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동물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나무가 아픈 경우를 위한 ‘나무병원’도 있다. 나무의사와 나무병원에 대한 개념은 최근 환경과 탄소중립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강조되고 있는 중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나무의사제도는 수목에 발생하는 병충해, 기상 피해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수목진료전문가를 통해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비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부적절한 농약 사용의 오남용을 막고 국민 건강 및 산림 자원의 훼손을 막는 역할을 한다.

▲ 박치관 원장

제주 감귤나무 수지병 관리 및 해결책 마련에 총력
박치관 수목나무병원장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제주도에 소재한 수목나무병원은 나무의 건강과 병해충 피해 진단·처방을 전문으로 시행하며 치료·방제 기술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급변하는 기후변화와 온난화로 병해충의 발생주기와 빈도가 증가하고, 이상 한파로 인하여 감귤 나무가 피해를 받아 상처와 수세가 낮아지는 등 수지병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으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수지병은 감귤 나무 줄기 일부 및 전체가 고사하며 잎과 열매가 남은채로 마르는 증상을 보이는데, 나무 상처에 병원균 Diaporthe citri 의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겨울철 동해, 전지 전정, 도구에 의한 상처와 수세 약화 등으로 감염되기도 한다. 특히, 가지가 갈라지는 지점, 전정 부위, 동해나 강한 햇빛 받는 부위에 주로 발생한다. 더욱이 한 그루가 걸리면 주변 나무로 전염되기 때문에 심하면 감귤농장을 폐원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에 수목나무병원은 제주 감귤 재배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감귤나무 수지병 관리와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7월에도 수목나무병원은 수목보호제 황토약손을 이용한 효과적인 감귤나무 수지병 예방 및 치료 방법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박치관 원장은 직접 개발한 새로운 수목 치료법을 접목해 2년 전부터 감귤농가에 실험을 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나무의사 수목진료 사례 공모전’에서 산림청장 표창을 수상했다. 박치관 수목나무병원장은 “황토약손은 바르는 도포제 형식으로, 가지 전정 시 절단 부위와 병원균에 감염된 줄기의 상처에 도포하여 외부로부터의 병원균 감염을 차단하고 상처가 잘 아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면서 “친환경 성분으로 이루어져 나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감귤나무의 수지병, 천공성해충, 이끼의 확산을 막고 여름철 피소, 동해 등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함으로서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맞춘 새로운 감귤나무 관리방법의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감귤나무 수지병은 제주의 감귤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지만, 적절한 관리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감귤 농가들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을 통해 제주 감귤 산업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나무와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한 제주도 유일의 1호 나무의사
지난 2020년 제주도에 수목나무병원을 개원한 박치관 원장은 제주도 유일의 1호 나무의사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지만 졸업을 앞두고 인간을 위한 건축물을 짓는 행위는 결국 자연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회의를 느꼈던 그는 건국대학교 원예학과로 편입했다. 이후 제주도 한림식물원에 취업해 식물 총 관리를 맡게 된 그는 수년 간 근무하며 3,000여 종이 넘는 식물을 관리했다. 한림식물원에 있을 때는 극단적인 기후변화에 대비한 수목보호제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며, 우리나라 기후환경에 맞지 않는 오래된 미국식 수목 치료 기술을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바꾸겠다는 목표로 직접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매진해온 그는 나무병원을 개원하고 정기적으로 제주도의 병들고 아픈 나무들을 찾아 무료로 진단하고 치료해 주는 지역 사회 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는 제주 한림 벚나무 가로수길, 제주도교육청 학교 숲 수목 치료 활동 다수가 대표적이다.

▲ 학교 숲 자귀나무 기념수 수목치료 前

▲ 학교 숲 자귀나무 기념수 수목치료 後.

제주도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병해충 발생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다. 문제가 생기면 방제하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대응이 늦어 나무들이 방치되고 죽게 된다, 이에 박치관 원장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외래 병해충을 미리 막는 예찰활동을 지금 8년째 수행하며, 신종 외래 병해충 발생을 점검, 예찰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식물검역업무에도 봉사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박 원장은 식물병해충 예찰방제 부문 농림부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박 원장은 생활권 수목인 학교 숲, 가로수, 보호수, 노거수 등과 수령이 오래된 마을 풍치목, 상징수 등에 발생하는 수목피해를 진단하고 처방 및 치료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특히 학교 숲 내 오래된 노거수 및 교목의 무료진단 및 아픈 나무에 대한 수목 치료 봉사 활동을 3년째 묵묵히 수행 중인데 벌써 100여 곳 학교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학교에 오랜 역사와 추억을 간직한 나무들이 많은데, 마땅한 관리 주체의 부재와 예산 부족으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나무의사로서의 사명감으로 시작한 학교 숲 수목 치료 봉사 활동이 아이들의 정서 함양과 쾌적한 학습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상 한발 앞서서 옳은 방향으로 가는 길잡이가 되고 싶다”면서 “제가 하고 있는 감귤나무 병해충 방지 활동이나 학교 숲 재건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퍼져서 나무의 중요성과 관리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