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성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영역이었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인간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미술활동으로 표현·유희적 의미를 마음껏 표출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예술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에 좋은 수단으로 문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순한 시각적인 아름다운 미술을 넘어 어떠한 목적과 의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오동희 화백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 오동희 화백

철저한 데생 실력 바탕으로 인물묘사의 완벽한 경지 보여주다
21세기 한국의 극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초상화가인 오동희 화백은 초상화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게 만든 인물화의 대가이자 초상화의 대가다. 반세기가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초상화’라는 장르에 몰두해온 그는 단순한 인물을 그리는 것이 아닌, 단 한 장에 역사를 다각도로 기록하는 작업을 수행해오며 초상화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렸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초상화작업을 비롯해, 한국무역협회 역대 회장단 초상화, 반기문 UN사무총장, 엘리자베스 여왕, 포드 대통령부부초상처럼 기록물의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완성한 오 화백은 메리시 드 카라바조와 트로피메 비고의 성향처럼 고결한 성인과 종교지도자의 초상을 시도해 천주교 수원교구 어농성지 표준영정 순교자초상화복원과 같은 대작을 선보인 것은 물론 프란치스코 교황, 마더 테레사, 법정스님 등 종교 지도자와 김수환 추기경 공식영정으로 철저한 데생 실력에서 비롯된 인물묘사의 완벽한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동희 화백은 “초상화는 대상의 삶을 관조하고 한 순간을 포착해 인간의 얼굴을 묘사하는 작업”이라며 “회화가 한 사회의 문화적 생리를 구현한다면 초상화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완벽한 극사실적 초상화를 위해 인체의 골격과 근육에 대해서 공부한 오동희 화백은 누드를 그리면서 기본적인 인체의 선과 모양을 익혔다. 그렇게 화폭에 깊게 배인 조형의 언어, 수천 번의 터치로 완성되는 오롯한 삶의 초상, 매끈한 표면 대신 셀 수 없는 덧댐이 만들어낸 투박한 질감은 화면 속 대상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인생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림을 그릴 때 치열의 크기와 배열, 힘줄과 피부의 결, 주름과 속눈썹, 눈빛의 동공 크기와 안광까지 살펴서 보이는 대로 소홀함 없이 작업하며 인물의 표정과 인상, 손과 귀에서 생전의 성격과 성향까지 추론해내는 것은 그간 오 화백이 초상화와 인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온 결과다.

여기에 고증 능력에 높은 기개와 종교적 신념으로 충만한 삶의 흔적까지 담아내고자 학술적인 자료연구로 초상화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일대기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회화적 특징까지 가미했다. 특히 서양유화의 기법을 따르면서도 서양 왕정초상화 특유의 과장된 위엄 대신 눈썹 결, 손등 힘줄눈가 주름, 혈관흐름까지 세심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동양초상의 세필 선묘법(線描法)과 헌정 정신을 잇는 그의 작품은 미학적 아름다움 외에도 당대의 복식과 장신구, 표정과 기품까지 전달한다. 오동희 화백은 “색감을 보이는 대로 담아내기만 하는 초상화는 그림이 아닌 사진과도 같다”면서 “초상화는 곧 그 인물에 대한 자서전을 완성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성화의 클래식함까지 잘 표현하는 훌륭한 화가
“긴 세월 수많은 얼굴들을 그려왔다. 그것은 즐거움이고, 보람이고, 때로는 고통일 수 있지만 그것 또한 내가 선택한 열정이다.” 22세에 초상화로 전향했던 오동희 화백은 독학으로 시작해 환갑을 넘어 홍대 미대에 진학해 서양미술을 전공한 후에도 매일 드로잉, 크로키, 채색 등을 통해 손이 굳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렇게 반세기가 넘는 오랜 시간동안 초상화에 몰두해온 그는 MIFA아트페어 당시 ‘조반니 벨리니처럼 유럽 성화의 클래식함까지 잘 표현하는 훌륭한 화가’라고 칭송을 받은데 이어, 프랑스 파리 까루젤 뒤 루브르 살롱에 입성했을 당시 “모나리자의 미소나 도송빌 백작부인의 우아함을 매혹적으로 표현하는 위대한 화가가 동양에도 있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으로도 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그의 예술성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열렸던 서울국제아트엑스포 2023(WAE, World Art Expo)에서 오 화백은 디지털미디어와 금본위 이후 새로운 경제논리에 따라 테크닉과 감수성보다는 개성이 부각되는 시기, 희소가치 강한 보수성과 클래식한 가치를 보여주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최근 오 화백은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초상화 전문 갤러리인 오동희 갤러리를 개관, 종교를 초월한 큰 인물들 및 위인들과 명사들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갤러리, 자신의 작업실과 후학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오동희 화백은 “우리 미술 시장과 화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의 화가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의 루시엔 프로이드(Lucian Michael Freud)로 인정받으며, 최고의 초상화가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붓으로 특정 대상에 헌정하며 작가의 개성을 남기는 고결한 인물화인 초상화에 삶을 바치고 있는 오늘이 나의 행복이다”면서 “앞으로도 역사의 아이콘을 캔버스에 담을 때마다 창작자만이 갖출 수 있는 고결한 헌사를 담아 다음 세대에 전해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오동희 화백은 독일 베를린 인물화 개인전, 미술과 비평 러시아 초대전, MIFA Arts Fair, 파리아트 페어전, 이탈리아 로마신년초대전, 서울축제아트 엑스포 2023 등에 참가했으며 Roma Arts Collection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앙문화센터 인물화 지도강사, 숭실대학교 사회교육원 조형예술 아카데미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