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현대의 첨단 기술과 함께 창의력에 기초하여 인류 사회에서 공연과 전시품 등의 생산과 소비를 통한 경제적 발전 뿐 아니라 예술을 매개로 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사회를 유지하고 관계를 치유하는 힘을 발휘한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술은 예술 자체의 심미적, 고백적, 고발적, 쾌락적, 선도적 가치 외에도 예술의 후광으로 지역사회의 가치를 상승시키며, 자기만의 예술적 표현이나 감상을 통해 관계 속에서 오는 다양한 갈등을 통찰하고, 해석하고, 해소하여 다시 새롭게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

▲ 박송우 화백

추억과 기억의 파편을 시각적 이미지로 자유롭게 배치
“섬과 바다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환경으로 인하여 독특한 철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삶은 아름다움의 의미도 또한 다르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박송우 화백은 섬마을 미술교사로 은퇴 후 팔순을 넘긴 현재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원로 화가다. 80평생 섬과 바다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온 박 화백은 우리가 살아가며 인식하는 공간의 빛과 어둠으로 상징되는 선과 악, 갈등과 화해, 모순과 조화 등 온갖 사연을 그림으로 담아낸다. 근래에 선보인 수채화로 그린 <섬 이야기> 시리즈는 그의 영원한 고향 인천과 섬처럼 외로운 자신의 삶을 결부시킨 작업의 산물로, ‘인간은 외로운 섬과 같다’는 성찰을 통해 실제의 섬 풍경이 아닌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자신의 소망을 아름다운 이미지의 ‘심상’으로 표현해냈다.

인간의 얄팍하고 편협한 이분법적인 가치판단을 초월한 자연의 위대한 섭리를 받아들여 마음에 걸림이 없는 심상 속의 추억과 기억의 파편을 시각적 이미지로 자유롭게 배치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박 화백의 작품세계에 대해 미술평론가 안영길은 “박송우 화백의 그림은 희망과 자유를 상징하는 푸른색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환상적인 느낌의 붉은 계통의 색이 화면 속에 부드럽게 녹아들어 있다”면서 “평범한 일상의 삶 밖으로 내몰린 작가의 현실을 벗어나 안식을 찾아 헤매는 보헤미안의 이룰 수 없는 꿈을 자유로운 영혼의 아름다운 ‘심상’으로 작품 속에 구현하고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그간 현대적인 상업미술보다 본인이 추구하는 섬과 바다를 주제로 한 수채화를 그렸던 박 화백은 최근 삶이 팍팍해진 요즘의 시대를 반영하여 유화로 어두운 색채를 쓴 그림을 선보이며 그동안 드러내지 않던 본질과 가치에 대해 화폭을 통해 사회의 어둠을 거침없이 담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박송우 화백은 “전에는 모든 일들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였으나 이제 나는 사회의 불안정 속에서 어두움을 보았기에 좀 더 깊은 삶의 의미를 가져보기로 했다”면서 “아름다운 것을 거스르는 것이 추함이라면 빛의 밝음을 거스르는 것은 암흑이 아닐까? 하는 물음으로 생각을 달리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합리성과 내적 사고의 분출이 함께 하고 있으며, 외형상으로는 섬과 바다의 형상과 추억의 산물로 표현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분방하며 실험적인 수채화의 영역 개척
평생 인천을 연고로 미술활동을 해오면서 교직과 작가 생활을 병행해온 박송우 화백. 조형적 작업을 통해 시대적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박 화백은 특히 향토 인천을 주제로 그린 풍경화에서 박 화백은 고법에 충실하기 보다는 대산을 연두에 두면서도 그것에서 일탈한 분방하고 실험적인 수채화의 영역을 개척했다. 아울러 평생 교육자로서 후진을 양성하고 활동가로서 지역 미술계를 위해 봉사하면서도 어려운 여건에서도 화가로서 귀감을 보이며 작업을 통해 후배들을 고무해 왔다. 그의 예술적 행보가 조명을 받고 있는 배경이다.

박송우 화백은 “신이 주신 그 귀중한 생명의 시작부터 내 안에는 타인들의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모두 함께 들어와 혼돈을 가져온다”면서 “이제 많은 혼돈 속에서 남의 것을 맛 들이고 토해내는 어리석은 반추를 계속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이상일 수 없었고 본래 아무것도 없이 태어났으나 이제 타인들이 들어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삶이 진행되었고 오늘 여기에 와 있다”고 덧붙였다. 섬과 바다 사랑, 그리고 멈추지 않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박송우 화백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1941년 강화군 삼산면 하리에서 출생한 박송우 화백은 송도중·고등학교, 1963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단국대 미술학 석사를 졸업했다. 1965년부터 2000년 까지 인천 중등학교 미술교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미협 고문, 인천미협 고문, 강화미협·계양미협·인천 가톨릭미협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NM

▲ 언저리의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