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은 예술을 즐기는가. 예술이 탄생하고 시대가 변하고 인간의 의식이 바뀌면서 예술 소비의 이유도 바뀌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재미’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재미’만큼 예술을 즐기게 하는 이유는 없었다.

윤담 기자 hyd@

예술가의 작품에서 그 예술가만의 창조적인 주제의식과 표현방법, 그리고 그만의 정신세계를 발견하고 공감할 때 그 속에서 우리는 예술적 ‘재미’를 느낀다. 이러한 다양한 개성 있는 창조성을 즐기는 예술소비자의 ‘재미’가 커질 때 예술은 더욱 발전할 수 있고 순수예술은 다시 힘차게 살아날 수 있다.

▲ 원상호 작가

‘사각’ 주제로 인간의 속성과 마음을 다채롭게 표현
카페 8번가를 운영하고 있는 원상호 작가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화가이자 조형예술가로 활동 중인 원상호 작가는 <네모놀다>를 비롯한 열네 번의 개인전과 홍콩·중국 등지에서 열린 그룹전, 아트페어에서 뛰어난 재능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38회 국제 HMW예술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간 원 작가는 ‘사각’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며 사각형으로 형성된 현대인의 모습을 캐릭터 또는 도형과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정서와 삶을 사각 틀 속에 투영해왔다. 이에 대해 원상호 작가는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는 현실과 미래라는 이상과 꿈속의 확장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틀 안에 있다. 간직하고 있는 행복과 행복하려는 마음과 함께 늘 그곳에 있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2023 서울아트쇼에 ‘8번가갤러리’ 이름으로 참가한 원상호 작가는 구교수, 안미선, 오길석, 유영운, 이무웅 작가와 함께 ‘RED로 ( )을 말하다. 그리고 그리다.’를 주제로 부스를 꾸려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원상호 작가는 “레드는 많이 보이긴 하지만 쉽게 쓸 수 있는 색상은 아니다. 또 레드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뜻으로도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면서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본연의 레드를 지니고 있는데, 정작 이를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레드 색상에 대한 단상을 사각 블록에 넣어서 작업했다”고 부연했다. 비슷한 시기에 원상호 작가는 카페8번가에서 송년 자선 전시를 개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문 미술품 경매사의 진행으로 자선 경매도 함께 이뤄졌으며, 자선 경매 및 전시 수익금은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돼 그 의미를 더했다. 는 5월23일부터 26일까지는 ‘조형아트 서울’의 참가를 확정지은 원상호 작가는 사각 네모 공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원 작가는 “자연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사각 도형들 틈에서 익숙해졌고 답답해 숨 막혀 하는 우리들이지만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아닌 틀 밖이 아니라 그 안에서 즐길 수 있고 우리가 바라는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면 그토록 바라던 자유로움에 의한 행복의 가치보다 더 빛나는 즐거움과 행복을 더욱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각 주제를 가지고 인간이 지닌 속성이나 마음을 더욱 다채롭게 표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중과 함께 소통하며 살아 숨 쉬는 문화예술 지향
원상호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 8번가는 창작자와 창작품 향유자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이자 창작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원 대표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은 많은 전시회와 갤러리가 있지만 다양한 관객을 만나기 어렵다”면서 “반면 카페는 매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방문해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할 수 있다”고 카페8번가의 취지를 밝혔다.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 카페8번가 지하에는 음악공연 또는 세미나를 위한 소통공간으로 대관하고, 카페에는 그림을 전시한다. 실제로 카페8번가를 찾은 손님이 작품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원 작가가 답변하기도 하고, 해당 작품의 작가가 카페에 있을 때면 원작자에게 직접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살롱 문화를 21세기 테마 카페를 통해 새롭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지난해 여름 카페8번가의 리뉴얼도 단행하며 바 디자인을 수정한 것은 물론, 지하 갤러리&공연 공간도 업그레이드시켰다.

카페8번가가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닌, 어느 날 문득 방문했을 때 공연도 볼 수 있고 그림도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원상호 작가는 “저는 무겁지 않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카페8번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면서 “좋은 작품은 작가가 만드는 것이지만, 이를 보고 즐기는 것은 절대 어렵지 않다. 관객이 있어야 문화예술도 필요한 것인 만큼 문화 예술의 문턱을 낮춰나가는 데 카페8번가가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