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고자 완전함으로 나아가려고하는 의지의 길을 찾는 존재이다. 예술은 그래서 인간 삶의 현장을 아름답고 조화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모든 활동과 그 산물이 되고 또한 현실을 실현하는 원천 중 하나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술의 관점은 인간과 사회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가는 의지를 더욱 활성화하고자 한다. 예술은 자연이 되고 그 자연을 조화롭게 재창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경제·문화적 관점을 차원 높은 가치로 환원해가려는 의지가 내재해 있다.

▲ 작가 박장근

인체조각 통해 사고의 확장 제공하는 새로운 이미지 창조
주목받는 작가 박장근은 인간의 존재와 실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사유하면서 자신만의 서사와 빼어난 솜씨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는 ‘서사조각의 마술사’다. 인간에 대해 연구를 거듭해온 그는 보이는 대로 표현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인체를 재구성하거나 자연물 또는 기학적 형태와 접합하는 방식으로 재창조해서 작품을 추상화한다. 박장근 작가는 “작품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것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라면서 “모든 사람이 몸을 입고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인체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소통하기 좋은 소재라 생각한다. 다만 작가로서는 이렇게 보편적이고 표현이 어려운 소재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창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박장근 작가는 작품에 인간을 중심에 놓는데, 인간은 신적 위상과 관련된다. 인간 소외란 해방을 염두에 두는 것이고, 그것은 지금 여기를 초월하는 이상적 비전을 요구한다. 그의 인체 상에서 위를 향한 자세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인체를 중심에 놓는 그의 작품은 형태가 납작하게 눌려있을 때조차 영웅적이며 기념비적인 위상을 잃지 않는다.

특히 박장근 작가에게 인체는 형식과 내용을 포함하여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조형 훈련의 도구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많은 표정을 담고 있는 곳이 얼굴이고, 그다음이 손, 발, 몸 순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박장근 작가는 인체의 표현, 메시지의 전달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를 목표로 인체 조각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적 인체 조각의 상황 재현이나 인체의 아름다움, 생명력, 운동감 등을 포괄하지만 박 작가는 그 너머에 있는 ‘새로운 형상의 창조’를 위해 인체의 변형에서 출발하여 인체를 상징적 형태, 기하학적 형태, 자연물 등과 결합하여 형상화함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생각의 확장, 사유의 단초를 제공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박장근 작가는 “인체조각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을 담고자 한다”면서 “꿈과 생명, 희망이나 고통 등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고 바랄 수 있는 것, 그리고 사랑, 비움, 평화, 기쁨, 죽음 등 인간에게 가치가 있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 등, 인간형상+@를 통해 우리의 삶을 사색하고 사고를 확장 시키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 소망을 품다, 320x500x840(h)mm, bronze 화강석, 2022

해체된 인체를 통해 생의 본질을 묻다
최근 박장근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의 주제의식은 인간을 사회, 역사적 전개 속에서 성찰했던 통시적(通時的) 담론으로부터 그것을 작가 주변의 자연, 환경과의 상관성 속에서 살피고 있는 공시적(共時的) 담론으로 이동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즉 종적 사유로부터 횡적 사유로 이동해오고 있는 중이다. 사회적 대립과 갈등, 지배계급의 착취와 민중의 저항, 도도한 역사의 물결 등을 형상화해온 그간의 거시적 내러티브(master narrative)에서 드러내던 ‘묵직한 어두움’이 이제는 작가 개인의 의식의 편린들로 스며드는 미시적 내러티브(micro narrative)로 나타나면서 그 무게감을 덜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장인적 테크닉과 더불어 손의 노동을 신뢰하는 그의 조각은 조형적 힘의 집중과 분산을 통해서 이전의 해학을 겸비한 리얼리즘 조각의 역동적 생명력을 일정부분 이어나가면서도 현대적 조형언어로 산뜻하게 되살아난다. ‘겨울나기’, ‘Dreamer’, ‘Blooming Man’, ‘Direction’, ‘Intro 2019’ 등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듯 박 작가는 해체된 인체를 통해 생의 본질을 묻는다. 박장근 작가는 “인간은 어차피 고통과 고뇌, 힘든 역경을 딛고 온 존재이기 때문에 부정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주고 싶다”면서 “그것이 좋은 방향일 때도 있고 나쁜 방향일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형태든 인간은 계속 살아가야 되는 시간 속에 있는 거라는 생각으로 저를 통해서 시대를 표현하는 형식으로 자신이 주로 하고 있는 고민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어떻게 완성해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지금 현실 속에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꾸준히 작업을 해서 관객들도 만나고 전문가도 만나면서 저의 작품 세계를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박장근 작가는 지금까지 총 13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그룹전과 초대전 등 각종 전시회에 130여 차례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제9회 MBC한국구상조각대전 우수상, 제2회 청년작가야외조각공모전 대상을 비롯해 굵직한 상을 수차례 받은 바 있는 그는 2014, 2015년 개최된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예술 감독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한 고려 시대에 거란의 침입을 막고 영토 확장에 기여한 위인 장위공 서희 선생의 일대기를 스토리텔링 조형물로 만드는 문화사업(서희선양사업추진위원회 주관)을 진행했다. 이 작품들은 경기도 이천시 이천역사문화 서희테마공원에 설치됐고, 서울 외교안보연구원에도 그가 제작한 서희 흉상이 설치돼 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천지부 지부장, 이천예총 부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그는 이천 지역에 대한 이미지 개선, 이천 미술계 활성화와 예술인 지위 향상, 미술 산업 저변 확대, 전시 플랫폼 개발, 작품 판로 다변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장근 작가의 작품은 2005 국립현대미술관 아트뱅크, 경기도립미술관, 홍천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