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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하마스 지도자와 이스라엘 총리 등에 체포영장 청구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 정부는 크게 반발
2024년 06월 06일 (목) 11:46:37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 5월20일(이하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들뿐 아니라 이스라엘 총리 등에 대해서도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 정부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장정미 기자 haiyap@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전체 120명) 의원들도 초당적으로 카림 칸 ICC 검사장의 결정을 반(反)유대주의라고 비판했다. 휴전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크네세트가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하지만 ICC 예심 재판부(pre-trial chamber)가 칸 검사장의 청구를 승인해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피청구인은 체포 위험성 때문에 124개 ICC 회원국을 방문하기 어려워지는 등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청구에 ‘반유대주의’ 규탄
지난 5월2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각료에 대한 카림 칸 ICC 검사장의 체포영장 청구를 반(反)유대주의라고 규탄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등 서방측도 칸 검사장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도덕적인 이스라엘 군인 및 군대와 하마스 살인자·괴물과 비교하는 것에 혐오감을 느끼고 거부한다며 칸 검사장의 체포영장 청구가 서방의 대학 캠퍼스에서 ICC로 옮겨온 신(新)반유대주의의 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ICC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무너뜨리고 완전히 승리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6명의 크네세트 의원들도 초당적으로 칸 검사장의 체포영장 청구에 반대하는 성명에 서명했다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전했다. 성명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의 범위 내에서 범죄 테러 조직과 정당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스라엘 지도자와 하마스 수장 간 ‘터무니없는 비교’는 지울 수 없는 역사적 범죄이자 명백한 반유대주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칸 검사장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야히야 신와르·이스마일 하니예·무함마드 데이프 등 하마스 지도부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칸 검사장은 2023년 10월 7일부터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이들에게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이 전쟁 수단으로의 민간인 기아, 고의적인 살해와 살인,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 지시, 그리고 몰살(extermination) 등의 범죄를 저지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선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 인도주의 기관의 구호품 전달 방해, 구호 요원에 대한 공격 등도 거론했다. 칸 검사장의 체포영장 청구는 ICC 예심 재판부에 의해 검토되고, 승인되면 5명에 대한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124개 회원국은 이를 집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ICC 예심 재판부의 결정은 수개월이 걸렸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 2000명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로 2023년 3월17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우 청구부터 발부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ICC가 지금까지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가원수급은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그리고 푸틴 등 3명이다. 다만 이스라엘·미국·러시아·중국 등은 ICC의 설립 근거인 2002년 로마 조약에 반대해 이를 비준하지 않았거나 탈퇴한 비회원국이라서 체포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없다. 칸 검사장의 결정에 대해 미국·영국·독일·오스트리아·체코 등 서방 정부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TOI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한 ICC 검사의 체포영장 신청은 터무니없다”며 “ICC 검사가 무엇을 암시하든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는 어떤 동등성도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기념식 연설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공격이 ‘대량 학살’이 아니라며 미국은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한 칸 검사장의 체포영장 청구를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별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ICC 검사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등하게 보는 것을 거부한다”면서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하마스 테러리스트와 함께 이스라엘 고위 관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는 ICC 검사의 발표를 근본적으로 거부한다”며 “ICC는 이 문제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완전한 승리는 아직 요원한 상태
지난 5월15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완전 제거를 내세우고 가자 지구를 전면 침공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하마스가 건재해 이스라엘이 끝없는 전쟁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광범위한 지하터널을 이용해 소규모 부대로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 이들은 주택에 은신한 이스라엘군과 차량을 매일 대전차 무기로 공격하고 있다. 하마스가 이처럼 끈질기게 공격하면서 하마스 완전 제거를 목표로 선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략적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하마스를 대신할 정치 세력에 대한 복안이 없어 이스라엘이 군사적 승리를 거두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마지막 보루라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공격하기 시작했으나 하마스는 가자 지구 북부에서 치고 빠지는 공격을 반복하고 있다. 미 국제위기그룹(ICG)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책임자 주스트 힐터만은 “하마스는 가자 모든 지역에 존재한다. 전혀 패배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강조해온 이스라엘의 완전한 승리도 아직 요원한 상태다. 이스라엘이 라파를 전면 공격하든 말든 하마스가 가자 지구 여러 지역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 현직 이스라엘 군 당국자와 미 정보당국이 평가한다. 이스라엘이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꼽는 야햐 신와르 하마스 최고지도자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신와르는 가자 전쟁 휴전 협상 중개자들에게 라파 전투에 대비돼 있으며 하마스를 해체할 것이라는 네타냐후의 생각이 순진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마스가 위축됐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

하마스의 고위 당국자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가 지난 5월6일 두바이 TV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라파를 공격해 작전을 마무리하겠다고 위협하는데 누가 막고 있나. 빨리 공격해 작전을 끝내라”라고 조롱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를 전면 침공한 이스라엘군은 가자 중부와 남부 작전에 집중하면서 연초 북부 주둔 군대를 대부분 철수했다. 그러자 하마스가 다시 북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군정보국 팔레스타인 책임자 출신 미카엘 밀슈테인은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모든 지역을 하마스가 다시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철수했던 가자 북부 자발랴 난민촌 지역에 다시 군대를 투입해야 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하마스가 하마스 내무부 휘하 경찰과 민간 보안기구를 통해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도 전혀 약해지지 않고 있다. 한 미 군당국자는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들의 삶을 방치하기 때문에 하마스 등 민병대가 다시 복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군정보국 책임자 출신 타미르 하이만 소장은 “영토 장악력이 취약해졌더라도 이슬람 형제 의식, 이데올로기, 종교 등 사회적 영향력은 여전하다”면서 “이런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배 반대 입장 밝혀
지난 5월15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앞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데 대해 자신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날 TV로 중계된 언론 브리핑에서 갈란트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앞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해 민간이든 군대든 지배할 기구를 설립하지 않을 것을 빨리 결정하고 이를 발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이슬람 저항운동(하마스)이 지배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다른 대안적 통치기구를 “즉시” 마련해서 이를 발표하라고 그는 네타냐후에게 요구했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 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직후에도 이스라엘 내각 회의에서 하마스와 관계가 없는 새로운 팔레스타인 행정기구를 마련하게 해서 대화의 상대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내각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이 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발표, “하마스가 남아 있는 한 어떤 다른 정파도 가자 통치를 맡을 수 없을 것이며,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역시 안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직접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치할 가능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갈란트의 공개적인 총리 비판 발언으로 내각의 다른 장관들, 특히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과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등은 갈란트를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전 국방장관인 베니 간츠 무임소장관은 갈란트를 지지하면서 “그의 말은 진실이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 나라를 위한 정의를 이루는 건 통치자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가자 폭격으로 3만 50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였고 230만명 이상의 피난민을 발생하게 했다. 라파 공격을 두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의견이 대립하면서, 갈란트 국방 장관이 지난 해부터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통치 반대 의견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美, 이스라엘에 10억달러 규모 추가 무기 지원 추진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10억달러(약 1조365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과의 신규 무기 거래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지난 5월15일 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정부가 이스라엘에 폭탄 선적을 중단했다고 확인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나온 정반대 기류다. 신규 지원안에는 7억달러 규모의 전차 탄약, 5억달러 규모의 전술 차량, 6000만달러의 박격포탄 등의 이전안이 포함됐다. 미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르면 정부는 특정 규모 이상의 무기를 다른 나라에 판매할 때는 그 계획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무부가 먼저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판매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후 공식적으로 의회에 통보한다.

외신 보도를 보면 지원안이 올봄 초부터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원안이 승인돼 실제 무기가 이전되기까진 추가 단계들이 남아있다. 이스라엘 추가 지원과 관련, 바이든 정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와의 균열이 깊어지는 것은 꺼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 당국자들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전면전 강행을 반대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폭발성 탄약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한 것에 그친 셈이 됐다. 이번 무기 지원 추진과 관련한 질문에 미 국방부는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 4월 방공망 지출 52억달러, 포탄 생산 10억달러 등을 포함해 총 260억달러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 법안을 처리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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