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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120년 만 강진으로 사망자 3,000여 명 육박
대형 지진에 대응 못해 피해 더욱 커져
2023년 10월 05일 (목) 23:22:41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지난 9월 초, 모로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약 280만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월22일(이하 현지시간) 파우지 레크자 모로코 예산 담당 장관은 의회에서 이번 지진으로 하이 아틀라스 산맥의 마을 2930곳이 피해를 입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종서 기자 jslee@

파우지 레크자 장관은 지진으로 주택 최소 5만9674채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32%는 완전히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8일 오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70km 떨어진 아틀라스산맥 산악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지금까지 약 29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아틀라스 산맥의 역단층이 지진의 원인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 사이에 위치한 모로코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했지만 이번과 같이 피해가 커진 이유를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9일 모나코 국립 지구물리학 연구소의 지진 감시·경고 부서장인 라센 마니(Lahcen Mhanni)는 현지 매체 '2M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 산악 지역에서 기록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는 “이번 지진 진앙에서 500km 이내에 규모 6.0 이상 지진이 발생한 적은 1900년대 이후에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하며 “아틀라스산맥의 비스듬한 역단층이 이번 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지진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약 120년 동안 모로코가 이번과 같은 대형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60년 모로코 남서부 아가디르 부근에서 규모 5.8의 지진 발생으로 수천 명이 사망하면서 건축법이 변경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 지역과 오래된 도시의 건물은 이처럼 강한 진동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지지 않았다. 일례로 진앙지 인근 도시 마라케시는 모로코를 대표하는 ‘역사 도시’로 꼽히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 메디나에는 오래된 문화유산들이 다수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마라케시의 지붕’이라 불리는 높이 69m에 달하는 쿠투비아 모스크 첨탑이 지진의 여파로 일부 파손됐다. 또한 현지 주민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한 영상에서는 마라케시 메디나를 둘러싼 붉은 성벽에 균열이 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지진은 9월8일 밤 마라케시 남서쪽으로 71km 떨어진 아틀라스산맥 근처에서 발생했는데, 진앙지 인근의 마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진앙지 인근 산악 마을 아스니에 거주하는 몬타시르 이트리는 로이터통신에 "이웃들이 잔해에 깔려 있고, 마을 사람들이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마을의 집 대부분이 파손됐다고 말했다. 아스니와 같은 마을은 아틀라스산맥에 자리 잡고 있어 당국과 구조대가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악 지역의 낙후된 건물도 이번 지진 피해가 커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마라케시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걸리는 ‘물레이 브라 힘’ 등 산악 마을의 대부분 주택은 진흙과 벽돌로 지어져 지진에 취약하다.

지진 여파로 피해 입은 사람들 30여만 명 달해
규모 6.8의 강진이 덮친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사망자 수가 3천여 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번 지진의 여파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30여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P통신은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과 부상자 외에도 지진 발생 지역 인근 주민 30만 명이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유엔(UN)의 분석을 전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의 레미 보수 센터장은 영국 SKY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9월8일 6.8 강진 이후 25차례 여진이 있었다고 밝혔다. 여진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본진 직후 발생한 규모 4.8 여진이었다.

레미 보수 센터장은 “여진은 수주일, 심지어 수개월 동안 계속될 수 있다”면서, “여진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얼마나 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여진으로 가장 큰 위험에 놓인 이들은 수색작업을 진행하는 구조대원이라면서 “잔해를 치우고 생존자를 찾으려면 (지진으로) 약해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여진이 발생하면 파손된 건물들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AP통신은 이번 지진으로 중세 역사도시 마라케시 인근 산악지대의 농촌 지역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생존자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피해 지역의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이 구조대의 발목을 잡으면서, 곳곳에서 가족을 잃은 생존자들이 절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모로코 당국, 국제사회 지원 손길에 허가 주저
모로코에서 강진이 발생한 이후 국제사회가 지원의 손길을 건넸지만, 정작 모로코 당국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구호물자와 수색인력을 제안한 국가들이 당혹감을 감추질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로코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유엔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국가들이 전문가로 구성된 구조인력과 구호물자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모로코 당국은 지진 발생 나흘차인 9월11일까지도 허가를 주저하고 있어 상대국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스페인과 튀니지,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은 구조대와 의료진을 비롯해 수색 장비와 구호물자를 모로코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로코와 단교한 알제리 역시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부상자 이송을 위해 폐쇄했던 영공을 개방했다. 그러나 쾰른 본 공항에 모인 독일 구조인력 50여명은 지원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전문팀이 끝내 귀가한 사례도 있다. 모로코는 독일 외에도 구호물품과 수색 작업을 지원하고싶다고 제안한 튀르키예와 미국, 대만 그리고 프랑스 등 국가들의 제안에 묵묵부답인데, 이들 국가는 모로코가 요청만 하면 즉시 지원팀을 파견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마쳤다. 그러나 외국 정부가 구호물품과 인력을 지원하려면 당사국의 요청과 승인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원조를 제안한 국가들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상황.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CNN에 “미국은 즉시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전달하기 위해 모로코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모로코 정부로부터 어디서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도 모로코의 지원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일 내에 양자간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바스티안 피셔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모로코의 망설임이 정치적인 이유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로코 측은 우리가 도움을 제공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면서도 원활한 의사소통 역시 중요하다며 모로코 측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로코가 해외 원조를 거절하고 있다는데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독일의 한 의원은 “모로코가 왜 빠르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닌 가장 빠르고 최선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모로코 전문가인 사미아 에라주키는 모로코 당국이 해외 원조를 꺼리는 이유가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 구호단체가 유입될 경우 모로코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재난 피해자들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 모로코 지원 요청시 KDFT 파견 입장
우리 정부가 최근 강진 피해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로부터 지원 요청이 온다면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월11일(한국시간), 박진 외교부 장관은 연합뉴스TV에 출연, “모로코 정부가 원한다면 우리 긴급구호대를 보내 인명을 구조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생필품이나 의약품 등 지원 물품들을 아낌없이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로코 측에서 요청한다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구호대 파견은) 피해국의 지원 의향을 확인한 다음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일단 (현지 체류) 우리 국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모로코 정부와도 협의해갈 예정”이라며 “아직 지원 계획 등 상호 합의한 사항은 없지만 (모로코 측과) 소통은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또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만약 (모로코 측의) 정식 요청이 있다면 그 이후 필요한 부분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1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한 모로코에서 아직 한국 기업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진앙지와 떨어진 곳에 있어 사고를 피했다. 현지에 진출은 기업들은 추가 피해 상황을 살피며 판매 전략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9월11일 모로코대사관과 업계에 따르면 모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코인터내셔널, 유라코퍼레이션, 핸즈코퍼레이션 등이다. 한국과 모로코와의 교역량은 약 5억~6억 달러(6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승용차와 폴리에스터 직물, 아연도강판 등을 수출한다. 카사블랑카에 위치한 삼성전자 판매법인은 아직까지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법인에는 100명에 가까운 임직원이 생활가전과 TV, 스마트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모로코 계정을 통해 “나라를 강타한 황망한 지진에 대해 모로코 국민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빠른 피해 회복을 기원했다. LG전자도 카사블랑카에서 모로코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도 생활가전이나 TV 등을 판매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피해 지역 및 진앙과 거리가 있어서 지점을 포함한 직원, 가족들의 피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카사블랑카에 지사장 1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지사는 철강, 곡물류 무역을 담당하고 있다. 탕헤르 자동차산업단지 내 연 800만개 알루미늄 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립한 핸즈코퍼레이션은 현지 생산 시설이 지진 지역과 거리가 멀어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 직원들도 문제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기업들은 추가 피해에 대비하며 지진 복구와 향후 판매 전략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추가 피해를 막고 복구가 이뤄져야 영업활동 등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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