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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137초 만에 통신두절 후 폭발
원인규명에 난항 겪을 듯
2010년 06월 29일 (화) 18:05:36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우리 땅에서 처음 발사돼 우주에서 과학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과학기술위성 2호 2대가 끝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6월 10일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오후 5시 1분 발사된 지 137초 만에 지상과의 통신이 두절됐고 결국 폭발한 것으로 공식 발표됐다.

나로호가 발사 137초 만에 통신 두절되기 전까지 만사가 순조로워 보였다. 10일 오전부터 한국과 러시아 연구진이 총동원돼 최종 점검을 했는데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나로호는 결국 제주도 남쪽 공해상에 수장됐다. 나로우주센터로부터 470㎞ 거리다. 한·러 합동조사단은 나로호 잔해 수거 작업에 나섰다.
   

1차 발사 때보다 더 참담한 실패
지난해 8월 1차 발사 때는 그래도 우리가 처음 개발한 나로호 2단 로켓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무산됐다. 과학기술위성도 통째로 날렸다. 1차 발사 때는 페어링(인공위성 보호덮개) 한 쌍 중 한 짝이 분리되지 않아 위성을 제 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1차 발사 때보다 더한 참담한 실패인 것이다. 나로호 개발에는 1, 2차 포함해 총 5025억원이 들었다. 위성은 136억원이다. 나로호의 공중 폭발 원인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몇 가지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통신이 두절된 137초 경과시점의 상황은 1단 로켓이 한창 불꽃을 내뿜으며 타고 있을 때다. 지난해 실패의 원인이 된 페어링이 벗겨지는 단계의 78초 전이기도 하다. 1단 로켓에는 액체산소와 연료인 케로신(등유)을 적절하게 뿜어내도록 하는 분사구와 그 양을 조절하는 밸브가 있고, 관련 배관이 복잡하게 설치돼 있다. 발사 순간부터 다 탈 때까지 엔진 노즐에서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액체 산소와 케로신이 분사된다. 140t의 나로호 무게를 들어 올려 우주공간까지 가야 하는 데다 초속 8㎞의 초고속에 이르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연료 밸브가 연료 분사량 조절에 실패해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엔진 배관에 문제가 생겨 연료가 새어 나왔을 가능성이다. 누출된 연료에 불이 붙어 엔진 내부가 과열돼 폭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로호의 비행 경로가 당초 설계된 것보다 공기 밀도가 높은 저고도를 난 것이 비행체 내외부를 손상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다.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100% 수입해 온 것이다. 이 1단과 국내에서 개발한 2단 로켓을 연결해 나로호 몸체를 만들었다. 아직 공중 폭발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했어도 그런 사고를 가져올 만한 조짐은 상존했다. 우선 1단 로켓은 충분한 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완전히 개발이 끝나 본격적으로 발사체 시장에 투입된 것이 아니다. 러시아 발사체 제작업체인 흐루니체프는 ‘앙가라’라는 새로운 발사체를 개발하는 중이다. 그 로켓 엔진은 추력이 커 나로호에는 그 힘을 낮춰 장착했다. 이 때문에 나로호 발사는 러시아 측에서 보면 사실상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앙가라 발사체 엔진의 비행시험 격인 셈이다. 앙가라 발사체 엔진은 아직도 연소 시험과 안정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익명을 원한 한 로켓 전문가는 “로켓을 개발하려면 최소 서너 차례의 엔진연소 시험과 비행 시험을 거치는 것은 상식”이라고 했다. 나로호는 이런 절차의 상당 부분이 생략한 채 곧바로 위성을 탑재했다. 개발 과정 중의 비행 시험 과정에는 비싼 실제 위성보다는 위성 모양의 모형을 올려 싣는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때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일각선 ‘무리하게 발사한 것 아니냐’
이번 2차 발사 종료로, 우리 정부가 지난 2002년부터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러시아와의 우주발사체 나로호 공동개발 사업의 성적표가 일단 나왔다. 나로호는 성적의 절대치도 중요하지만, 성적표의 내용도 무시할 수 없다. 러시와의 계약상으로 1, 2차 발사에서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러시아 측이 1단부 로켓을 무상제공토록 돼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번 결과를 놓고 볼 때 두 번의 발사에서 1번은 ‘발사임무 실패’로 나타났음이 분명해졌다. 그러면 러시아 측은 무상으로 1단을 제공해주고 3차 발사가 순조롭게 준비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이번 2차 발사의 실패는 러시아 측에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브리핑에서 “나로호는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3차 발사를 준비토록 하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우선 이를 자세히 보면, 지난해 8월 25일과 이번 6월 10일에 이뤄졌던 1, 2차 발사 결과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1차 발사 때는 2단부와 탑재 위성과의 분리라는 마지막 발사 진행 단계까지 간만큼 성적표 자체는 이번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이른바, 책임 소재만큼은 우리가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은 전적으로 우리가 개발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번 2차 때는 페어링도 분리해 보기 전에 ‘폭발 추락’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반면 책임 규명에 있어서는 우리가 만든 페어링을 분리해 보기도 전에 러시아가 전적으로 개발해온 1단부가 연소하는 구간의 이륙 137초 후 폭발 추락했다는 점에서 훨씬 우리의 부담은 적다는 게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 정부는 나로호의 세부 비행 상태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으며 한·러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원인 규명을 본격적으로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 원인 규명 작업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제주도 남단 방향으로 외나로도로부터 약 470㎞ 지점의 공해상에 떨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잔해물 수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수거 잔해물에 대한 분석도 러시아 측이 주도하는 것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어떤 분석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원인 분석 작업이 수개월 이상 걸릴 것이란 우려도 벌써 나온다. 지난해 1차 발사에서 문제가 됐던 페어링 미분리 문제도 최종 보고서를 낼 때까지 5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런 원인 규명의 어려움에도 불구 우리 정부도 ‘또 다른 측면의 책임’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진작, 이번 2차 발사를 실행하기 전 갑자기 불거진 나로호 발사대 소화장치 오작동 문제는 지난 7일 나로호 기립 작업에서 전기적 신호의 불안정이 나타난 것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즉, 전기적 신호의 불안정 문제를 충분히 점검하지 않고 새벽 1시까지 점검을 진행하며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했다는 것. 당초 정부는 기립작업이 5시간 가까이 지연되자 발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수십 분내 기립 후 점검 작업을 벌이겠다고 수정했다. 이에 대해 항우연은 발사대 현장 관계자들과 자료 분석 작업반의 시차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당초의 나로호 2차 발사일이었던 지난 9일에는 발사대 소화장치 오작동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화장치 오작동으로 발사체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이후 충분히 분석, 보완했다며 곧바로 발사를 강행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새벽 늦게까지 비행시험위원회·관리위원회 비상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관련 연구원들을 두 번이나 밤샘 작업을 시키며 피로를 누적시키는 것은 아닌지 지적했었다. 이와 별개로 3차 발사와 관련해서는 양측간 비용문제가 피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로호 개발은 사업기간이 2002년 8월에서 2010년 10월로 잡혀 있다. 총 사업 예산은 5천 25억원으로 여기에는 우주발사체 시스템 설계 및 제작·시험을 비롯해 고체 킥모터 개발, 위성의 궤도 투입 및 운용기술 확보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나로호의 핵심 동력인 액체엔진 로켓의 1단부는 러시아가 전적으로 개발했고, 2단부 고체연료 로켓은 우리가 자력 개발해왔다. 따라서 3차 발사가 진행될 경우 러시아 측은 별도 자신들의 추가 비용으로 1단을 제작해 우리 측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2단부와 ‘세번째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제작해야 하는 우리도 3차 발사를 위해 추가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점은 ‘이런저런 문제’를 러시아 측에 강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가 명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는 160명의 러시아 연구원들이 체류하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 측은 이런 체류 비용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전문가들은 만약 추가로 로켓을 제작해 3차 발사를 시도할 경우 200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진국도 발사체 실패는 비일비재
우주 발사체 종사자들 간에 ‘실패는 필수’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인도·브라질 등 우리나라처럼 뒤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든 나라뿐 아니라 미국·러시아·일본 등 우주개발 선진국조차 크고 작은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우주개발 역사는 실패에서 배우고 성장한 과정이다. 현재 발사체를 개발해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9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모두 숱한 실패를 겪었다. 미국과 러시아·유럽·중국·일본 5개국의 총 발사 건수 4379건의 발사 성공률은 91%였다. 400건 가까이 잘못된 것이다. 발사체의 실패 원인은 액체엔진이나 고체모터 등 추진시스템의 문제가 가장 많다. 198건의 발사 실패 사례를 분석해 봤더니 이 문제가 131건으로 압도적이었다. 로켓의 1, 2단이나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은 것이 25건으로 뒤를 이었다. 나로호의 1차 발사 실패 원인도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은 것이었다. 뒤늦게 우주발사체 개발에 나선 브라질은 가장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 이 나라는 독자적으로 우주센터를 지어 발사체를 개발해 왔다. 참담한 실패를 겪고도 여전히 발사체를 쏴 올리지 못했다. 브라질의 발사체는 3단 고체로켓이다. 과학 관측 로켓에서 시작해 본격적인 우주 탐사용 발사체를 개발해 1997, 99년 두 차례 쐈지만 실패했다. 2003년 세 번째 발사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는 발사 사흘 전 고체엔진 중 한 개가 폭발해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브라질의 우주개발은 아직도 그 악몽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2005년 유인 우주선 선저우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우주 선진국에 진입한 중국도 순탄한 길만 걸어 온 것은 아니다. 독자 발사체인 장정(長征) 로켓은 49차례 발사 중 7번 실패했다. 96년 2월 14일 일어난 CZ-3B라는 발사체 사고는 대형 참사였다. 첫 발사 때 발사 2초 후 경로를 이탈해 22초 뒤 지상으로 추락했다. 원인은 내부 전기배선이 끊겨 탑재된 컴퓨터가 정보 판단을 잘못한 것. 이 사고로 발사장에서 1.5㎞ 떨어진 마을 주민과 군인 59명이 사망했다. 발사체가 순항하지 못하거나 고장이 발생해 지상 관제소에서 자폭 명령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87년 3월 애틀래스G를 발사했는데 49초 뒤 번개에 맞아 발사체에 이상이 생겼다. 발사체의 유도 메모리가 번개의 영향으로 초기화 상태가 됐고, 그로 인한 오동작으로 발사체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발사 70초 후 지상에서 자폭 명령을 내렸다. 일본은 야심차게 개발한 대형 발사체 H2A로켓을 2003년 11월 29일 쐈다. 그러나 부스터가 다 탄 뒤에도 떨어져 나가지 못했다. 부스터 무게 때문에 결국 발사체는 제 궤도까지 오를 만한 속도를 얻지 못했다. 결국 지상 관제소에서 파괴 명령을 내렸다. 우주개발 강대국인 러시아도 2002년 군인 한 명이 숨지는 사고를 겪었다. 소유스 발사체의 발사 이후 엔진 폭발로 발사 29초 뒤 폭발한 것. 발사체는 발사장 주변으로 추락해 잔해가 한 군인을 덮쳤다.

‘스페이스 클럽’ 10번째 국가는 시기상조
   
▲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고도 70km 상공에서 폭발로 궤도진입에 실패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고도 70km 상공에서 폭발로 궤도진입에 실패함에 따라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향한 꿈이 좌절됐다. 그동안 수차례 연기되고 다시 발사일정을 잡는 우여곡절 끝에 발사한 만큼 성공에 대한 국민들 기대는 무척 높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발사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물론 8년 동안 연구와 개발에 매진해 온 나로우주센터 연구원들의 표정도 아쉬움과 실망으로 어두워졌다.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을 자국 발사기지에서 쏘아올린 소위 ‘스페이스 클럽’ 10번째 국가가 되는 길이 험난한 길임을 확인한 셈이다. 작년 1차 발사 실패로 이번에는 꼭 성공한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2차 발사 역시 시작부터 기립문제와 소화장치 오작동 등 잦은 사고가 터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특히 하루 만에 재발사 일정을 잡은 것이 너무 조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소화장치 문제가 사소한 문제이기 때문에 2~3일 정도 뒤면 다시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하루 만에 잡은 것은 약간 빠르다는 느낌이었다”며 “그러나 나로호 관리위원회가 충분한 검토를 거쳐 발사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정부당국은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나로호 발사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다는 점 △소화장치가 사소한 이상이었다는 판단 △기술진의 피로누적 △기상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발사를 빨리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결과가 실패로 나왔기 때문에 재발사 일정을 잡은 과정이 적정했는가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나로호 재발사를 결정하는 과정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6월 9일 소화장치 이상으로 발사 3시간 전 연기된 이후 바로 점검과 분석이 실시되고, 이어 기술적 검토와 비행시험위원회 등 회의가 6월 1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소화장치와 관련 시스템 수리작업은 밤새도록 이어졌다. 6월 10일 새벽 5시 한국 정부측은 러시아에 기상정보를 제공했으며 오전 8시 한.러 전문가회의를 통해 소화장치 오작동에 대한 조치사항과 기상조건을 검토했다. 이어 오전 9시에 열린 한러비행시험시험위원회와 나로호 관리위원회에서 발사를 최종 결정했다. 교과부와 항공우주연구원측은 전날 비정상적으로 소화용액을 뿜어낸 소화장치와 관련시스템을 모두 수리했으며 발사체와 발사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빠르게 재발사일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전문가회의에서 소화장치 오작동에 대한 개선이 적절했음을 확인했다”며 “소화장치는 발사대에 있지만 이를 작동하는 제어기는 통제동에 있다. 광케이블로 연결된 제어기의 통신모듈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정상으로 돌려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연구원들이 무리하게 작업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관련 연구원들은 작업을 했지만 대부분 나머지 연구원들은 휴식을 취했다”며 “발사를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사 마지막 순간에도 구름이 변수로 작용해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항우연에 따르면 공군의 협조를 얻어 오후 1시30분과 오후 3시30분시께 공군비행기를 우주센터 상공에 띄어 기상상황을 정밀 관측했다. 우주 발사체는 전기적으로 민감한 시스템으로 상공의 구름 조건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 섭씨 0도에서 마이너스 20도 온도사이에 있는 구름이 1.5km이상 두껍께 형성되면 우주발사체를 발사하지 못한다. 이 온도대의 구름이 빙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로우주센터도 해당 온도대에서 구름이 1.5㎞ 두께로 끼면 발사체를 쏘아 올리지 않는다는 ‘두꺼운 구름 원칙(Thick Cloud Rule)’을 적용하고 있다.

러시아 측에 책임 묻기 전 공정한 조사 필요
나로호의 잔해물은 6월 10일 오후 7시 21분과 8시 20분경에 1점씩 2점이 수거됐다. 그런데 잔해물 대부분을 거둬들인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폭발 원인을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윤웅섭 교수는 “나로호가 70km 높이에서 떨어졌으므로 수면에 부딪칠 때 속도는 초속 수십 m에 이를 것”이라면서 “이 정도면 나로호가 수십 cm 크기로 산산조각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발사 실패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1단 액체엔진의 경우 여러 부품을 결합해 조립했기 때문에 추락 후 원래 형태로 남아 있기 힘들다. 윤 교수는 “나로호의 경우 잔해물보다는 비행 데이터에서 실패 원인을 찾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러 공동조사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원인 규명은 난항을 겪을 여지가 있다. 벌써부터 한·러 간에는 미묘한 시각차가 감지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10일 나로호 발사 직후 열린 한·러 전문가 회의에서 나로호 비행 데이터를 제시하며 나로호가 ‘1단 연소 구간’에서 폭발했다는 결론을 전달했다. 그렇지만 러시아 측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측은 나로호 추적시설의 하나인 제주추적소에서 수집한 나로호 1단의 비행 데이터를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 기관지는 6월 11일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원인과 관련해 러시아 측에 책임을 돌리기 전에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 기관지인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나로호 발사 실패 원인이 흐루니체프 사(社)가 제작한 1단 발사체에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좀 더 공정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다른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 항공산업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나로호 실패 원인은 2단 발사체가 예정보다 빨리 분리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단 로켓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제주추적소에는 각종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추적레이더와 원격자료수신장비(텔레미트리)가 1기씩 설치돼 있다. 이들 기기는 나로호가 이륙 후 음속을 돌파하기 직전인 50초부터 나로호를 추적한다. 하지만 항우연 측이 이 데이터를 모두 받지 못한다. 항우연 관계자는 “우리가 받는 데이터는 나로호의 비행운용에 꼭 필요한 일부 정보”라면서 “나로호 1단 로켓과 관련된 데이터는 러시아 측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이 1단 엔진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뒤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경우 원인이 오리무중에 빠질 수도 있다. 실패원인 규명은 나로호 3차 발사 여부와도 직결된다. 이번 발사 실패가 러시아가 개발한 1단 로켓의 문제로 판명나면 ‘2+1’ 계약(두 번은 무조건 발사하되 한 번이라도 실패할 경우 러시아가 세 번째 발사를 해줌)에 따라 3차 발사 가능성은 높아진다. 1단 로켓도 추가 비용 없이 러시아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발사 비용도 3차 발사 여부를 좌우하는 요인. 과학기술위성 2호의 경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미 제작에 들어간 과학기술위성 3호를 쓸 수 있지만 나로호와 규격이 맞지 않아 불가능하다. 우리가 개발한 2단 로켓을 새로 제작하는 데도 최소 수백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편 나로호 개발에는 3000억 원이 넘는 나로우주센터 건설비를 포함해 지금까지 8000억 원 이상이 투입됐으며 이 중 1단 로켓을 제공한 러시아에 2억 달러(2500억 원)를 지불했다.

나로호 3차 사업 병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
이번 2차 발사는 준비 단계부터 여기저기서 삐걱거렸다. 작년 1차 발사때부터 지켜봐 온 사람들의 입에서는 “오히려 작년보다 더 어설픈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다. 우선 지난 6월 7일 발사대에 세우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기립 과정에서 불안정한 전기신호가 발생해 기립이 지연된 것. 또 첫 발사 예정일이던 6월 9일에는 준비작업 중 보조장비인 소화장치의 오작동으로 발사가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밤샘작업을 통해 무리하게 강행군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그때마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민경주 나로우주센터 센터장 등 책임자들은 “모든 문제는 완벽히 해결됐다. 발사에 너무나 적합한 상태”라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무리한 강행으로 볼 수 있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특히 사고 때마다 나온 교과부와 항우연 등의 말 바꾸기는 이런 지적을 부추겼다. 전기신호 이상이 발생한 6월 7일에는 교과부와 항우연은 처음에 “7일 중 기립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가 밤샘작업을 해 기립을 완료했다. 소화장비 이상이 발생한 6월 9일에도 초기에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했다가 역시 밤샘작업을 거쳐 6월 10일 재발사를 결정했다. 게다가 이주진 원장의 “연구원들의 컨디션은 최상”이라는 말과 달리 발사가 진행된 10일 오전, 발사체를 담당하던 한 남성 연구원이 실신하기도 했다. 처음 발사 시간을 정할 때는 연구원의 컨디션을 위해 오전이 아닌 오후에 발사를 정할 정도로 신경을 썼던 것과는 달리, 재발사 때는 연구원이 실신할 정도임에도 강행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왜 무리하게 서둘렀나”라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나로호 발사 결정은 그동안 러시아측의 주장이 많이 반영된 만큼, 이번에도 러시아 연구진들의 편의 때문에 무리하게 발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우리 정부가 빠른 성과를 위해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나로호 성공이라는 이벤트로 민심 전환을 시도하려는데, 만약 6월 10일 재발사를 하지 못하면 기상 상황 악화 등으로 재발사가 수개월 미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강행했다는 의혹이다. 3차 발사도 명확하지 않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3차 발사를 준비하겠다며 의지를 보였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우선 3차를 위한 1단 로켓 비용을 러시아측이 부담할지 여부다. 러시아측과의 계약서에 따르면 1, 2차 발사 중 실패 원인이 러시아에 있을 경우 한 번 더 1단 로켓을 제공하도록 돼 있다. 현재 정황상으로는 1단 로켓에서 문제가 발생해 러시아의 책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특히 지금껏 러시아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특히 실패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나로호 잔해 수거 작업도 기술 유출 우려라는 이유로 우리 마음대로 진행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잔해를 수거한다고 해도 폭발한 상황에서 얼마나 증거가 있을지 미지수다. 비행 데이터 역시 137초 분량밖에 없기 때문에 실패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 우리측이 개발해야 하는 상단과 위성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만약 추가로 로켓을 제작해 3차 발사를 시도할 경우 200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당장 올해부터 나로호 다음 발사체인 한국형 발사체 KSLV-2 사업도 진행되는데, 제한된 예산과 연구 인력하에서 나로호 3차 사업을 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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