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화단에서 아연 정숙모 작가의 행보가 큰 화제다. 아연 정숙모 작가는 지난해(2023년) 가을, 청남대 가을 축제기간 중 특별초대작가로 선정되어 대통령기념관별관 전시실에서 ‘靑松(푸른 소나무)’ 라는 단일 소재로 <靑松禮讚>展을 열어 미술계에 이목을 크게 집중시켰는데 2024년 봄축제에도 특별초대를 받아 대통령기념관별관 전시실에서 성황리에 전시 중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전시 기간은 지난 4월 27일 개막하여 6월13일까지이다. 40여 년을 오롯이 필묵(筆墨)과 함께해 온 아연 정숙모 작가는 맑은 먹색과 생명력 있는 선(線)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창작 열정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오면서 전시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 화단에 주목을 받아 왔다.  

청남대 특별초대전 <畵中有詩 -그림 속에 시(詩) 있네>展 열려
최근 정숙모 작가는 ‘靑松’이라는 소재를 통해 화풍의 과감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수묵을 소재로 전통 문인화의 기법으로 그려왔던 墨松에 현대적 미감의 싱그런 초록의 옷을 입혀 청송(靑松)을 그리고, 동양 전통의 하얀 여백 대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을 그려 청청함을 더함으로써 자신만의 개성적 화풍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동아시아 회화의 근간을 이루는 먹과 중봉의 선질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소나무 고유의 특성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한 법고창신의 예술정신이다. 아연 정숙모 작가의 소나무 작법은 먹을 기본으로 초록의 중첩을 통해 화면에 깊이감과 중후함을 배가시키되 색을 먹처럼 사용하면서 중봉의 선으로 솔침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지도록 표현하는 것이다.

▲ 정숙모 작가

평생 홀로 필묵을 붙들고 절차탁마한 작가만의 독특한 창작기법이다. 오랜 세월 북풍한설 폭풍우에 터지고 갈라진 고송은 세한(歲寒)의 고된 세월을 의미하며 푸른 솔잎은 인간사에 절대 변치 말아야 하는 신의(信義), 절개(節槪) 등을 상징한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담긴 의미가 그렇듯이 말이다. 정숙모 작가는 이런 소나무의 미학적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기에 고송의 우직함 그리고 언제나 변치 않는 청청한 푸른 잎에 기운과 생동함을 담으려 노력한다. 전통에 현대적 미감을 더함으로써 소나무가 지닌 특성을 더욱 잘 드러내 감상자들의 마음과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가을 <청송예찬>전이 청청한 기운을 전해준 전시였다면 이번 <화중유시>전은 그림과 시가 어우러진 따뜻한 감성과 여운이 있는 전시이다. 
“문인화란 시·서·화를 근간으로 문인들의 마음과 정신을 담아 그린 동양의 독특한 예술장르이다. 곧 자연 사물을 회화의 대상으로 삼지만 자연 그대로의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과 뜻을 자연 사물에 덧대어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뜻)과 정신을 시·서·화 삼절을 통해 은유적으로 간일하게 그린 그림을 말한다. 따라서 사물을 함축하거나 극도의 절제로 핵심만을 표현하되 화제를 통해서 그림으로서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작가의 철학적 사유와 그림 너머의 여운을 시어로서 표현하는 것이다. 그림과 시가 상호보완 작용을 함으로써 이루어지는 회화와 문학의 결합을 통한 시화일률(詩畫一律), 또는 시화상보(詩畵相補)의 관계로 완성되는 독특한 회화가 바로 문인화인 것이다. ‘시와 그림은 본래 하나의 법칙이라 하여 시가 다 할 수 없는 것이 넘쳐서 글씨가 되고, 글씨가 변해서 그림이 된다’ 거나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는 것은 바로 동양예술에서 시·서·화 삼절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아연 정숙모 작가는 말한다. 
결국, 문인화는 외형의 조형성보다도 소재가 담고 있는 의미, 작가가 어떤 마음을 담아 그렸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동양의 그림은 그림에 담긴 뜻을 이해해야만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아연 정숙모 작가는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특별초대전의 주제를 <畵中有詩; 그림 속에 시 있네>로 정했다고 한다. 작품을 하면서 떠오른 자신의 詩想 또는 감흥을 쓰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림에 어울리는 시인들의 시를 차용해서 작품의 운치를 더한다. 그림을 감상하면서 곁들인 싯구를 음미하다 보면 그림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작가와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감상의 묘미를 더욱 느끼게 된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학예병진(學藝竝進)의 작가로 왕성한 활동 
아연 정숙모 작가는 최근 초대전을 비롯해 수많은 전시를 통해 왕성한 창작활동과 후학양성을 해 오고 있다. 동양예술은 반드시 작가의 예술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뒤늦게 이론공부를 병행하여 성균관대학교에서 <반천수 예술사상의 회화 미학적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동양미학)를 취득했다. 그 후 성균관대· 경기대· 원광대 외래교수로, 예술의 전당, 한국서예박물관에서 10여 년간 문인화를 가르치는 등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학자형 예술가로서 학예병진學藝竝進의 길을 걷고 있다. 일찍이 정숙모 작가는 30대에 예술의 전당에서 주최한 한국서예 청년작가 선발전에 4회나 당선되어 서단에 주목을 받았고 지금까지 11회 개인전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을 선보이며 문인화의 확장성과 시대적 미감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靑松’이라는 새로운 조형언어로서 탈장르의 시대에 뚜렷한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전통을 넘어 현대성을 추구하며 대중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숙모 작가는 개인전 외에도 지금까지 많은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21세기 한국서예문인화가 초대전, 예술의전당 개관 15주년 기념 특별초대전, 한국서예박물관 개관 초대전, 한국문인화 대표작가 70인 초대전, 한국문인화가 300인전, 안평안견 예술정신 전, 문인화연구회 전 등 50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하며 작가적 역량을 발휘해왔다.

대한민국 문인화대전 심사위원장 및 운영위원장, 대한민국서예전람회(국전) 심사, 공무원미술대전 사군자부 심사 다수, 제1회 한국청년서예가 선발심사위원 외에도 각종 공모전에 다수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을 역임하였으며, 금화서화학회 회장, 한서묵연회 초대회장과  MBC드라마 <이산> 문인화 자문위원, (사)한국서가협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사)한국문인화협회 부이사장, 삼성그룹 성우회 문인화 강사, 삼성전자 e-club 문인화 강사, (사)한국서가협회 대외협력위원, 한국문인화연구회 및 한국정예작가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서울 인사동과 강서구에 아연문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후학 양성에 힘을 기울이면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NM

▲ 어느 봄날 225x14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