담보가 즉시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예금자 손실부담 가능성도 높아진다. JP모건은 “ELA의 헤어컷 상승이 있을 경우 상당폭의 예금자 헤어컷 적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3년 키프러스 헤어컷 당시 10만유로 이상의 고액 예금에 선별적으로 헤어컷을 적용할 수 있었으나 그리스는 10만 유로 미만의 소액예금 비중이 75% 이상이므로 소액예금에도 헤어컷을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JP모건은 전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 사임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이 지난 7월7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며 전임자인 야니스 바루파키스와 비교됐다. 바루파키스는 회의에 가죽점퍼 차림으로 참석하는 등 고집을 꺾지 않는 오만한 태도로 ‘미운털’이 박혔으며 그 자신도 이를 인식해 채권단의 개혁안을 일축한 국민투표이후 순조로운 협상 재개를 위해 스스로 재무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차칼로토스 신임 재무장관은 처음 참석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들고 나오는 등 내내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7월5일 국민투표에 대해 “(거만한) 승리주의가 아니다”라고도 언급했다. 그리스 좌파 정부의 예상대로 국민투표에서 긴축을 기본으로 하는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이 압도적으로 거부된 것에 대해 우쭐거리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차칼로토스 장관은 머물고 있던 브뤼셀 호텔의 메모지를 손에 꼭 움켜쥔 채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장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전임자 바루파키스처럼 넥타이를 매지 않은 수수한 차림새였다. 하지만 바루파키스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가죽 점퍼 대신 색이 바래고 주름져 다소 허름해 보이는 재킷을 입고 나타나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였다. 로이터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현장을 담은 사진 속에서 차칼로토스 장관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다른 한 손으로 뭔가 빼곡히 적혀 있는 한 장의 메모지와 서류다발을 들고 선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바루파키스가 가죽점퍼에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며 ‘강남 좌파’ 이미지를 풍겼다면 차칼로토스 장관은 그와는 달리 다소 유화한 이미지의 학구파 사회주의자처럼 보인다. 바루파키스는 평소 주장과 대조되는 부르주아적 일상을 한 프랑스 잡지를 통해 공개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잡지에 게재된 사진 속에서 바루파키스는 그림 같은 지중해의 여유로운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자택 테라스에서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며 와인잔을 부딪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마치 할리우드 스타 커플처럼 보이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소셜미디어는 조롱 섞인 트윗으로 들끓었다. 한 트위터(@YanniKouts)는 바루파키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아크로폴리스 아래 화이트 와인 사회주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차칼로토스 장관은 스타일은 물론 화법에서도 바루파키스처럼 전투적이지 않았다. 그는 “정치적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를 마친 후 그리스의 국민투표에 대해 “승리주의는 없다(No triumphalism)”고 말했다. 로이터는 차칼로토스 장관의 화법이 어느 정도 통했다며 다른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차칼로토스 장관을 대하는 것이 전임자인 바루파키스 보다 훨씬 편하게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를 잘 알고 있는 한 관리는 차칼로토스 장관에 대해 “바루바키스보다 훨씬 낫다. 보다 절충적이고 건설적이며 겸손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리는 차칼로토스 장관의 지성과 겸손을 칭찬하며 그가 자신과 이름(first name)이 같은 그리스 고대 수학자 유클리드에 대해 언급하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관리에 따르면 차칼로토스 장관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평행한 두 직선은 서로 만날 수 없다’는 명제를 언급하며 지난 5개월 넘도록 이어진 논쟁 끝에 입장이 수렴되고 있는 유로존은 이제 “비(非) 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그리스의 신임 재무장관이 전임자에 비해 스타일에서 다를 수 있으나 (신임 장관이 제시할 그리스 개혁안의) 내용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칼로토스 신임 재무장관이 외모나 화법의 스타일에서 전임자와 극명하게 대조적으로 유화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좌파 성향을 드러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은 지난 7월6일 갑작스럽게 임명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떨린다”면서도 “그리스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임무를 다하기 위한 협상을 지속하기를 원한다. 그 동안 너무 심한 고통을 겪은 그리스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영국 사회주의 단체 ‘노동자 자유를 위한 연합’의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을 보면 유로를 반대하는 사회주의적 성향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통화동맹으로 인해 핵심과 주변의 분열이 생겼고 양 극단의 관계는 계급주의적이며 차별적”이라고 언급했다. 네덜란드 태생인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은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정치학, 철학, 경제학을 공부했고 1989년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귀국해 아테네 대학교를 거쳐 켄트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90년대 말 그리스의 교육개혁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를 주도하며 현재 집권한 좌파 정당 시리자 지도부와 연을 맺었다. 2012년 5월 처음 의원으로 당선됐고 2015년 1월 재선에 성공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서 외무차관으로 참여했다.

16시간 이상의 긴 정상회의 끝에 극적인 협상 타결
사망선고 직전까지 몰렸던 그리스 경제가 극적으로 회생 기회를 얻었다.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 7월13일 밤샘 회의 끝에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지난 6월27일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전격 선언하며 협상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지 16일 만이다. 그동안 그리스와 유로존의 협상 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그리스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은 ‘긴축’을 수용했다.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시간은 독일 편이었고 ‘긴축-개혁-구제금융’의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상대의 허점(경제마비와 국민불안)을 공격하는 압박전략은 통했다. 그리스가 국민투표에서 62%의 반대로 채권단의 개혁안을 거부했지만 결국 최대채권국, 유로존 맹주 앞에선 거부의 의미조차 퇴색됐다. BBC방송은 “치프라스 정권은 ‘삼키기 어려운 약’을 손에 쥐었다”고 했다. 치프라스 정권은 3주째 은행 셔터를 내린 자본통제의 후폭풍을 극복하지 못했다. 국민투표로 ‘반긴축’을 기대했던 그리스 국민은 결국 또 한 번 기약 없는 긴축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치프라스 정권이 국민투표의 명분으로 내건 채무탕감(헤어컷)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치프라스 정권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중도좌파 등의 반발로 정권을 지속할지도 불투명하다. 7월1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가 내놓은 추가개혁안에 합의했다. 이날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그리스 유럽안정화기구(ESM)에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12일 오후 개최된 유로존 정상회의가 자정을 넘겨 13일 새벽까지 회의가 계속됐다. 회의는 16시간 이상 이어졌다. 결과는 그리스가 860억유로의 3차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초강경 개혁조건을 수용해야 하며, 7월15일까지 연금 삭감 등 추가 개혁안을 입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요구한 개혁안은 크게 연금, 노동법, 부가가치세 개혁, 국유자산 매각 등이다. 구체적으로 부가가치세 간소화, 연금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세금 기반 확대, 통계청의 법적 독립성 보장, 재정지출 자동중단의 완전한 이행, 송전공사 민영화, 부실채권 정리, 그리스 민영화 기구의 독립성 강화 등이다.

이는 그리스가 지난 7월11일 의회에서 압도적 찬성표로 정부에 위임 처리한 개혁안이 기초가 됐다. 그리스가 지난달 말 국민투표를 명분으로 걷어찼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개혁안보다 더 가혹한 조건이다. ‘퍼주기’ 식 복지기금과 사회 전반에 만연한 탈세부터 잡으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리스는 저소득층의 연금을 삭감하고 세금을 올려야 한다. 2년간 재정지출을 130억유로 감축한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0.25∼0.5%, 내년 GDP의 1%의 연금삭감에 나선다. 이는 기존 채권단과의 합의안(2년간 79억유로)보다 큰 규모다. 또 사회연대보조제도(EKAS)에 따라 저소득 노령자에게 지급하던 추가 연금을 2019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소득 상위 20%의 연금은 가장 먼저 내년 3월부터 폐지한다. 또 2022년까지 법정 은퇴연령을 67세로 높인다. 부유층 '탈세의 상징'인 섬 지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하도 없어진다. 음식점에 대한 부가세율도 23%로 일원화한다. 법인세도 기존 26%에서 28%로 놀린다. 국방비 지출도 올해 1억유로, 내년 2억유로 감축한다. 이 또한 채권단의 개혁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심지어 부채 상환을 위해 5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영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로존과 그리스 양측은 16시간 이상의 긴 정상회의 끝에 극적인 협상 타결을 이뤄냄으로써 그리스 경제는 다시 한 번 산소호흡기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그리스가 혹독한 긴축을 이행해야 하는 데다 3차 구제금융의 시한까지 다가오고 있어 이번 타결이 일시적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경고도 여전히 나온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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