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국운이 기울자 합법적으로는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없다고 판단하여 1907년 연해주로 망명하여 의병운동에 참가한 대표적인 애국자이다.

           안중근의사의 태생과 활동배경

▲ 안중근 의사는 31세의 짧은 생애였지만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그가 하얼빈역에 울린 총성은 일제하에 숨죽이고 있던 동포들의 가슴에 ‘조국의 독립 정신’을 일깨웠다.

 안중근 의사 1879년 9월 2일(음력 7월 16일). 황해도 해주부 수양산 아래 광석동에서 부 안태훈과 모 백천조씨 사이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다. 태어날 때 배와 가슴에 북두칠성 모양의 7개의 흑점이 있어 북두칠성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다고 해서 아명을 응칠이라 했다. 그는 1907년 망명 후에는 이 이름으로 행세하다.

   신문, 잡지, 각국 역사 등을 읽으면서 정치사상과 독립정신을 높이던 안중근은 국외 항일터전을 잡을 계획으로 출국하여 중국의 상해와 청도 등지를 두루 다녔다. 상해의 천주교당에서 우연히 만난 친면이 깊은 르각 신부의 권면으로 교육의 발달·사회의 확장·민심의 단합·실력의 양성 등 4가지에 힘써야함을 깨닫고 진남포로 돌아왔다.

  1907년 봄에 안태훈과 친분이 있던 김진사가 안중근을 찾아와서 간도, 농령 등 해외에서의 독립운동을 권한다. 이 무렵 대구에서 발생한 국채보상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자 안중근은 이 운동에 적극 참여, 국채보상회 관서지부를 설치하고 1천여 명의 선비들이 모인 평양 명륜당에서 의연금을 내도록 권유하는 등 열성적으로 구국을 위한 활동을 벌였다.
     
                 동의단지회를 결성하고 히토부미를 저격
 
    1909년에는 11명의 동지와 손가락을 끊어 맹세하고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를 결성했다. 그해 10월 26일 대한제국과 만주지역을 병합시키기 위해 하얼빈을 방문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안 의사가 저격하여 사살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것을 포함하여 구한말 대형 사건마다 이토가 개입하지 않은 일이 없었고, 그가 강제 병합의 기획자이자 실행자였기 때문이다. 침략의 원흉이 쓰러지는 것을 확인한 안 의사는 태극기를 꺼내 “대한독립만세!”를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러시아 경찰에 체포됐다. 곧 일본 관헌에게 넘겨져 여순(旅順)감옥에 수감됐고, 이듬해 3월 26일 사형됐다.

독립정신을 일깨워 준 불꽃같은 삶

  안 의사는 31세의 짧은 생애였지만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그가 하얼빈역에 울린 총성은 일제하에 숨죽이고 있던 동포들의 가슴에 ‘조국의 독립 정신’을 일깨웠다. 안 의사는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꿋꿋하고 당당했다. 그는 늘 의연하고 떳떳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는 일이 없었다. 적에게 붙잡힌 사형수로서 오히려 상대를 감동시켰다. 일본인 중에는 안 의사를 존경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공판정을 왕래하며 경비를 섰던 일본헌병 치바 도시치(千葉十七)도 그 중 한 명이다. 치바는 사형장으로 가는 안 의사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정중하게 거수경례까지 했다. 안 의사는 사형집행 30분 전에 그 유명한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유묵을 치바에게 건네줬다. 당시 여순(旅順) 감옥 경찰관의 후손 아기마사즈미씨가 2002년 안 의사 숭모회에 기증한 것도 있는데, 언충신행독경만방가행(言忠信行篤敬蠻邦加行) 말이 성실하고 신의가 있으며 행실이 돈독하고 경건하면 오랑캐 나라에서도 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사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초연하게 죽음을 맞았다. 일제는 사형을 집행했지만, 시신 인도를 거부하고 비밀리에 매장했다. 안 의사의 묘역이 국내외 한인들에게 독립운동의 성지가 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안 의사의 초연한 죽음과 평화론
 

“모사재인성사제천(謀事在人成事在天)”이라고 쓰여진 이 유묵은 “이또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은 자신(안중근)이지만, 이를 이루도록 한 것은 하늘”이라는 뜻으로 안중근의사가 처형(1910년 3월 26일)되기 한 달 여 전인 1910년 2월에 려순감옥에서 쓴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옥중에서 미완의 저서인 ‘동양평화론’을 남겼다. 그는 이미 100년 전에 지금의 유럽연합과 같은 한·중·일 간 ‘연합화평회의’를 두고, 3국 공동화폐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동북아 평화론의 근간이 바로 안 의사가 제창한 ‘동양평화론’이다. 이러한 점을 보면, 그는 시대를 앞서 간 선구적인 사상가이면서 세계사적으로 가장 앞서서 블록 경제론을 주장한 인물이다.
 
  북한도 안 의사를 김일성 다음의 훌륭한 독립운동가로 평가한다. 김일성의 일대기인 ‘세기와 더불어’에 아버지로부터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는 구절이 나온다. 안 의사를 20세기 초 애국열사로 평가하며 ‘조선전사’에 저격 장면과 계기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근대사에서 남북한으로부터 동시에 존경을 받는 인물은 안중근 의사가 유일하다. 중국 정부도 하얼빈시 도리구에 기념관을 세워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고 있다. 중국에서 외국인의 기념관이 생긴 것은 처음이다. 안 의사는 중국민족도 항일투사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안의사는 삼애(애인·애족·애국)정신이 투철했다. 우리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죽거든 뼈를 하얼빈 공원의 한쪽에 묻어두었다가 국권이 회복되면 고국으로 옮겨달라.”던 그의 마지막 소원조차 들어주지 못한 못난 후손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이국 땅에서 구천을 헤매고 있을 안 의사 혼령은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너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나를 조국으로 데려가 다오”라는 말이 생생이 들려 오는듯하다.
 
  우리 민족은 안중근 의사를 시작으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학생운동, 윤봉길·이봉창 등의 의열 투쟁과 해외 독립군으로 이어지는 위대한 역사가 있다. 안 의사의 의거는 침략자들에게 국토는 점령당할 수 있어도, 민족정신과 문화는 절대 정복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이다. 안중근 의사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던져 조국과 더불어 영원한 삶을 선택했다. 그의 불멸의 행적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영원히 함께 살아있을 것이다. “안 의사는 지사, 장군, 독립운동가 등으로 불리어지고 있지만, 그분은 ‘영원한 평화인’이다.”

순국 추모행사…올바른 역사의식 함양 계기 되야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년에 즈음하여 우리의 역사의식은 어떤가? 우리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는 근대사가 없다. 지금 청소년들의 역사의식 결여는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기성세대가 역사를 올바르게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학교, 그리고 국가사회가 역사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역사는 가르치고 배우지 않으면 나라도 없고 미래도 없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이 되는 올해는 위대한 삶을 살다간 선조들의 애국심과 조국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안 의사의 추모행사가 일회성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