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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나오토, 일본 제94대 총리에 선출
아직도 먼 일본의 ‘새로운 시작’
2010년 06월 29일 (화) 14:00:55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총리가 공식 기자 회견 없이 조용히 총리직에서 떠났다. 6월  4일 아사히(朝日)신문은 평소에 어떤 총리보다 기자 회견에 적극적이었던 하토야마가 의욕을 상실해 공식 기자회견이나 입장 표명 없이 공식 무대에서 떠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하토야마는 지난 6월 2일 민주당 양원 의원 총회에서 퇴진 의사를 표명한 뒤 비서관을 통해 “앞으로 회견은 없다. 자연스럽게 서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간단한 인터뷰도 없다”는 뜻을 전했다. 총회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도 10분 정도에 그쳤고, 그 뒤 언론사의 거듭된 회견 요청도 거절했다. 그는 6월 2일 트위터를 통해 “이제는 총리가 아닌 한 인간으로 말하고 싶다. 이제 자유다”며 “트위터를 통해 계속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하토야마는 “총리직을 그만둔 사람이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면서 차기 중의원에 출마할 생각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하토야마 내각은 지난 5월부터 이상기류
일본 하토야마 내각에 이상한 기류가 떠돌기 시작한 것은 5월 27일부터였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후텐마(普天間) 주일미군 기지를 오키나와(沖繩) 내 헤노코(邊野古)로 이전하길 원하는 반면, 연립정부의 일원인 사민당이 이를 강력히 반대한 게 문제였다. 정부 방침을 확정하려면 각료인 사민당 당수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소비자담당상의 서명이 필요했다. 후쿠시마 소비자담당상이 끝까지 서명을 거부할 경우 파면될 것이라는 소문이 5월 27일부터 일본 정가에 떠돌기 시작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은 겉으로는 “내각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5월 27일 하토야마 총리를 만나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는 이튿날인 5월28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거쳐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로 옮긴다는 미·일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서명을 거부한 후쿠시마 소비자담당상을 파면하는 강수를 뒀다. 오자와 간사장은 같은 날 후쿠시마 소비자상과 통화를 하면서 “(후텐마 문제와 관련) 당신이 옳다”며 하토야마 총리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고, 오자와 간사장 주변에서는 “총리를 그대로 놔둘 수 없다”는 주장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출마를 앞둔 의원들도 총리 교체를 요구했다. 이들은 내각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이대로는 선거 참패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사민당이 5월 30일 연립 이탈을 정식으로 결정하자 오자와 간사장과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민주당 참의원 의원회장은 5월 31일과 6월 1일 연이틀 하토야마 총리를 만나 총리 퇴진을 포함한 정국 타개 방안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하토야마 총리는 사임을 거부했고, 오자와 간사장은 회담 후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수차례 미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오자와 간사장은 하토야마 총리가 옷을 벗을 경우 정치자금 문제로 사임압력을 받아온 자신도 간사장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 때문에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등할대로 비등한 여론은 ‘하토야마-오자와 체제’에 더이상 시간을 주지 않았다. 자민당 등 야당은 내각불신임안 제출을 공언하며 민주당을 압박했고, 일본 언론까지 나서서 “사민당이 내각불신임에 찬성하고,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3표만 나오면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거론하며 총리의 결심을 촉구했다. 버틸 수 없게 된 하토야마 총리는 6월 2일 중·참의원 양원 의원 합동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오자와 간사장과의 동반 사임을 표명함으로써 일주일간의 ‘길고 긴’ 줄다리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구심력 찾지 못하는 일본 정치

   
▲ 지지율이 떨어지면 총리직을 내던지는 자민당을 비판했던 민주당 새 정권 역시 출범 8개월여만에 하토야마(鳩山) 총리가 물러났다
일본 정치가 자민당 정권을 종식하고도 여전히 구심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총리직을 내던지는 자민당을 비판했던 민주당 새 정권 역시 출범 8개월여만에 하토야마(鳩山) 총리가 물러났다. 2, 3년마다 반복되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가 지지율 조사에 춤추고 국민은 이런 무책임한 정치에 또다시 실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아소(麻生) 358일, 후쿠다(福田) 365일 아베(安倍) 366일, 그리고 2일 퇴임 표명한 하토야마(鳩山) 총리의 재임 기간이 260일이다. 최근 4년 동안 일본은 평균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총리가 계속 바뀌었다. 다른 나라 예를 들 것도 없이 일본 역대 총리 평균 재임 기간 2년 남짓과 비교해도 비정상이다. 하토야마 정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불과 8개월여만에 신뢰가 땅에 떨어진 건 사실이다. 총리는 모친에게서 10억엔의 정치자금을 받고도 이를 정치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 ‘탈세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민주당 실세인 오자와 간사장 역시 정치자금 허위기재 혐의로 측근 의원이 기소됐고 자신이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텐마(普天間) 미군 기지를 오키나와(沖繩)현외로 옮기겠다는 약속은 수도 없이 했지만 지난달 말 하토야마 정부의 결론은 오키나와내 이전이었다. 출범 당시 최고 75%였던 지지율이 17%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를 물러나게 만든 직접적인 요인은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 통감이라기보다 7월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 끼칠 영향이었다. 하토야마 총리의 이날 퇴임 연설에서 ‘책임’을 언급한 곳은 딱 한 군데다. 정치자금문제로 오자와(小澤) 간사장과 “함께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 대목이다. 전날 낮까지도 총리직 고수에 의욕을 표시했던 하토야마 총리는 결국 “선거를 위해 표지를 바꿔야 한다”는 당내 압력을 수용하고 말았다. 일본 정권이 단명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정치가 언론 등의 지지율 조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일본 주요 언론은 매달 자체조사한 내각 지지율, 정당 지지율을 발표한다. 정당들은, 특히 집권 정당은 이 조사를 늘 주시한다. 특히 3년마다 한 차례 실시하는 참의원 선거, 중도 해산이 없을 경우 4년에 한번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지지율이 선거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요시다 도오루(吉田徹) 홋카이도(北海道)대 준교수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은 물론 각국에서 내각지지율과 선거득표율의 상관관계가 깊어져 민의(지지율)가 곧 정권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본은 고이즈미(小泉) 정권처럼 인기위주정책으로 지지율을 30, 40%대로 유지하지 않는 한 이런 경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치가 안고 있는 최대 문제로 “일단 정권교체로 흡수된 것처럼 보인 정치·정당불신이 금세 다시 고개를 쳐드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그는 선거를 앞둔 이 같은 총리 퇴진이 다시 정치불신을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력한 차기 총리후보였던 간 나오토 신임 총리

   
▲ 간 나오토 신임 총리는 지난 6월 4일 열린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다루토코 신지 중의원 환경위원장을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됐으며 이날 오후 표결을 거쳐 94대 일본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간 나오토 신임 총리는 지난 6월 4일 열린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다루토코 신지 중의원 환경위원장을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됐으며 이날 오후 표결을 거쳐 94대 일본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이미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였던 터라 이날 금융시장 반응은 미미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최근 5개월간의 재무상 재직시절동안 적절한 경제운용 능력을 인정받았고, 재정긴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외교 경험과 함께 투명한 정치를 위해 민주당 실세였던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을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밝힌 그의 의지가 실제로 구체화될 지 여부는 미지수로 지적된다. 이번달에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표심을 되찾을지도 변수다. 일본 총리 선임은 최근 3년 내 벌써 5번째다. 그만큼 일본 정부는 그동안 고질적인 리더십 부재에 시달려왔고 신 정권 출범도 오래된 염증을 끊지 못했다. 63세의 간 총리 역시 이미 민주당 총재직까지 지낸 바 있어 완전히 새로운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선임자들 대부분이 정치 명문가 출신인 것과 달리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보통사람’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리사 출신인 간 총리는 학생 운동가로 처음 정치에 입문했고 1996년 민주당 입당 전까지 군소정당에서 정치활동을 벌였다. 특히 지난 1990년대 일본 후생상으로 재직할 당시 수혈을 통한 에이즈(HIV) 감염자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능력을 크게 인정받았고 정치가로서의 주가도 크게 오른 바 있다. 간 총리는 신정권에서 부총리를 역임하다 지난 1월부터 재무상을 겸임해 경제 운용 면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을 받은 상태. 특히나 재정운용에 있어 보수적인 인물로 통하며 그동안 재정적자 해소와 긴축을 주장해왔고 일본중앙은행인 BOJ에는 디플레이션 방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또 재정 축소와 함께 소비세율 인상 등의 세제개혁을 주장해 향후 이를 실행에 옮길지 역시 주목받고 있다. 간 총리는 일본 내각에서 조기 세제개혁을 주장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시장에서는 간 총리의 취임을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엔 약세론자로 유명한 간 총리의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시장에서는 엔화가 하락세를 탔고 주식시장도 엔 약세 기대에 반색하며 상승했다. 또 재정긴축 주장은 일본 국채시장 전반에도 힘을 실어줬다. 하토야마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제기됐던 경제정책 공백 우려도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달 예정되었던 재정긴축안 마련도 예정대로 진행했다. 다만, 이미 시장이 간 총리 재료를 일찌감치 반영하면서 이날 민주당 대표 선출 직후의 반응은 미미했다. 나가이 히로유키 도가이도쿄리서치 스트레티스트는 “이미 시장이 재료를 반영했지만 간 총리 선임으로 일본의 정치, 경제가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줄었다”며 “부정적인 요소가 적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는 호재”라고 말했다. 경제 정책 외에도 외교나 향후 정치개혁 역시 과제로 지목된다. 외교면에서는 최근 하토야마 총리의 중대 사임 요인이었던 미국계의 관계설정을 비롯, 중국과의 외교도 급한 과제다. 그러나 외교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로서는 기존의 민주당 노선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간 총리는 총리로 선출되면 당내 최고실력자였던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혀 정치개혁 여부도 주목받았다. 다만, 여전히 당내 실세인 오자와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질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 무엇보다 당장 다음달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잃어버린 표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일단 하토야마 총리 사임 후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크게 반등했다. 한편, 이날 총리 경선에 앞서 기존의 하토야마 내각이 총사퇴함에 따라 간 총리는 이르면 총리 선임 직후인 이날 오후에라도 새로운 내각진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 큰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기존 내각진들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분간 한일관계에 눈에 띄는 변화 없을 듯
간 총리의 등장은 단순히 총리의 교체로 끝나지 않고 민주당의 주류 교체를 의미한다. 자민당에 원류를 두던 하토야마-오자와 세력이 2선으로 물러나고, 그동안 목소리를 죽였던 비(非)자민 소장파가 정권의 전면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간 총리는 6월 4일 대표 수락연설에서 ‘민주당다운 정치의 회복’을 수차례 강조했다. 민주당은 2006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시 대표가 취임한 이후 지난 6월 2일 하토야마 총리-오자와 간사장의 동반사퇴 선언까지 ‘오자와식 정치’로 운영됐다.

   
▲ 간 나오토 총리는 최근 5개월간의 재무상 재직시절동안 적절한 경제운용 능력을 인정받았고, 재정긴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자민당보다 더 자민당다운 정치’로 요약되는 오자와 스타일은 각종 선거에서 약진하면서 54년 만의 여야 정권교체를 일궈냈지만 동시에 많은 한계를 노출했다. 자민당의 고질병이었던 ‘불투명한 정치자금 운영’과 ‘1인 보스 중심의 제왕적 당운영’은 민주당이 1996년 창당 당시 내걸었던 새 정치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이런 의미에서 서민 출신으로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간 총리의 등장은 민주당이 낡은 정치의 잔재를 청산하고 국민 지향의 새로운 정치를 시작할 기회로 평가된다. 자민당에 한번도 몸을 담지 않은 비자민 인사가 총리가 된 것은 사회당 소속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물러난 1996년 이후 14년 만이다. 간 총리는 향후 당과 내각 운영에서 ‘오자와 색깔’을 과감히 지워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자와 간사장은 한동안 자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탈오자와 개혁선언에도 당 안팎에선 회의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인 오자와 그룹이 언제든 권력투쟁에 불을 댕길 수 있는 상황이다. 자민당 등 야당들도 “선거를 앞두고 ‘표지’를 바꾼다고 알맹이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간 총리가 이른 시일 내 국민 지지를 회복해 7월11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롱런도 가능하지만 패배한다면 오는 9월로 예정된 정기 당대표 경선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간 총리는 정책기조면에서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정책면에서는 급격한 후퇴나 방향전환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간 총리가 그간 재무상으로 ‘재정악화’의 위험을 앞장서 역설한 만큼 대내 정책에서 막대한 재정조달이 필요한 ‘자녀수당’이나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 등의 핵심공약은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간 총리는 외교정책과 관련, “하토야마 총리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이어받아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오키나와(沖繩)현의 후텐마기지 이전문제에 대해서 그는 기자회견에서 “미일 합의는 국가 대 국가의 합의인 만큼 기본적으로 미일 합의의 토대 위에서 오키나와의 부담 경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대북 제재나 일본인 납치문제에 단호한 대응 방침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일한의원연맹에서 활동한 지한파라는 점에서 한일관계에 눈에 띄는 변화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날의 칼 ‘탈 오자와’
일본호(號)의 새 선장에 오른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구(舊) 정치를 상징하는 정계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가 최대 관심사다. 일본 정계와 여론은 역대 2번째 비(非) 자민당 출신인 간 총리가 오자와 간사장의 영향력에서 탈피해 민주당다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언론은 과거 자민당 간사장 출신인 오자와를 일본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이권정치, 파벌정치, 막후정치, 선거지상주의 등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낙인찍었다. 오자와 간사장은 군소정당이었던 민주당이 세력을 키우면서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고 마침내 54년 자민당 일당 지배체제를 종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일등공신’이지만 반 민주주의적인 면만 부각되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반(反) 오자와 바람을 타고, 반 오자와 그룹의 힘을 빌려 ‘대권’을 잡은 간 총리는 오자와 간사장에게 ‘모든 사람이 싫어하니 이제 그만 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간 총리는 인사에서 탈(脫) 오자와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4일 총리에 선출된 직후 바로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에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국가전략상을 내정하고, 당의 2인자인 간사장에는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행정쇄신상을 발탁하겠다고 공시했다. 총리 자신을 정점으로 왼팔과 오른팔로 골수 반 오자와 그룹인 센고쿠 국가전략상과 에다노 행정쇄신상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트로이카’는 자민당 물이 들지 않은 민주당 창당 멤버이기도 하다. 센고쿠 국가전략상과 에다노 행정쇄신상은 오자와 간사장이 가장 싫어하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 그룹의 일원이다. 특히 에다노 행정쇄신상을 오자와의 아성인 당 간사장에 포진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조직과 돈, 공천권을 한손에 움켜쥐고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오자와식 당 운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은인자중하던 간 총리가 반 오자와로 돌아선 것은 현실을 직시한 냉정한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론이 오자와 간사장을 혐오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이 사임의사를 표명한 직후 실시된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를 보면 하토야마 전 총리의 사임이 당연하다는 의견은 66%, 오자와 간사장의 사임이 당연하다는 응답은 87%였다. 국민 10명중 9명이 오자와를 싫어한다는 의미다. 국민들은 작년 봄과 올해 2차례나 ‘수상한 돈’때문에 비서들이 기소됐음에도 ‘나는 결백하다’면서 책임을 비서들에게 돌린 오자와 간사장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다. 간 총리로서는 임박한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게 위해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오자와와 결별할 수밖에 없다. 간 총리가 손쉽게 대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반 오자와 그룹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간 총리는 체질적으로도 오자와 간사장과 맞지 않는다. 간 총리는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정치를 시작했지만 오자와 간사장은 부친으로부터 선거구를 물려받아 27세에 중의원 배지를 단 세습 정치인이다. 오자와 간사장은 국회 인근 아카사카(赤坂: 일본의 유흥가)의 요정에서 정치를 배우며 47세에 집권 자민당의 실력자인 간사장에 올랐지만 간 총리는 34세에 중의원이 됐고 신주쿠(新宿)의 이자카야(선술집)를 전전하며 밑바닥부터 정치를 닦았다. 간 총리는 민주당 대표였던 2003년 당세 확장으로 현실정치의 벽을 넘기 위해 오자와가 당수였던 자유당과 합당했고, 이후 협력과 경쟁 관계를 반복했지만 언젠가는 오자와식 정치에 종지부를 찍어야한다는 생각을 뼛속깊이 각인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탈 오자와’는 양날의 칼이다. 반 오자와 바람에 편승해 여름 참의원선거까지는 갈 수 있지만 오자와 그룹을 적으로 돌려놓고는 국정운영이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오자와 그룹에 속한 중의원·참의원 의원은 150여명으로, 이는 민주당 전체 의원(423명)의 3분의 1이 넘는 엄청난 세력이다. 이들이 결집하면 정권을 작동 불능상태로 만들 수도 있고, 당을 쪼개 새 정당을 창당하거나 다른 당과 합당해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 오자와 그룹은 간 총리가 반 오자와 그룹 일색으로 조각과 당직인선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간 총리는 6월 4일 조각과 당직 인선을 마무리하려던 계획을 8일까지로 미뤘다. 명분은 ‘전원참여’ 인사를 한다는 것이었지만 오자와 그룹을 어떻게 배려해야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자와 간사장도 행동에 나섰다. 오자와 간사장은 4일 밤 자파 의원 모임에 참석해 “이번엔 나서지 않았지만 본격 승부는 9월이다”고 말했다. 이는 간 총리의 민주당 대표 임기(하토야마 전 대표의 잔여임기)가 9월에 끝난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번 대표 경선에는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9월 대표 경선 때는 후보를 내 간 총리와 대결하겠다는 의사표시다. 반 오자와 그룹은 오자와 간사장이 사임하면 그의 당내 영향력도 위축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전혀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자와 간사장은 과거 자민당에서 탈당한 이후 4차례나 창당과 합당을 반복한 경험이 있다. 언제 어떤 승부수로 간 총리를 흔들지 모른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를 두려워해 오자와 간사장의 뜻을 거스르지 못했다. 간 총리가 오자와 간사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당내 리더십을 확보해야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당내 입지가 무너지면서 8월 당 대표 경선을 장담할 수 없고 또 한 명의 단명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간 총리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자와를 버려야 하지만 ‘탈 오자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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