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시대의 양식을 포괄하고 문화와 역사를 작품 안으로 옮겨 놓는다. 예술은 생활적인 가치와 더불어 감상적인 가치, 교육, 정보적인 가치, 소통으로서의 가치, 이데올로기 전파의 가치 등 실로 여러 방면에서 우리의 삶과 만난다.

장정미 기자 haiyap@

예술 정신이란, 궁극적으로는 창조 질서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인간을 묶고 있는 중력으로 부터의 일탈을 위해서 생존과 관계없는 인생과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융합되어 나타나는 몰입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의 힘은 인간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힘이 있어서, 논리나 이성으로 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예술이 나타나는 힘은 시공을 초월하는 감동과 절대권위의 위력을 보인다.

▲ 오동희 화백

초상화에 대상의 신념과 역사적 의미까지 담아내
“초상화는 대상의 삶을 관조하고 한 순간을 포착해 인간의 얼굴을 묘사하는 작업이다. 회화가 한 사회의 문화적 생리를 구현한다면 초상화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오동희 화백은 21세기 한국의 극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초상화가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오동희 화백은 독일 베를린 인물화 개인전, 미술과 비평 러시아 초대전, MIFA Arts Fair, 파리아트 페어전, 이탈리아 로마신년초대전, 서울축제아트 엑스포 2023 등에 참가했으며 Roma Arts Collection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앙문화센터 인물화 지도강사, 숭실대학교 사회교육원 조형예술 아카데미 객원교수를 역임한 그는 반세기가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초상화’라는 장르에 몰두하며 초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초상화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게 만든 인물화의 대가이자 초상화의 대가다.

단순한 인물을 그리기보다 단 한 장에 역사를 다각도로 기록하는 작업을 수행해온 오 화백은 그림을 그릴 때 단순히 따라 그린다는 느낌이 아닌 작은 주름선 하나, 얼굴선의 흐름, 표정과 신념을 담았고 역사적 의미를 부연하는 재해석 과정을 담아내어 그 가치를 높였다. 탄탄한 기본기를 토대로 대상의 섬세한 표정을 터치하고 세련되게 성격을 묘사하는 인물화의 본질을 추구하며, 고증 능력에 높은 기개와 종교적 신념으로 충만한 삶의 흔적까지 담아내고자 학술적인 자료연구로 초상화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일대기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회화적 특징까지 가미한다. 그렇게 오 화백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초상화작업을 비롯해, 한국무역협회 역대 회장단 초상화, 반기문 UN사무총장, 엘리자베스 여왕, 포드 대통령부부초상처럼 기록물의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완성했다. 뿐만 아니라 메리시 드 카라바조와 트로피메 비고의 성향처럼 고결한 성인과 종교지도자의 초상을 시도해 천주교 수원교구 어농성지 표준영정 순교자초상화복원과 같은 대작을 선보인 것은 물론 프란치스코 교황, 마더 테레사, 법정스님 등 종교 지도자와 김수환 추기경 공식영정으로 철저한 데생 실력에서 비롯된 인물묘사의 완벽한 경지를 보여주었다. 

역사의 아이콘에 고결한를 헌사 담아내기 위하여
“색감을 보이는 대로 담아내기만 하는 초상화는 그림이 아닌 사진과도 같다. 초상화는 곧 그 인물에 대한 자서전을 완성하는 작업이다.” MIFA아트페어 당시 ‘조반니 벨리니처럼 유럽 성화의 클래식함까지 잘 표현하는 훌륭한 화가’라고 칭송을 받았던 오동희 화백은 프랑스 파리 까루젤 뒤 루브르 살롱에 입성했을 때에는 “모나리자의 미소나 도송빌 백작부인의 우아함을 매혹적으로 표현하는 위대한 화가가 동양에도 있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인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2월 열렸던 서울국제아트엑스포 2023(WAE, World Art Expo)에서도 그는 디지털미디어와 금본위 이후 새로운 경제논리에 따라 테크닉과 감수성보다는 개성이 부각되는 시기, 희소가치 강한 보수성과 클래식한 가치를 보여주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난 이후로도 오 화백의 최고선(善)을 향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누드크로키와 골상학, 피부의 결과 근육의 흐름까지 전문 서적을 탐독하며 연구하며 홍대 미술대학원 석사과정까지 이수할 정도로 완벽한 극사실적 초상화를 위해 기울여 왔다. 아울러 누드를 그리면서 기본적인 인체의 선과 모양을 익히면서도 서양 왕정초상화 특유의 과장된 위엄 대신 눈썹 결, 손등 힘줄, 눈가 주름, 혈관흐름까지 세심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동양초상의 세필 선묘법(線描法)과 헌정 정신을 잇고 있다.

실제로 오 화백은 수묵채색 세필기법으로 약천 남구만 선생의 문중영정초상을 비단에 그려, 다른 물감을 사용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의 원칙을 한국화로도 재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인물의 역사성을 기록하고자 초상화라는 장르의 역사를 따라 대가들의 화법을 연구하여, 자유롭고 경쾌한 화법으로 현대 음악가들의 생기 넘치는 초상을 선보이는가 하면, 오랜 붓터치의 연륜을 통해 얼굴에도 시대적 가치관을 불어넣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오 화백은 “긴 세월 수많은 얼굴들을 그려왔다. 그것은 즐거움이고, 보람이고, 때로는 고통일 수 있지만, 그것 또한 내가 선택한 열정이다”면서 “붓으로 특정 대상에 헌정하며 작가의 개성을 남기는 고결한 인물화인 초상화에 삶을 바치고 있는 오늘이 나의 행복이다. 앞으로도 역사의 아이콘을 캔버스에 담을 때마다 창작자만이 갖출 수 있는 고결한 헌사를 담아 다음 세대에 전해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오동희 화백은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초상화 전문 갤러리인 오동희 갤러리를 개관, 종교를 초월한 큰 인물들 및 위인들과 명사들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갤러리, 자신의 작업실과 후학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