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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란 시인 |
나에게 쓰는 편지
미동에 흔들리지 마라
갈대소리에 귀 기울이지 마라
바람소리 미동도 없어라
지금부터가
모든 것이
시작이다
모든 것은
지금이 시작이다
지금이 사랑이다
컵라면을 먹다가
안개비
내리는
창밖
멍하니
보다
서서히 퍼지는
따스한 내음
고요한 빗소리에
열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쓰디쓴 식욕이
다시
살아날까
안개비 내리는 날
뜨거운 컵라면 하나
외로움 하나
채울 수도 있을 것 같아
허겁 들이키니
따뜻한
빗소리
고요히 퍼지는 오후
둥그런 용기
둥그런 미소
둥그런 사람
용기 아래 새긴 둥근 사람
o월 o일 김oo이라 판박된
그 사람은
둥글둥글한 사람인가
얼굴만 둥글둥글한 사람인가
외로움에
허기진 손길이
내가 들이키는지
그가 유도하는진
알 수 없으나
비내리는
오후를 따스히
덥혀주는
그는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차디찬 체온을 덮혀주는
그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다
어쩌면
.
.
그는
신용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부끄러운 사람일는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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