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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대표팀 감독 계속할 의사 없다"
2010년 07월 02일 (금) 13:27:27 김형규 기자 khk@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끌었던 허정무 감독이 연임을 포기하고,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허정무 감독은 2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표팀 감독 인선에서 물러날 것이다. 내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는 것이 차기 대표팀 감독 인선에 부담을 덜고, 불필요한 오해나 혼선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날 것을 밝힌 허정무 감독
허 감독은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거쳐 본선이 확정되고, 월드컵 본선에 대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생각했던 것이다. 코치들과 이야기하면서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월드컵을 마치면 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이야기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허 감독은 후임 감독에 대해 "대표팀 감독이 중요하고 부담 가는 자리이지만, 능력을 갖춘 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후임 감독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 분이 나보다 더 잘 이끌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허 감독의 기자회견 전문.


- 기자회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는 것이 차기 대표팀 감독 인선에 부담을 덜고, 불필요한 오해나 혼선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대표팀 감독 인선에서 물러날 것이다. 2년 6개월 동안 달려오면서 느낀 것도 많았다. 월드컵 무대를 경험하면서 여러 가지를 보고 배웠다. 잘못했던 점, 부족했던 점, 해야 할 일 등을 돌이켜볼 것이다. 나 말고도 한국 축구계에는 능력 있고 훌륭한 선배님, 동료, 후배님들이 많이 계신다. 그 분들에게도 능력과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KFA와 항상 호의를 베풀어주신 언론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또한 붉은 악마를 비롯해 밤잠을 잊어가며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해주시고 힘을 실어주신 국민 여러분들에게도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더욱 깊은 관심과 애정,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 대표팀 감독을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내린 정확한 시기는 언제인가?

그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멀기도 하고,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고민도 많이 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거쳐 본선이 확정되고, 월드컵 본선에 대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생각했던 것이다. 코치들과 이야기하면서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월드컵을 마치면 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나고 오면서 KFA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조금 고민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지금이 내가 물러나야할 때라고 생각을 굳히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엉뚱한 추측이나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같고, 여러 사람에게 부담 주는 것 같기도 해서 서둘러 오늘 발표를 하게 됐다.

- KFA에서는 경험 있는 감독이 길게 대표팀을 이끌어주면 한국축구에 발전되지 않겠냐는 의미에서 유임을 제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미 밝혔듯이 우리 축구계에는 유능하고 능력 있는 분들이 많다. 물론 나도 어떤 형태로든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 대표팀 감독이 중요하고 부담 가는 자리이지만, 능력을 갖춘 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후임 감독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 분이 나보다 더 잘 이끌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

- 유소년 축구 쪽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 월드컵을 치르면서 남미 팀들이 약진했고, 우리에게 벽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부족한가, 무엇을 보완해야 경쟁력이 있을 것인지를 생각한 적이 있다. 코치들과도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었다.

우리가 체력이나 정신력, 조직적인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봤다. 가장 부족한 것은 기술적인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볼터치나 패스능력, 순간판단능력, 경기운영능력, 영리한 플레이 등이 떨어졌는데, 이런 부분들은 기초 과정에서 잘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은 모든 축구인들이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향후 어떤 것을 계획하고 있는가?

축구계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고, 과분한 은혜를 입었다. 축구를 통해 성장했고, 축구를 통해 사랑 받을 수 있는 위치까지 가봤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계에 큰 빚을 졌다. 한국축구가 발전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어떤 형태로든, 제가 현장에 있든, 10년 후 미래를 위해 활동하든, 봉사를 하든,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것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다. 그런 방법은 도처에 있다고 생각한다.

- K-리그 감독 복귀에 대한 가능성도 있는가?

조금 전에 말씀 드렸듯이 장기적인 축구 발전에 힘을 쏟고 싶다. 인프라 확장과 주변 환경 등 모든 면이 좋아졌지만, 근본적으로 준비된 것은 미흡하다고 본다. 그런 것들이 충족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모든 면에서 기여하고 싶다.

- 2년 6개월 동안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승부의 세계에 있다보면 많은 일들을 접하게 된다. 이제는 그런 부분에 있어 면역이 조금은 된 것 같다. 2년 6개월 동안 안 좋았던 것보다는 좋았던 일이 많았다.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남미 팀을 뛰어넘었으면 좋겠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한 한국축구를 만들고 싶다. 축구 외적인 부분이라면 당분간은 조용한 곳에 가서 쉬고 싶다.

- 소통의 리더십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인가? 아니면 계기가 있었나? 히딩크나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은 있는가?

내가 빨리 배우는 면이 좋다.(웃음) 대학교 때 당구를 배울 때도 그랬다. 네덜란드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감독과 미팅을 하는 것을 보면 매우 격렬했다. 마치 싸우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중에 보면 이해가 됐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바로 사과를 하더라. 처음 지도자 입문 당시에 해보려고 신경을 써봤는데 정말 안 됐다. 미팅을 할 때 끌어내려고 하면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고쳐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표팀을 보면 이야기를 잘 하고, 잘 주고받는다. 소통의 리더십이 말은 쉽지만, 참 어렵다. 간접적으로 유도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서로 간의 소통이 없다면 참 힘들다.

- 언론과 좋은 관계를 가져왔다. 감독을 하면서 언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언론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고마운 감정들을 느끼고 있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나 잘못하면 비판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댓글 등을 보면 가끔 인신공격이 지나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런 것은 상당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런 문화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 차기 감독에 대한 개인적 생각, 그리고 해줄 말이 있다면.

내가 이야기하기에는 민감한 문제이다. 축구계에도 능력 있고 훌륭한 분들이 많다. 가능하다면 국내 감독들에게 뜻을 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같은 맥락에서 전임 감독이라고 해서 후임 감독에게 깊이 이야기를 하면 안 될 것이다.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해야 될 것이다.

분명 대표팀 선수들은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다. 이 선수들이 한 눈 팔지 않고, 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정진했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 가족들도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가족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가족 문제가 유임 포기에 결정적인 면을 끼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잘해줘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 영광과 좌절의 순간이 많았다. 그 중 하나를 꼽는다면.

평소 좌절은 느끼지 않는 편이다. 물론 중국에게 지고, 아르헨티나에게 패해봤지만 축구팀이라면 어느 나라 대표팀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는 것도 지는 것이지만, 왜 졌는지가 중요하다. 왜 졌는지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겨야 되는 것은 맞지만 지면서 배우는 점도 많다.

예전 내 별명이 오뚝이였다. 어려울 때 일어서는 것도 승부사로서 갖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순간이라면 월드컵 16강 진출이 기뻤고, 예선전을 통해서도 기뻤다. 특히 그리스에 이겼을 때와 16강 진출이 확정됐을 때 좋았다. 비록 우루과이에 패했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던 모습을 보았을 때 고맙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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