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년은 ‘백호(百虎)의 해’로 60년 만에 찾아 온 행운의 해라고 많은 역술가들은 말한다. 하얀 호랑이는 금(金)을 뜻하고 이는 돈을 상징한다고 한다. 또 꿈에서 하얀 호랑이를 보면 지위와 명예가 높아지거나 영화로움 및 부유함을 경험하게 된다고 꿈풀이를 한다.

시서화 일체를 고루 갖춘 군자의 이치를 터득하고 예술의 세계를 일궈온 대가인 소암 문세관 화백. 소암은 지난 10여 년 간 일본·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체코·러시아·중국에서의 전시를 통해 한국 호랑이의 용맹성을 알렸다

하얀 호랑이는 아니더라도 전통적으로 우리의 민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까치호랑이는 기쁜 소식과 좋은 기운을 전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호랑이 그림은 매년 정초에 민가의 대문이나 방안에 붙여져 기복(祈福)과 벽사(?邪)의 의미로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들의 생활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서양적 사고방식과 건축, 의생활 등이 도입되어 민화의 고즈넉한 맛이 제대로 표현될 수 있는 공간을 점점 잃어가게 되면서 우리들과 민화와의 사이가 멀어져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30만 번 세필 작업으로 동양 최대의 대백호도 완성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호랑이 그림만 고집해온 소암 문세관 화백의 화실엔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호랑이 그림으로만 빼곡하다. 산수, 인물, 누드 작업도 했지만 문세관 화백은 언제부터인지 호랑이 그리기에 몰입했다. 1970년부터 호랑이 그리기에 매료됐으니 자그마치 40년이라는 세월을 호화(虎畵)에 바쳐왔다. 그가 특히 즐겨 그리는 것은 백호(白虎). 소암은 “백호의 늠름한 기상과 용맹스러움에 매료된 탓”이라며 “백호를 통해 우리 민족성과 영험스러움을 형상화하기 위함”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늠름하고 용맹스런 호랑이 그림은 벽사맹호도라고 한다. 정초 잡귀와 악령을 물리치는 액막이용 그림이다. 삿된 것을 물리치기 위한 부적 같은 존재다. 소암의 그림은 벽사의 의미와 민족적 기상이 함께 어우러진 호랑이 그림으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듬직하고 용맹스런 자태를 뽐낸다. 잡귀가 호랑이의 위엄에 눌려 감히 범접을 못할 정도다.

호랑이를 통해 신앙적인 메시지를 전해 주는 것이다. 한편 소암이 즐겨 그리는 백호도는 신령스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스름한 달빛을 배경으로 갈대밭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백호는 의젓하고 친근하다. 하지만 강한 힘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강렬한 안광, 세필로 묘사된 강한 털에서 ‘백수의 제왕’ 호랑이의 기상이 풍긴다. 맹호출림(猛虎出林)의 기상으로 포효할 것 같은 용맹스러움이 배여 있다. 호랑이 그림의 절대 지존이라 일컬어지는 소암을 두고 평론가들은 “눈앞에서 호랑이를 즐기게 한다”고 평한다. 오로지 한국 호랑이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그가 지난해 60년만에 찾아온 백호해를 맞이해 동양 최대의 백호를 그렸다. 그것이 바로 가로길이가 3미터가 넘는 ‘대백호도’(150×325cm). 소암은 20만 번의 세필 작업을 통해 한민족을 상징하는 백호를 탄생시켰으며, 작품 속의 백호는 힘차고 거친 붓질로 꼬여 올라가는 호랑이 기운과 생동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암은 “호랑이해를 맞아 국운이 호랑이처럼 강하게 뻗어나갔으면 좋겠다”며 “그런 구도자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불후의 명작인 호랑이 그림을 그리는데 올 한해를 매진해 나갈 각오”라고 강조했다.

대백호도

거침없는 붓질로 전 세계에 한국 호랑이 포효케 해
시서화 일체를 고루 갖춘 군자의 이치를 터득하고 예술의 세계를 일궈온 대가인 소암 문세관 화백. 소암은 지난 10여 년 간 일본·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체코·러시아·중국에서의 전시를 통해 한국 호랑이의 용맹성을 알렸다. 호랑이 그림의 절대 지존답게 그의 호랑이 그림은 세계 곳곳 주요 기관에 걸려 있다. 산수와 호랑이, 화조 그림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 걸려 있으며, 일본의 정·관계 주요 인사도 그의 호랑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 소암이 호랑이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40여 년전. 사군자의 대가였던 장인 매천 이왕재 화백(1928~2001)의 권유 때문이었다. 일제강점기 역사적인 치욕에 분노한 장인 이 화백은 ‘민족 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그 일환으로 소암 역시 호랑이 그리기에 더욱 전념하게 됐다. 그는 “생생한 호랑이를 그리기 위해 60년대부터 방방곡곡 호랑이 곁을 찾아 다녔다”면서 “특히 아침부터 도시락 싸가지고 창경원 동물원을 자주 찾았다. 살아 움직이는 호랑이를 세세히 관찰하면서 수없이 스케치를 했다. 93년 중국으로 백두산을 방문하여 한국호랑이를 직접 보고 사진,스케치 작업을 현장에서 경험하여 한국 호랑이의 정형을 작품화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렇게 호랑이를 보며 밥을 먹고 잠을 잤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호랑이의 털 하나를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 붓질한 숫자만도 수천만 번이었다. 수없이 반복되는 호랑이 스케치와 연구 끝에 호랑이 그림의 절대 지존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소암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순간까지 제 그림을 세상 사람들에게 모두 전하고 싶다”면서 “우리민족 정기를 고양시키기 위해 민족정기운동인 조국강산 맹호기상도를 제작하여 국내와 전세계에 20만장을 배포중이다. 서울시 교육감을 지낸 유인종 전 고려대학교 사범대 학장과 함께 이번 일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2010년 경인년 호랑이해를 맞아 대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거침없는 붓질로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를 그려내는 소암 문세관. 앞으로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