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남성을 우대하는 유교문화권에 속한 한국은 여권(女權) 신장의 속도가 서구 국가에 비해 더뎠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배진규 기자 jkbae@

장영애 도진종합건설(주)대표의 행보가 화제다. 여성으로서 건설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사회적 편견과 냉대를 극복하고, 오늘의 도진건설을 이룩한 장영애 대표에게서 그의 삶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성실과 열정 바탕으로 한 리더십으로 신뢰 얻어

▲ 장영애 대표

봄날의 화창한 햇살이 사무실 창으로 비스듬히 스러져 바닥에 누워 있었다. 장영애 대표는 인터뷰 원고를 미리 준비하고 연습할 만큼 진지함이 배어나오는 인품을 지니고 있었다. 여성으로서 건설현장에서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짐작되는 시련과 편견, 고충을 듣고자 조심스레 청했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지나온 시간을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자라도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섬마을에서 출생하여 유년기를 보내고, 이후 섬을 떠나 도시로 생활의 터전을 옮겼다. 성장하여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결혼과 동시에 휴직을 했다. 하지만 힘든 생활고에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시작했던 직장이 소규모의 건설회사였다.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건설현장을 접하며 건축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언젠가 자신도 건물을 한 번 지어보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난 1994년 지혜건설을 설립, 경기도 용인시에 토지를 매입하여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건설현장에 가냘픈 젊은 아가씨의 등장은 당시 분위기에선 낯설기도 하거니와 쉽사리 환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인정받고 신뢰를 얻기 위한 장 대표의 노력은 중단 없이 계속되었다. 행여 나약해질세라 매일매일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밤새 도면을 분석하고, 현장에서는 솔선수범하며 일했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기를 밥 먹듯 했지만 전혀 피곤한 줄 모르고 달렸다. 현장에 있는 인부 한 명도 가족과 같이 대하고, 직원 모두가 자신의 집을 짓고 있다고 믿게 할 정도로 세심한 배려와 관심도 놓치지 않았고, 이는 임직원 모두가 자연스럽게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훌륭한 리더십이었다. 공정을 거슬러 할 수 없듯, 차곡차곡 벽돌 올리듯 쌓아온 믿음은 마침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였다. 이러한 믿음은 건물시공의 수주로 이어졌다. 정보통신교육원 증축공사, 수원고색 중학교 증축공사, 광명고등학교 교실 증축공사, 현대모비스연구소 증축공사, 기흥마북동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아미초 외 2개교 승강기 설치공사, 안양경찰서 호계지구대 개축공사, 도암초등학교 증축공사, 한세유통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수정초등학교 다목적 강당 및 장애인시설 증축공사, OO부대 병영생활관 시설공사, 매산리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등의 사업실적으로 이어졌다.

건축에 사람의 향기를 더하다
건물의 완공과 매매, 또다시 시공하기를 여러 차례 착실히 진행하다 보니 그의 이름으로 된 건물도 갖게 되었다. 희망하고 바라던 꿈을 이루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람의 인생이 그렇듯 풍요로운 시간 뒤에는 시련의 장을 펼쳐보이기 마련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장영애 대표에게도 IMF라는 혹독한 채찍이 날아오고 말았다. 시련이 어떤 이에겐 좌절을 안기고 끝나지만, 어떤 이에겐 더욱 단단한 내공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가 바로 장영애 대표의 이야기다. 혹독한 시련 뒤에 장 대표는 그 간의 단련된 근성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였고, 회사명을 도진종합건설로 개칭했다. 건물을 짓는 주체도, 건물을 사용하는 주체도 모두 사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철학에서 출발한 장 대표는 수많은 수주공사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함께 동고동락했고, 지금도 사람의 향기를 건물에 담아내는 작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일이 천직이라 여기며 매순간을 처음 시작했던 그 때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장영애 대표. 그는 아직도 작은 체구의 꿈꾸던 아가씨로 살고 있다. 그에게서는 사람의 냄새와 탄생의 신비를 경험한 엄마의 포근한 고향 같은 정이 듬뿍 배어나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