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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20만 시대, 다문화 가정의 현주소
정부의 지원사업 규모 늘고 있지만 곳곳에 허점
2010년 05월 03일 (월) 01:09:55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최근 몇년 새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이 늘어나면서 ‘결혼이민자’라는 말이 생겨났다. 최근 가정용어 개선 움직임에 따라 ‘다문화가정’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가정이라는 뜻이다.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은 이미 보편화됐지만, 국립국어원(www.korean.go.kr)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와 관련된 단어가 없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사회가 됐지만 정작 ‘다문화’, ‘다문화가정’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 현실. 다문화가정 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다문화가정의 해체로 버려지는 아동 증가해
최근 다문화가정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아동들이 계속 늘어나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할 전망이다. 4월 11일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따르면 이곳의 다문화가정 출신 보호 아동은 2008년 2명에서 작년 7명으로 증가했고 올해에도 3월까지만 3명이 더 들어왔다. 경기도 의정부와 안양 아동일시보호소에도 2008년 5명, 작년 3명에 이어 올해도 이미 4명의 혼혈 아동이 입소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시설에 입소한 건만 따진 것으로, 크고 작은 사설보육원 등에 들어간 아동을 포함하면 다문화가정 출신의 버려진 아동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국 단위의 통계는 없다. 보호시설에 들어온 아동들은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결혼 이민을 온 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가 가정폭력 등으로 가정이 깨지면서 보호소에 맡겨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아동도 적지 않다고 보호시설 관계자들이 전했다. 문제는 일반적인 가정 출신의 고아들도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입양되는 것이 어려운데 피부색 등 외모가 확연히 다른 동남아나 아프리카계 혼혈아들은 새로운 가정을 찾는 것이 더욱 힘들다는 점이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이기영 소장은 “최근 한 가정이 다문화가정 출신 아동을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온 적은 있지만 결국 무산됐고, 다른 아이들이 국내에서 입양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문화 가정의 해체와 이로 말미암은 기아(棄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이민 여성과 아동을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가정폭력을 당한 이주여성이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자 금천구 남부여성발전센터에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폭력피해 이주여성 자활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조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은 “다문화 가정의 해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 결혼 이민자와 아동이 어려움 없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국내에서 있었던 결혼에서 한쪽 배우자가 외국인인 경우가 11%(3만6천여쌍)나 됐고, 결혼 이주 여성은 누적 기준으로 12만8천여명에 달했다.

2009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

   
한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해 꾸린 다문화가족 10가구 가운데 6가구의 한 달 평균 가구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성 결혼이민자의 53%, 여성 결혼이민자의 35%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09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이민학회에 의뢰해 지난해 7~10월 결혼이민자 13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국내 최초의 전수조사다. 정부는 앞으로 3년마다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다문화가족의 한 달 평균 가구소득은 100만원 미만이 21.3%, 100만~200만원 미만이 38.4%로 전체의 59.7%가 200만원 미만이었다. 지난해 한국복지패널 조사에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한 달 평균 가구소득은 332만2000원이었다. 이런 낮은 소득 탓에 지난 1년 동안 사회보험료 또는 전기·수도세 등을 내지 못하거나, 병원 이용을 포기·중단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30%에 이르렀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돈을 빌린 비율도 25.7%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족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힘든 점으로는 남성 결혼이민자는 경제문제(29.5%), 여성 결혼이민자는 언어문제(22.5%)를 각각 꼽았다. 또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결혼이민자의 73.5%가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학원비 마련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람이 27.4%로 가장 많았고, 예습·복습 지도(23.2%), 숙제 지도(19.8%) 등의 차례였다. 차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남성 결혼이민자의 52.8%, 여성 결혼이민자의 34.8%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여성 결혼이민자의 57.0%, 남성 결혼이민자의 53.8%가 만족하다고 대답했으며, 특히 부모·형제 등 가족과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평균 가족관계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낮은 소득과 차별 등 어려움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온 것은 조사 대상자 출신국의 문화나, 한국과 출신국과의 상대적 비교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 문화가정을 단순히 ‘다른 문화·인종·국적의 사람이 혼인을 해 가정을 이룬 경우’로 제한하면, 다문화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외국인 중 30만명이 채 안 된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수립해야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 유입된 것은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1980년대 후반 들어서다. 한국 노동자의 임금 상승 추세와 ‘3D 업종 기피’ 현상이 중국·동남아시아의 실업난과 맞물리면서 외국 노동자들의 한국행이 활발해진 것이다. 2004년부터는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오늘날 ‘외국인 120만’ 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은 116만 8477명(2009년 12월 현재). 이 가운데 일을 하는 이들은 절반이 조금 넘는 69만여명 수준이다. 결혼을 목적으로 온 외국인도 2004년 5만 7000여명에서 2005년 7만 5000여명, 2006년 9만 3000여명 등 매년 두 자릿수로 꾸준히 증가해 현재 13만명에 육박한다. 성별로는 여성이 10만 9000여명으로 압도적이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 있는 전체 외국인 수는 173개국 29만 2184명(2009년 11월 현재 대법원 통계). 한국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은 미국 국적이 7만 3512명(51.3%)으로 가장 많고, 일본(3만 9900명), 중국(1만 7493명), 캐나다(3369명), 독일(2894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인과 가정을 이룬 외국인 여성의 국적은 중국(7만 878명), 베트남(3만 612명), 일본(1만 2355명), 필리핀(6355명) 등의 순이다. 중국·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 전체의 85.9%로, 개발도상국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결혼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아온 사람이 대부분 여성들인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에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곳은 여성가족부였다. 여성부는 2006년 정부 최초로 결혼이민자들을 지원하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만들어 전국 21개 지역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 기구의 업무는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1577-5432)에서 맡고 있다. 2월 현재 전국 159개 기초자치단체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두고,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의 사회·문화적 갈등과 자녀 양육 문제, 결혼이민자들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2006년 5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또 법무부에서는 매달 다문화가정 및 이주노동자의 실태를 파악, 정책 반영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1577-1366)도 생겼다. 영어·베트남·중국·러시아·몽골·태국·캄보디아 등 8개국 언어로 상담과 통역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경기 포천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함께하는 다문화네트워트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부를 전국 15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문화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의 지원사업 규모도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허점이 엿보인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개념 정립이 명확하지 않으니, 혜택이 중복되거나 소홀해지기 일쑤다. 예컨대 다문화가정을 단순히 ‘다른 문화·인종·국적의 사람이 혼인을 해 가정을 이룬 경우’로 제한하면, 다문화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외국인 중 30만명이 채 안 된다. 결국 결혼하지 않은 이주노동자, 동포, 유학생 등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다문화가정 지원정책이 서비스 차원에 치우치다보니 효율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문화사회 통합시스템의 골격과 법률, 시스템 속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제도적 바탕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업무 연속성이다. 현재 정부의 다문화 가족 주무 기관은 보건복지가족부이다. 2006년 관련부처는 여성부였지만, 이듬해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법무부가 다문화 정책의 브레인 타워 역할을 했다. 현 정권 들어 복지부로 정책 권한이 이관됐고, 지난 3월 19일부터는 정부부처 조직 개편에 따라 다시 여성부가 맡게 되었다. 업무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업무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함께하는 다문화네트워크의 신상록 대표는 “다문화를 그들만의 용어가 아닌 이민자·이주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선행돼야 한다”며 “주무부처는 권한싸움에서 벗어나 사회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9일 한국다문화센터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4월회’, ‘국회다문화포럼’과 함께 중간입국자녀와 학교이탈자녀를 위한 ‘다문화 대안학교 Rainbow Pre School’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다문화 대안학교 문 연다
서울에도 ‘다문화 대안학교’가 설립된다. 지난 4월 9일 한국다문화센터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4월회’, ‘국회다문화포럼’과 함께 중간입국자녀와 학교이탈자녀를 위한 ‘다문화 대안학교 Rainbow Pre School’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Rainbow Pre School’은 부모님의 재혼 등으로 중간에 입국한 다문화 자녀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해 한국사회에 적응토록 하는 오리엔테이션 교육기관이다. 이에 한국다문화센터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4월회, 국회다문화포럼은 4월 9일 프레스센터 20층 네셔널프레스클럽에서 ‘Rainbow Pre School’ 설립 협약식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설립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다문화센터에 따르면 ‘4월회’에서는 4.19민주혁명 50주년을 기념해 다문화가정의 사회 통합을 위해 다문화 자녀 장학금 지불과 함께 ‘Rainbow Pre School’ 건립에 적극 동참했다. 그리고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원장 자승)에서는 ‘Rainbow Pre School’ 건립을 위해 종단에서 소유하고 있는 서초구의 1만 여 평 부지를 기증하기로 했다. 따라서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국민모금과 국고지원을 통해 교사를 건립하고 오는 2011년에 학생과 교사를 선발하여 2012년 상반기에 개교를 할 예정이다. 따라서 한국다문화센터는 이번 협약식을 통해 서울지역에 중간입국 자녀를 위한 오리엔테이션 교육기관을 설립해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이를 전국 주요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문화센터는 이번 협약식을 통해 서울지역에 중간입국 자녀를 위한 오리엔테이션 교육기관을 설립해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이를 전국 주요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현재 부모의 이혼과 재혼, 입양, 초청 등으로 중간입국 자녀는 1만 명을 넘어섰으며, 매년 2천 5백 명 이상이 입국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어를 전혀 할 수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고, 다니더라도 장기결석을 하는 등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간입국 자녀의 취학률은 초, 중, 고를 통틀어 47%에 불과한 형편”이라며 “구미의 선진국에서는 조기유학이나 가족이민 등으로 중간에 입국하는 자녀를 위해 어학기능을 수행하는 Half Way Course나 오리엔테이션 교육기관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탈북자를 위한 ‘하나원’을 제외하고, 관련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Rainbow Pre School’에서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다문화 자녀를 위해 각종 기술과 직업훈련을 담당하는 ‘기능성 대안학교’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아울러 다문화센터는 레인보우 합창단이 연습을 하는 명락사 ‘다문화 교육관’을 개조하여 다문화 자녀의 학습지원과 중간입국 자녀를 위한 오리엔테이션 교육기능을 담당할 ‘다문화 공부방’을 5월에 개소할 예정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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