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문자(文字)를 소재로 하는 조형예술이다. 한자문화권 안에 있는 여러 나라에서 특유의 예술분야로 자리 잡았던 서예는 독립된 예술일 뿐 아니라 문학, 회화와 더불어 또는 그들 예술과 서로 융합하면서 한자문화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 서예를 시작한 이후 정 씨는 경복궁 ‘홍례문’, 창덕궁 ‘숙장문’ 등 현판 글씨로 유명한 서예가 소헌 정도준에게서 사사하며 지난 20년 간 자신만의 글씨를 다듬었다

서예는 역사가 유구한 동양의 전통 예술이다. 서예는 독특한 풍격과 무한한 매력을 갖고 있어서 생활환경을 미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신을 배양하고 정조를 도야 양성한다.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 화선지 위에 붓과 먹이 만들어 내는 글씨에서 색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문자를 매개로 심성을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서예. 한국서예의 세계화를 꿈꾸는 서예가 여천 정명숙을 만났다.

지난 6월 첫 개인전으로 국내외 서예계의 주목 받아
“서예는 선과 공간의 예술입니다. 선을 긋고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서 글자간의 간격을 고려해야 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서예의 변화는 기본을 지키면서, 사람들에게 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지난 6월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던 여천 정명숙. 그는 개인전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자신을 단련하는 자세로 붓을 들며 서예의 변화, 그리고 자신에 대한 변화를 고민해왔다. 그래서 그의 개인전의 주제 역시 ‘변화’로 잡았다. 정 씨는 “변화를 한다는 것은 모험입니다. 기본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할 수 있도록 늘 자신을 경계해왔습니다”라면서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화,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변화’라는 주제의 주축을 이룹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정체된 한국 서예에 대한 변화의 시도, 해외 경쟁력의 제고를 주장해 국내외 서예계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은 대작 ‘유지리산(遊智異山)’부터 ‘신독(愼獨)’, 상무욕이관기묘(노자 제1장) 등을 포함해 총 48점으로 한문은 전서부터 초서까지, 한글은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한 고체부터 민체, 흘림체까지 두루 섭렵했다. 특히 ‘유지리산’은 사삼공산비(祀三公山碑)의 필의를 웅건하게 해석해 낸 수작으로 꼽힌다. 정 씨의 스승인 소헌 정도준은 정 씨에 대해 “여천의 서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정신과 열정은 늘 자신을 가두어 머물지 않고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쉼 없이 연찬(硏鑽)해 나가는 모습이 흩어지지 않아 그 의지가 돋보인다”고 평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이기도 한 그는 충청북도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여러 대전의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을 역임, 현재 한국서예가협회, 근묵서학회, 금화서학회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다. 경기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후 체계화된 이론의 바탕 위에 새로운 창작의 기틀을 마련한 정 씨는 현재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에 출강해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서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정신과 열정으로 거듭 발전
여천 정명숙의 서예 인생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깊고 그윽한 삶의 향기를 내며 빛을 발한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독창성으로 한국 서예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는 여천 정명숙. 그가 서예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80년 초 친정아버지의 조언 때문이었다. 결혼 직후 “30년 후 50대 이후의 네 모습을 생각하며 인생을 꾸려가라”는 친정아버지의 말씀에 처음 붓을 쥐게 된 여천 정명숙. 정씨는 서예에 소질이 풍부했고 적성에도 잘 맞았다. 이후 서예에서 손을 놓지 않았던 그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나 자랑하기 위함이 아닌 그저 글씨가 좋아 써왔을 뿐이다. 정 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서예는 내 몸이고 혼입니다. 결국 마음이라는 건데, 이 마음에서 단 1초도 떠나지 않는단 말입니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 매료시키는게 바로 서예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예를 시작한 이후 정 씨는 경복궁 ‘홍례문’, 창덕궁 ‘숙장문’ 등 현판 글씨로 유명한 서예가 소헌 정도준에게서 사사하며 지난 20년 간 자신만의 글씨를 다듬었다. 정 씨는 “선생님을 보필하는 입장에서 해외 전시회를 접해보곤 우리 서예의 방향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라면서 “하지만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적인 예술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격려와 관심을 가져준다면 우리 서예는 보다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