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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뒤흔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정치권 향한 수사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2015년 05월 10일 (일) 01:56:32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해외 자원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되면서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장정미 기자 haiyap@

해당 메모지에는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박 핵심 인사 8명의 이름과 금액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향후 검찰 수사는 박근혜 정부의 폐부를 깊숙이 찌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MB) 정부를 향했던 사정(司正)의 칼날이 박근혜 정부에게 오히려 독(毒)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아울러 양날의 검(劍)인 ‘사정의 칼’을 빼어들 때는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도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 방향과 대상이 전방위로 확대될 듯
성완종 전 회장이 메모한 것이 맞다면 리스트의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10일 검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에는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 정치인들의 이름과 함께 금액 등이 적혀 있다. 메모지 내용 일부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사망 당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에게 각각 미화 10만 달러, 현금 7억원을 건넸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검찰은 우선 메모지에 대한 필적 감정을 통해 성 전 회장이 작성한 게 맞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필적이 확인될 경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검찰 수사의 방향과 대상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수사 상황에 따라 메모에 등장하는 인물을 비롯해 사실상 정치권을 향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성 전 회장이 10년 넘게 정치권에 발을 들이면서 전현직 정부 주요 인사 등과 상당한 친분을 맺어왔던 만큼 ‘성완종 리스트’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 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한 성 전 회장의 폭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메모지에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인물들이 대부분 친박(親朴) 핵심으로 꼽히는데다, 전직 비서실장이 두 명이나 연루되면서 정권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성 전 회장이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 등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시점이 2006~2007년이라는 점도 박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이 시기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을 전후인 만큼 검찰 수사가 경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 더욱이 지난해 말 이미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청와대로서는 이 사건이 경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경우 조기 레임덕 우려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주장 외의 증거 아직 없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4월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나와야 했지만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돌발악재’가 터지면서 잔뜩 움츠린 상태다. 경남기업 수사는 사실상 끝이 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광물자원공사 등 남은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원외교’ 수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경남기업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수사 동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성 전 회장이 남긴 정계 로비 리스트는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앞서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이 죽음을 선택하기 전인 4월9일 새벽 그와 전화 인터뷰를 한 결과를 4월10일자로 보도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2006년 9월 미화 10만달러를 건넸다는 주장이다. 또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는 당시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이었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7억원을 건넸다는 주장이다.

성 전 회장은 당초 ‘MB맨’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공개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은 정치권 인사와 두루 친분을 쌓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성 전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 전직 비서실장들에게 실제로 돈을 건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 시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둬야 한다는 관측도 있지만, 그의 주장 이외의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성 전 회장은 이미 숨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을 입증할 방법도 없다. 허태열, 김기춘 등 전 비서실장들은 모두 “그런 일은 없었다”면서 성 전 회장 주장을 부인하고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그러한 진술이나 자료 제출은 없었다. 향후 수사 여부는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얘기를 전한 것으로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발언이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실체 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검찰의 이번 수사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은 죽음을 선택하기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MB맨’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는 현 정부가 전임 정부를 겨냥한 ‘표적수사’라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성 전 회장은 유서에도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 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는 4월9일 장례식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A4 용지 1장 분량의 유서에는 결백함을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이나 강압성에 대한 내용은 없었고 최근의 상황과 검찰 수사가 억울하다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유서에는 정계로비 대상자 명단 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 가족들은 유서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만 고스란히 남고 실체 확인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를 놓고 정부의 국면전환용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공언하고, 검찰이 전면에 나서면서 흐름을 주도했다. 하지만 ‘성완종 자살’이라는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검찰과 정부 모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검찰은 일단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광물자원공사 의혹들은 고인이 되신 분과 관련 없는 부분도 상당부분 있다. 자원개발 비리 수사는 국가재정이나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이다. 그 부분은 흔들림 없이 수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친박계’와 ‘친이계’의 폭탄돌리기 가시화 될 듯
자살로 생을 마감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유서와 마지막 인터뷰 내용이 전해지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실재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앞둔 성 전 회장이 정치권, 특히 박근혜 정부 핵심인사들을 집중 겨냥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친박계’와 ‘친이계’의 폭탄 돌리기도 가시화 될 전망이다. 이번 검찰 수사의 줄기는 지난 정권인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에서 비롯됐지만, 정작 표적이 된 성 전 회장의 지난 행보를 보면 ‘친박’에 더 가깝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와 인연이 깊다. 현 정권과 전 정권에 모두 걸쳐 있던 ‘정치인형 기업인’이었던 셈이다. 대아건설을 거쳐 경남기업 회장으로 재직하던 성 전 회장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담근 시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다. 그는 2003년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특보단장을 맡아 김종필 당시 총재를 보좌했고,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도왔다. 이 시기는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나눈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측에 돈을 건넸다고 한 때와도 일치한다. 성 전 회장은 사망 당일인 4월9일 새벽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이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며 “당시 수행비서도 함께 왔었다. 결과적으로 신뢰관계에서 한 일이었다”고 폭로했다. 성 전 회장의 입에서는 허태열 전 비서실장도 언급됐다. 그는 “2007년 당시 허 본부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갖고 가고 내가 직접 줬다”고 말했다. 이때까지의 행적만 본다면 성 전 회장이 MB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몇 년 새 그 앞에 붙은 수식어가 ‘친박’이 아닌 ‘MB맨’이 된 것은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성 전 회장은 자신이 이명박 정부와 연을 맺게 된 배경에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도 내놨다. 사망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4월8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성 전 회장은 “박근혜 후보의 뜻에 따라 이명박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돌아온 것은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이었다”고 언급했다. 결국 성 전 회장은 세간에서 자신을 MB맨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고, 그 꼬리표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계파 논리에 희생됐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이 정권을 겨냥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청와대는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돈을 건네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맹세코 그런 적 없다. 전적으로 지어낸 얘기”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성 전 회장의 비리와 검찰 수사,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일련의 흐름에 현 정권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될 경우 남은 임기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포석을 깔고 이를 진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전 정권이 추진한 역점사업의 비리를 캐내며 사정 정국을 조성하던 와중에 돌발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친이계는 일단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자원외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되자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이명박 정권 사람들은 정권 끝나고 감옥에 갈 사람은 다 갔다. 지금 제기되는 문제도 다 조사했을 것”이라며 “이미 조사가 다 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것을 권력의 힘으로 덧칠하는 것밖에 안되니 오해를 받는 것”이라고 사정 정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회 해외자원개발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여당 간사이자 친이계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을 핵심 증인으로 내세우거나 특위 활동을 연장하는데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 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성 전 회장 사망으로 자원외교 관련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지목된 인사에 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어 다른 가지로 수사가 뻗어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성완종 리스트’에 당혹감
해외 자원외교 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4월9일 목숨을 끊기 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억대의 돈을 전달했다고 폭로하자 청와대가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전달자인 성 전 회장이 고인이 된 상황에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당사자의 강력 부인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집권 3년차 국정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는 탓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4월10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이를 두 전 비서실장들에게 확인했냐는 질문에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확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보도로 보고 있는 거고 보도 안에 내용이 다 있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이 해당 보도를 접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엔 “보도는 다 보고 계신다”고 말해 박 대통령도 보도 내용을 알고 있음을 전했다. 이처럼 고인이 된 성 전 회장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한 보도이고,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이미 청와대를 떠난 만큼 사실을 확인할 입장이 아니라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청와대 내에는 크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과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독려했던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좌초 위기를 맞았다.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는 그 첫 단추였다. 성 전 회장의 폭로로 좌초 위기를 넘어 불똥이 현 정권의 핵심이었던 이들을 넘어 박 대통령에게까지 튈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자칫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자금 의혹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인적쇄신과 청와대 조직개편으로 문건 유출 파동을 봉합하고 노동 등 4대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 ‘성완종 발 돌출 악재’에 또 다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왜 하필 이때에…”라며 말을 아끼며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고인의 주장만 있는 상황에 근거 없는 추측과 의혹이 양산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야권이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집중 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검찰의 MB자원외교 비리 수사로 궁지에 몰렸던 친이계도 즉각 수사를 촉구하며 반격에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는 급기야 2012년 대선자금의 뇌관까지 접근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12일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낸 것 자체가 불법 의혹에 휩싸인 측근들을 감싸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 측근 인사들은 현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친·인척과 측근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돈과 자리 주고 받기’를 원천적으로 금지해 왔기 때문에 도덕성 문제는 자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 전화통화 및 자필 메모 등에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핵심 측근들에게 각각 억대의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호언이 위선으로 의심 받을 위기에 처했다.

1~3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모두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청와대는 이미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더구나 홍문종 의원이 박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성 전 회장에게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정권이 치명상을 입을 공산이 크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10일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틀 간은 침묵을 지켰다. 성 전 회장이 이미 숨져 의혹의 실체를 당장 확인할 길이 없다는 데 고민의 방점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4월11일 성 전 회장이 홍문종 전 의원에게 대선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입장을 내지 않은 것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이번 의혹이 정권의 도덕성을 겨누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의심 받는 당사자들과 선을 그을 수밖에 없는 국면에 봉착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한 문장 안에 ‘법과 원칙’, ‘성역 없이’, ‘엄정히’ 등의 표현을 써 리스트에 등장한 측근 인사들이 받고 있는 의혹을 철저하게 밝히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는 정권의 도덕성에 실망한 여론을 우선 달래려는 조치다. 박 대통령은 또 단 한 문장으로 된 짧은 입장만 내 검찰 수사 개입 논란 등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가 엉뚱한 곳으로 번질 경우 모처럼 회복한 집권 3년차 국정 동력을 또 다시 상실할 수 있다고 청와대 참모들은 걱정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정윤회문건 파문 때처럼 언론과 야권의 무차별 의혹 제기가 이어져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검찰이 신속하게 정식 수사에 나서고, 청와대와 여당이 철저한 수사 원칙을 밝히는 것이 현재로선 여론 악화를 막을 최선책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 자체에 큰 타격 입을 듯
검찰의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가 정치권 전반은 물론 현정권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성 전 회장이 억대의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인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정권의 도덕성 자체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핵심인물들이 거론됐다는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기 전인 지난 4월9일 오전 전화 인터뷰에서 2006년 9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러 독일을 갈 때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를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고 경향신문이 4월10일 보도했다. 성 전 회장은 또 인터뷰에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던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경선자금 7억원을 3~4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고 주장했다. 허 전 실장과 김 전 실장은 당시 각각 경선캠프 직능총괄본부장과 17대 국회의원 신분이었다가 박근혜정권이 출범하면서 초대 비서실장과 2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현 정권의 전직 비서실장들이 모두 연루된 의혹인 셈이다. 정권의 2인자로서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던 비서실장들의 이름이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오르내리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려울만큼 강력한 폭발력을 지니게 됐다. 당사자들은 일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전혀 사실이 아니고 아주 악의적이고 황당무계한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제가 평생 공직자로 살아오면서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허 전 실장은 보도가 나간 후 전화를 일체 받고 있지 않지만 성 전 회장의 폭로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이들의 강력한 부인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폭로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는 탓에 관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진실은 미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현 정권에도 영구적인 정치적 도덕적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시점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전후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예상된다. 권력형 비리에 누구보다도 심한 거부반응을 보여 왔던 박 대통령이지만 측근들이 잇달아 정치적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점도 뼈아프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정윤회씨와 청와대 핵심비서관 3인방 등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능가하는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이미 청와대를 떠난데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청와대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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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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