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9.23 월 15:40 전체기사 l 기사쓰기 l 자유게시판 l 기사제보 l 구독신청 l 광고안내 l 회사소개
> 뉴스 > 국제·통일
     
중남미 선진국 칠레서 강진 발생
아이티 지진 규모의 1000배, 피해는 1/1000배
2010년 04월 02일 (금) 11:27:57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칠레 콘셉시온 인근에서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새벽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날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고 칠레 수도 산티아고 시내 일부에 정전이 발생했다.

칠레 서부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은 지난 1월 23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아이티 지진보다 800~1천배 가량 큰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 지진감시과 관계자는 “규모가 1증가할 때마다 지진이 갖는 에너지는 약 30배 커진다”며 규모 7.0의 아이티 강진과 비교했을 때 규모 8.8의 칠레 강진이 약 800배 더 강한 위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 지난 2월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은 아이티에서 발생한 지진보다 800~1천배 가량 큰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이티 지진 규모의 800~1000배
칠레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8.8의 강진 위력은 1월 12일 아이티에서 최대 30만명의 사망자를 낸 규모 7.0의 지진보다 800~1000배에 달하지만 칠레의 사망자는 400여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진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칠레가 지진 강도에 피해 적은 피해를 입은 이유로 잦은 지진으로 인한 성실한 준비를 꼽았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한 칠레가 지진 피해를 많이 겪어 왔기 때문에 지진에 대한 각별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더욱 강화된 기준으로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했기 때문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내진 설계의 개념조차 없는 아이티의 건물에 비해 칠레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 시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를 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칠레에서는 1960년에 규모 9.5의 강진이 발생했고 73년 이후 규모 7.0 이상의 지진은 13번이나 발생했다. 영국 BBC방송도 지진에 대한 국가의 준비 상태를 언급하며 칠레 정부와 국민들이 평소 긴급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칠레가 엄격한 건축 법규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진 전문가들을 보유한 덕분에 대규모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진의 진원이 아이티 지진보다 수도에서 더 멀고 깊다는 점도 피해를 줄인 이유로 꼽혔다. 아이티 지진은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지하 13㎞에서 발생해 인구가 밀집한 수도에 집중적인 충격을 가했지만 칠레의 이번 강진은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서쪽으로 325㎞ 떨어진 데다 지하 35㎞ 심해 지점에서 발생해 지진 에너지가 주변부로 전달되며 상당히 소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이티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칠레 정부의 즉각적인 초기 대응도 대형 참사를 막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 3월 11일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임기말 권력 누수현상(레임덕) 없이 지진 발생 즉시 국가 대재난을 선포하고 총력 대응을 진두지휘했다. 1960년 규모 9.5의 강진 이후 50년만에 대형 지진이 발생한 칠레는 17년간 계속된 군사독재의 어두운 역사를 딛고 꾸준한 경제성장과 민주개혁을 이뤄낸 ‘중남미 선진국’이다. 지난 1월 남아메리카에서는 처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으로 3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천연자원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 GDP의 40%을 차지하는 칠레는 대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적극 나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57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주칠레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9천875달러(2007년 기준)수준. 1970년 사회주의 성향의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이 들어섰으나 3년만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이끄는 군사쿠데타로 붕괴됐으며, 17년간 계속된 피노체트 군사독재 치하에서 3천여명이 살해되거나 행방불명됐다. 1990년 이후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이 4차례 집권하면서 정치적 안정이 이어졌으며, 지난달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는 중도우파 야당 소속 세바스티안 피녜라 후보가 승리해 20여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한편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1970년대 화훼 재배 농가 5세대가 최초로 이주한 이후 현재 동포는 2천240여명으로 그 중 2천100여명이 수도 산티아고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2004년 4월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에는 건설과 건자재, 호텔, 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신규 이민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 아이티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칠레 정부의 즉각적인 초기 대응도 대형 참사를 막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발 빠른 구조와 재건 움직임으로 피해규모 축소
아이티와 칠레는 달랐다. 지난 2월 27일 새벽 칠레 남부를 강타한 규모 8.8의 강진은 지난1월 12일 아이티를 강타한 규모 7.0의 지진에 비하면 수백배 강력한 것이었지만, 피해는 훨씬 적었다. 수도 산티아고의 통신이 지진발생 5시간 만에 회복되고 대부분의 공공서비스가 하루 만에 회복되는 등 발 빠른 구조와 재건의 움직임을 보였다. 칠레와 아이티의 차이는 남아메리카 최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칠레와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아이티의 국가경쟁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지난달 10일로 임기를 마친 미첼 바첼레트(58) 대통령의 차분하고 침착한 대응도 큰 몫을 했다. 이는 아이티 대지진 발생 이후 르네 프레발 대통령이 한때 행방이 묘연했던 것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지진 발생이 토요일 새벽이었지만, 바첼레트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침착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등 위기 대응의 전범을 보여줬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지진 발생 직후 피해지역 6곳을 현장방문하고 지방 지도자를 면담한 뒤 이날 밤 9시 대국민연설을 통해 공립학교의 개학을 8일까지 연기하는 조처를 취하는 등 정상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50만채의 가옥이 무너지고 2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바첼레트 대통령은 다음날 새벽까지도 정부 각부처의 재난대처 업무 조정에 매진하는 등 퇴임을 앞둔 대통령으로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정력을 보여주었다. 2월 28일 오전 각료들과 군장성들을 대통령궁에 소집해 6시간의 정부대책회의를 벌여 일부 약탈이 벌어진 콘셉시온 지역 등에 대한 계엄령에 서명하고, 줄을 선 피해주민들에게 슈퍼마켓의 음식을 공짜로 배포하는 응급조처를 지시하기도 했다. 칠레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었던 바첼레트 대통령은 중도적 사회주의자이자 자유무역주의자로서 자신이 내세웠던 공약을 그대로 관철시킨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국가적 재난에서 용감하고 차분하게 대처했던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뒤를 이어 기업가 출신의 중도우파인 세바스티안 피녜라(60)가 취임했다. 한편 칠레의 ‘지진 대처법’이 연일 화제다. 아이티 지진에 비해 1000배 더 큰 위력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는 아이티의 수백분의 일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지진 대응력을 보여준 칠레가 이번에는 천문학적인 보험금 수령으로 경제 재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3월 2일 보험업계 관계자들을 인용, 지난 100년간 역대 다섯번 째에 해당하는 강진(8.8)이 발생한 칠레 사태로 보험회사들은 최소 20억달러, 많게는 80억달러에 이르는 보험금을 지급해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지진에 따른 피해 추정액(150억~300억달러)의 상당 부분을 보험금으로 상쇄하는 셈이다. 최대 80억달러의 보험금은 지난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노스리지 지진에 따른 보험금 220억달러(물가 환산)에 이어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하며 1923년에 발생한 도쿄 지진 보험금 74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또 훨씬 많은 인명, 재산피해(사망 8만명 이상, 피해액 850억달러)가 발생한 2008년 중국 쓰촨 지진의 보험금 3억달러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보험상품 관리자인 케이트 스틸웰은 “칠레에서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지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면서 “지진에 대비한 칠레의 보험 가입율은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칠레의 국내총생산(GDP)대비 보험료 비중은 4.1%로 이웃 남미나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의 GDP대비 보험료 비중 2.5%보다 훨씬 높다. 이번 지진에서도 피해 지역 상업용 부동산의 60% 가량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번 지진으로 칠레는 50만채의 가옥이 무너지고 2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칠레 경제는 급성장과 빈부격차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한 칠레는 아이티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어 국제적 찬사를 받았었다. 칠레 정부가 지진에 대비해 건축 규제를 엄격히 한 덕분에 100년된 건물들도 멀쩡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3월 9일 “수도 산티아고의 많은 건물들이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안을 들여다보면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특히 빈부 격차로 인해 많은 빈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산층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티아고 중심부에 살고 있는 임신 8개월의 세실리아 파이나케가 4명의 아이들과 살고 있는 아파트는 겉은 피해가 전혀 없었지만, 침실 벽이 무너지고 나무로 된 천장이 주저앉았다. 그녀는 “밖에 서서 보면 피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 한 번 들어가 보라”고 말했다. 파이나케는 아파트 앞 인도에서 이웃들이 빌려준 텐트와 우산을 치고 생활하고 있으며, 고등학생들이 가져다주는 식사로 끼니를 연명하면서 인근 가게에서 전화와 화장실을 빌려 쓰고 있다. NYT는 “파이나케의 말은 많은 산티아고 사람들의 얘기를 대변한 것”이라면서 “600만명의 시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들의 삶이 예전처럼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의 구호 노력이 지진의 진앙과 가까운 남부쪽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적 부에서 소외된 산티아고 사람들의 고통은 심각하다고 한다. 산티아고 구시가지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페루 난민들의 주거지의 경우 수천명의 시민들이 학교가 다시 문을 열고 기본 서비스가 복원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 수천명에 달하는 보험이나 저축이 없는 중산층들의 경우도 건물 내부가 붕괴되면서 친지 집에서 얹혀 사는 신세다. 이 신문은 지난 수십년간의 칠레 경제는 두 가지로 요약하면 급성장과 빈부격차 라면서, 전자는 칠레가 아이티보다 수백배 강한 지진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는 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후자는 왜 지진 피해가 일부 가정에는 훨씬 더 참혹한 고통을 가져다주는 지에 대한 답이라고 전했다.
   
▲ 칠레 지진 발생 후 지구촌 곳곳에서 구호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칠레 강진의 경제적 피해는 150억~300억 달러
칠레의 최대 와인 생산업체가 강진 여파로 일주일간 와인 생산을 중단해 세계 와인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다. AP통신은 3월 1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남부 지역에 많은 포도밭과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콘차 이 토로’가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콘차 이 토로는 남미 최대 와인 생산업체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공급량에서 선두 업체에 속한다. 한국 애호가들 사이에 많이 알려져 있다. 콘차 이 토로는 성명을 통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이 와인 생산 중심지역”이라며 “우리 회사도 이번 지진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일주일간 와인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칠레의 남북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항구가 복구될 때까지 와인 수송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칠레 와인 농장들은 대부분 도로와 항구시설 등이 부서진 수도 산티아고 남쪽에 있다. 이 회사는 또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에 위치한 주요 와인 양조장의 피해 산정에 돌입했다”며 “포도밭과 생산시설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콘차 이 토로의 미국 주식시장 가격은 이날 3.1% 하락했다. 와인의 해외수출이 당분간 중단될 경우 공급량 부족으로 칠레산 와인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콘차 이 타로는 2008년 한국을 비롯한 131개국에 2660만상자를 팔아 5억9000만달러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편 강진으로 칠레의 구리 광산 일부가 피해를 봤다. 칠레는 세계 구리 공급의 34%를 담당하는 구리 생산 1위국이다. 칠레 경제는 물론 국제 원자재 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 2월 28일 칠레 정부에 따르면 지진으로 국영 광산회사 코델코가 소유한 구리광산 중 두 곳이 채굴작업을 중단했다. 코델코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생산 업체다. 이번에 채굴을 중단한 엘 테니엔테어와 안디나 광산은 칠레의 2, 3대 규모 광산이다. 이 광산들은 지진으로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조업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요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의 구리광산 두 곳도 채굴을 중단했다. 하지만 칠레 최대 규모인 에스콘디다 광산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산티아고 곤살레스 칠레 광산부 장관은 “채굴 작업을 재개하는 데 이틀 정도가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코델코는 수출 수요를 맞추기에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리산업에 심각한 피해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칠레의 구리광산 조업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구리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지난 3월 1일 국제 원자재 시장의 구리 가격이 급등한다고 예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골드먼삭스의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강진이 칠레의 1분기는 물론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왕립은행(RBC)의 분석가도 “이번 강진으로 칠레의 페소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재난위험평가업체인 EQECAT는 칠레 강진의 경제적 피해가 150억~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칠레 GDP의 10~15%에 해당한다.

새 정부 출범, 하반기부터 강한 성장세 전망
   
▲ 지난 3월 11일 세바스티안 피녜라 신임 대통령의 정부가 출범했다
칠레 지진은 국토 일부를 서쪽으로 약 3m 이동시켰다. 하지만 칠레의 정치 지형은 지진 때문에 ‘왼쪽(左)’에서 ‘오른쪽(右)’으로 급격히 이동할 조짐이다. 지난 3월 11일 신(新)정부 탄생을 앞둔 칠레에서는 지진 발생 이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연일 쏟아졌다. 특히 지난 3월 5일에도 6.2, 6.8의 큰 여진이 발생하면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규모 8.8의 강진(强震)은 피노체트 독재 정권 종식 이후 20년간 계속돼온 중도 좌파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곧 집권할 중도 우파 연합 정부는 당초 예상보다 더 우경화(右傾化)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이 보도했다. 현 집권 세력인 중도 좌파 연합 ‘콘세르타시온’은 199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독재 정권 붕괴 이후 네 차례 집권하면서 정치적 안정을 이뤘다. 이를 토대로 경제 성장과 민주개혁을 이루면서 칠레를 남미의 대표적인 모범 국가로 성장시켰다. 한편 규모 8.8의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칠레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신임 대통령의 정부는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출범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자연재앙에도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천명했다. 에나 본 바에르 잔 내각 사무총장은 다음날인 12일 “정부 피해복구 태스크포스(TF)팀이 발족해 새벽 1시에 첫 회의를 열었다”며 “지난 1월 피녜라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한 사항을 실행하기 위한 실무팀도 곧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지난 선거 유세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 6% 경제성장, 국내총생산(GDP)의 28% 수준으로 투자확대 등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한 공약을 내세웠다. 3월 12일 피녜라 대통령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지진 피해복구에 최소 300만 달러(약 34조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취임식 당일에도 규모 6.0~7.2의 여진이 세 차례 발생하는 등 공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본 바에르 사무총장은 “신정부의 최우선 정책은 지진 피해지역의 교육과 주택문제이며, 각 부처에서 예산마련을 위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진 피해지역에 학교가 다시 문을 열수 있게 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주택의 보급은 동절기 이전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칠레는 지진으로 현재까지 적어도 497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연맹과 적신월사는 지진으로 파손된 주택이 50만 채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칠레는 겨울철에 폭우가 잦아 이재민들이 텐트나 가건물 등에서 지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칠레 경제가 강진 발생에도 불구하고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FE 통신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지난 3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가 강진으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강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칠레 경제는 글로벌 위기로 인해 최근 1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는 -1%로 예상했다. 올해는 4% 이상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에 따른 피해액이 최소한 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칠레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난 2월 인플레율이 0.3%에 그치고, 무역수지는 지난해 2월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3억3천2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점 등을 들어 강진·쓰나미 피해복구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하반기부터는 강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 경제조사기관인 반칠레 인베르시오네스(Banchile Inversiones)의 로드리고 아라베나 연구원은 “강진·쓰나미가 단기적으로 인플레율을 자극하고 성장률 둔화를 가져올 수 있으나 하반기에는 강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면서 올해 성장률이 5.2%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호세 데 그레고리오 칠레 중앙은행 총재는 “칠레 경제는 강진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올해 4.5~5.5%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와 내년 칠레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EIU가 4.2%와 4.6%, 국제통화기금(IMF)이 4.7%와 4.5%,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가 2년 연속 4.5%를 제시했다.

지구촌 곳곳 지진에 대한 두려움 커져
지난 3월 8일 터키 동부 지진으로 다시 수십명이 목숨을 잃으며 지구촌 곳곳의 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올 들어 규모 6.0 이상의 강진은 아이티와 칠레 강진 이외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해안, 대만, 발리섬 등 20여건에 이른다. 땅속 요동이 더 잦아졌는지 불안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땅속이 문제라기보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단층선 부근에 건설된 거대도시들에 몰리는데다, 허술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인명피해를 키우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진이 일기 쉬운 활성 지각판 부근에 있다고 지적한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뉴스와 지진관측의 발달도 지진 공포에 한 몫 한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구에는 6.0~6.9 규모의 지진이 연평균 134 차례나 발생한다. 규모 7.0 이상의 강진도 지난 10년간 평균 13건으로 큰 변화가 없다. 미국 지진학자 폴 얼 박사는 “사람들은 지진 규모나 빈도보다는 그로 인한 사망자 수에 관심이 큰데,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은 지진이 아니라 (취약한) 건물들이다”라고 말했다. 지진 빈도는 별 차이가 없는데 희생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진 사망자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지난해 전 세계 지진 지역의 인구와 사망자, 지진규모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미국 콜로라도대 지질학자인 로저 빌햄은 “최근 10년간 지진 사망자가 그 이전 10년간 사망자의 4배나 됐다”며 전 세계 대도시들의 건축기준 강화를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 집계도 2000~2009년 지진 희생자가 45만3000명으로 이전 20년간의 희생자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구의 한 재난전문가는 “1999년 터키 이즈미트 지진(1만8000명 사망)이나 2001년 인도 구자라트 지진(2만명 사망)이 당시 인구의 3분의 1수준이었던 30년 전에만 일어났어도 상대적으로 대수롭지 않았을 수 있다”며 “인구밀도 증가가 작은 재난도 대재앙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잇따른 지진들은 상호관련성이 있을 수 있으나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독일 일간 <도이체벨레>가 보도했다. 보쿰 루어대학의 볼프강 프리드리히 교수는 최근 칠레 지진에 이은 터키 지진을 예로 들면서 “어느 한 지역의 지진이 다른 지역의 지각판 압박을 가중시키거나 경감시키면서 또 다른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으나, 두 지진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NM

장정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메이커(http://www.newsmaker.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뉴스메이커About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10-999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오피시아빌딩 14층 뉴스메이커 | 전화 : 02-733-0006 | 팩스 : 02-733-0009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상호
뉴스메이커는 (주)뉴스메이커에서 발행하는 시사종합월간지로서 특정언론과는 전혀 무관한 완전한 자유 독립 언론입니다.
뉴스메이커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뉴스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