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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침략발언의 의도와 그 속사정
우리는 왜, 그들을 자극하는가?
2009년 02월 05일 (목) 17:52:31 김희준 기자 juderow9@newsmaker.or.kr

지난 1월 17일, 북한방송에서는 북한측 장교가 등장해 남한 정부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담은 발언을 함으로써 최근 남한 전체가 뒤숭숭하다. '대남침략발언'이라 이름 붙여진 이 메시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따른 북한의 심히 불편의 의중을 읽을 수 있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북 삐라 살포 등을 통해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한 관계가 이제 회복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정부는 무슨 의도로 이렇게 북한을 자극하는 것일까? 그리고 의도가 분명히 읽혀지는 북한의 대남침략발언의 숨겨진 진짜 속사정은 무엇일까?
   
▲ 북한 군사퍼레이드 모습

북한 대남침략발언의 구체적인 의도를 살펴보자. 우선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미국의 정권이 8년 만에 교체된 후 오바마 정권 교체기에 맞춰 존재감을 표출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작년 말 돌았던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에 대응해 자신들의 굳건한 선군체제를 형식적으로 표명하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서해 및 휴전선 부근의 삐라 살포행위에 대한 불쾌감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북한 군부는 이미 작년부터 이 문제에 관해 남북 군사당국자 대화에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삐라 살포중지를 표명해 왔으며 이것은 개성관광 철수에 크게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삐라를 살포한다고 해서 북한이 바뀌리라는 얄팍한 생각은 오히려 역효과만 낳고 있으며 북한의 문제는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결단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지 삐라는 전혀 합당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 정권에 불만, 불만 또 불만인 북한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다. "적어도 현 정권은 남북관계에 있어 막장이다"고까지 말하는 한 전문가의 의견처럼 현 정권은 어렵게 전진시킨 기존 남북관계를 더 진전시키거나 발전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1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의 새해 국정 연설의 내용을 살펴보자.

"북한도 이제 시대 변화를 읽고 우리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저는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하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합니다."

이 발언은 얼핏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평이는 문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모두 무효화한다고 발언한 내용을 기억한다면 이 문장을 북한의 입장에서 해석했을 때 이렇게 된다.

"북한은 이제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으니 새 정권에 빨리 적응하고 이전 정권처럼 설렁설렁 넘어갈 생각은 버리기 바란다. 단 핵을 포기하면 지원은 고려해 보겠다. 그리고 지난 갈등은 모두 북한, 너희들의 탓이다."

주는 것 없이 넙죽 받아먹기만 하는 나라 북한, 그러고도 뻔뻔함이 극에 달해 있는 나라 북한이 이 발언을 듣고 분노했음은 너무도 자명한 일. 아무리 북한의 태도가 그러할지라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가간 협약을 무시하는 국가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또한 자신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협약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묻는 행위는 설사 전시라 할지라도 외교적으로 매우 무례한 행위에 속한다. 현 상황이 휴전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게다가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북한의 대남침략발언 방송 이후 이명박 정부는 현인택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함으로써 북한의 요청을 또다시 묵살하는 등 북한을 어떻게 하면 자극할까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인택 장관의 내정은 남북한 대화 채널을 모두 파기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통보처럼 들려 심히 우려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현인택 장관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인 '비핵 개방 3000'에 참여한 바 있으며 인수위 시절을 제외하고 대북 경험이 거의 전무하며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기에 북한의 분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윽박지르는 것이 아닌 구슬러야 한다
현인택 장관의 대북관이 조선일보의 대북관과 일치한다는 점 또한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얼마 전 그는 칼럼을 통해 "정부는 주적 표기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당당해야 한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이는 15년 전, 조선일보의 사설, '북, 주적 대상 바뀌었나'와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북한이 주적의 대상을 미국에서 남한으로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국방백서에 주적의 개념을 포함시켜야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사설의 내용은 후에 북한이 주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거짓으로 드러나 한차례 '망신'이라는 홍역을 치러야 했지만 그 후 국방부는 국방백서에 주적의 개념을 결국 명시하게 됐고 이후 15년간 조선일보는 주적이라는 단어를 꽤나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와중에 남북협력을 이끌어야 할 통일부 장관이 '주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번 경우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과 정책 등으로 인해 기존의 협력틀과 경제관계, 교류형태는 거의 중단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은 이미 완전히 중단된 상태에며 개성공단 자체도 중대기로에 직면해 있다. 또한 북한은 지난 17일 또 다른 소식통을 통해 현재 북한 내 플루토늄을 모두 무기화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외교문제와 핵 문제를 별도의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대북정책은 북한이 모두 거부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으며, 이러한 남북관계 경색은 이명박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수 있다. 북한은 현재 전 세계에 남아있는 유일한 독재국가이다. 그들 나름대로 자기들 체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지금 현 정권은 배제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자존심은 남북관계에서 매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자극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조금씩 구슬러야 하는 상대가 바로 북한인 것이다. 또한 오바마 정부가 독자적인 대미 루트를 열겠다고 공언한 이상, 남한의 중요도는 이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북한이 아닌 남한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해 개성공단 폐쇄 이후 국내 섬유업계에 큰 타격을 가져왔고, 자칫 서해교전과 같은 국지전이 발발할 경우,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요즘, 우리나라의 신용도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유라시아 대륙 철도 문제를 비롯, 참여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자원외교도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앞으로 4년 뒤, 정권이 바뀌면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때가 되면 이미 국가 동력원으로서의 가치는 많이 하락한 상태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북한 자극을 그만하고 적절한 대응과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대남침략발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난번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서해 및 휴전선 구역에서의 삐라살포 및 묵인행위는 정말 무책임하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일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며, 모든 대결적, 소모적인 대응을 버리고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재개시키고 개성공단을 획기적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고, 서해상 민간어로 협력 구역을 협의하고 양측의 군사적 충동 가능성을 자제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의 경제가 초가삼간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대남침략발언이 물론 정말 화가 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북한 역시 화해를 통해 경제적으로 실리를 획득하려는 것임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클린턴 정부 말기, 북미정전협정 종결을 타진했지만 미국 정권 교체로 단절된 후, 북한은 8년을 기다린 상태이며 오바마 정권 출범과 더불어 본질적 변화를 추구할 것임은 자명하다. 우리에게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 정권은 지금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주요 역할자에서 배제되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엄청난 손실일 것이다. 북한 역시 남북한 통일의 의지가 있다면 자신들의 내세우는 기득권을 버리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막장 의지를 버려야 할 것이다. 물론 현 정권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도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니기에, 통일의 길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져 답답할 따름이다. 젊은 필자도 이렇게 답답한데, 지금도 임진각에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긴 실향민들은 얼마나 현 정권이 답답하게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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