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는 큰 고깃덩어리를 삼킬 때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그것은 ‘참회의 눈물’이 아니다. 자기 입보다 큰 먹이를 삼키며 숨을 크게 들이쉬는 과정에서 눈물샘이 눌리며 나오는 눈물이다. 그래서 악어가 먹이를 먹으며 흘린 눈물을 보면서 사람들은 연민이나 동정 보다는 위선과 허위에 분노를 표출한다. 요즘 방송에서 흘리는 일부 연예인들의 눈물도 대중적 이미지 제고와 책임 회피성 변명이나 자신의 입장만을 합리화하는 성격이 강한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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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철호(동이) |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한 마디의 거짓말을 토한 사람은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스물 다섯 마디의 거짓말을 생각해 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예계에 ‘거짓말 불감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크고 작은 거짓말 사건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나이와 학력 등 개인의 프로필을 위한 거짓말과 지탄 받을 것이 두려운 음주운전이나 폭행 시비 등 도덕·법적인 문제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실 보다는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뻔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다 결국 진실 앞에 무너진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며,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설픈 변명과 거짓말로 일을 배로 키우는 이들이 있다. 최근 배우 최철호를 비롯해 스스로 거짓말 덫에 걸린 연예인들을 짚어봤다.
‘폭행 발뺌’ 최철호, CCTV에 덜미
지난 7월 8일 술자리에서 여성을 폭행한 최철호는 사건 직후 “전혀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가 폭행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되면서 덜미가 잡혔다. 최철호는 당시 “행인과 싸움을 말리던 중 나도 폭행을 당했다”고 오히려 피해자인척 억울함을 호소했다. 심지어 CCTV 내용을 처음 보도한 SBS 방송 기자에게 “법원에서 밝혀질 것이다”라며 “하지만 만약 법적 결과가 다른 기사가 나오면 신고할 것”이라는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최철호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생각에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이 같은 대처를 한 것. 그러나 사건 발생 다음날인 9일 SBS ‘8시 뉴스’가 보도한 CCTV 증거화면에서 20대 연기자 지망생이자 절친한 후배를 발로 차고 때리는 모습이 공개돼 ‘거짓말 배우’라는 오명을 얻으며 일순간 무너졌다. 이에 더는 발뺌할 수 없었던 최철호는 기존의 입장을 180도 바꿔 잘못을 시인했으며,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급기야 출연중인 MBC 월화드라마 ‘동이’ 게시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와 함께 자진 하차할 뜻을 밝혔다. 그는 “최철호 입니다. 일단 진심으로 ‘동이’ 팬여러분께 이번 불미스러운 일에 관하여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벌을 받는 거라 생각하기에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아무쪼록 저로 인하여 동이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반성하며 자숙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거듭 사과드린다”라는 짧은 글을 올리고 쓸쓸히 드라마에서 퇴장했다. 하지만 최철호의 자진하차와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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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 |
슈퍼주니어 강인, “맞기만 했을 뿐 때린 사실 없다”
슈퍼주니어의 강인은 지난해 가장 잊지 못할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아이돌그룹으로 국내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점에서 강인은 폭행 시비와 음주운전 사건이 연속으로 터지면서 구설수에 오른 것. 특히, 폭행 시비는 “폭행에 가담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다 결국 거짓말이 들통이 난 바람에 대중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강인은 다른 일행과 시비가 붙어 폭행에 연루됐다. 당시 강인은 경찰 조사에서 “난 맞기만 했을 뿐 때린 사실이 없다”고 폭행 가담을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현장 장면이 담긴 CCTV가 발견됐고, 강인이 거짓 발언을 했음이 밝혀졌다. 경찰 판독 결과 강인이 처음엔 시비를 피하려고 노력했으나 상대방이 계속 따라다니며 폭력을 행사해 이에 대항하고자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방어 차원의 행위였지만 “맞기만 했다”는 최초 진술과는 엇갈려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강인은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지만 네티즌들은 “주먹질 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며 그의 행동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한 달 후 터진 음주운전까지 신뢰도는 급추락했고, 결국 슈퍼주니어 4집 앨범에 불참하기에 이르렀다. 강인은 지난 7월 5일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상혁,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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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혁 |
클릭비 출신의 김상혁은 2005년 4월 11일 오전 서울 잠실동 부근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하다가 뺑소니 사고를 냈다. “도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음주한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자 김상혁은 기자회견에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거짓 해명을 해 대중들의 거세 질타를 받고 활동을 접어야 했다. 최근 한 연예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의 잘못을 크게 뉘우쳤다고 밝히며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김상혁은 “어떻게 보면 길게 느껴지는 데 막상 제 안에선 그날부터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다. ‘아’ ‘어’ 다르고 토씨 하나에 뜻이 많이 바뀌듯이 나도 참 나중에 말만 요약해서 보면 (내가 봐도) 어이없는 변명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당시 상상을 많이 한다. ‘그때 이랬으면 저랬으면’ 일어날 수 있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다. 결론은 (만약 진실하게 얘기했다면) 그 당시 보단 실망을 덜 시켜 드렸을 것 같다. 변명하는 모습보단 솔직하고 좀 더 진실하게 얘기했을 것”이라고 지난 과오에 대해 후회했다. 김상혁은 2008년부터 케이블 프로그램을 통해 조심스럽게 방송복귀를 시도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지난해 말 케이블채널 KBS Joy의 '꽃미남 포차 시즌3' MC로 발탁됐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에 밀려 방송복귀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렇게 지난 5년간 자숙의 시간을 갖은 김상혁은 최근 방송 복귀를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다.
연예인 모럴 해저드 1위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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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준 |
연예인의 거짓말은 오늘 일이 아니다. 거짓말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는 가수 유승준은 지난 2002년 2월 군 입대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에 유승준은 병역기피 혐의로 입국 금지 명령이 떨어져 8년째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슈퍼주니어 멤버인 이특은 몇 년 전 한 방송에서 ‘피겨퀸’ 김연아 선수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김연아 선수가 미니홈피 일촌 신청을 했는데 거절했다”고 거짓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방송인 김예분은 2008년 KBS 2TV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에 출연해 남의 얘기를 내 경험인양 말했다가 거짓임이 들통나 곤욕을 치렀다. 김예분이 방송에서 말한 내용은 이미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소개한 사연이었던 것. 가수 김건모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고백했다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고, 개그맨 지상렬은 “장윤정과 사귄다”고 밝혔다 나중에 거짓말임을 시인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올 초 술자리 폭행사건에 연루됐던 개그맨 이혁재 역시 “가벼운 신체적 접촉만 있었을 뿐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거짓 해명하다 경찰의 계속된 조사에 결국 혐의 대부분을 시인하고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들 외에도 2007년 전 동국대 교수 신정아가 몰고 온 ‘학력위조’ 파문이 연예계를 휩쓸면서 장미희, 윤석화, 주영훈, 최수종, 최화정, 오미희, 다니엘 헤니, 강석, 인순이 등이 학력위조라는 거짓말로 대중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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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범 |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했을 때 대부분 거짓말로 위기를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거짓말은 눈사람 같아서 오래 굴리면 그만큼 더 커진다”는 말처럼 이 같은 대처는 더 큰 화를 부른다. 무엇보다 10대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들은 자신의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하지만 연예인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에 대한 처벌을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면 오히려 호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 비하 논란에 휩싸인 2PM 전 멤버 재범(본명 박재범)은 사건 직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팀 탈퇴와 부모님이 계신 미국행을 택하면서 적잖은 위로와 응원을 들었고, 앞선 연예인들과는 반대로 많은 국내 팬들의 환대 속에 얼마 전 국내활동을 재개했다. 개그맨 김태현도 3월 초 최철호 등과 같은 폭행사건에 연루됐지만 다음날 바로 “공인으로서 불미스러운 일을 초래한 점 깊이 반성한다”며 사과했다. 아울러 쌍방합의 등 과정을 통해 논란을 일찌감치 잠재웠으며, 이 같은 노력의 결과 김태현은 물의를 일으킨 지 두 달 만에 지난 5월 방송에 복귀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거짓말 연예인들이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 실수를 용서할 수 있지만 의도적인 거짓말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최근 연예인들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눈 가리고 아옹’ 식의 거짓말은 크든 작든 그들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속이는 일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거짓말 불감증에 빠진 연예인들로 인해 다른 연예인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물론 대중의 이미지에 막대한 손상을 초래하고 연예인으로서 상품성에 흠집이 날 수 있는 불법적인 행동을 감추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수 있지만 이것이 더 큰 화를 부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인기는 모래알과 같다. 손에 쥔 모래알에 급급해 언행에 주의하지 못하기 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연마하고 진심을 갖고 방송에 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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