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음식은 그릇이라는 옷을 다시 입는다. 담겨지는 그릇의 색감이나 질감, 모양에 따라 음식은 다시 탄생된다.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돋보이기도 하고 때론 식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로부터 중국은 자기그릇에 음식을 담았으며, 일본은 나무그릇,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놋그릇을 사용했다. 하지만 형형색색의 그릇들이 등장하면서 한식당에서나 가끔 보던 놋그릇은 최근 젊은층에게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 이윤정 대표

현대식 생산자동화 라인 구축으로 대량 생산 가능해져
이윤정 놋반안성방짜유기(주) 대표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놋반안성방짜유기는 유기그릇의 안 좋은 편견을 타파하는 것과 동시에 우수함을 알리고, 나아가 대한민국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유기는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만들며 흔히 놋그릇이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78대 22의 비율로 섞어 가장 좋은 품질의유기로 통한다. 유기는 구리 성분으로 인해 항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방짜유기는 장인이 일일이 두드려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이 최대 단점으로 꼽혔다. 방짜유기가 대중화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놋반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수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방짜유기를 수작업의 아름다움은 살리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국내 최고의 현대식 방짜유기 생산자동화 라인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윤정 놋반안성방짜유기(주) 대표는 “50여년의 오랜 시간 동안 스테인리스 제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 그릇인 방짜유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현재 설비와 신기술을 도입해 유기의 단점을 보완하여 사용이 편리한 생활유기를 제작하고 있다”면서 “ 경기도의 지원사업을 통해 로봇 활용 제조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사업비를 지원받아 스마트 공장을 조성하였으며, 방짜유기 판재를 자르고 열을 가해 압축하는 3번의 제작 과정을 ‘프로그래시브 자동화 금형으로 CS 프레스`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유기업계에서는 유일한 공정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하여 만들어진 놋반의 제품은 정확한 성분과 비율로 합금된 소재를 사용하였고, 제작 공정 중 통방짜유기의 제조방식을 그대로 도입하면서 현대화된 설비로 1,2차 열처리와 2500톤의 압연으로 기포가 없고 단단하다,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생산자동화라인을 통해 생산성이 70% 이상 향상되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놋반은 2021년 처음으로 해외 수출에 도전, 사실상 첫 수출 성과가 난 지난해 수출액이 무려 3,233% 급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검증받았다. 이윤정 대표는 “많은 공정에서 현대화를 이뤄 낸 지금도 수작업이 요구되는 과정이 많긴 하지만, 기계로 공정을 처리하는 덕에 생산성을 크게 높이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 작업자가 맡았던 어렵고 위험한 작업을 기계가 하다 보니 사람은 비교적 쉽고 편한 작업으로 옮기면서 작업자들의 업무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최신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제품 생산 통해 유기를 알리다
그간 놋반은 반상기세트, 다과세트, 혼밥세트, 어린이세트 등 다양한 유기그릇을 출시하고 와인잔, 커트러리, 파스타접시와, 미용과 건강관련 제품과 반려동물 식기류 등 최신 트렌드에 맞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대해 이윤정 대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콘텐츠와 유기를 접목해 또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것으로, 전통 유기를 현대화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야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통인 유기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브랜드 런칭 이후 경기도 주최 ‘2023 G-FAIR 아세안+’, 미국서 열린 ‘제21차 세계한인비지니스 대회’, 주홍콩총영사관의 ‘2023 국경일행사’ 등 다양한 국내외 행사서 주요인사, 소비자, 바이어 등에게 높은 관심을 받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린 끝에 미국 시카고 가정용품 전시회(Inspired Home Show)에 참가해 수출 상담을 통해 미국 시장 수출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중국, 독일, 일본, 홍콩에도 수출을 진행하며 세계에 한국의 그릇문화를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놋반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브랜드K로 지정되는 쾌거를 거두었으며 제11회 아시아로하스산업대전에서 전통유기 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윤정 대표는 “말레이시아 주석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정부 차원에서 주석을 상품화하는 데 전폭 지원한 결과”라며 “우리나라 전통 식기인 유기는 오히려 방치되고 있다. 심지어 면세조차 불가능하다. 관광 상품화하면 외화 수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이 구입해서 외국에 선물하는 오히려 ‘기부’ 형태로만 소비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놋그릇은 1천500년이 된 역사의 유물이고, 양반들이나 썼던 값진 상품이었다.

과거에는 서민들이 제사 때만 썼던 제품이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놋그릇을 더 쉽게, 더 싸게 사용할 수 있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장점을 알리고, 다음 세대로 놋그릇의 맥을 이어 가는 일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놋그릇의 대물림과 1500년 전통 상품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대화된 설비와 기술력이 필요하다. 장인이 아닌 일반 작업자가 약간의 기술만 익혀서 제조 가능한 그리고 품질은 더 우수한 현대화된 제조라인이 중요하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