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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의 ‘고용빙하’ 현상
양질의 일자리 확대 및 노동 여건 개선 정책 시급
2015년 05월 10일 (일) 02:17:10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세대의 취업난은 한국경제가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월 청년실업률(만 15~29세 기준)은 11.1%인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고용사정이 최악이었던 1999년 7월 11.5%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4.6%)과의 격차도 2배 이상 벌어져 이 역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황태일 기자 hti@

한국경제는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성장률이 제 궤도에서 벗어나 하락하는 시기에 청년실업률이 전체실업률보다 더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경제 위기 시기에 청년들에게 가해지는 일자리 충격이 더 커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최근까지 한국경제는 외부 충격 없이도 청년실업률과 전체실업률 간 괴리가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전체실업률(3.4%)과 청년실업률(7.6%)간 차이가 4.2%p이었으나 2012년 4.3%p, 2013년 4.9%p로 커졌고 2014년에는 5.5%p까지 벌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1월 5.4%p, 2월 6.5%p로 갭이 더 커졌다. 역대 분기지표 상으로 전체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던 때는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4분기 5.6%p였으나 2014년 2분기에 5.7%p로 이마저도 뛰어넘었다. IMF 외환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데도 고용시장에서 청년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전체실업률과 격차가 커지는 것은 한국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거의 방전상태에 도달하면서 정상적인 고용경로를 이탈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한국경제의 경로이탈 항로가 계속되는 한 청년세대의 ‘고용빙하’ 현상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년층의 2월 공식 실업률 11.1%
심각해진 청년실업이 나올 때마다 이른바 해결책 또는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말이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 대기업 정규직이나 공무원에 목매지 말고 일단 취직해서 일해보라는 것. 안타깝게도 이 같은 말은 오늘날의 현실을 사는 청년들에게는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이 공식 실업률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는 통계에서 보듯 취업 자체가 어렵다. 더구나 비정규직 임금은 중소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청년시절부터 벌어지는 이 같은 임금격차는 향후 자산 형성 과정에서 심각한 불평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4월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의 지난 2월 공식 실업률은 11.1%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7.9%였던 것이 12월을 지나 올해 1월로 넘어오면서 9% 수준으로 올라섰고, 2월에는 두자릿수가 된 것이다. 청년층에서 더욱 심각성을 보이는 쪽은 20대 취업이다.

 특히 20~24세 연령층은 지난 2월 실업률이 13.9%에 이른다. 고졸 청년이나 대졸 여성들 상당수가 졸업 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5~29세 연령층의 경우 실업률이 9.1%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전체 실업률 4.6%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 실업률이다. 이른바 체감실업률로 불리는 ‘고용보조지표3’을 보면 청년층의 실업률은 더욱 크게 늘어난다. 고용보조지표3은 실업자에 추가취업가능자와 잠재취업가능자, 잠재구직자를 포함시킨 수치다. 지난 1월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1.8%였고 지난 2월 22.9%로 1.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청년층 공식 실업률 11.1%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청년층 내에서 소득에 따른 심각한 격차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20대 청년들 가운데 비정규직은 109만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20대 임금근로자의 약 32%에 달하는 수준이다. 30대와 40대 연령층의 비정규직 비중이 각각 21.8%, 26.6%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크게 높다. 이미 청년세대들은 대기업 정규직과 공무원에 목매지 않고 비정규직이라도 직장을 찾아가는 분위기가 있는 것. 문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다. 지난 2013년 기준 정규직의 월급여액은 29세 이하의 경우 192만4000원이다. 반면 비정규직의 급여는 108만2000원에 불과하다. 동일노동을 해도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다 보니 비정규직의 급여가 정규직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고용안정성도 떨어져 이 같은 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좋은 직장과 나쁜 직장, 어느 쪽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느냐에 따라 자산형성에서 극심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가령 매달 30만원씩을 학자금 대출 상환에 쓰고 월세 50만원짜리 집에 살고 있는 청년 정규직 취업자와 비정규직 취업자가 있다고 하자. 정규직 청년은 매달 80만원을 지출하고도 112만4000원의 여유자금이 있다. 반면 비정규직 청년의 여윳돈은 28만2000원에 불과하다. 정규직 청년은 매달 돈을 모을 가능성이 있지만 비정규직 청년은 사실상 학자금 대출을 모두 상환할 때까지 자산 형성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을 중소기업에 보내려면 중소기업들이 직원의 자기계발과 직무 전문성 제고 등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키워 중소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같은 개선 없이 청년의 눈높이를 지적하는 것은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청년의 중소기업 기피나 임금 축소 등은 향후 사회적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의 공무원 선호 현상 증가
공무원이 선망의 직업이 아니었던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까지 인기 절정을 구가했던 적도 별로 없다. 안정을 선호하는 어른들이야 공무원이나 교사 같은 직업을 늘 최고로 꼽았지만 그래도 젊은 층들은 공무원이 되려는 시도 자체를 왠지 답답하고, 도전의식이나 패기 없는 행동쯤으로 여기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심지어 어느 초등학생이 장래 희망에 ‘7급 공무원’이라고 적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자식이 공무원이 되면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고 말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권력이나 출세와는 거리가 다소 먼 중하위직 임용시험이 지금은 더 치열하다. 지난해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약 80대 1에 달했다. 7급 공무원은 730명을 선발한다는 공고에 6만1,252명이 원서를 냈고 9급은 2,150명 모집에 16만4,887명이 원서를 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3~24세 청소년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하는 직장이 국가기관(28.6%)이었다고 하니 높은 경쟁률은 당연한 듯 보인다. 공무원을 꿈꾸는 이들의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성’이었다.

통계청의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3~24세 연령대에서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적성·흥미가 34.2% ▲수입 27.0% ▲안정성 21.3%이었다.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은 중학생 16.4%, 고등학생 17.2%, 대학생 24.3%로 상급학교로 갈수록 커졌다. 꼭 안정적이어서만 공무원을 택하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하면 ‘무사안일’, ‘얄팍한 권력’, ‘뒷돈’같은 퇴행적 이미지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요즘 2030세대 공무원들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자체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전공을 바꾸거나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내 한 지구대에서 순경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경선(가명·25)씨는 대학 재학시절 경찰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자 아예 다니던 대학을 그만뒀다. 원래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었던 이씨는 교대에 입학하기 위해 수능시험을 3번이나 봤지만 원하는 곳에 입학하지 못했다. 다른 대학에 진학해 1년 다녔지만 2012년 휴학을 하고 바로 경찰 시험을 준비해 2013년에 결국 경찰배지를 달았다. 그는 서울의 한 외고출신이다.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왜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았느냐”며 놀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씨는 “성격에도 맞고 앞으로는 여성청소년 부서에서 경찰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라 어렸을 때 꿈이었던 선생님과도 맞는다”라며 만족해했다. 김소은(가명·24)씨도 학교를 그만두고 일반행정직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이다. 생명과학도를 꿈꿨던 김씨지만 연구원이 되려면 적어도 서른 살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이 됐다. 김씨는 “현실적으로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았고 그냥 취직을 하기엔 사기업은 학벌과 다양한 스펙이 필요한 것 같아 시험 준비에만 매진하면 되는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원래 다니던 학교는 수도권에 있는 한 4년제 사립대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대학 졸업장이 중요한 건 알지만 학교에 내는 등록금으로 차라리 일찍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 자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기 불황으로 안정적 직종에 대한 선호 상승
공무원 선호 현상이 비단 20대 대학생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장래 희망 조사나 배우자 선호도 조사 등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공무원은 선망의 직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노동 여건을 개선해야 사회의 공무원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14년 학교진로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은 여학생(15.6%)과, 남학생(9%) 모두 교사를 장래희망 1위로 뽑았다. 중학교도 여학생(19.4%)과 남학생(8.9%) 모두 교사를 1위로 꼽았고, 남자 초등학생만 1위를 운동선수(21.1%)라고 대답했다. 조사는 전국 초중고교생 18만402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밝힌 ‘2014 결혼리서치’ 결과에서도 미혼 남녀 1,000명이 희망하는 배우자의 직업 1위는 2013년에 이어 ‘공무원·공사 직원’ (남 13.3%, 여 11.3%)이 차지했다. 공무원·공사를 택한 비율이 남성은 전년도와 비교해 1.5%포인트 상승했고, 여성은 2.3% 포인트 감소했지만, 안정적인 직종에 대한 선호는 여전했다. 이 같은 세태는 최근의 어려워진 경제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듀오의 김미연 주임은 “최근 어려워진 경제 문제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며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녀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요시 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의 삶의 질 만족도는 75%로 의사ㆍ변호사 69%, 국민 평균 57% 보다 높았다.

하지만 세대와 남녀를 불문한 과도한 공무원 선호 현상은 인재를 편중시켜 사회의 성장 동력을 둔화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젊은 세대가 지나치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함에 따라 창업, 신기술개발 등 잠재성장력의 확대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젊은 층의 공무원 선호 현상은 최근 청년들을 흡수하는 일자리가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이 되더라도 구조조정으로 쉽게 잘리게 되는 등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노동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을 탓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의 ‘청년고용 현황의 정책과제’에 따르면 2013년 청년층 고용률은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 50.9%에 한참 못 미치는 39.7%에 불과했다. 또 청년 취업자의 20%는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드라마 ‘미생’ 속 장그래보다 못한 처지(계약기간 2년)에서 사회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백승대 교수는 “정부가 청년층의 공무원 선호 현상 등을 타개하기 위해 창업 장려 정책 등을 펴고 있지만, 실패 하면 재기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는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라며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노동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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