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에 가려있던 6·2 지방선거가 정치판의 본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장을 넘보는 한나라당 인사 중에선 원희룡 의원이 처음으로 지난 3월 7일 출마를 선언했다. 다른 40대들도 꿈틀댄다.

민주당은 지난 2월 말 구성된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야권은 혼잡한 사거리에 후보들이 몰려든 가운데 언제일지 모를 교통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선거일까지는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승부의 호흡과 변수는 아직 안갯속이다.
 
대권 도전 1순위의 수도권 단체장
승부는 수도권에서 갈렸다. 전국 유권자의 절반(48%)이 사는 수도권은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였다. 2006년 지방선거 때를 제외하곤 여야가 늘 박빙의 승부를 펼친 곳이다. 여든 야든 최고의 대진표를 짜기 위해 고심하는 이유는 또 있다. 수도권 단체장이 되면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한다. 대권 도전 1순위다.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경우다. 고건·조순 전 서울시장, 손학규·이인제 전 경기지사도 마찬가지다. 4년마다 치르는 지방선거에서 지난 두 차례 연속으로 수도권 단체장을 한 명도 못 낸 민주당으로선 그만큼 절박하다. 한나라당도 절실하긴 매 한가지다.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은 수도권을 사실상 ‘싹쓸이’했다. 이런 수도권에서 진다면 타격이 심대할 수밖에 없다. 대진표는 한나라당 현역 단체장들이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모양새다. 한나라당에선 오세훈(49) 서울시장이 민선으로선 첫 재선에 도전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희룡(46) 의원이 3월 7일 “시민이 잘사는 ‘시민 중심 서울’을 만들겠다”고 출마 선언을 했다. 김충환(56)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고 나경원(47) 의원도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 당 안팎에선 “오 시장과 원·나 의원 40대 트리오 간 3파전 대결이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가능성은 낮지만 변수는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야권이 약진할 경우 우리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인 등 새 인물도 일단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40대인 세 사람이 이처럼 부상한 것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잃은 10년간 야당 시절 개혁 목소리를 높이면서 스스로 역량을 키워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모두 법조인 출신으로 변화와 개혁을 이끌 당내 차세대 주자로 꼽혀왔다. 특히 오 시장과 원 의원은 지난 2000년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386 영입 케이스로 16대 국회에 입성, 당내 소장 개혁파 모임 ‘미래연대(미래를 위한 청년연대)’에서 함께 활동했다. 폭넓은 대중적 지지기반을 갖추고 있는 나 의원은 현재 야권의 가장 강력한 주자인 한명숙 전 총리의 대항마로 벌써부터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이 세 사람이 이번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계기로 차기 대권 경쟁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야권에서는 수뢰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이날 재판절차가 시작된 한 전 총리가 현재로서는 비교적 높은 선호도를 보이며 한나라당 후보에 맞설 가장 강력한 야권 단일 후보로 거론된다. 경륜 면에서 보면 오 시장이 재선을 노리는 것 말고는 한나라당과 비교가 안 될 만큼 화려하다. 경륜 많은 인사들이 민주당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 과거 10년의 집권기간 행정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제공과 각계 전문가 집단 중심의 인재영입 노력 등의 결과로 해석된다. 한 전 총리는 지난 3월 5일 마포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전입신고를 마쳤다. 공직선거법상 출마하려면 해당 지역에 선거 전 60일 이상 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4월 9일로 예정된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 공판이 부담이다. 유죄 판결이 나오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조커론’이 살아있다. ‘조커’로는 엄기영 전 MBC 사장이 꼽힌다. 손학규 전 대표를 언급하는 이도 있으나 손 전 대표 측은 가능성을 일축한다. 한편 여론조사에서 5% 안팎을 기록 중인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자유선진당 지상욱 대변인도 민주당 밖의 후보군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공식적으로 재선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김 지사 주변에선 그러나 “출마가 확정적”이라고 말한다. 여권 내에선 “가장 안정권에 든 후보”란 평가다. 추대론까지 나온다. 야권의 구도는 복잡하다. 유시민 전 장관이 출마를 시사하면서 더 그래졌다. 민주당 김진표·이종걸 의원, 진보신당 심상정 전 의원 등 다른 후보들과의 단일화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이종걸 의원은 성명을 내고 “유 전 장관이 지난 총선에선 대구 수성에 출마했다 낙선하고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것 같았는데 이제는 경기도에 뿌리 내리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에선 3선에 도전하는 안상수 인천시장에 맞서 이윤성 국회 부의장과 박상은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안 시장이 유력하나 일부 야권 단일 후보와 경합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교통 정리가 관건이다. 김교흥·문병호·유필우·이기문 전 의원 등 네 명이 뛰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송영길 최고위원을 밀고 있어 기존 후보들의 반발이 거세다. 유필우 예비후보는 송 최고위원의 전략 공천설에 대해 “지도부 합의 추대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야권은 ‘5+4 협상회의’로 후보 단일화 모색

▲ 한나라당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민주당은 시민공천배심원제 적용 대상 지역을 놓고 각각 친이·친박계 간, 주류·비주류 간 힘겨루기가 가열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야권의 오는 6월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 단일화 논의는 야당과 시민사회 진영이 모두 참여하는 초유의 실험이어서, 그 추이에 따라 향후 범개혁세력의 정치 지형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5당과 희망과 대안, 2010연대, 민주통합 시민행동, 시민주권 등 4개 단체는 ‘5+4 협상회의’를 통해 만든 합의문을 지난 3월 4일 내놓았다. 광역·기초단체장은 정치협상으로 단일후보 지역을 정하되, 합의가 안 되는 지역은 야 5당이 합의하는 경쟁방식으로 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기초·광역의원은 호혜의 원칙에 따라 지역을 배분하되 해당 지역의 기초·광역단체장 후보 단일화를 양보한 정당을 배려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여권과 1대1 구도를 만들어야만 진보개혁세력이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단일화의 깃발을 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교육, 일자리, 복지 등 민생부문과 4대강, 세종시 관련 공동 공약은 완성 단계에 와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3월 5일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협상시한인 3월 15일까지 모든 게 완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연대의 핵심인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단일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취약지역인 영남을 뺀 모든 광역단체장 후보를 민주당이 내세우고, 다른 야당은 선거를 뒷받침하거나 정당지지도에 따라 기초단체장 후보를 배분받는 수준에 그쳐야 전체적인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나머지 4당은 민주당이 수도권과 호남에서 최소한 한 곳의 광역단체장은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상회의가 정당 지지율과 유력후보 유무를 고려해 경쟁-비경쟁 지역으로 나누고, 경쟁지역 후보 단일화의 방식을 더 논의해 보자는 가이드라인 수준의 합의에 그친 것도 한계다. 영남, 충청, 강원, 제주를 뺀 나머지 지역이 경쟁지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고, 경쟁지역의 후보단일화 방식을 여론조사로만 밀어붙이기도 힘들다. 특히 서울·경기·광주·울산은 각 당의 존립이 걸린 지역이다. 단일화의 열쇠를 쥔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후보를 끌어내릴 만한 지도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또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시장을 양보했으니, 경기지사 후보를 달라’고 요구한다면 진보신당의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나 심상정 경기지사 예비후보가 이에 반발할 게 뻔하다.

공천 갈등으로 정치권 혼란 가중돼
여야가 6·2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민주당은 시민공천배심원제 적용 대상 지역을 놓고 각각 친이·친박계 간, 주류·비주류 간 힘겨루기가 가열되는 양상이다. 세종시 갈등에 이어 공천 갈등까지 겹치는 바람에 정치권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3월 8일 정몽준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중앙당 공심위를 구성할 예정이었으나 친이·친박계의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3월 10일 다시 논의했다. 회의에는 공심위원장을 맡을 정병국 사무총장을 포함한 친이계 6명, 친박계 3명, 중립 3명, 외부 인사 3명 등이 참여하는 공심위 구성안이 올라왔으나 친박계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친박계 허태열 의원은 구상찬 의원 대신 이성헌 의원의 공심위 참여를 요구한 반면 정 사무총장은 “계파의 요구를 모두 받아주기 시작하면 공심위를 구성할 수 없다”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친박계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공심위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공심위를 보이콧하자는 목소리도 있어 계파 갈등이 가중될 조짐도 보인다. 민주당은 광주시장 후보 선출에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당 공심위 입장에 박주선 최고위원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제동을 걸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3월 7일 밤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민공천배심원제와 당원 전수조사를 50%씩 반영해 광주시장 후보를 뽑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당초 시민공천배심원제 핵심 지역으로 거론됐던 광주와 전남 여수, 전북 정읍을 제외한 채 1차 9곳을 대상 지역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민주당 주류 측은 시민공천배심원제 적용 지역 선정을 마무리 짓고 경선에 들어갈 방침이다. 그러나 박 최고위원 등 비주류 측은 “변칙적인 제도를 도입하느니 차라리 지도부가 원하는 인사를 전략공천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방식을 놓고 이종걸 의원과 이계안, 유필우 전 의원 등 비주류 측 예비 후보들이 국민경선 도입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 지난 3월 4일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5당과 희망과 대안, 2010연대, 민주통합 시민행동, 시민주권 등 4개 단체는 ‘5+4 협상회의’를 통해 만든 합의문을 내놓았다

지방선거 최대 쟁점 무상 급식 논란
무상급식 전면실시 논쟁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간의 ‘복지 논란’으로 확전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보수층은 서민층에 국한해 무료급식을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진보층은 부자까지 포함해 계층 구분 없이 지원하자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초·중·고 학생 740만 명 중 무상급식 대상자는 97만명(약13%)이다. 만약 전면 무료급식이 시행된다면 연간 3조원(2010년)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전면 시행에 신중한 교육과학기술부는 “각종 지원책이 이미 있어 돈 없어 급식비를 못내는 저소득층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상급식 전면 실시는 60~80%대의 찬성 여론을 보이고 있고, 야권은 무상급식 이슈를 지방선거의 승부처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 무상급식 전면실시 논쟁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간의 ‘복지 논란’으로 확전되고 있다

◆포퓰리즘이냐, 서민 복지냐=정부와 보수 진영은 무상급식 전면 확대에 대해, “급식이 과연 부실한 공교육을 강화시키는 등 다른 교육 현안보다 더 시급하냐”며 “전형적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여론 조사 결과 무상급식 확대 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이 같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데는 보수 진영 역시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반면 무상급식 전면 확대 주장 진영은 ‘진짜 서민 복지’라는 주장을 선명하게 내놓고 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면 빈곤층만 공짜로 받는다는 이유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는 아이들을 낫게 해주고, 서민 학부모의 걱정도 덜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 무상급식 이슈에선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라는 새로운 복지 프레임이 맞붙고 있다. 사회적 약자만 혜택을 주자는 선별적 복지는 개발도상국과 미국, 부자도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는 북유럽 등 복지 선진국의 정책이다. 다만 이 같은 논쟁은 세금 이슈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증세(增稅)를 전제로 보편적 복지로 갈 것이냐, 감세(減稅) 기조 위에서 선택적 복지로 갈 것이냐의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지지하는 제주대 이상이 교수는 “빈곤계층에만 따로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체제’로는 사회통합도, 지속가능한 복지도 모두 이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세금 내는 중산층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선별적 복지로는 조세저항에 처할 수 있는데다, 빈곤층에게만 주는 질 낮은 복지로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도 보편적 복지 논리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당장 증세없이 보편적 복지를 추진하기엔 늘어나는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이봉주 교수는 “보편적 복지는 우리가 장기적으로 지향할 문제이며, 이명박 정부 역시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냐, 타 예산 절감이냐 = 2010년을 기준으로 추정하면 초등학교만 1조811억원이 더 들어간다. 중학교까지 추가하면 1조 8484억원, 고교까지 더해지면 3조1233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보수 진영은 “3조원이 있다면 공교육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3조원을 세금으로 거둘 경우 학생 1인당 월 4만원 꼴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진보 진영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에 속하는 전북·경남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으니, 다른 시·도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이종걸 의원)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4대강 예산 22조원 중 일부만 돌려도 무상급식은 해결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보수 진영은 “급식을 공짜로 한다는 것은 세금 부담을 늘리거나 다른 복지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라며 “무상급식론은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친노벨트 형성, ‘노풍’의 효과는 미지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노(親盧) 벨트’가 두껍게 형성되고 있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기지사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서울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까지 전국에 친노 출신 지방선거 출마자가 포진했다. 한때 ‘폐족(廢族)’의 위기에 몰렸던 친노 세력이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첫 정치 시험대인 지방선거에서 부활할지 주목된다. 서울시장에는 친노 세력의 ‘대모’ 격인 한명숙 전 총리가 출마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장 선거를 고려하던 유 전 장관은 경기지사로 선회했다. 한 전 총리와의 경쟁구도를 피하면서, 자신과 국민참여당의 존재감을 가장 극대화할 카드를 택한 셈이다. 민주당 후보로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김진표 최고위원도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냈다. 충남지사와 강원지사 선거에는 친노 직계로 ‘좌희정, 우광재’로 불렸던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이광재 의원이 나선다. 두 지역은 당 내 경쟁자가 없어 전략공천이 확정적이다. 국민참여당도 “서울, 충남, 강원에는 후보를 유보하겠다”며 간접 지원 방침을 밝혔다. 한나라당의 강세지역이지만 ‘노풍’을 기대해볼 만한 경남에서도 친노 세력의 출진이 활발하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무소속으로 경남지사에 도전장을 냈다. 김해시장에는 정영두 전 청와대 행정관이 민주당 후보로, 이봉수 전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가 국민참여당 후보로 나서는 등 친노 간 경쟁이 뜨겁다. 또 광주시장에는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장관 등을 지낸 민주당 이용섭 의원과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출사표를 냈다.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민주당 윤덕홍 최고위원은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총리를 역임했다. 친노 세력의 출마는 정치적 리스크가 큰 양날의 칼이다. 성공할 경우 친노는 물론 야권도 2012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노무현 효과’의 실체를 확인하는 셈이 된다. 친노 세력이 총동원되다시피 한 만큼 정치적 부담도 크다. 한 전 총리, 안희정 최고위원, 이광재 의원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이나 정세균 대표의 앞날과도 연결돼 있다. 선거에서 ‘노풍’이 얼마나 불지는 미지수다. 시기적으로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와 맞물려 있지만, 그 열기의 크기를 놓고는 낙관론과 회의론이 엇갈린다.

거물급 정치인들의 행보 역시 주목

▲ 당직은 없지만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6·2 지방선거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당직은 없지만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6·2 지방선거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유세 참여여부가 선거 국면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 향후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다. 박 전 대표가 중립을 지킬 것이란 전망부터 선거를 아예 외면하는 ‘보이콧’ 방침을 정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3월 8일 “선거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아직 특별한 말씀을 하지 않았다”며 “최근의 보이콧이나 유세 거부 등의 얘기는 박 전 대표 흠집내기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선거가 앞으로 3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고민할 사안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30% 안팎의 고정 지지율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유세 참여 여부는 격전지에서 후보들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친박계 후보들을 도울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가 친이계 후보까지 적극 지원할 지는 미지수다. 세종시 문제로 갈등이 첨예화된 상태에서 ‘뭐가 예뻐서’ 친이계 후보들에 대한 지원 유세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여당이 참패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선거에서 수수방관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 직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공격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권 핵심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최근 전국적인 인지도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지원활동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음이야 굴뚝같겠지만 공무원 신분으로서 중립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당분간 권익위 업무에 충실하고, 정치권 복귀는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거 국면이 어렵게 돌아갈 경우 그냥 구경만 하고 있을 수도 없어 잔뜩 몸이 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 주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선거 유세전의 전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김진표 경기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출마 예정자 등이 ‘손학규맨’이어서 벌써부터 유세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당내 조직이 약한 손 전 대표로선 이들 후보자를 해당 지자체에 입성시켜야 차기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기도 하다. 같은 당 김근태 상임고문은 유세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물론, 향후 다른 야당 또는 시민사회세력과의 제휴나 야권 단일화에 앞장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고문은 특히 선거 이후 있을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 주류, 비주류의 갈등을 조정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립파로서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비주류인 정동영 의원 역시 복당 이후 첫 선거인만큼 당에 최대한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비주류 대표로서 주류 측과 공천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이 문제가 원만하게 풀려야 유세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원유세에 나설 경우 영향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NM