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는 개나 고양이와 같은 소동물(반려동물)을 돌보는 수의사와 소, 말, 돼지 등과 같은 대동물(산업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 그리고 검역과 같이 공중보건 분야에서 일하거나 축산정책을 만들고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수의사 등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정재원기자 jjw@

농·축산업은 생산단계의 1차 산업, 치즈·소시지와 같은 가공품 제조단계의 2차 산업, 외식산업과 같은 서비스는 3차 산업으로 분류된다. ‘6차 산업’은 1, 2, 3차 산업을 융합했을 때 새로운 산업이 탄생한다는 개념으로 최근에는 6차 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혜택을 제공하며 소비자에게 다가선다는 개념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융합의 시대, ‘6차 산업’을 양돈에 적용시키고 있는 한국양돈수의사회 신창섭 회장을 만났다.

양돈의 6차 산업으로 ‘한돈한류’ 자리 잡을 것

▲ 신창섭 회장

한국양돈수의사회는 한돈(韓豚)에 한류문화 콘텐츠를 도입한 이른바 ‘한돈한류’의 새로운 붐을 기획하고 있다. 제주흑돼지로 많이 알려져 있는,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아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흑돼지가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인식되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신창섭 회장은 “국내산 토종 흑돼지를 농장체험, 꼬리잡기 등 다양한 놀이문화에 접목시키고 각 지역의 문화나 축제에 체험공간을 마련한다면 마을 공동체의 주도적인 발전과 함께 성공적인 6차 산업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홍콩·마카오 등지에 제주산 돼지고기 수출이 재개되는 등, 많은 한국산 축산물 수출은 국가 경제발전 측면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 회장은 “현재 6차 산업은 초창기에 불과하지만, 5~10년 내에 충분한 부가가치를 생산해 낼 것으로 본다”며 “한류와 한돈산업을 결합해 중국 유커들을 대상으로 6차 산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신 회장은 “일본의 시설, 노하우는 많이 선진화되어 있다. 수의사 관련전문가를 통해 그 기술을 습득해 전 아시아에 전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창섭 회장은 ‘전임회장단에게 길을 묻다’라는 좌담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며 오랜 기간 협회에 몸담아 온 회원과 젊은 회원들 간의 소통을 이어가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화합을 강조하고 있으며, 주니어 이사를 선임하는 등 젊은 층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신선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신 회장은 임상 양돈수의사를 위한 정책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민관합동 역학조사 팀 구성을 건의해 현장 임상가들의 공수의사 제도를 늘리기 위한 제도적인 정책도 펼치고 있다. 또한 신 회장은 한돈협회 등 유관기관들과의 협력 아래 생산 단체, 수의사 단체,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받아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최대한 다양한 기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현재 메르스 때문에 국가적으로 초긴장상황이지만, 지난 2010년에는 최악의 구제역 파동을 겪으며 약 350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땅에 묻혔다. 당시 이러한 구제역 ‘박멸’ 정책은 많은 논란을 낳았고 수백 만 마리의 살아있는 동물을 생매장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박멸 정책 대신 백신 정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신 회장은 구제역 백신의 효과와 효능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이어가며 정부에 효과적인 정책들을 건의하고 수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백신 청정국으로 만들고 이후 전 세계적인 수출 길을 여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창조적 의지로 새로운 산업과 시장 만들어 나갈 것
신창섭 회장은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다국적 제약회사 한국화이자동물약품(현 조에티스), 엘랑코 코리아, 베링거인겔하임 동물약품 등 동물약품 업체에서 근무하며 동물 약품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특히 중국 상해에서 화이자 아시아 양계 사업부 사장으로 아시안 8개 국가의 네크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 당시 아시아 전역에서 만난 인사들과의 인연으로 국내 동물약품 제조 기업이 수출하거나 정보를 교류 할 수 있게 지원하는 등 아시아 양돈 사업에 기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8년 전부터 뜻이 맞는 사람들과 군산에 ‘행복한 농장’이란 이름으로 양돈장을 운영 중에 있다.

현재 신 회장은 동물용 의약품 생산기업인 버박코리아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버박코리아는 총 23개국에 자회사를 가지고 100개국 이상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신창섭 회장은 "국내 동물약품산업은 인체의약품보다는 세계시장에서 입지가 높다”며 “수출, 투자 R&D, 인재와 시설 확보를 꾸준히 해나가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한국양돈수의사회의 회장으로서, 버박코리아의 대표로서 신창섭 회장은 “그동안 동물의약품 분야의 다국적기업에 종사해왔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축산이나 수의학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하며 “향후에는 사회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협회나 정부 자문기구 등에 참여해 가진 것들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창섭 회장은 “승마산업이 재활과 레저분야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새로운 말 유전자 종자를 개발하거나, 사회의 생활체육 분야까지 접근해서 또 다른 6차 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